胎藏曼茶羅는 산스끄리뜨로 Garbha-koṣa-maṇḍala이며, 이때 garbha는 胎로, koṣa 는 藏으로 번역되어 胎를 包含⋅攝持하는 만다라라는 뜻을 나타낸다. 태장만다라의 갖 춘 명칭은 大悲胎藏生曼茶羅, Mahākaruṇāgarbhodbhava-maṇḍala이다. garbha가 胎로 번역된 앞의 용례에 따른다면 大悲胎生曼茶羅라고 해야 하지만, 대일경에서는 大悲胎 藏生曼茶羅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 漢譯用例이다. 원래 如來藏의 원어 Tathāgata-garbha에서 garbha는 胎 또는 藏으로도 한역되므로 胎藏이나 藏이라 번역 되는 것은 별 차이가 없으나, 여래장을 설하는 漢譯經論에서 如來藏 대신에 如來胎라고 번역된 예는 소수에 지나지 않으며1) 일반적으로는 如來藏으로 통용된다.
여기에서 여래장은 성불의 因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승만경에서는 ‘세존 이시여, 여래장은 法界藏이며, 法身藏이며 出世間上上藏이며 自性淸淨藏입니다. 이 성품 이 청정한 여래장은 객진번뇌에 물들어 있습니다’2)라고 하며 다시 ‘세존이시여, 만일 여래장이 없다면 [세간의] 고통을 싫어하고 열반을 즐겨 구할 수 없을 것입니다’3)라고 하는 것처럼 자성청정심은 심성이 본래 청정하다는 것이고, 그 본래청정에 있어서 먼저 佛과 같다고 생각되는 자각에 바탕을 두고, 佛의 깨달음을 구하고 佛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 사상을 형성한다.4) 여래장사상 혹은 불성사상의 특징은 중생으로부터 여래라고 하는 유식사상에 대하여 여래로부터 중생으로라고 하는 시점이 도입된 것이 다.5) 그리하여 보성론에서
1) T.37, p.67중, T.38, p.857중, T.40, p.806上 등.
2) T.12, p.222중.
3) 위와 같음.
4) 小川一乘, 佛性思想(文榮堂, 1982) pp.15~48 참조.
5) 吉田宏皙, 「瑜伽行唯識から密敎へ」講座⋅大乘佛敎8. 唯識思想 (春秋社, 1982).
겁약한 마음, 중생들에 대한 경시, 허망한 법에 대한 집착, 眞如佛性에 대한 비방, 그리 고 자아에 대한 강한 애착 등 다섯 가지 허물에서 멀리 떠나도록 하기 위해 佛性이 있다고 설했다.6)
라고 하여 眞如佛性을 중생들에게 납득시키고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본래 불성을 지 니고 있다는 자각을 통하여 삿된 견해에서 벗어나도록 이끌기 위하여 여래장이 설해진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중생이 여래장이라는 앎을 통하여 현실의 苦로부터 해탈하도록 가능성으로 제시된 것이 여래장설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승만경⋅보성론 등의 大乘諸經論에서 주로 如來藏으로 설해지던 것이 대일경을 비롯하여 그 주석서인 대일경소 등에서 胎藏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기에 이 른다.
즉, 대일경소 제11권에 ‘여래평등의 嚴藏을 시현하신다고 하는 것은 바로 胎藏의 藏이다’7)라고 하는 글에서 보는 것처럼 현실세계에 구체적으로 시현하기 위해서는 출 생을 전제로 한 胎의 존재를 상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胎라고 하면 중생들의 출생의 방 법인 胎⋅卵⋅濕⋅化라는 4生 가운데의 하나이다. 이 중에서 胎生을 성불 가능성 있는 출생으로 볼 수 있다. 물론 卵生⋅濕生⋅化生에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석가모 니불을 비롯하여 過去七佛이 胎生 이외에서 성불하였다는 說은 아직까지 어떤 경전에 서도 보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그 태생 중에서도 인간의 몸으로 성불한다는 현실적인 관점이 강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대일경소 제14권에,
이 가운데 藏이란 산스끄리뜨어로 揭訶(garba)라 한다. 즉 끝없는 장엄을 유출하여 분신 시현함이 끝없는 것이 마치 큰 보배의 창고와 같다. 이 평등법계장은 바로 여래장의 뜻이 다.8)
pp.249-250.
6) T.31, p.840하.
7) T.39, p.725하.
8) 상동.
