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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 주의 집중시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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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도적 담화 운용 표지

1.2. 화제의 전개

1.2.5. 청자 주의 집중시키기

화자가 상대방의 주의를 집중시키려면 다양한 담화표지를 사용할 수 있는 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말이다’, ‘자’, ‘저기요’, ‘여기요’ 등이 있다77).

77) 주의집중 기능을 보이는 담화표지에는 ‘어디’도 있다. 여러 선행 연구에서 ‘어디’의 이러한 기 능을 논한 바가 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향하여)어디,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那个/那什么, 我来说两句啊. (구종남, 1999:227쪽의 예문) 이 예문은 ‘어디’의 가장 전형적인 ‘주의집중’ 기능을 보여 준다. 구체적인 본 발화 내용을 말하기 전에 ‘어디’와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두 가지 언어 장치에 예비 발화의 역할 을 부각시켜 청중들의 주의를 끌고 있다. ‘어디’에 대한 중국어 표현 “哪里/哪儿”은 이에 해당 되지 않으며 “那个”, “那什么”를 쓰는 것이 대다수이다. 본 연구에서 조사한 대화 자료 가운데 주의집중 기능을 보이는 ‘어디’는 한 번도 출현하지 않았다.

[1] 말이다

한국어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주의 집중 표지 중의 하나는 ‘말이다’이다.

이러한 기능의 ‘말이다’는 강조 기능의 그것과 다르게 문장의 중간 위치에 출현하여 ‘그런데’, ‘그리고’, ‘그래서’ 등 접속부사에 후행하는 경우가 많다78). 이때 ‘말이다’에 해당된 중국어 표현은 고정되지 않고 어기사(예: 啊, 呢 등) 나 말투의 변화, 발화 휴지 등을 다양한 방법을 활용함으로써 ‘말이다’의 어 감을 근접하게 나타낸다. 이밖에도 ‘말이다’는 ‘주제 강조하기’와 ‘주의 집중’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구체적인 발화 주제를 알려 주는 성 분 뒤에 쓰이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여기서 대표적 선행 연구인 임규홍 (1998:171)의 예문을 가져와 살펴보자.

그런데 철수가 말이야 , 이번에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단다.

위 예문에 나타나는 ‘말이야’는 주제어인 ‘철수’ 뒤에 출현하여 화자가 말 하고자 하는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닌 철수임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청 자의 주의를 철수에 대한 후행 발화 내용에 집중시키는 기능도 하고 있다.

‘말이야’가 사용되지 않으면 이러한 독특한 발화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오지 못할 것이다.

학습자들의 대화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접속부사 뒤에 쓰여 순수한 주의 집중의 기능을 가지는 ‘말이다’의 출현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자 는 인터뷰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였는데 학습자는 젊은 사람, 또한 여성 화 자들이 이를 잘 쓰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리고 교재 제시와 교사 설 명의 부재도 일부 원인에 해당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주제 강조+주의 집중’ 기능을 보이는 ‘말이다’의 빈도는 총 9회로(CK: 4회; CC: 5회) 1.2.4.1.에서 논의했던 강조 기능의 그것을 이어 2위를 차지하였다.

[CKF09-KM02: 한국 드라마 ]

KM02: 이 사람도 연기 엄청 잘하는 걸로 유명해요 원래

78)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말이다’가 ‘그러나’, ‘그렇지만’, ‘그러므로’, ‘따라서’ 등 접속사와 결합 하여 사용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선행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가 있다.

CKF09: 아.

KM02: 아주 잘 뽑았어.

CKF09: 그 강소라 말이야. 나 전에 그 써니 때문에 정말 좋아했거든요.

KM02: 강소라?

CKF09: 강소라.

KM02: 왜 좋아해요?

CKF09: 좀...다른 여배우랑 좀 특별한 분위기가 있잖아요.

[CCF18-CCF19: 대학 생활]

CCF18 참, 00아, 넌 저번에 말한 그 친구.

CCF19: 누구?

CCF18: 음, 여행하러 한국에 간 친구 말이야 . 호텔에서 쓰러졌잖아. 어떻게 됐어?

위의 예시에서 학습자 CKF09와 CCF18은 주제어 ‘강소라’, ‘친구’ 뒤에 비 의존형 담화표지 ‘말이야’를 넣어 상대방의 주의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습자는 ‘말이야’의 이러한 비의존적인 용법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여 주 제어와 담화표지 사이에 불필요한 성분(예: 주격조사 ‘이/가’)을 첨가하는 오 류를 범하였다.

[CCF07-CCF10: 대학 생활]

CCF07: 그렇게 많이 죽었어?

CCF10: 응. 근데 지금 한국 정부가 메르스 시설가 좋지 않다구, 그리구 한국 사람 이 말이야, 메르스 이런 바이스가 신경 전혀 안 쓰는데.

