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구어 담화표지의 개념

문서에서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페이지 52-59)

2. 구어 담화표지의 개념 및 특징

2.1. 구어 담화표지의 개념

언어는 지역, 문화, 사용자 등의 제 요인에 따라 그 사용 양상이 각양각색 이다. 세상의 언어는 그 종류가 아무리 다양해도, 사용 인구가 아무리 많아 도 다음과 같은 언어 요소들이 보편적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영어, 중 국어, 한국어의 예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Do you know we’ll have a test tomorrow?

(1)’ You know, it’s very difficult to explain.

(2) 가: 철수 봤어?

나: 저기 있어요.

(2)’ 가: 저기, 선배, 좀 부탁해도 돼요?

나: 뭔데? 말해 봐.

(3) 这次不是我的错.

이번은 나의 잘못이 아니다.

(3)’ 가: 我先去看看公司那边有没有事,你先在家等我.

나 먼저 회사에 가 볼게. 먼저 집에서 나 기다리고 있어.

(잠시 후 ‘가’가 도로 집으로 들어왔다. ) 나: 不是, 你怎么又回来了?

아니, 왜 또 돌아왔어?

위의 예문에 쓰인 ‘you know, 不是, 저기’는 형태적으로 보면 일반적 언어 형태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면, (1)’, (2)’, (3)’에서 이 들 어휘나 구절 형태는 본래의 의미대로 쓰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종의 삽입 표현처럼 생략이 가능해진다. 문장의 명제적 의미 구성에 있어서 반드

시 필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이들의 삽입으로 인하여 일정한 담화 기능을 수 행하게 된다. 전통적인 문장 중심의 언어 연구 방법으로는 이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바로 이와 같은 특수성 때문에 이러한 언어 형태들이 주목 받기 시작되면서 새로운 관심 주제로 등장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종래의 문장 문법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면서 담화 문법의 차원에서 이들 언어 요소를 담화표지라는 명칭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다. 그 동안 구어 담화표지를 담화적 측면에서 정의한 학계의 대표적 논의로는 이 한규(1996), 임규홍(1998), 전영옥(1998), 박석준(2007) 등이 있다. 이한규 (1996)에 의하면 담화표지는 그것이 나타나는 문장(또는 발화)의 명제 의미 (또는 진리조건적 의미)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채, 화자의 믿음, 전제, 태도 등을 보여 주는 모든 언어적 형태를 가리키기 위해 사용된다. 임 규홍(1998)에서는 담화표지가 담화 상에서 문장의 명제적 의미보다는 화자 의 태도나 발화 책략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주장하였다. 전영옥(1998)의 정의 에 따르면, 담화표지는 의미론적 차원에서 불필요한 표현이나, 기존의 의미·

기능에 새로운 기능을 획득하게 된 표현이 언어 사용 또는 담화 차원에서 새롭게 존재 이유를 갖고 사용되는 것이다. 또한 박석준(2007)은 의미론적 차원이나 통사론적 차원에서 불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만, 담화 상에서는 일 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표현들을 ‘담화표지’라고 칭하였다. 즉 특별한 어휘적 의미가 없어서 문장의 명제적 의미에도 적용되지 않으면서 규칙적인 문법 기능도 없으며 문장 내 출현 양상도 상당히 자유롭고 비규칙적이며 수의적 이지만, 담화에서 화자의 의도나 목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언어 요소를 ‘담화표지’라고 한 것이다.

이상의 기존 연구들은 문어 담화가 아닌 구어 담화 자료를 바탕으로 담화 표지에 대한 정의를 내린 것이다. 따라서 이들 정의는 사실 ‘구어 담화표지’

를 기술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정의를 보면, 사용 의 수의성(즉 통사적인 잉여성27)), 그리고 원래의 어휘적 의미에서 벗어나

27) 일반적으로 담화표지는 통사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사용이 임의성이 높다. 발화에 실현되지 않으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통사적으로 잉여적인 성분이지만, 만약 사용이 된다면 맥락에 따른 담화 의미나 기능이 새롭게 생성되는 관계로 담화적인 측면에서 볼 때 특별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담화적으로 더 이상 잉여적이지 않고 특유한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여기에서 그냥 ‘잉여성’이라고 표기하는 것보다는 앞에 수식어를 넣 어 ‘통사적 잉여성’이라고 한정하는 것이 더 면밀하다고 판단된다.

새로운 담화 의미나 기능을 부각시켜 화자의 다양한 심리적 태도를 나타낸 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그밖에 이정애(2002)에서는 ‘화용표지’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것이 ‘구어 의 담화 상황에서 잉여적으로 사용되는 주변적인 언어 표현으로서 원래 구 상적인 어휘적 의미를 기저로 한 내용어 및 기능어가 문법화를 거쳐 점차 추상적인 화용적 의미를 획득한 담화적 장치’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러한 기술이 본고의 대다수의 연구 대상과 일치해서 ‘구어 담화표지’의 개념을 기 술할 때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다. 김태엽(2000)도 이와 같은 시각으로 문법 화의 이론을 도입하여 본디 담화표지로 기능하느냐 아니면 그 기능이 바뀌 어 담화표지로 기능하느냐를 기준으로 담화표지를 다음과 같이 유형화하였 다.

