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적 세력균형의 동북아질서 하에서는 지속적 성장세의 중단 또 는 둔화라는 현실에 직면한 중국이 국내외 환경의 안정화를 통해 미국 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를 원하고 미국 또한 경제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상호협력을 원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중 간 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증가되고 지역기구와 제도를 기반으로 한 협 력이 강조된다. 정체성의 관점에서는 상호 간 적대적 이미지에 구애받 지 않고 양국이 서로의 정치사회적 규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하 기 보다는 중립적 차원에서 상대국의 규범적 가치를 존중하는 상황을 상정한다. 협력 분위기가 지배적인 만큼 미‧중 혹은 양 진영 간의 군사 적 대결과 무력충돌 가능성도 크게 낮아진다. 자국의 핵심이익이 침해 될 경우 군사력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우에도 군사적 해결 보다는 외교적 해결이 선호된다. 역내의 다른 국가들이 미‧중의 공동 이익을 침해하거나 협력적 분위기를 크게 저해하는 행동을 할 경우 미‧중의 공동개입과 공동대응도 강화된다. 한반도 통일환경은 먼저 북한의 핵 포기와 개혁‧개방 추진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협력적 세력균형의 지역질서는 한반도 통일문제에 관한 한국의 정책적 자율성이 신장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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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협력구조 강화 전략협력적 세력균형의 질서 하에서는 이러한 지역질서를 최대한 활용 하여 제도적 통일추진이라는 적극적 비전을 설정하고, 지역의 협력구 조를 공고화하여 남북관계의 제도화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추진한 다. 이러한 적극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동북아시아 지역공동체 내 에서 한반도문제 논의를 선도하고 남북한 교류 증대를통해 비정치적 분 야에서 남북한의 분야별 통합 노력을 경주한다.
하지만 미‧중관계의 협력적 분위기만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은 이루 어지지 않는다. 주변 강대국관계가 우호적일 때 우리에게 유리한 외교 안보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경험에서 미‧중관계가 협력적일 때 한반도 평화통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원칙적 명제를 도출할 수는 있다. 하지 만 미국의 대북봉쇄정책과 한국의 대북봉쇄정책이 관여 및 포용정책 으로 바뀌지 않는 한, 미‧중관계가 협력적으로 변할지라도 한반도 평 화통일 가능성은 높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제도로서의 한반도 평화통일 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4개의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 즉 미‧중 관계의 협력적 분위기, 미국의 대북관여정책, 한국의 대북포용정책, 북 한의 대외개방정책이 동시에 추진될 수 있을 때 한반도의 제도적 통일 을 위한 여건이 갖춰진다.
이러한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된 시기는 1998∼2000년 클린턴 행정부 시기와 9‧11이전 부시 행정부 시기, 그리고 김대중 정부 시기 이다. 미‧중관계의 협력적 분위기와 미국의 대북포용정책이 동시에 진 행된 클린턴 행정부와 김영삼 정부 시기에는 남북 간 갈등양상과 북한 내부의 문제로 인해 한반도의 평화통일 여건은 조성되지 않았다. 반면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중국과 대테러전쟁 공조에 나서는 한편 높은 수준 의 경제적 상호의존도를 유지했으나 강력한 대북봉쇄정책으로 인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요컨대, 협력적 세력균형이라는 동북아질서 하에서는 한반도의 제도 적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상대적 여건에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겠 지만 미국의 대북관여정책과 한국의 대북포용정책, 그리고 러시아, 일 본 등 주요 주변국들과 경제적, 안보적 협력구도를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 것에 통일전략의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다. 시나리오별 통일정책 제안
(1) 남북관계의 제도화: 남북공동위원회 구성95
협력적 세력균형의 동북아질서 하에서는 남북관계의 제도화 수준을 높이고 이를 통해 한반도 통일에 한 걸음 더 접근하기 위한 적극적 노 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대결적 세력전이 구도 하에서는 비정부 행위자 를 앞세운 비정치적 교류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협력적 세력균형 질서 하에서는 이를 뛰어넘는 안보대화와 평화체제 논의도 모색해볼 수 있 다. 경제 교류가 안보에 기여한다는 일방통행적, 기능주의적 접근을 뛰 어넘어 남북관계에서 경제교류와 안보 불안정 해소 노력을 동시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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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한 법적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과 대만이 정부에서 전적으로 지원하는 민간기구 성격의 해협교류기금회(海基會)와 해협 양안관계협회(海峽會)라는 단체를 내세워 양안 경제교류 채널을 제도 화한 사례를 참고할 수도 있다. 또한 1970년대 동서독 경제교류를 위 해 만들어진 서독 내 상공회의소 산하 ‘동서독 교역을 위한 신탁관리사 무소’를 벤치마킹하는 방법도 있다.
