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일_2019.04.10 심사기간_2019.05.01-14 게재확정일_2019.05.15
알베르토 메다의 기술융합 디자인 리서치와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에 관한 연구 -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중심으로 -
A study on Alberto Meda’s Technological Convergence Design Research & Collaboration Projects - Focused on the 1980s and 1990s -
양영완_홍익대학교 조형대학 디자인컨버전스학부
Yang, Young Wan_School of Design Convergence, College of Design & Arts, Hongik University
차례 1. 서론
2. 알베르토 메다와 기술융합 디자인 2.1. 알베르토 메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 2.2. 테크놀로지 중심적 디자인 접근 2.3. 디자이너로서의 알베르토 메다
3. 알베르토 메다와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3.1. 콜라보레이션의 선각자 알베르토 메다 3.2. 파올로 리차토의 융합적 사고
3.3. 데니스 산타키아라의 도전적 실험주의
4. 결론 및 제언
참고문헌
알베르토 메다의 기술융합 디자인 리서치와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에 관한 연구 -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중심으로 -
A study on Alberto Meda’s Technological Convergence Design Research & Collaboration Projects - Focused on the 1980s and 1990s -
양영완_홍익대학교 조형대학 디자인컨버전스학부
Yang, Young Wan_School of Design Convergence, College of Design & Arts, Hongik University
요약 본 연구는 이탈리아 산업디자이너 알베르토 메다의 디자인 리서치 방식과 콜라보레이션 사례 등을 집중조명하
고 분석하여 국내 디자인계 패러다임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불리한 조건 과 한계를 극복하고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놓은 그의 업적을 본보기로 삼아 학문 간의 경계를 허물고 협력하는 융합적 해결 방안의 길을 찾자는 것이다. 본론에서는 첫째, 알베르토 메다가 주로 1980년대~90년대 에 디자인하고 생산되었던 제품들을 선정하여 사용 소재 및 구조 등 기술융합적 리서치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둘째, 디자이너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기술적 경험과 노하우가 디자인 차별성에 기여했던 긍정적 요인들을 찾아보았다. 셋째, 자신의 부족한 부분은 콜라보레이션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사례들을 조사하 였다. 메다의 작품들 가운데 오피스용 의자와 조명기구 개발사례 위주로 연구한 이유는 일반적 제품들과 비교해 적용기술과 재료에서 기술적 제약이 있고, 생산과 제조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요구되는 제품군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가 기계공학도로서 접근하고 제시했던 다양한 결과물들은 혁신성과 독창성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디자인과 기술력은 독립된 것이 아니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제 품디자인 개발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미학적 요소와 기술적, 실험적 요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 지 식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함을 실제적인 사례들로 증명하였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메다의 융합적 사고와 디자인 리서치 결과는 제품디자인 개발 프로세스에 도입하고 적용시키는 사례로 활용될 것을 기대하고 제안한다.
The aim of this study is for providing a challenge to the perspective in the design paradigm of Korea by focusing and analyzing the research methods and collaboration cases of Italian industrial designer Alberto Meda. From his achievements which came from his effort of overcoming the limitations as an engineer, this study regards his design process as a convergent solution to break the boundaries between industry and academia. Contents of this study have three stages. First, it includes the analysis about selective his work which was designed and produced in the 1980s and 1990s and focuses on his convergence research of technology, material, and system. Second, this study seeks and shows the critical factors of his engineering background that contribute to his work in his designer period. Third, this study examines the cases when he solved the problem and covered his weakness by collaboration. This study is mainly focused on the development of office chairs and lighting objects which have limitations in applied technology and materials, and require collaborations with various fields in product production and manufacturing process. His various approaches, which he presented as a mechanical engineer, were noted for its innovation and originality. In here, design and technology were not independent but complementary. In addition, he has been demonstrated the importance of actively embracing professional knowledge in a variety of fields, such as aesthetic factors, technical and experimental factors, for successful results in product design development process. This study suggests that Meda 's convergent thinking and design research results derived from this study present a convergence design case example which applied to the product design development process.
중심어
알베르토 메다 기술융합 디자인 리서치 콜라보레이션
ABSTRACT Keyword
Alberto Meda technological- convergence design research collaboration
본 연구는 2015학년도 홍익대 학교 학술진흥연구비에 의하여 지원되었음.
1. 서론
알베르토 메다(Alberto Meda)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현역 산업디자이너 중의 한 사람이다.
