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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용은 당대의 중화중심주의를 虛로 규정하고 정통적 宋明理學의 이기론적 구 도를 타파하고자 하였다. 그의 자연과학사상에는 서학으로부터의 영향 뿐 만 아니 라 모든 인식의 相關性을 인정하면서 절대적 인식을 단호히 거부하는 莊子의 상대 주의적 인식을 자유자재로 원용하면서 서구의 자연사상과는 또 다른 독특한 우주 관과 이기론적인 성리학적 우주론을 타파하면서 그에 따른 사회개혁론을 호소하였 다.61)

우선 陰陽五行說에 대해 부정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자.

홍대용의 음양오행에 대한 부정은 지구상의 기후변화와 하루 중의 기후변화 등 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되었다. 즉 낮에 따뜻하고 여름에 더운 것은 태양 빛을 많이 받기 때문이고, 밤과 겨울에 추운 것은 그것을 적게 받기 때문이지 음양의 조화와 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음양을 부정했다.

또한 만물 생성의 문제와 관련하여 음양오행론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것을 경계 하였다.

61) 송영배, 「홍대용의 상대주의적 사유와 변혁의 논리」 ,112~134면 참조.

陰陽학설에 얽매어 이치에 막히고 天道를 살피지 않은 것은 先儒의 허물이 다.62)

라고 하여 성리학자들이 음양론에 얽매여 천도를 관찰하지 못하는데 대하여 비 판하고 있다.

홍대용은 기존의 氣質論과 음양오행설을 일부 수용하기도 하고, 변용하기도 하면 서 나름대로의 이론을 전개 하였다. 먼저 그는 전통적인 음양설을 수정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개조하였다.

그렇지만 陽의 종류가 여러 가지로 있지만 모두 불에 근본했고, 음의 종류 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두 땅에 근본했다. 옛사람이 여기에 깨달은 바가 있 어 음양의 학설이 있게 되었다.

만물이 봄과 여름에 化生하는 것을 交라 하고, 가을과 겨울에 거두어 저장하 는 것을 閉했으니, 옛사람이 말을 立言 한 것도 각각 까닭이 있다. 그러나 그 근본을 미루어 본다면 실상 日火의 얕음과 깊음에 속할 뿐, 후세 사람의 말대 로 천지 사이에 별도로 음양 두 氣가 있어서 때에 따라 나타나기도 하고 숨기 도 하며 조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63)

즉, 홍대용은 음양이란 氣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단지 햇볕의 강 약을 표시하는 말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런 설명은 주자학의 전통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음양은 기를 가리키며 동시에 기 가운데 포함되어 있는 대립과 통일의 속성을 가리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주희에게서 우주는 음양이 변화하고 그것 을 통해 생성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하나의 과정이며, 만물의 생장은 음양운동의 결 과였던 것이다. 따라서 음양을 日火之淺深으로 귀속시키는 홍대용의 음양설은 주자 학의 전통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양에 얽매이고, 의리에 빠져 천도를 밝히지 못한 것은 先儒의 잘못 이라고 비판하고 있

62) “拘於陰陽, 泥於理義, 不察天道, 先儒之過也.” (洪大容, 湛軒書 內集 卷4, 「毉山問答」)

63) “雖然, 陽之類有萬而皆本於火, 陰之類有萬而皆本於地. 古之人有見於此而有陰陽之說. 萬物化生於春夏則 謂之交, 萬物收藏於秋冬則謂之, 古人立言. 各有爲也, 究其本則實屬於日火之淺, 非謂天地之間別有陰陽二氣 隨時生伏主張造化.” (洪大容, 湛軒書 內集 卷4, 「毉山問答」)

는 그의 태도는 그가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결국 음양설의 부정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옛사람이 때에 따라 모범될 만한 말을 세워 만물의 총명을 지은 것은 여기 에 한 가지도 보탤 수 없고 한 가지도 줄일 수 없다는 것이 아니고 천지 만물 이 이런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행의 수는 원래에 정해진 의론이 아 니다,64)

전통적인 음양설을 천문학이 발달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으로 본 홍대용은 종래 의 오행설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행에 대해서도 오행은 만물을 다섯 가지 기운으로 구분한 총명일 뿐이므로 반드시 木ㆍ火ㆍ土ㆍ金ㆍ水 다섯 가 지로 말해야만 하는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虞夏 때 六府를 말했는데 水ㆍ火ㆍ金ㆍ木ㆍ土ㆍ糓이 이것이고, 周易에 八象 을 말했는데 天ㆍ地ㆍ火ㆍ水ㆍ雷ㆍ風ㆍ山ㆍ澤이 이것이며, 洪範에는 五行을 말했는데 水ㆍ火ㆍ金ㆍ木ㆍ土가 이것이고, 佛은 四大를 말했는데 地ㆍ水ㆍ火 ㆍ風이 이것이다.65)

라고 하여 五라는 숫자에 얽매일 필요가 없음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혼대용은 오행을 원래부터 정해진 수로 규정하고 하도와 낙서 로써 억지로 꿰맞추어 논하고, 상수학적 측면에서 生克이니 飛伏이니 하며 장황스 럽게 논의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오행의 수는 원래에 정해진 의론이 아닌데, 術家는 이를 祖宗으로 삼아 河 圖와 洛書로써 억지로 맞추고 周易ㆍ 象數를 파고 들어가 生克이니 飛伏이니 하는 지리한 수작으로 여러 술수를 장황스럽게 이야기하나 끝내 그런 이치는 없는 것이다.66)

64) “古人隨時立言, 以作萬物之總名, 非謂不可加一, 不可减一, 天地萬物, 適有此數也. 故五行之數, 原非定論.

