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호응적 담화 운용 표지
2.2. 상대방 발화에 대한 비선호적 호응 표지
2.2.1. 발화 내용 부정하기
이 기능은 화자가 상대방에게 강하게 부정의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에만 사용되므로 실현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강한 부정을 표시할 때는 화자는 말투나 억양, 강세 등 음성적인 요소와 특정한 문형을 사용할 수 있 는가 하면 일부 담화표지를 동원할 수도 있다.
[1] 뭐, 무슨
81) 임선희·김선회(2014)에서 ‘네/예’의 기능들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바로 ‘청자 반응신호 기능(본 연구의 ’경청 기능’에 해당)이다. ‘예’의 경우 47%, ‘네’의 경우 53.1%, ‘예’와
‘네’를 합친 경우에는 4,045개의 용례들 가운데 2,009개의 49.7%가 청자반응신호 기능을 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친밀도가 높은 사적인 대화에서 화자는 상대방 발화 내용에 대한 강력한 부정적 태도를 표현할 때 담화표지 ‘뭐’, ‘무슨’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은 중국어 해당 표현 “什么”와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에 중국어권 학습자들은 그 용법을 잘 파악하고 있어 모어 화자에 못지않게 자연스럽게 사용하였다 (CK: 6회; CC: 3회). 아래의 예시는 몇몇 학습자들의 사용 실례이다.
[CKF06-KF02: 한국 유학 생활]
CKF06: 나 부산 아직 가 본 적이 없어.
KF02: 저도요. 한 번도 없어요.
CKF06: 진짜? 어렸을 때도?
KF02: 응. 너무 멀어.
CKF06: 뭐가 멀어.
[CCF11-CCF14: 대학 생활]
CCF11: 아니에요. 00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CCF14: 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CCF11: 왜 이런 자신이 없어~요? 예. 여기까지.
CCF14: 안녕.
CCF11: 안녕이 뭐야. 안녕히 계세요.
CCF14: 안녕히 계세요.
[CKF08-CKF09: 한국 유학 생활]
CKF08: 학교 오기 전에 이런 정보를 잘 알아야 돼.
CKF09: 왜? 나랑 무슨 상관인데?
CKF08: 뭐, 남자 친구.
CKF09: 무슨 남자친구야. 나 바빠.
CKF08: 그래.
CKF09: 시간도 없어.
[2] 글쎄
이해영(1994)에서는 ‘글쎄’의 강한 부정 기능을 다루었는데 ‘글쎄’는 상대방 의 행동, 생각, 의견, 미심쩍어하는 태도 등에 대한 단호한 금지나 부정을 통해 자기의 주장을 부각시키는 기능을 하는데 이때 ‘글쎄요’로 나타나지 않 는다. 각각의 구체적인 예문은 다음과 같다.
(1) (엄마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들에게 하는 대화) 가: 엄마가 숙제 먼저 하고 보라고 했지?
나: 아이~엄마아~이것만~
가: 글쎄!
(2) (초콜릿에 몰래 손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글쎄! 먹지 말라고 했지?
(3) 가: 너랑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나: 글쎄. 내 말 좀 들어 봐. 내 얘기는 듣지도 않고 화만 내면 어떻게 해?
(4) 가: 정말 내가 승진자 명단에 있었단 말입니까?
나: 글쎄, 내가 봤다니까요. 가서 확인해 보시면 알게 아닙니까?
(5) 가: 생각해 볼 것 없이 김민호 씨로 결정합시다. 다른 응시자들보단 그래도 낫 지 않습니까?
나: 글쎄, 더 생각해 보자니까요.
(1)과 (2)에서는 ‘글쎄’에 강세를 두어 발음함으로써 해당 행동에 대한 강 한 금지를 나타낸다. (3)에서도 상대방의 행위에 대한 금지 태도를 보이지만 강한 권고 내지는 부탁의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억양이 (1), (2)와 다르게 나타난다. (4)와 (5)에서는 각각 상대방의 미심쩍어하는 태도와 의견에 대한 단호한 부정을 나타냄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고 있다(이해영, 1994:142-143). ‘글쎄’의 이러한 용법에 대응되는 중국어 표현은 고정되어 있 지 않다. (1)과 (2)에서처럼 아랫사람에게 강력한 금지를 나타내는 경우 “不 行!(안 돼!)”를 사용하거나 경고의 의미로 어기사를 사용하여 높고 강하게 발음하는 방법(예: 嗯↗) 등이 있다. 예문 (3)-(5)의 경우에는 굳이 번역하지 않아도 되며 비슷한 말투를 전달하는 상투 표현으로 ‘글쎄’를 번역해도 된 다. 이처럼 한·중 대응 양상이 명확하지 않아 중국어권 학습자들은 ‘글쎄’의 이러한 용법을 상당히 어려워할 것이라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게다가 교재 에서 이에 대한 제시가 부재하기 때문에 학습자의 능숙한 사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학습자의 발화 자료에 이러한 기능을 보이는 ‘글쎄’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3] 어디
담화표지 ‘어디’는 상대방의 발화 내용을 비교적 강하게 부정할 때도 자주 등장한다. 이때 주로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의 대화에서 응답표지로 쓰이는
데 그 사용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오직 ‘어디’만을 사용하 여 부정하는 것과 ‘어디’로 부정한 다음 해당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이 다.