CCF07: 아, 진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CCF10: 모르겠어. 그냥, 아마 우리 생각보다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 같애.

[2] 자

‘자’는 감탄사이자 담화표지이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타인의 주의를 불 러일으키기 위하여’(『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 하는 말이다. 해당 중국 어 표현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마땅한 동사를 찾아 대응시키 는 경우가 많다. ‘자’는 학습자의 대화 자료에 한 번만 사용되었다.

[CKF20-CKF21: 유학 생활-여행]

CKF20: 있잖아, 다른 게 아니라 돈 좀 빌려줄래?

CKF21: 왜? 왜 또 돈을 빌리는 거야? 며칠 전에 많이 빌려줬잖아.

CKF20: 요즘 친구랑 부산 가려고 돈 좀 부족할까 봐 그래서 좀 빌리려고.

CKF21: 자, 여기, 가져가.

CKF20: 고마워.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이와 같은 저빈도의 출현은 이해 및 사용상 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의 주의를 강력하게 집중시키는 대화 맥락 이 흔하지 않고, 또한 개인적 습관으로 인하여 ‘자’를 애용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3] 여기요, 저기요

‘여기요’나 ‘저기요’는 일상대화에서 종종 사용되는 상투어로서 상대방의 주의를 끄는 기능을 가진다. 이들은 처소나 장소를 의미하는 ‘여기’와 ‘저기’

를 기저로 해서 담화표지로 전성하는, 한국어 특유의 언어문화 현상이므로 중국어의 해당 표현인 “这”와 “那”는 이와 비슷한 문법화 발달이 이루어지 지 않아 한국어와 서로 대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양국 언어의 이러한 차이 때문에 학습자들은 ‘여기요’, ‘저기요’를 어려워할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위험한 일이다. 왜냐하면 어떤 경우에 모국어에 없는 지식이 목표어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면, 특히 그 용법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때 학습자들은 오 히려 이를 더 잘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요’와 ‘저기요’는 바로 이에 해당된다. 이 또한 인터뷰를 통해 검증되었다.

학습자들의 대화 자료는 사적인 면대면 대화를 위주로 수집하였기 때문에

‘여기요’나 ‘저기요’가 사용될 만한 대화 상황이 거의 제공되지 않아 그 사용 이 단 한 번뿐이었다. 해당 대화는 아래와 같다.

[CCF20-KF06: 한국 유학 생활]

CCF20: 춘천에 가 본 적이 있어?

KF06: 춘천? 아니…

CCF20: 춘천닭갈비 유명해잖아.

KF06: 응...맞아.

CCF20: 나 저번에 친구랑 같이 가봤어. 잠깐만. (식당 종업원을 향해) 저기요, 물 좀 주세요.

이 대화는 학습자 CCF20이 한국인 친구 KF06과 춘천닭갈비 식당에서 밥 을 먹으면서 채록된 것이다. 여기서 CCF20은 ‘저기요’를 자연스럽게 사용함 으로써 상대방의 주의를 끌려고 하였다.

[4] 있잖아

담화표지 ‘있잖아’도 청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보통 화 자 발화의 시작 부분이나 중간 부분에 사용되며 주의를 끌기 위해 높은 어 조로 실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습자의 대화 자료에서 ‘있잖아’의 사용 은 한 번밖에 관찰되지 않았는데 해당 사례는 다음과 같다.

[CCF21-CCF28-CCF29-CKF13: 대학 생활]

CCF21: 있잖아, 요새 내 친구가 다이어트 때문에 완전 덜었어.

CKF13: 왜?

CCF29: 걔가 다이어트 한다고 이틀 동안 밥 먹지 않고 요거트만 마셨어.

하지만 ‘있잖아’의 저빈도 사용은 학습자들이 이를 어려워하는 것을 의미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있잖아’는 의미가 단순하고 담화 기능이 단일 하기 때문에 학습자들이 이를 원활하게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 빈도의 저하 현상은 다른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상대방의 주의를 환기할 때 문두 위치에 특정한 표현을 미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때 ‘있잖아’ 외에 ‘참’, ‘맞다’, ‘그 거’ 등 다양한 장치들을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선택항이 주어지는 경 우에 학습자들은 이 중 어느 것을 선택해서 사용하는지를 결정할 때 모국어 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모국어의 해당 표현에 대응되는 한국어 담화표지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참’과 ‘맞다’(对了), ‘그/

그거(那个)’가 가장 선호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있잖아’에 대한 선호도가 떨 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의 결과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자 주의 집중시키기 기능을 가진 구어 담화 표지로는 ‘말이다’, ‘자’, ‘여기요’, ‘저기요’와 ‘있잖아’ 등이 있는데 조사된 세 집단의 대화 자료에서 이들의 출현 빈도는 <그림Ⅲ-7>과 같다.

<그림Ⅲ-7> 청자 주의 집중시키기 기능의 구어 담화표지 실현 양상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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