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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대북통일정책에 주는 시사점

주는 시사점

집권 2년이 지난 박근혜정부의 잔여 임기 3년 내에 동북아질서가 현 재의 구조에서 본질적 변화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동북아질서를 구축하는 양대축이자 핵심 행위자인 미국과 중국이 현 상의 급격한 변경보다는 현상 유지를 원하고 있다.

2017년 임기가 종료되는 오바마 행정부는 이슬람 수니파 극렬

무장단체인 IS와의 대테러전쟁에 돌입했고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 은 인간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주도해야 하는 상 황이다.

중국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 형성을 목표로 경쟁 과 협력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2020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소강(小康)사회 건설을 위해서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이 긴요하다는 판단 아래 현상의 급격한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 IS테러 세력이 중국 국내의 반체제 세력과 연계되는 것을 우려

하여 미국과 반테러 공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2001 년 9‧11테러 이후 그랬던 것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일시적이나마 긴밀한 글로벌 안보협력 기류가 조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반테러 기류에 편승해 안보분야에서 일시적 협력 분 위기가 형성된다고 하더라도 제도와 경제적 상호의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미‧중 양국 사이에는 중국의 경제력 증가에 따라 새로운 갈등 요 인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 창설을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 양상이다.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위주로 21 개국이 참가하는 AIIB 결성을 주도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체 제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 주도의 AIIB 결성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호주,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들을 대상으로 막후 로비

를 벌여 이들의 동참을 저지시킨 바 있다.102

경제적 상호의존과 이의 제도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중 간 교역의 증대가 지역 내 안보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경제평화론(trade

promotes peace)’의 가정은 무너지고 있다. 오히려 안보와 교역을 연

계하여 교역이 정치화(politicize)하는 현상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나 타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103

규범과 정체성의 측면에서도 미‧중 양국은 친선관계의 강화라는 표 면적인 표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식상의 갈등을 겪고 있다. 중 국 공공외교의 첨병 역할을 해오고 있는 공자학원이 미국 내에서 철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15년 학문의 자유 신장을 목표로 설립되어 현재 47,0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미국 대학교수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University Professors) 는 미국 내 각 대학들을 향해 공자학원이 학문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했다.104

공자학원은 중국 소프트파워 외교의 상징으로 인식되면서 서방세계 를 중심으로 중국 문화를 알리는 산실의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공자 학원이 미국 내에서 이러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국제 질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될수록 미‧중 간 상호인식은 긍정적 진 화보다는 부정적 퇴보를 경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담 등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언적 불인정’을 넘어 실질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작업을 재개하기 위한 양자적, 다자적 노력은 2008년

6자회담 중단과 2012년 2‧29 합의 결렬 이후 종적을 감춘 상태이다.

한편, 러시아, 일본 등 주요 행위자들이 동북아시아에서 정치적 위상 을 높이기 위해 양자외교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미‧중관 계가 주도하는 동북아질서 변동의 구조적 외연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본 연구가 예측의 대상으로 삼았던 신동북아질서라는 관점 에서 보면 2014년 현재의 동북아질서는 힘의 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미‧중 간 안보갈등은 표면화하고 있지 않지만 제도와 정체성‧상호인식이라 는 면에서는 새로운 갈등요인들이 생겨나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Ⅱ장에서 제시된 세 가지 시나리오에 비추어 현재의 동북 아질서를 진단해 보자면 협력적 세력균형에서 대결적 세력전이의 방 향으로 이행해가는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반테러 문제, 미국과 중국내 의 산적한 국내문제 등으로 인해 이행의 속도가 지체되고 있는 단계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다.