가:이번 여름 방학에 중국에 좀 갔다왔어?
나:어디.
哪儿啊/哪儿呀。
위의 예문은 ‘어디’의 주어진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전형적인 부정 기능을 잘 보여 준다. 중국어의 경우에 “哪里”보다는 “哪儿”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 이며 뒤에 “啊”나 “呀”도 붙는다. 한국어든 중국어든 단순한 부정을 나타내 는 표현은 ‘아니’와 “不是”/“没有” 등이 있는데 ‘어디’와 “哪儿啊/哪儿呀”는 이들보다 그 부정의 의미를 훨씬 강력하게 전달하는 어감을 가지고 있다.
부정 기능의 ‘어디’는 이러한 특수한 용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 집단의 대화 자료에서 한 번밖에 사용되지 않았다(CC: 1회). 학습자들을 대 상으로 하는 인터뷰는 원인 전체를 피력할 수 없으나 일부분은 밝혀 주었는 데 학습자들은 보편적으로 쓰이는 부정 기능의 담화표지(예: 아니야)를 사용 하거나 억양 변화를 통해서 강한 부정 태도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그것이다.
[CCF03-CCF04: 대학 생활-수업]
CCF03: 그런데 때로는 이런 성격 더 좋을 것 같아. 다 생각하고 나서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더 침착할 수 있단 말이야.
CCF04:: 음, 그런데 망설일 때는 더 많은 것 같다. 생각이 갈 때 너무 많아 서.
CCF03: 봐 봐. 또 걱정하고 있네.
CCF04:: 어디~ 내 성격이 분석하고 있는 뿐이야.
CCF03: 아, 그래?
2.2.1.2. 완곡하게 부정하기
상대방의 발화를 직접 부정할 때 사람들은 보통 ‘아니다’ 등 부정사를 사 용하지만 직접 부정하기가 어색할 때, 또는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
으려고 할 때 완화적 언어 장치를 선호하게 되는데 ‘글쎄(요)’는 바로 그 중 의 하나이다.
[CKM01-CKM02: 유학 생활-여자 친구]
CKM02: 그래서 나 여자 친구 없단 말이야.
CKM01: 그럼 니가 그렇게 생각하면 니가 앞으로 여친도 없을 거야.
CKM02: 글쎄. 열심히 하면 일 열심히 하고 돈 아마 많이 벌 수 있어.
//CKM01: 벌 수 없거든. 문제지.
이상의 예문에서 ‘글쎄’는 앞으로도 여자친구가 없을 것이라는 상대방 발 화에 대한 부정 태도를 보인다. 이때의 ‘글쎄(요)’는 완곡한 부정을 나태나는 것으로 2.2.2.1.에서 언급했던 ‘강하게 부정하기’ 기능의 ‘글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자 태도에 달려 있는 말투와 세기의 차이이다. 또한 2.2.4.에서 다룰 ‘완곡한 거절’ 기능과 다르게 여기서 ‘글쎄(요)’는 선행 발화가 요청, 제 안, 부탁이 아닌 일반적 진술 내용을 담고 있으며 화자가 이에 전적으로 동 의하지 않고 이의를 완곡하게 표시할 때 실현된다. 응답 발화를 시작하자마 자 ‘글쎄’를 넣으면 곧 이어져 발화될 내용이 선행 발화와 일치하지 않는 내 용임을 상대방에게 예고해 주는 발화 효과를 얻게 된다. 중국어의 해당 표 현 형식으로는 어기사나 부드러운 말투, ‘꼭 그런 것이 아니다’ 등의 비슷한 어휘나 문장 등이 있다. 이처럼 한국어와 중국어는 일대다로 대응되고 있고 대부분의 한국어교재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학습자들은 이 기능의 ‘글쎄(요)’를 비교적 활발하게 사용하였다(CK: 10회; CC: 2회).
이어서 화자가 상대방으로부터 칭찬을 받을 때 겸손하게 부정하는 경우를 보자. 이때 구어 담화표지 ‘어디’가 주로 사용된다.
가: 자네 이번에 큰 일을 했더구먼. 축하하네.
나:어디 제가 잘 해서 됐나요? 운이 좋았어요. (이한규 2008:26) 哪里/哪里哪里, 我也没有做得很好, 运气好而已。
이 상황은 화자가 청자를 높여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자세로 청자의 칭찬 을 완곡하게 부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여기서 ‘어디’는 부정의 의사를 다소
강조하고 있으나 그 말투가 부드러워진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경우 중국어에서는 “哪儿” 대신 “哪里”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리고 “哪 里”는 ‘어디’와 다르게 문장에 통합되어 쓰이지 않고 대부분 단독으로 쓰이 는데 한 번 나타나거나 중첩형 “哪里哪里”의 형태로 사용된다82). 중첩형인
“哪里哪里”는 “哪里”보다 그 겸손한 정도가 더욱 높다. 이 기능의 ‘어디’는 역시 모든 조사 대상자에 의해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다. 그 원인은 대화참 여자의 관계와 대화 상황이 지니고 있는 제한으로 파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