라 하는데, 여기에서 ‘평등법계장이 여래장’이라는 글은 이미 승만경에서 ‘如來藏이 란 法界藏이고 法身藏이며 出世間上上藏이고 自性淸淨藏9)’이라 하는 표현을 계승한 것 으로 볼 수 있지만,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함 없는 장엄을 유출하여 분신시현’한 다는 표현을 통해서 여래장이라는 이론이 胎라는 용어를 통해서 현실적인 세계에 전개 됨을 알 수 있다.
굳이 구별하자면 佛性의 因으로서 가능성을 의미하던 여래장이 출산의 동기가 부여 되어 양육되는 胎藏으로 한단계 진전된 것이다.
태내에 가능성으로 포장된 것이 여래장이고, 양육하여 출산하는 것이 태장이라면 태 를 소유한 母가 전제되어야 한다. 즉 대비를 갖춘 母가 있어야 佛子로서 生할 수 있다.
대일경소에,
妃란 삼매의 뜻으로 大悲胎藏三昧를 말한다. 이 삼매는 모든 佛子의 어머니이다. 이 불자 는 바로 청정법당의 보리심이다. 예컨대 저 태장이 처음 歌羅羅(kalala)에서 비롯될 때로부 터 함장하고 덮어 보호하여 갖가지 원인과 조건에 의해 손상되지 않게 하고, 점차로 증장시 켜 태어나게 한 다음 길러내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보호하며 젖을 먹여 기르는 것과 같 다.10)
고 하는 것처럼 아이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잉태되어 점차로 자라나 태어나 젖을 먹 고 크는 것을 삼매를 통하여 발보리심이 증장되는 것에 비유하였다. 대일경을 비롯한 밀교경전에 많이 등장하는 后, 또는 妃의 용어는 반야경 등에 설해지는 佛母의 개념 을 가져온 것이며, 그 과정에 보성론 등의 여래장계 경론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크 다. 예를 들면 보성론에 ‘대승의 믿음을 아들로 삼고 반야를 어머니로 삼는다’11)는 내용의 게송을 들고 있으며, 그 다음의 서술에 ‘반야바라밀을 닦는 결과로 제1의 我波 羅蜜을 얻는다12)고 언급하고 있다. 이 두 글을 종합하면 여래장의 因의 하나로 반야바
9) T.12, p.222중.
10) T.39, p.673중.
11) T.31, p.829중.
12) T.31, p.829하.
라밀을 修習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두말할 것 없이 보성론 등의 여래장계 경 론이 반야의 불모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것을 다시 대일경
등의 밀교경전이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보성론 등에서 설하는 여래장사상이란 바로 자기현현, 자기회복으로서 인간 속에 비약의 가능성이 잠재태로 내장되어 있으며, 여래는 그 잠재태의 현현, 실재의 현현이 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여래가 그로부터 출현하는 모태이다. 여기에서 여래장이 출발 한다. 여래장의 참 뜻은 자기를 변혁시키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자기를 드러낼 뿐인 것 이다.
이러한 사상을 계승한 대일경에서 佛母의 개념이 더욱 구체화된 것을 「입만다라구 연진언품」 제2에서 다음과 같이 확인할 수 있다.
남녀가 몸을 섞는 인연으로 종자가 모태에 의탁되어 잃거나 부서지지 않는 것처럼 이것 은 서로 加持하는 뜻이다. 이와 같이 모든 불국토의 왕과 明妃가 화합하여 함께 비부라의 종자를 생한다. 대비태장에 의해 가지되어서 잃거나 부서지지 않는 까닭에 법계가지라 이 름한다. 세존께서는 두루 모든 중생들을 가지하시어 모두 평등의 종자를 지어 마치고 즉시 에 법계에 두루한 태장삼매에 들어가 이 낱낱의 종자를 관하시는데 모두 연화대 위의 비로 자나이고, 普門의 권속이며, 다함 없는 장엄이 또한 대비만다라와 동등하여 다를 것이 없다.
모든 중생들은 아직 스스로 증지할 수 없기에 聖胎俱舍에 있다고 하지만, 만약 藏에서 벗어 날 때에는 곧 여래해탈이다.13)
보성론에서 설하는 여래장과 그 의미면에서 다를 바 없으나, 단지 佛의 실상과 중 생의 실상이 서로 가지하므로 法界加持라 함을 남녀가 결합하여 아이를 출생하는 것과 같은 내용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서, 아이가 부모의 慈愛로써 길러지듯이 대비태장에 의해 가지되고 양육됨으로써 藏에서 벗어날 때에 법신을 성취한다는 사실이 강조됨을 볼 수 있다.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실현성을 띄게 된 것으로 보성론의 여래장과 대일 경의 태장이 갖는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13) T.39, p.674중하.
⑵ 加持와 3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