2014년 현재 동북아질서가 보여주는 이러한 동학(dynamics)은 박 근혜정부가 임기 동안 추진해야 할 통일정책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 것 일까. 박근혜정부의 통일정책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나아가 통일기반을 구축한다는 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후 3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현재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본격적인 가동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남북관

계에서 신뢰의 수준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남북 간 고위 채널을 통한 협상일정에 합의하고도 대화 상대방의 지위나 격(格)을 둘러싼 갈등, 보수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비난전 등으로 본 격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러한 신뢰의 부재를 증명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서 민생 인프라 구축, 동질 성 회복, 인도적 문제 해결 등의 대북지원 3원칙을 밝혔지만 엄밀히 따 지자면 이러한 사업들이 시행되기 위해서도 이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북한의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8‧15 경축사를 통해 제시된 대로 환경, 민생, 문화 교류를 통한 ‘작은 통로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는 막혀있는 통로의 한쪽 끝을 뚫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비

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구상이나 나

진-하산 철도를 이용한 남‧북‧러 삼각경협 구상 등도 ‘끊어진 고리 (missing link)’에 해당하는 북한을 설득해 사업에 동참시키지 않고서 는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꾸준히 제시해 온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상 이 당장 북한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무의미한 것은 결코 아니 다. 무엇보다도 6자회담 당사국 등 동북아시아 주변국들 사이에서 북 한문제가 핵심 이슈로 다뤄지지 않고 다소 소외되는 듯한 현실에서도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동북아시아 차원에서 협력적 세력균형 질서에서 대결적 세력전이 질서로 이행해가는 속도가 빠를수록 한국 주도의 남북관계가 자리 잡 을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들고 속도가 완만할수록 남북관계의 공간은 늘 어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이행의 속도가 정체되어 있는 시기일 수록 남북관계의 회복을 통한 전략적, 정책적 노력을 집중적으로 기울 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의지를 확고히 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한 것은 향후 동북아질서가 현재보다 대결적 구조로 변화하더라도 국제사회 차원의 대결구도가 남북관계로 직접 전이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근 통일에 대한 비용 위주의 접근으로 인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통일회의론’이나 ‘통일부담론’, ‘통일회피론’, ‘통일무용론’과 같은 담론 구조들이 확산되어온 가운데 ‘통일대박론’이라는 새로운 담 론을 내놓음으로써 통일논의와 관련한 담론구조를 뒤바꾸어 놓은 것 은 향후 통일정책 수립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Ⅴ장에서 이미 살펴보았던 것처럼 통일환경이 호전되지 않는 상황 에서 통일에 대한 담론화 정책은 더욱 크게 요구된다. 그러나 통일대 박이라는 담론이 그동안 한국의 통일담론이 노정해 왔던 대로 ‘한국중 심의’ 담론화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추가적 논 리구조의 보완이 필요하다. 한반도 통일에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는 주변국의 득실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남북한이 통일을 하면 주변국 모두에게 이롭다는 포괄적‧선언적 설명만으로는 통일대박 담론의 국 제화는 쉽게 달성하기 어렵다.

국내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통일대박 담론화와 관련하여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통일대박이라는 강력한 레토릭 이 구체적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 것이고 이를 위해 어떠한 전략과 정책들을 고안하고 집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 필요 하다. 또 통일대박 이외에도 대북정책, 통일정책, 통일준비 등 유사성 과 중복성을 포함한 여러 개념들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하 여 대내외적으로 설득함으로써 담론화 작업의 내실을 기해야 할 것이 다.105

다행스러운 점은 박근혜정부의 통일대박론은 담론을 위한 담론에 머물지 않고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기구의 구성을 통해 제도화 정책

(institutionalizing policy)과 결합되어 이행됨으로써 실천전략으로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일단 확보했다는 것이다.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 한 지 6개월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활동내용을 놓고 분석적 평 가를 내리기에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지적해둘 것은 향후 3년 간 통일준비 작업이 국민들 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채 통계와 수치만으로 통일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식이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라는 점이다. 거시적 비전만으로 국민들은 ‘행복한 통일’을 실감할 수 없다. 통일준비위원회 활동을 통 해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행복한 통일’을 국민들이 체감하도록 하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