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법적안정과 신뢰보호
1. 문제 간추림
기존의 우리 법학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온 근저에는 첫째, 법 률문제에 대한 너무 이론적인 접근만을 주로 한다는 점, 둘째 실무경 험이 뒷받침되지 않은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치는 법학교수가 교 육의 주체라는 점, 셋째 이렇게 배양된 법학은 산업화나 도시화, 정보 화로 급속하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부응되지 못하는 법적 접근이 되고, 베버의 형식적 합리성으로 성격지워질 만한 해석법학
3) 양승규 박길준, 한국법학교육(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1967), 8면.
또는 분석법학에 머물게 됨으로써, 이러한 법학교육을 받고 사회에 배출되는 법률가의 思考가 사회현실이나 변화와 동떨어진 법학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하였다. 법학이라는 것이 이론적인 것임 과 동시에 실제적인 학문이어야 함에도 법학교수를 위주로 하는 법학 이라는 학문의 연구가 이론적인 한 면에만 심하게 치우쳐서 전개되고 발전됨으로서, 법현실 속에서의 현장감이나 실제감을 상실했다는 지 적인 것이다.
물론 헌법이나 행정법을 그 중심 내용으로 하는 공법학은 분명한 학문이며, 학문연구는 이론적인 영역을 벗어날 수 없고 벗어나서도 안된다. 따라서 여기에서의 논의는 원리나 원칙을 체계화하고 규명하 는 학문의 본질을 탈피하자는 것이 아니며, 학문연구를 그 전문직업 으로 영위하고 있는 우리들 공법학자의 또 다른 한면인 공법학교육을 위한 연구영역 또는 연구방법의 변화를 수용하자는 제안을 하고자 하 는 것임을 우선 밝혀둔다. 공법학자들에게 연구와 교육은 불가분의 관련성을 갖는 것이며, 연구의 내용과 결과가 그대로 교육에 반영된 다는 점에서 논의의 실익을 갖는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법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의 연구와 교육상의 시각과 태도를 바꾸어 보자는 움직임은 이미 1920년대의 미국에서 진행된 바 있었다. 미국
에서 1920년대에 법학자들을 중심으로 했던 법현실주의운동이 그것이
며, 이 운동은 그 당시의 미국 법학자들의 사고방식을 일대 전환시키 는 계기가 되었고, 이 여파로 2차 대전 이후의 미국의 법학연구와 교 육은 더 현실에 밀착된 형태로 발전되었다고 평가된다.4) 그리고 그 발전의 흐름 속에서 정책지향적인 과정법학이 탄생하였으며, 법적 판 단을 단순히 법규범이나 법원리의 적용에 한정시키지 않고 법정책이 나 전반적인 국가정책을 고려하며 보다 효율적인 사회체제를 형성하
4) 최봉철, 법현실주의, 미국학 제19집(1996), 59-102면.
는데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5) 즉 미국에서의 법현실주의 운동은 사회 속에 살아 있는 법을 발견하려는 운동임과 동시에 법에 의한 사회변화에 주목하는 운동6)이었다고 할 것이다. 사법부 뿐만 아 니라 법률가, 그리고 법률가를 양성하는 교육주체인 법학자들도 건설 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고 그로 인해 공동체 내에서 신뢰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변화의 움직임이었 다. 이러한 미국의 법현실주의 운동의 주류적 전환의지를 우리 공법 학 연구에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의식의 공유를 통한 전환 의 수용은 우리 공법학 연구자들의 연구방향을 보다 현실적이고, 개 방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관점의 거시적이고 시대에의 적실성 있는 흐 름으로 변화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공법학 연구의 시각전환을 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법학교육의 목표와 관련된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을 안내하는 자는 법학교수이어야 하는데, 그는 과거에 그 길을 여행했기 때문에 학생 들에게 안내할 그 길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러나 법학을 가르치는 것 이란 변호사사무실에서 얻은 경험도 아니고, 사람을 대하는 데서 얻 은 경험도 아니고, 소송이나 사건의 줄거리에서 얻은 경험도 아니며 간단히 법을 사용함으로써 얻은 경험이 아니라, 법을 공부함으로써 얻은 경험인 것이다.7)”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법학자의 법공부는 교육의 바탕이자 전제적 요소이므로 양자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 것 이다. 우리 법학교육의 목표가 일반교양교육인가 전문교육인가와 관 련된 이전에 있어왔던 적잖은 논의들8)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으로
5) 김정오, 세계화와 법학교육: 미국과 유럽의 대응, 법학연구 제7권(연세대학교 법
학연구소, 1997. 10), 175면.
6) 최대권, 미국 사회에 있어서의 지적 흐름에 관한 연구: 법학교육을 중심으로, 미 국학 제20집(1997), 168면.
7) Charles P. Irish(이동수 역), 미국의 법학교육사, 법학연구 제7권(연세대학교 법학 연구소, 1997. 10), 59면.
8) 김철수, 한국법학교육 연구의 현황과 개선방향, 법학논총 1(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일단락되었으며, 그 단락의 내용이 바로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법학 교육은 법률가 양성교육이라는 것이고 이로 인해 공법학 교육 또한 전문 내지 직업교육으로의 새로운 방향전환을 모색하게 되었기 때문 이다. 법학교육의 목표와 방향이 전환되었다는 것은 법학교육을 위한 공법학 연구의 방향과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고, 달라지는 방향성과 내용에 대한 검토는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법학자들이 법학교육을 통해서 전문직업인으로서의 법률가를 양성함에 있어서, 우리 사회환경의 변화, 즉 후세대 법률가들이 직면 하게 될 국내외적 상황이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직면 하여 법률가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떠 한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파악해야만 하고, 그러한 능력을 배양 케 하는데 필요한 항목들을 연구의 내용과 방법에 접합시켜 나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 사회 속에서 상호복합적으로 얽히게 되는 현상들로 인해 앞으로는 법률가들이 법지식만을 가지고서 사태를 해 결할 수 있는 영역은 점차 협소해 질 것이라는 점도 학문연구의 체계 를 급변하게 할 예상요소이고, 이러한 사회적, 학제적 변화는 법이론 연구 영역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인류학, 경제학, 역사, 철학, 사회학 등 다른 학문과의 긴밀한 교류연구가 더욱 강화되 어야 하며, 법에 대해서 연구하고 사유하는 방식에서도 이러한 관점 들은 적극적으로 수용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