이 연구에서는 경영이양과 영농은퇴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통해 혼동되고 있는 개념들을 정리하고 그 논의를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영이양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자 한다.
국내에서는 경영이양과 영농은퇴가 구분되어 정의되지 않고 영농은퇴를 경영 이양과 혼용하고 있으며 농업구조 관점에서 경영이양은 주로 영농은퇴를 암시하 고 있다. 그러나 경영이양은 경영주의 은퇴에 국한되지 않고 가족농에 있어서 경 영주의 은퇴와 후계자의 영농진입 및 정착을 아우른 개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 다. 농업인의 경영이양은 “농지를 비롯한 자산과 농업이라는 직업을 자녀 또는 후 계자에게 물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농지 등 유형자산뿐만 아니라 소유 농지에 대한 지식과 영농기술, 경영기법, 인적 네트워크 등 농장 경영을 위하여 필 요한 무형자산도 포함된다.
경영이양은 이양하는 사람과 이양받는 사람의 관계와 경제적 위치를 변화시키 는 활동이다. Foskey(2005: 50)는 농업인의 경영이양(transfer of the farm)을 일정 기간 동안 상속, 경영권 이전, 은퇴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이루어지는 포괄적인 과 정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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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이양과 유사한 용어에는 농가 상속이 있다. 이성호·김정호(1995: 9-16)는 농가 상속을 영농승계자에 대한 경영권 이전과 재산에 대한 소유권 이전을 포함한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농가상속은 농사라는 직업을 물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영농을 할 수 있는 자산을 물려주는 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이양과 동일 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이성호·김정호(1995: 9-16)는 농가 상속이 장기성과 단계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농가 상속이 경영주의 사망으로 인해 단시일 내에 발생하는 사건 이 아니라 경영권 이전을 염두에 두고 생전에 재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 또한 농가상속은 경영주의 은퇴뿐만 아니라 승 계자의 자립까지 포괄하는 것으로써 승계자의 자립이 이루어져야 상속이 완결된 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농업인의 은퇴란 단순히 노동투입의 감소 여부로 판단 할 것이 아니라 고령을 이유로 경영주의 지위 유지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 정의라고 제시하였다. 반대로 승계자의 자립이란 승계자가 농업경영주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가상속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는데 첫째는 경영주가 생전에 재산과 경영권을 승계자에게 이양하고 승계자를 자립시키는 것, 둘째는 경영주의 사망 후 승계자가 경영주의 재산과 경영권을 일괄 양도받는 것, 셋째는 경영주 생전에 경영권과 재산을 일부 이양하고 사망 후에 상속을 완료하는 것이다.
한편 경영이양과 유사한 개념으로서 영농 은퇴가 있다. 일반적으로 은퇴는 피 고용인의 상태에서 벗어나거나 노동시장에서 물러나는 사건(event)을 의미한다.
또한 생계비를 조달하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더 이상 삶의 우선순위에 있지 않 은 상태를 의미한다(Foskey 2005: 22). 따라서 영농은퇴란 “고령 농업인이 농업노 동에서 벗어나는 행위와 그 결과 영농으로 생계를 이어가지 않는 상태”라고 정의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농지를 영구임대하여 경영권을 제3자에게 넘기거나 농지 를 매도하여 소유권을 넘기고 농업인은 경제활동을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에는 농업인이 일군 유·무형의 자산이 후계자에게 모두 전수되어 해
제2장 경영이양의 이론적 접근 | 23 당 농업인의 고유한 사업적 전통이 이어지기보다는 영농자산의 이전만 일어난다.
그러한 측면에서 승계 없는 은퇴는 농업 유산의 세대 간 전승이나 농업의 지속성 확보 측면에서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경영이양과 은퇴의 차이점은 행위가 이루어지는 기간과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Lobley et al.(2010)은 경영이양(succession)이 일시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은퇴(retirement)는 일 시에 이루어질 수도, 여러 해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6)
구체적으로, 농업인의 은퇴과정은 <그림 2-1>과 같이 유형화할 수 있다.
점진적으로 은퇴하는 경우에는 우선 경영규모를 이전과 같이 유지하되 노동강 도를 줄이는 방법과 경영규모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경영주는 보다 노 동력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작목으로 전환하여 본인의 노동 투입량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많은 경우에는 부분 영농승계를 하거나 본인의 농지는 매도하 는 한편 소규모의 농지를 신규로 매입하거나 기존 농지를 일부 임대 또는 매도하 여 경영규모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잔여 농 지를 승계자에게 승계하거나 농지를 모두 영구임대 또는 매도함으로써 영농은퇴 의 과정이 마무리된다. 일시 은퇴는 승계자에게 영농자산을 한꺼번에 승계하거나 소유 농지를 모두 영구임대 또는 매도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은 소유권의 처분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되고 있는 것인데, 경영권 의 측면에서는 승계자(자녀이든 제3자이든)가 각 단계에서 경영에 참여하거나 노 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승계자가 농장경영에 참여하게 하면서 일 정기간 동안 경영과 관련된 정보를 획득하고 영농기술을 연마하고 관련 인적 네트 워크를 물려받을 수 있다.7)
6) 영농은퇴는 점진적 은퇴와 일시은퇴로 나눌 수 있지만 대다수의 농업인은 점진적인 은퇴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Foskey(2005)는 호주 농업인 대상 설문조사와 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해 고 령 농업인이 몇 년 간에 걸친 점진적 은퇴를 선호하기 때문에 승계자와 갈등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