비슷한 연배의 디자이너들과는 다르게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우리나라의 경 우에 그 정도가 심하겠지만 디자인 선진국인 이탈리아에서도 미술이나 디자인, 특히 건축학전 공이 아닌 디자이너가 주목을 받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이는 이탈리아 출신 유명디자이너들의 개인 프로필을 조사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알베르토 메다가 이른바 주류에 속하기에 불리한 출신 배경과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인정받 고 있는 이유와 근거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건축이나 미술 분야에서 소위 거장들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하고 평가하는 연구는 그들의 사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며,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생존해 있는 현역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그와 관련하여 본고 이전에 발표된 국내 석박사 학위 청구논문이나 각종 학회의 발표논문을 찾아볼 수 없음은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주류 출신의 디자이너가 이루어놓은 디자인 업적을 연구해보고자 하는 이유는 그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경력과 연구 형태, 어프로치 방식 등이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지, 벤치마킹할 만한 교훈적 메시지가 있는지를 찾아보기 위함이다. 본 연구 를 통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한 사람의 디자이너를 대중적 영웅이나 스타로 추앙하려는 의도 는 전혀 없다. 단지 형식이나 관습에 매달리는 구태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 저변에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각광 을 받으며 이종학문 분야 사이의 협업 내지는 통합, 연계 연구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 분야의 선각자라고 할 수 있는 그가 지향하고 있는 진정한 콜라보레이션의 방향과 비전을 탐색해보는 것 또한 본 연구의 목적이다. 연구 방법으로서 알베르토 메다 관련 단행본과 정기간행물, 인터넷 자료들을 중심으로 그의 엔지니어 경력, 디자이너 전향 이후, 콜라보레이션 활동 등으로 나누어보고 이를 연계시켜가며 조사하였다. 아울러 조명기기와 사 무용 의자 등 그가 디자인한 대표적인 아이템들을 대상으로 사용 재료와 구조적 특성에 집중하 여 분석하였다. 연구내용에 신인도를 높이기 위하여 아이템들을 직접 사용해본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그것들의 재료 및 구조적 검증, 실측 데이터 등을 활용한 분석 자료들을 연구에 반영하 고자 하였다.
2. 알베르토 메다와 기술융합 디자인 2.1. 알베르토 메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
알베르토 메다는 1945년 이탈리아의 밀라노 북부 트레메지나(Tremezzina)에서 출생하였다.
메다는 마에스트로(maestro)라고 불리는 거장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탈리아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건축가 출신이 아니고 엔지니어 출신으로 산업디자인, 특히 가구와 조명제품 디자인 분야 에서 차별화된 콘셉트와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며 활동하고 있다. 1969년 밀라노 공과대학 (Politecnico di Milano)에서 기계공학(mechanical engineering)과를 졸업한 후 1973년부터 1979년까지 세계적인 가구메이커 카르텔(Kartell)사에서 플라스틱가구 개발 프로젝트의 테 크니컬 디렉터(technical director)로 일했다. 1979년 이후에는 자신의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프리랜서로서 프랑코 라치(Franco Raggi)와 데니스 산타키아라(Denis Santachiara) 등과 교 류하면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하였다. 당시의 주요 클라이언트로는 알파 로메오(Alfa Romeo), 알리아스(Alias), 알레시(Alessi), 치넬리(Cinelli), 만다리나 덕(Mandrina Duck) 등 이 있었으며 자동차, 가구, 주방용품, 자전거, 슈트케이스 등 다양한 아이템을 디자인하고 개발 하였다. 1982년부터 1986년 사이에 알파 로메오사의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에 컨설턴트로서 활약했던 메다의 기술적 경험은 1990년 만다리나 덕에서 생산된 슈트케이스 <탱크(Tank)>
디자인으로 이어 열가소성수지 폴리프로필렌 블로잉(blowing)기법은 슈트케이스 프레임의 성형과 제작에 응용되기도 하였다.
특히 가구디자인에서 ‘(반)투명성’이라는 주제는 메다의 또 다른 중요 관심사이자 테마였다.
