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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의 기본 비전과 지속전략

김대중 정부 임기 말 새로 들어선 미국 공화당 행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에 보조를 맞추려는 외교부의 입장으로 인해 통일정책 추진에 어 려움을 겪었다는 증언도 있다.80 김대중 정부 시기 통일부 주도로 대 북사업을 진행하였지만 임기 말 정부의 부처 장악력이 약화되면서 부 시 행정부 대북정책의 상대적 영향력이 증대되기도 했다. 따라서 중앙 정부 내에서 통일정책을 추진하는 컨트롤 타워를 마련하는 것은 내부 의 관료적 이해관계 상충과 외부의 간접적 영향으로부터 통일전략과 정책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81

나. 남북한 간 상호의존 강화

두 번째 지속전략은 동북아시아 지역질서의 변동에 관계없이 남북 한 간 상호의존을 강화하는 것이다. 남북한 상호의존 강화는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 남북 간 상호의존 강화를 통해 북한 과 중국 사이에 비대칭적 차원의 경제적 상호의존이 진행되는 것을 막 고82 동북아시아 지역질서의 불안정이 남북관계로 전이되는 것을 방 지할 수 있다. 둘째,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나아가 통일정책의 지지 세 력을 확보하여 정치적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의 지속성을

80_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당시 외교부가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개성공 단 추진을 위해 필요한 외교부의 지원을 지연시켜 어려움이 컸었다고 밝히고 있다.

Ji Young Kim, “The Transformation of Norm, Policies and State Identity: The Kim Dae-jung Government and the Republic of Korea,” (Ph. D dissertation, University of Warwick, 2013) 참조.

81_박종철의 2012년 연구는 컨트롤 타워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종철 외, 2000년대 대북정책 평가와 정책대안: 동시병행 선순환 모델의 원칙과 과제뺸 참조.

82_비대칭적 상호의존 관계에서 ‘덜’ 의존적인 국가(중국)는 ‘더’ 의존적인 국가(북한)에 대 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Robert Keohane and Joseph Nye, Power and Interdependence (Boston: Scott Foresman and Company, 1989), p. 9.

확보할 수 있다. 셋째, 남북한 간의 경제적 상호의존을 통해 북한경제 의 정상화를 유도할 수 있고 이는 통일 이후 부담해야 할 비용의 절감 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점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실천담론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북교류의 확산이 궁극적으로 북한의 체제변화에 기여한다거나 남북경협이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한국경제에 활로를 모색한다는 등 의 인과구조는 대북정책을 놓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진 국내여건을 감안할 때 통일전략과 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담론에 해당한다.

남북한 상호의존성 강화는 동시에 한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FTA를 근거로 하여 북한을 포함하는 3자간 경협을 유도할 수도 있다. 북한과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포함하는 3자간 경협 활성화도 가능하다. 이른바 남북경협의 다자적 접근 전략이다.83

다자적 접근을 통한 남북경협의 업그레이드는 통일 이후 한국과 동 북아시아 주변국의 상호의존성을 높일 수 있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통일전략 수립과 통일정책 이행과정에서 주변국들의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 역시 남북관 계의 회복을 통한 남북 간 상호의존성 강화를 전제로 한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 지역 내 양자‧다자간 관계 강화

세 번째 지속전략은 동북아시아 내 주요 국가들과 양자 및 다자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통일전략 추진에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남북한의 제도적 통일에 유리한 협력적 지역질서를 촉진하거나 주도 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국가들과의 신뢰 및 유대 관계의 강화가 필수 적 선행조건이다. 둘째, 동북아시아의 질서가 갈등국면에 접어들어 다 자주의적 접근이 한계를 보일 경우에도, 한국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역시 지역 내 국가들과의 개별적 신뢰 및 유대 관계가 필요하다. 셋째, 중국의 세력강화와 미국의 세력약화 추세에 맞게 양자간 군사협력관 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정부는 미‧중 간 갈등이나 협력 의 정도와 관계없이, 한‧미 안보동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한‧중 안 보협력을 순차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한국의 안정적인 안보환경이 필요하며, 두 강대국과의 안보동맹과 협력관계는 이러한 안보환경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아직 한반도는 냉전시대의 분단 상황 하에 남북 간 대립을 지속하고 있고, 한‧미동맹과 북‧중 우호협력 관계의 영향권 하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한‧중 군사교류를 활성화시키 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과 중국이 아무리 군사적 관계를 증진시킨다 하더라도 냉전시대에 형성된 강고한 지역질서의 영 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실질적인 협력관계의 궤도에 오르지 못한 채 교류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한‧중 군사관계를 세력변화에 따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Ⅴ . 한반도 통일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