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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중간지대, 웰컴 투 동막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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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대관령

쉼터

2005·제3호

이념의 중간지대, 웰컴 투 동막골

서 효 원

/ 작물과·농학박사

강원도의 투박하고 무심한 사투 리는 가끔 코미디나 개그에서 희화되어 그 촌스러움으로 웃음 을 짓게 만드는 소재로 등장하 곤 한다. 그러나 약간의 시대성 이 반영되고 작가주의가 가미된 아주 재미있고 이색적인 한편의 영화를 통해서 강원도 사투리는 이념적 중간성이라는 새로운 신 조어를 생각하게 한다.

작가와 감독이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이 중간적인 강원도 사투리를 잘 아는 나로서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듯한 말끝의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 아니래요? 혹 은 ... 아니래요. 모두 남 말하듯 한다.

뻔한 시대 배경에 왜 하필 존재하지도 않는 유 토피아로 강원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이 사 는 동막골로 설정했을까? 강원도는 아직도 유 일한 분단지역이며, 언젠가 합쳐지겠지만 아 직 어느 한편에 완전히 속하지 않고 남북한에 서 같은 도(道) 명칭을 쓰고 있는 지역이다. 한 국전쟁 이전까지 내 고향 양양은 38선을 사이 에 두고 현남과 현북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지 금도 억양과 말투가 분리된 특이한 지역이다.

38선 이북은 북한 억양이고, 이남 지역은 우리 가 아는 강원도 사투리를 쓴다. 기실 이 영화에

서 쓰는 사투리의 정확한 지역 은 38선 이남 강원도 사투리라 고 해야 옳다. 이 의미는 배우들 의 대사를 통하지 않았어도 한 국전쟁은 북한이 먼저 시작했다 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인천상 륙작전 이후 인민군이 후퇴하는 과정의 에피소드인 것을 영화 초반에 충분하게 알렸음에도 감 독은 역사적 사실 전달에 지나 치게 충실하고 있다. 전쟁의 시 작을 북쪽에서 시작했다는 인민군 장교의 대 사로 터져 나오는 관중의 웃음은 이제 더이상 그런 말은 듣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으며, 아 이제 그만하라는 의미일 수 있다. 사실 한국전 쟁이라는 소재에서 희극적 코드는 어울리지 않는데도 말이다. 알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에서도 우리는 전쟁영화 속에서의 희화된 장면들은 결국 부조리일 수밖에 없다 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 영화와는 이런 면에서 통하는 구석이 많다.

미군과 국군이 인민군보다 더 잔인하게 묘사 되고 인민군이 오히려 더 친근하게 묘사되고 있는 부분이 그다지 거부감으로 느껴지지 않 았던 것에서 나를 포함해 이 영화를 본 많은 사 람들은 이데올로기에 의한 사고의 고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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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지농업연구소

대관령 쉼터

벋어났다는 쾌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대박이 터진 지금에도 특별히 문제시하지않는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는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

에서 보여준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 영화 의 일부 장면으로 인해 빚어졌던 해프닝들을 생각해보면 ‘참 빠르게도 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영화를 통 해 감독은 어느 한편을 배려하지도 또한 배제 하지도 않았고, 이 시대에 팽배한 극단의 이념 적 성향 어느 편과도 타협하지 않은 감독의 소 신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양자의 눈치도 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러면서도 역사적 진실을 회피하지도 않았다.

어느 해 6월 광화문 앞에서 호헌철폐와 독재타 도를 외치던 그 386세대인 나는 또한 반공교육 을 받으며 성장한 세대이기도 하다. 감독 역시 같은 세대를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그러한 교 육으로 인해 내재할 수밖에 없었던 이념적 울 타리를 뛰어넘고자 한 흔적을 영화 속 곳곳에 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시작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인민군 장교의 입을 통해 말하게 한 감독의 배려(?)는 같이 영화를 본 아 들 동영이에겐 교육적이기까지 하다.

아무튼 이 영화는 이념의 벽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 동막골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강원도 사투리로 설정한 기막힌 발상으로 강원도 사 투리가 풍기는 지역적 이미지와 남 말하듯 하 는 중간적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했다는 점에 서는 작가와 감독에게 찬사를 보낼만하다. 극 중에서 강원도 사투리를 ‘완전 찐때이’로 구사 하는, 맛이 살짝 간 아가씨 여일(강혜정 분)은 아마도 한때 강원도 사투리로 인기 있었던 개 그맨 심원철의 작품이었을 것이라는 내 추측 이 맞았다는 것을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로 어 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영화 때문일까, 최근 여러 방송에서 개그맨이나 가수들이 ‘임 내’(흉내의 강원도 사투리) 내는 강원도 사투 리는 제대로 된 경우가 많다. 여전히 웃기고 촌 티가 나지만 제대로 쓰는 강원도 사투리는 역 시 나에겐 정겹게 들린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한 편의 영화로 인해 치우치지 않은 이념의 언 어로 강원도 사투리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당시 강원도에는 팝콘용 옥수수를 심지 않았 다는 둥, 감자 품종이 수미인 것같다는 둥 누리 꾼들의 딴지는 들이대고 판단할만한 이념적 허점이 이 영화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 문이다. 그런 면에서 참 좋은 영화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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