본디 담화표지: 감탄사, 부사어, 지시어, 운소(억양, 쉼, 강세)

전성 담화표지: 내용어 -> 담화표지(뭐, 왜, 이제, 그냥, -가지고 등) 기능어 -> 담화표지(요, 로, 에)

한국어교육에서는 1980년대 말에 들어서야 담화표지에 대한 연구가 시작 되었다. 그동안 담화표지에 관한 연구의 활성화로 위와 같은 다양한 정의들 이 제안되었는데 이들은 ‘구어 담화표지’의 정체성을 규정함에 있어 큰 공헌 을 하였으나 대다수는 국어학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냈다. 국어교육과 한국 어교육의 본질적 차이를 염두에 두고 구어 담화표지의 정의를 내리려면 한 국어교육의 실제성, 편의성, 용이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교육 항목 으로서의 독자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구어 담화표지가 갖고 있는 범주적 성 격도 부각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만 한국어교육을 위한 진정 한 정의28)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8) 은수림(殷树林, 2012:61)에서는 타당한 정의를 내리는 일이 쉽지 않다고 논의하면서 좋은 정의 가 되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에 충족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1) 用语简洁明了, 忌冗长含混. (용어가 간단명료해야 하고 지나치게 길거나 모호한 표현을 피 해야 한다.)

(2) 必须要揭示概念所反映对象的特有属性或本质属性. (개념이 지칭하는 대상의 특유의 속성 혹 은 본질적 속성을 필히 밝혀야 한다.)

(3) 定义项的外延和被定义项的外延应是相同的. (정의항의 외연과 피정의항의 외연이 동일해야 본 연구자는 이상의 논의에 전반적으로 동의를 표한다. 하지만 殷树林(2012)은 외국어교육을한다.)

국내외에서 담화표지에 대한 모색은 처음에 문장과 분리되어 있는 독립적 인 성분으로 사용되는 몇몇 언어 요소의 흥미로운 용법에서 대두된 것이다.

이 많은 요소들로부터 공통된 특징을 규명함으로써 담화표지의 본질을 찾아 내려고 하였다. 그러므로 ‘담화표지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추구하자면 불가피하게 ‘왜 이것이 담화표지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즉 담화 표지의 정의와 그것의 특징을 밝히는 것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놓여져 있 는 것이다. 담화표지의 구체적 특징에 대해서는 다음 부분에서 자세히 논의 하기로 하였고 여기서는 일단 이들이 지니고 있는 속성을 규정하여 종래의 범주와 독립되어 있는 새로운 범주, 일명 ‘기능 범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고 본다. 이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언어 형태들은 담화표지의 특징에 부합해야 한다. 대체로 필수적인 통사 요소가 아니라 화자에 의해 선택적으 로 사용된다는 것이며 일단 사용되면 꼭 일정한 발화 효과를 나타내며 대다 수의 경우에 그 효과에 대응되는 일정한 억양을 가지고 있다.

담화표지의 종류도 꽤 다양하다. 대부분 기타 어휘 부류에 속하는 것으로 대명사, 감탄사, 부사, 의문사 등이 포함되고 구절 형태를 지니는 일부 표현 도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대체로 문법화의 과정을 거쳐 원래의 어휘적 의 미가 탈색되면서 담화 맥락에 따라 확장된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위의 ‘일정한 발화 효과’, ‘담화 기능’은 담화표지를 해당 맥락에서 사용해 야 하는 이유에 해당된다. 주지하다시피 인간들은 일정한 목적 아래 언어를 조직·사용하는데 그 목적이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사용된 언어 요소는 존 재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특히 담화표지는 수의적인 성분으로서 언어 요 소 중에서 아주 특수한 존재이다. 이들은 화자의 주관에 따라 사용되는데 화자의 의도, 태도 등 주관화 요소를 전략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사 용하지 않으면 해당 발화 효과를 표현하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담화표지는 문법적인 측면에서는 잉여적이지만 화용적인 측면에서는 잉여적이지 않다.

따라서 이정애(2002)의 정의에 나타난 ‘잉여적’이라는 표현을 피하고자 한다.

구어 담화표지를 정의하는 데 있어 이상의 몇 가지 속성은 빼놓으면 안 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어교육을 위한 정의라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정의하 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연구자는 담화표지의 사용을 일종의 위한 논의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한국어교육의 성격에 맞는 좋은 정의가 되려면 이 상의 조건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분명하다.

문서에서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페이지 5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