<그림 1> Alberto Meda
1987년 알리아스사에서 생산된 <라이트 라이트(Light Light)>는 1957년 이탈리아 건축가 지오 폰티(Gio Ponti)가 디자인했던 <슈퍼레체라(Superleggera)>의 명성을 이어받아 세상 에서 가장 가벼운 의자의 대명사가 되었다. 카본 파이버(carbon fiber) 매트릭스를 주재료로 하였고, 노맥스 하니콤(Nomex-honeycomb) 코어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제품명에 걸맞게 무 게가 고작 2파운드(약1kg)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비행기나 경주용 자동차에 쓰이는 복합재료 를 가정용 제품에 적용시켜 제작 생산되었다. 메다는 엔지니어답게 끊임없이 새로운 재료의 사용 가능성과 그것들이 제공할 수 있는 적합한 형태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연구하였다. <라 이트 라이트>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영구 소장작품으로 선정되었다. 그림2,3)
<그림 2> Light Light 아이디어 & 디테일 스케치 <그림 3> Light Light 1987
메다가 특수한 소재를 즐겨 사용하는 것은 그가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전력 에 기인하고 있다. 그는 70년대 카르텔사에서 테크니컬 디렉터로 지내는 동안 플라스틱재료의 개발에 필요한 필수적인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으며, 카르텔사는 디자인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선도적 가구메이커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과 성향은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되어 시적(poetic)인 느낌을 줄 정도의 유려한 형태를 갖춘 제품개발에 원동 력이 되었다. 이는 루체플랜(Luceplan)사를 위해 디자인했던 <로라(Lola)>, <베레니체 (Berenice)>,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등 유명한 조명기기 디자인을 통해 확연하게 드 러났다. 그중에서도 그의 가장 성공적인 디자인은 파올로 리차토(Paolo Rizzatto)와 함께 개발 한 램프 <티타니아(Titania)>였다. 전체적인 구조에 하이테크를 추구하고 마치 공중에 떠 있는 UFO를 연상시키는 듯한 신비스러움이 느껴지는 형태였다.
이 천장형(ceiling)램프는 조금 복잡하고 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련되고 사용하기도 쉽다.
층판 형태의 라멜러 알루미늄(lamellar alluminium)으로 만든 타원형의 외관에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인쇄된 카보네이트 재질의 블레이드를 광원이 있는 외부 쉘에 끼우면 녹,황,청,적(또 는 보라) 등의 색조로 바뀐다. 교환이 가능한 블레이드는 중심부에 있는 광원의 반사판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전구의 열을 방출시키는 것을 돕는다. <티타니아>가 클래식한 독서용 램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은 명백하지만 그 디자인의 콘셉트와 기원은 에테르(Ether)1)에서 온 것처럼 보인다. 고도의 기술을 적용했으면서도 동시에 오르가닉(organic)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현대적이면서도 장식적인 면을 겸비하고 있다. 아마도 엔지니어로서의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는 메다의 작품으로는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2) 그림4)
1) 에테르(Ether);에테르는 ‘맑고 깨끗한 대기(大氣)’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빛의 파동설과 함께 탄생하였다. 빛을 파동으로 생각했을 때 이 파동을 전파하는 매질(媒質)로 제안되었던 가상의 물질을 말한다. 에테르는 광학과 전자기학 등의 진보와 더불어 발전하고 변천해 왔으나 실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더 이상 논의되지 않고 있다. (http://www.doopedia.co.kr 두산백과)
2) Phaidon Design Classics vol.3, Phaidon Press Limited, 2006. p.883
<그림 4> Titania 1989
2.2. 테크놀로지 중심적 디자인 접근
프로젝트의 출발점을 스타일링이 아닌 정교한 구조적 관점에서 시작하는 메다의 디자인 리서 치는 “보다 복잡한 테크놀로지는 심플하고 실용적인 물건을 만드는데 더 적합하다.”는 그의 역설적인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1997년 비트라(Vitra)사를 위해 디자인한 사무용 의자 <메 다 췌어(Meda Chair)>는 훨씬 더 복잡한 테크놀로지를 적용했지만 외형은 심플하였고 기계 적인 매커니즘은 기능적이면서도 복잡하지 않았다.
