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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을 쌓을 수 있는 교육기관

문서에서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페이지 188-192)

나 그런 경우가 많지 않거든요? 그냥 학생들이 알아서 해가는 거에요. 그렇다 보니까 솔직히 말해서 퀄리티가 개판이에요. 제 가 5학년 때는 황금비 관련 연구만 한 3명 나왔고, 프랙탈 몇 명 나오고 확률 한 2-3명 나오고 그러는 거에요.

연구자: 다 거기서 거긴가?

안영우: 심지어 내용도 다 비슷비슷하고. 그니까 피보나치 수열을 한다 해도 되게 [파고] 들어갈 수 있는 데가 많잖아요? 피보나치가 얼마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근데 실제로 탐구 내용을 보 면 다 그냥 해바라기 씨 얘기하고 있고. (웃음) 황금비와의 관 련성 얘기하고 있고, 이 정도 거든요? (중략) 그래도 잘하는 애 들도 있긴 하죠, 거기도 물론. 하지만, 한 70% 정도는 그냥 무 난한, 네이버에 치면 나올 것 같은 주제를 해오는 거죠. 근데?

이게 대학부설은 좀 다르더라고요.

그나마도 영재교육원에 다니지 않아 탐구 경험이 전무한 학생이라면, 설령 공부를 곧잘 하는 학생이더라도 탐구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과학 탐구 활동의 경우에는 학교 현장에서 지도가 어렵다 보니 이를 직접 도와줄 수 없는 부모는 주변에 과학을 잘 아는 인맥을 동원하거나 사교육에 의지했다. 연구참여자들은 부모가 모두 학력이 높 고 자녀에게 직접 수업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육적인 개입을 했기 때 문에 탐구와 관련해서는 사교육을 받진 않았지만, 다른 친구들의 경우에 는 문·이과를 막론하고 고액의 사교육을 통해 탐구보고서를 작성한 사례 를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박재혁: 제가 학교에서 탐구발표대회를 해서, 제가 [서울대] 영재원에서 했던 주제를 좀 떼와 갖고 1등을 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제 가 과학실에 가서, 과학 선생님들이랑 엄청 친하니까 애들 걸 좀 몰래 봤는데, (중략) 체계적으로 되지 않은 그런 것들이 되 게 많은 거에요.

김리온: 저희는 탐구대회. 솔직히 말해서 이거 얘기하면 될지 안 될지 모르겠는데 학원에 부탁해요.

최인규: 다 그래, 다 그래.

안영우: 그래? 그런 거야?

김리온: 아니 그런데 대부분이, 근데 저흰 다 그래요.

안성민: 저희 학교가 특히 심한데, 저는 안 그래요. 왜냐면은 저는 초등 학교 4학년 때부터 그런 거 많이 해봤고, 그래서 굳이 뭐 학원 에 부탁할 것까지 있나? 돈 들여가면서. 그런데 다른 애들 말 들어보면 막, 그거 한번 하는데 몇백만원씩 들고.

이러한 학교의 현실 속에서 대학의 교수와 대학원생이 탐구 활동을 지 도하는 대학부설 과학영재교육원에서의 교육은 비교적 체계적인 과학 탐 구 방법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물론 교수자의 의지나 과학영재 교육원의 교육체계에 따라 탐구 지도의 수준이 천차만별이긴 했지만, 서 울대 과학영재교육원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자유탐구 활동을 강조하는 교 육과정 덕분에 수업의 상당 시간이 실험과 탐구 활동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이 과학영재교육원 심화과정과 사사과정에서 수행했던 여러 탐구 활동은 자유탐구 보고서의 형태의 산출물로 결실을 맺기도 했지만, 연구참여자들의 이야기에서 나타나듯 탐구 과정의 일부를 정리하여 탐구 대회에 참가해 수상실적을 쌓거나, 고등학교 입시 당시 자기소개서에 해 당 내용을 상세하기 기입하여 다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더 경쟁력있는 스펙을 쌓을 수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의 이야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다 름영재고에 우선선발된 안영우의 경우, 영재교육원의 활동을 통해 자기 소개서에 “쓸 공간이 부족하다 할 정도로” 빽빽한 탐구 경험을 기록할 수 있었고, 두리고에 합격한 박재혁은 면접 당시 자기소개서에 기입한 탐구에 대한 질문에 어느 지원자보다도 전문적이고 자기주도적인 답변했 던 것이 합격의 중요한 이유라고 평가했다.

박재혁: 진짜 영재원에서 했던 활동들이 너무 많이 도움이 됐어요. 제 가 뭐를 했냐면, 제가 심화반 때 망한 탐구 있잖아요? (웃음) 그걸, 그니까 뭐냐면 조작한 것도 아니고 덧붙인 것도 아니고, 딱 어디까지만 썼냐면, 이제 ‘화장품에 들어 있는 파라벤 성분

을 가지고 탐구를 했다’까지만 딱 했거든요. 딱 그거까지만 썼 어요, 자소서에. 면접에서 그거에 대한 질문이 많이 들어오더라 고요. 제가 면접 보기 전에 그거에 대해서 자료조사를 쫙! 했어 요. (중략) 제가 면접을 딱 보고 나서, 그 있잖아요? ‘오, 잘봤 다! 잘봤다!’라는 생각이 딱 든거에요.

연구자: 아, 진짜? 딱! 느낌이 왔어요?

박재혁: 그니까 제가 준비했던 질문에서 다 나왔어요. 그래갖고, 게다가 뭔가 긴장? 오히려 긴장이 안 되고 광분 해가지고. (웃음)

입시 전문학원의 매개를 통해 보편화 된 영재고 입시의 통념은 지필고 사가 당락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많은 영재고 지원자들은 학원의 논리에 따라 영재교육원 등에서 탐구 경험을 쌓기보다는 학원에서 수학·과학 분 야의 지식을 더 많이 습득하고, 학교별 지필고사 유형에 맞는 모의고사 를 통해 문제 풀이에 몰두하며 영재고 입시를 준비했다.

연구참여자들 또한 지필고사 단계에서 가장 많은 탈락자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학원가의 통념을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성적을 받더라도 탐구와 관련된 다양한 스펙을 쌓아두게 되면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하여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혹시 영재고 입시 에 탈락하게 되더라도 영재고 지필고사 성적은 사라지지만, 스펙은 여전 히 남아 과학고나 자사고 입시에 활용할 수 있었다. 이들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다른 지원자들과는 차별화될 수 있는 스펙을 쌓는 데 큰 가치를 두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과학영재교육원은 고등학교 입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관으로도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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