정치와 안보 차원에서 본다면 ‘남북 공동위원회’와 같은 초보적 남북 연합기구를 시범운영할 것을 제안해 볼 수 있다. 남북한은 개성공단에 서 이미 남북경협협의사무소를 운영한 바 있고 박근혜정부 역시 이미 서울과 평양에 남북경협사무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던 만큼 남북한 은 경제분야에서 이미 협력의 제도화라는 성과를 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질서가 협력적 세력균형의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경우 이를 정치, 군사, 외교, 사회문화 분야로 확대해 남북한 공동위원회 형 식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동위원회를 통해 남 북한이 합의할 수 있는 공동의 현안 해결을 모색하고 공동의 정책 집 행 여부도 점검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추후 통일과정에서 실질 적인 국가연합을 달성하는 데에도 좋은 실험의 장을 제공할 것이다.
(2) 국제기구를 활용한 북한의 변화 유도
미‧중관계가 협력적 세력균형 구도를 형성하는 만큼 이러한 동북아 질서 하에서는 북한문제 처리에 대한 공감대의 폭도 확대될 것이 예상 된다. 따라서 북한 지도부가 미국과 중국의 핵포기 요구에 응하도록 설득과 압박을 병행하고 국제사회와의 교류를 통해 경제 활성화 및 주 민 생활 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아가 북한이 비핵화에 나 설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다. 동
시에 UN기구의 각종 대북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있는 국제환경 을 조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북한이 중국 모델의 경제 개혁‧ 개방에 착수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국제기구를 활용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경험을 참고할 수도 있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7월, 북한이 ARF에 정식 가입하도록 유도하여 북한문제를 국제기구에서 공론화하는 데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김대중 정부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ia-
Europe Meeting: ASEM), APEC, CSCAP, ASEAN+3 등을 통해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였다. 인 도주의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 WFP) 이 북한에 식량지원을 지속하도록 노력하였으며, 유엔아동기금(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UNICEF),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ited
Nations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
UNOCHA),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등과
의 협력을 통해 햇볕정책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 했다.
노무현 정부는 특히 2005년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담 을 통해 9‧19 공동성명 합의내용을 적극 설명하는 등 6자회담의 성과 를 국제기구를 통해 알리는 데 주력했다. 노무현 정부는 또 2007년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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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중국과의 군사협력 관계 격상
미국과의 양자동맹을 다자안보협력방식으로 격상시키고 한‧중 간 전면적‧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의 운용을 점진적으로 다변화하여 군사 교류와 협력을 증대시킨다. 미‧중 협력체제 하에서 통일이되는 경우 미 군 주둔의 필요성은 해소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통일 여부와 상관없이 한‧미동맹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대신 한‧미동맹을 동북아지역안보협력체로 격상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해 나갈 수 있다. 군사동맹의 정치적 영역이 군사적 영역을 통제할 수 있도록 관 리해 나간다.
동시에 중국과의 군사협력관계를 격상시킨다. 고위급 군인사 교류의 정례화와 전통안보 위협97을 감소시키기 위해 군사훈련과 교육을 공동 으로 추진한다. 이러한 과정은 중국 군고위층의 한반도 및 한국에 대 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이는 중국 군부 지도그룹 내에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불어넣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