메쉬(mesh) 소재를 의자 등받이로 사용하였고, “의자는 가벼워야 한다.”라는 그의 평소 신념 을 그대로 반영시켜 디자인한 결과였다. ‘가벼움’에 집중한다고 해서 ‘편안함’을 포기했던 것은 아니었다. 사용자, 즉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르는 기능적인 디자인을 표방하고 추구하였으 며, 인체공학적 설계로 가벼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이 의자 시리즈는 하이테크적인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기계적이지 않으면서도 미적인 형태의 디자인을 인정받아 다수의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였다. 그림5)
앞장에서도 언급했지만 메다가 그의 디자인 결과들에서 증명된바 있는 제품의 구조적 적합성 과 시각적 일관성은 다른 디자이너들과는 달리 기계공학도 출신이라는 그의 배경에 기인하고 있다. 메다의 혁신적인 기술과 재료적 접근을 통한 디자인 어프로치는 구성요소들을 최소한으 로 감소시켜 극도로 절제된 완벽함을 갖추고 있다. 메다의 디자인 모토는 한 마디로 ‘less forms, more ideas’ 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인간중심적이면서도 뉴 테크놀로지를 적용시켜 정교 한 디테일과 세련된 비례가 조화를 이루어 가볍고도 심플한 형태로 바꾸어 놓는 그의 능력은 오늘날 그를 가장 흥미로운 인더스트리얼 디자이너 중의 하나로 만들었다. 메다의 기술적 지향 과 재료적 관심은 주목해야 할 디자인 어프로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3)
메다는 이탈리아 디자인계에서 다소 독특하고 이례적인 인물이다. 그는 이탈리아 디자인 거 장들의 건축적, 예술적 스타일과 배경을 공유하거나 계승하지 않았고, 정식으로 디자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역설적이지만 특정 학파나 운동 등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독특하고도 특별한 창의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 엔지니어들에게 ‘문제해결(problem solving)’이라는 화두 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면서 매력적인 주제이다. 메다는 이를 위해 자신만의 노하우와 첨단의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실용주의에 입각한 독창적인 형태를 표현하고 구현해나갔다.
메다는 보통의 예술가들처럼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는 제스처를 보이지도 않았으며, 창의적 발 상을 심미적 관점과 기술적인 한계로 분리시켜 생각하지도 않았다. 메다는 기존의 디자이너들 과는 차이가 나는 변칙적인 공식으로 테크놀로지와 특성, 영감을 이전시키는 크로스오버적인 접근 방식이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매커니즘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엔지니어링’측면은 형태와 기술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시점에서 작동시켰다. 그림6)
엔지니어로서 메다의 본격적인 커리어는 1973년 쥴리오 카스텔리(Giulio Castelli)와 함께 카 르텔(Kartell)사에서 시작되었다. 플라스틱 가구의 제작과 생산기술 분야를 관리하고 감독하 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자인과 관련된 문제들을 접하게 되었고, 아이디어와 실제 적 구현 사이에서 불필요한 분업화와 역할분담은 굿 디자인 제품의 창출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였다. 그곳에서 일하고 연구하면서 재료와 문화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고 새로 운 생산 공정을 실험했다. 그림7) 메다에게 카르텔사에서 7년 동안 일했던 현장경험은 결국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고, 특별한 ‘디자인워크숍’이 되었다. 엔지니어링 디렉터로서 다른 사람 (건축가나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를 생산과 구조 측면에서 해결하는 일을 하는 동안 점차적 으로 디자인적 관점과 시각에 집중하게 되었고, 디자인 세계에 매료되면서 프로덕트 엔지니어 (product engineer)가 되기로 결심했다. 독립을 선언한 메다는 디자인 잡지 <모도(Modo)>의 편집실 근처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를 비롯해 저명한 많은 디자이너들과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했다.
3) ibid., P.924
<그림 5> Meda Chair -PRO 1997
<그림 10> Jack lamp 구성부품
<그림 8> On-Off 1984
---
3) Phaidon Design Classics, vol.3, Phaidon Press
mited, 2006 p.924
2.3. 디자이너로서의 알베르토 메다
1980년대 밀라노 디자인계의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분위기는 엔지니어가 출신 배경이었던 그 의 태생적 기질에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자신의 이름을 알렸던 기술컨설턴트 역할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디자이너로서의 꿈과 야망을 키워나갔고, 1984년 드디어 테이블 램프 <On-Off>를 디자인하고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스위치를 누르는 동작으로 램프를 켜고 끄는 것이 아니라 램프의 몸체가 기울어지는 각도에 따라 on/off 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여 주목을 받았다.