(洪大容, 湛軒書 內集 卷4, 「毉山問答」)

65) “虞夏言六府, 水火金木土糓是也. 易言八象, 天地火水雷風山澤是也. 洪範言五行, 水火金木土是也. 佛言四 大, 地水火風是也.” (洪大容, 湛軒書 內集 卷4, 「毉山問答」)

이상과 같이 동양의 전통적인 오행설을 부정한 홍대용은 그 나름의 새로운 견해 를 제시하였다.

대저 火는 태양이요 水와 土는 땅이다. 木과 金 따위는 해와 땅의 氣로 말 미암아 생성하는 것이니, 당연히 이 3자(火ㆍ土ㆍ水)와 더불어 병행될 수 없는 것이다.67)

라고 하여 홍대용은 火에 해당하는 해와 水와 土에 해당하는 땅을 만물의 생성 하는 기본 단위로 보고 木과 金은 火ㆍ水ㆍ土와 더불어 대등하게 병행하여 논의할 수 없는 요소라고 보았다.

이래서 하늘은 氣뿐이요 해는 불 뿐이며 땅은 물과 흙일 뿐임을 안다. 萬物 이란 기의 糟粕이고 불의 陶鎔이며 땅의 疣贅인 것이다. 이 세 가지 중 하나 만 없어도 조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어찌 의심하겠느냐?68)

홍대용은 오행 가운데 木ㆍ金 두 가지를 火ㆍ水ㆍ土 와 같은 원소로 보기는 어 렵다고 판단하고, 만물의 생성을 주도하는 것은 天ㆍ日ㆍ地 라고 생각하였다. 여기 서 天 은 氣이고, 日은 火이며, 地는 水ㆍ土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따라서 홍대용은 氣ㆍ火ㆍ地(水ㆍ土)를 만물생성의 근본으로 보았으며, 火ㆍ水ㆍ土를 삼원소로 보았 다. 이에 대한 영향은 마테오리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1595년에 쓰여져 17C이래 조선에 널리 읽혀진 天主實義 를 비롯해 서양의 四 元素說을 내용으로 한, 四行 또는 四元行 이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소개되었으 니 홍대용의 과학적 탐구심으로 보아, 이미 四元素說파악하고 있음은 확실한 것이 다.

66) “五行之數, 原非定論, 術家祖之, 河洛以傅會之, 易象以穿鑿之, 生克飛伏, 支離繚繞 張皇衆技, 卒無其理.”

(洪大容, 湛軒書 內集 卷4, 「毉山問答」)

67) “夫火者日也. 水土者地也. 若木金者, 日地之所生成, 不當與三者並立爲行也.” (洪大容, 湛軒書 內集 卷 4, 「毉山問答」)

68) “是知天者氣而已. 日者火而已, 地者水土而已. 萬物者, 氣之粕糟, 火之陶鎔, 地之疣贅. 三者闕其一, 不成 造化, 復何疑乎.” (洪大容, 湛軒書 內集 卷4, 「毉山問答」)

인과 물의 생동이 태양빛에 근본한 것이다. 가령 하루아침에 해가 없어진다면 온 세계는 얼어붙고 온갖 물체는 녹아 없어질 텐데, 胎ㆍ卵ㆍ根ㆍ子가 어디에 근본하겠느냐? 까닭에 이르기를 ‘땅은 만물의 어미요, 해는 만물의 아비이며, 하늘은 만물의 할아버지다.’고 하였다.69)

이 글에서 보면 火ㆍ水ㆍ土를 三元素로 보고, 이들 위에 氣를 추가하여 사원소설 을 주장한 것은 西洋의 사원소설 영향이 매우 큼을 짐작하게 한다.

홍대용의 三行설은 전통적 五行說과 비교해 볼 때 行에 대한 차이점을 느끼게 해준다. 조셉 니담에 의하면 五行說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五行說에 대한 기술에서 오행의 개념은, 5종류의 기본 물질이기 보다는 5가 지의 기본과정을 나타낸다. 이와 같이 중국사상은 특징적으로 물질의 본체를 떠나서 관계에 집착했다. 元素라는 말은 行을 표현하기 위해서 충분하지 않으 며, 어원에서 추정되는 것과 같이 運動을 지칭하고 있다.70)

그러나 홍대용은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적 물질을 火ㆍ水ㆍ土 삼원소로 보고, 이 를 氣에서 세분되는 것으로 그 의미가 전통적 五行觀과는 다르니, 이는 세계관의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홍대용은 음양오행설에 비판에 그치지 않고 음양오행설에 기반을 두고 있던 종 래의 風水地理說ㆍ分野說ㆍ災異說 등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허자가 그렇다면 오위는 五行의 精氣요, 恒星은 온갖 物의 상징인데 아래로 지구 세계에 응해서 禍福의 경험이 있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라고하자

五星의 체가 각각 그 德性을 가졌지만 오행에 나누어 붙인 것은 術家의 좁 은 소견이다.71)

69) “人物之生動, 本於日火. 使一朝無日, 冷界凌兢, 萬品融消, 胎卵根子, 將安所本, 故曰地者萬物之母. 日者 萬物之父. 天者萬物之祖也.” (洪大容, 湛軒書 內集 卷4, 「毉山問答」)

70) Joseph Needham, 중국의 과학과 문명 Ⅱ , 이양호 외 2人 譯, 을유문화사 1993, 343~344면 참조.

71) 虛子曰 “然則五緯, 五行之精也. 恒星, 衆物之象也, 下應地界, 妖祥有徵, 何也?” 實翁曰 “五星之體, 各有 其德, 五行之分屬, 術家之陋也.” (洪大容, 湛軒書 內集 卷4, 「毉山問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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