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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 표시하기

문서에서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페이지 138-143)

1. 주도적 담화 운용 표지

1.2. 화제의 전개

1.2.2. 망설임 표시하기

시간벌기는 현실 대화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사용되는 기능이다. 화자는 하고자 하는 표현을 모르거나 떠오르지 않을 때, 적합한 표현을 바로바로 찾지 못하여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 여러 담화표지를 활용하여 발화의

공백을 채워나가면서 대화를 지속시킨다. 이들은 침묵하는 것보다 대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끊지 않고 유지하는 데 효과적인 언어 장치들이다. 한국 어에서 시간벌기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구어 담화표지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이, 그, 저, 이런, 그런, 어떤, 이렇게, 그렇게, 어떻게, 무슨, 예/네, 어디, 글 쎄, 이제, 좀, 그래 가지고, 뭐, 뭐랄까...

이들 중 대부분이 대화에서 많이 사용되는 반면 현행 교재에서는 아주 소 극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마 교재 편찬자들은 이들 표지가 주요 학습 내용이 아니며, 과도한 사용이 학습자들의 말하기 능력 신장에 부정적 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일부러 교재에서 빈번히 제시하지 않 았던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학습자들은 언어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의사소통 상황에서 시간을 벌기 위해 나름대로 다양한 담화표지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연구자가 수집한 대화 자료 중에서는 시간벌기 기능을 가진 담화표지의 사용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72).

[CCF23-CKF23: 한국 생활]

CKF23: 아 인천. 인천에 뭐.. 놀러 가면 뭐 재미있는 데 없어요?

CCF23: 음... 인천에는 그... 월미도 아세요?

CKF23: 월미도는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근데 직접 가보 적, 가본 적이 없어 요.

CCF23: 그게 괜찮구요. 놀이공원도 있고 바다도 있어요. 풍경은 아름다워요.

CKF23: 그래요?

72) 중국어권 학습자들의 발화 자료에서 매우 높은 빈도로 사용되는 시간벌기 기능의 담화표지는

‘어...’, ‘음....’ 등도 있다. 일례로 다음과 같은 대화를 보면 학습자들은 실제로 ‘어’나 ‘음’, ‘아’

등 망설임을 나타내는 담화표지들을 애용한다. 그러나 이들은 본 연구의 연구 대상인 ‘구어 담 화표지’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들을 논외로 한다.

[CCF26-KF10: 한국 음식]

KF10: 한국 음식은 좋아해요?

CCF26: 많이 좋아해요. 어...음...계란말이, 음...치킨, 찜닭. 다 좋아해요. 중국음식은요?

(중략)

KF10: 한국 음식을 할 줄 아는 거 있어요?

CCF26: 음... 없는 것 같아요. ((웃음))없어요. 라면 빼고.

집단 구어 담화표지의 양상 및 빈도 충 빈도 KN 그81, 좀9, 뭐42, 그 뭐3, 그냥 뭐6, 그런3, 좀 그렇게3, 근 192 CCF23: 네.

[CCF02-CCM01: 대학 생활]

CCF02: 잘 따라가는 여자야?

CCM01: 예.

CCF02: 여자를 좋아해요, 그런 여자?

CCM01: 예. 성격, 성격 중요해.

CCF02: 어떤 성격인데요?

CCM01: 좀.. 사실 나도 몰라요.

(중략)

CCM01: 근데 음. 남자 친구 음 니의 생각, 니가 생각해는 남자 친구 음 무 슨 일이 해서 너는 제일 감동적인

//CCF02: 어머나, 글쎄요.. 감동, 그냥...

CCM01: 남자 친구의 사랑을 잘 느낄 수 있는

//CCF02: 네. 저의 남자 친구는 뭐... 사소한 일이, 사소한 일에 대해

CCM01: 사소해?

CCF02: 네. 사소한 일에 대해 되게 뭐 인내심이 있어요.

[CCF06-CCF30: 한국어 공부]

CCF30: 원래는 어학원을 다녔잖아요.

//CCF06: 어학원이요?

CCF30: 그때는 두 달만 다녔어요. 어학원 수업을 끝난 후에 학교에서 현대문 화사라는 수업 하나 밖에 없어요. (3)스트레스 별로 없어요. 좋죠?

CCF06: ((웃음))제 수업이 너무 어려워요. 현대 소설 이론, 고대 소설, 아동 문화 이런...알아들을 수 없는

//CCF30: 그렇게 해야 자기 실력이 많 이 높일 수 있잖아.

위의 대화들은 중국어권 학습자들이 여러 시간벌기 담화표지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모어 화자 집단에 비해 학습자 집단은 이들 표지를 다양하게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용 빈도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표로 제 시하면 다음과 같다.

<표Ⅲ-1> 시간벌기 기능의 구어 담화표지 실현 양상 대조(단위: 회)

까9, 그니까6, 뭐지21, 뭐였지3, 그 뭐지6 CK

그150, 그런8, 좀16, 뭐16, 뭐지22, 그냥2, 이제 그2, 근데 뭐지2, 그 뭐46, 그 좀2, 무슨4, 그 뭐지6, 일케2, 이렇게2, 네2

282 CC 뭐44, 뭐지10, 그냥2, 그106, 그 뭐지4, 이런2, 그런2, 좀2 172

이때 주목해야 할 점은 ‘그’를 매우 빈번하게,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남용한 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용 경향은 모국어로부터 받은 영향 때문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개인적 발화의 버릇이라고도 설명될 수 있다. 여기서 모국 어와 목표어의 영향 관계에 입각해서 보면, 중국어는 발화 도중에 사고하는 시간을 갖고자 사용하는 담화표지의 종류가 한국어처럼 다양하지 못하며 가 장 빈번히 사용되는 것으로는 “那个……(그...)”, “这个……(이)”, “那什么(그 뭐...)” 등이 있다. 또한 교재 제시의 불충분으로 인하여 학습자들은 한국어 모어 화자가 시간벌기용 담화표지를 어떻게 쓰는지, 이들 표지 간에 어떤 미세한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직관적인 인식이 부족하다. 그 결과 그들은 모국어에 상대적으로 의지하게 되어 그것을 목표어로 전이하여 ‘그...’, ‘뭐...’

를 훨씬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밖에도 중국어권 학습자들은 한국어 지식의 부족으로 인하여 말하고 싶 은 내용을 즉각 표현하지 못할 때 상기 담화표지 이외에 모국어를 직역하여 사용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하였다.

[CCF07-CCF08: 한국 생활]

CCF07: 한국 음식 다 싫어?

CCF08: 응, 그렇게...어떻게 말해...음…맛있는 음식도 있고...근데 대부분 음식 이 다 매우잖아. 나 너무 매운 것 못 먹어.

CCF07: 아, 어울리지 않아?

CCF08: 어, 어울리지 않아.

CCF07: 어, 그럼 우리 중화요리 먹자.

CCF08: 오케이. 중화요리 먹자.

(중략)

CCF07: 그리고 멋있는 남자 너무 좋아해.

CCF08: 근데 멋있는 남자라면, 음, 어떻게 말해? 그..

//CCF07: 인기?

CCF08: 인기 많아서 음…나 매일매일 걱정하겠어.

학습자 CCF08은 ‘멋있는 남자’에 관한 발화 내용을 한국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어떻게 말해?’를 삽입함으로써 생각하는 시간을 벌고 있다.

이와 같은 사용은 CC집단 4회, CK집단 8회가 발견되었다. ‘어떻게 말해?’는 중국어 해당 표현 “怎么说呢”를 직역한 것으로 그 사용은 모국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하면 별로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적으로 모국어 전이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면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어에는

‘뭐랄까(요)’라는 표현이 있는데, 학습자가 만약 이를 선행 학습한 경험이 없 으면 ‘어떻게 말해?’는 완전히 모국어의 습관을 전이한 것으로 볼 수 있으 며, 학습한 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어떻게 말해?’를 쓰면 ‘뭐랄까 (요)?’에 대한 온전한 습득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때 ‘어떻게 말해?’의 사용 원인은 모국어의 영향과 목표어의 습득 정도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다.

1.2.2.2. 얼버무리기

‘시간벌기’와 마찬가지로 ‘얼버무리기’도 역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교육 항목은 아니다. 이는 화자가 모호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데 주로 쓰인다. 해 당 담화표지는 ‘이런’, ‘그런’, ‘이런 거’, ‘그런 거’, ‘뭐’ 등이 있다.

[CKF04-CKF05: 한국 유학 생활]

CKF05: 사실 나도 가고 싶은데 집에 가는 그 과정이 너무 귀찮아. 그리고 집 에 가면은 일주일 동안만 있으면 좋겠어.

CKF04: 오래 있으면.

CKF05: 좀... 오래 있으면은 좀 짜증나. 잠시만.

CKF04: 하하, 맞아 맞아. 나도 그랬어. 처음에 집에 갈 때 일케 어... 오랫동 안 못 만났잖아. 얼굴 못 만났고, 처음 갈 때는 부모님 되게 반갑고 맛있는 거도 해 주고, 엄청 귀여워하고. 근데 이렇게 좀 1주 지나면, 딱 1주야. 1주 지나가면 거의 다, 다, 어 일상 다 제, 그 제자리에 돌 아갔어. 뭐 그런 거. 특별하게 뭐 어... 귀여워하지도 않고, 특별하게 뭐 반가워하지도 않고 그냥 심심하, 심심해졌어, 점점. 오래 있으면 갈등도 생겨.((웃음))하하. 이거저거, 일이 많아서.

학습자 CKF04는 집에 오래 있으면 기분이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면서 일주일이 지나면 집에서 환영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집단 구어 담화표지의 양상 및 빈도 충 빈도

KN 그런 거3, 좀3 6

CK 좀4, 그런 거6, 뭐 그런 거2, 그런6, 이런 거8, 그런 그2, 이렇게4 32 CC 그런 거4, 이런2, 그런 거 좀2, 그냥2, 그런 뭐2 12

버려 모든 것이 원래로 돌아간다고 말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 전에 ‘뭐, 그런 거’와 같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다. 발화 시의 말 속도가 느 리지 않고 말소리가 현저히 낮아지며 휴지도 없어서 전형적인 시간벌기 기 능과 구별된다. 얼버무리기 기능을 보이는 구어 담화표지는 조사된 대화에 사용되는 양상과 빈도는 아래 표와 같다.

<표Ⅲ-2> 얼버무리기 기능의 구어 담화표지 실현 양상 대조(단위: 회)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중국어권 학습자는 모어 화자보다 ‘시간벌기’와 ‘얼 버무리기’ 기능을 훨씬 많이 사용하였다73). 이는 학습자 집단의 담화표지 사 용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담화 진행에서 머뭇거리거나 망설일 때가 더 많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한국어 의 지식 부족으로 인한 경우도 많고 발화 내용을 바로 말하지 못하고 생각 하는 시간을 더 갖고자 하는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었다.

1.2.3. 발화 명확성 확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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