메다가 시그널 룩스(Signal Lux)사를 위해 설계하고 특별히 제작했던 소켓스위치(수직축을 중심으로 기울어지는 각도에 따라 자동으로 제어가 되는)를 적용한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었 다. 드물지만 사용자의 감정과 의도를 직관적인 제스처로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메다와 산타키아라, 라치가 공동으로 개발했던 이 조명기구는 메다의 디자이너 커리어에 돌파구를 만들어준 전환점이 되었다. (그림 8)
같은 해인 1984년 루체플랜사에서 생산된 <잭 램프(Jack lamp)>는 메다 자신의 일하는 방식 이나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디자인 작업이 단순한 미학적 활동만 은 아니며 기술력을 접목시킨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행위라는 사실을 간파하기 시작하였다.
<잭 램프>는 메다의 아내 도이아(Doia)를 위해 만든 것이었다. 그녀의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게 침대 옆의 사이드 테이블에 부착하여 책 한 페이지 정도의 면적만 비출 수 있도록 디자인 하였다. 메다는 이 램프를 위해 조인트 부분의 연결 가능성 등 수많은 세부 사항들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여 제작하였다. <잭 램프>는 메다 자신만의 첫 번째 오리지널 작품이 었으며, 조명 세계와의 관계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그림 9,10)
<그림 7> 가구 프로토타입 제작 현장
<그림 9> Jack lamp 1984
<그림 6> 테크놀로지 중심적 디자인 프로세스
조명기구는 매우 섬세하고 고도의 미학적인 가능성을 가진 제품이기에 엔지니어로서의 정체 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미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던 평소 그의 생각이 드러난 것처럼 보였다. 다시 말해 미학적 요소들은 단순히 형태와 외형만이 아니고 기능적 측면에도 관련이 있으며, 사용자는 오브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소재와 제품생산 프로세스에서 그가 가지고 있던 지식과 노하우로 표현이 가능했다. 메다 는 프로젝트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없으면 관심과 흥미를 갖지 않았고, 어디엔가 발명의 흔적이 포함되어야만 했으며, 형태를 정의하기 위한 과정에서 빈틈을 남겨서는 안 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였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메다의 작업 중에는 실험적인 캐릭터와 관련된 위기 도 있었고 실패작도 있었다. 아이디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었고, 개발품이 상업적으 로나 기능적인 면에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으며, 투자에 비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적도 있었다. 한 예를 들면, 1989년에 가방회사 만다리나 덕을 위해 디자인했던 여행용 슈트케 이스 <탱크(Tank)>는 플라스틱 블로우 몰딩(blow moulding)기술을 사용하여 단지 두 개의 부품(골격을 이루는 프레임과 이를 감싸는 덮개)으로 구성되어 금형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 디자인이었다. 많은 프로토타입이 제작되었고 1년 이상의 개발 기간을 투자했지만 실제 제품으 로 생산되지는 않았다. 기술적 제안과 유기적 영감에서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림 11) 만다리나 덕은 슈트케이스의 실패 이후에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타입의 아이템 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였고, <탱크>시리즈는 회사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메다의 오브제들에게서 볼 수 있는 원칙은 기술적 기교와 창의적 상상력을 위해 형태의 결과를 왜곡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화를 이끄는 기술’이다. 기술적 접근은 아마도 그의 트레이닝 경험에서 나오는 결과일 것이다. 그가 형태를 통제할 수 있는 자신감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기술적 측면이 숙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메다는 오브제들과의 관계를 단순화시 키고 필수적인 것만을 표현하기 위하여 기술을 이용하였다. 메다에게 기술은 끝이 아니라 단순 함을 구현하는 수단을 의미하였다. 1980년대 중반 탄소섬유를 일반 가정용으로 사용하기 위 한 실험을 시작하면서 메다는 이 소재가 무궁무진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는 점에 주목하였다. 합성물의 개발은 디자인 니즈(needs)를 위해 특별한 소재를 개발하는 영역으로까지 발전시켰으며 수준 높은 아이디어의 제안이 가능해졌다. 메다는 디자인할 때 항상 언어적인 면에서 이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최대한 가능성이 있는 방법으로 생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믿고 있었다. 사물의 본질을 찾기까지 덜어내고 삭제하는 것이 강력한 디자인의 언어가 될 수 있으며, 기술은 이러한 결과를 성취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였다. 메다는 탄소섬유 합성물의 기계적 성질에 매료되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제품을 찾았고, 그것은 바로 큰 하중에 견뎌야 하는 가구 중의 하나인 의자였다. 메다는 형태에 대해서 미리 선입견을 갖고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소재의 특성을 잘 표현하기 위하여 좀 더 과감한 형태를 기대하였고, 한계를 극복하면서 의자라는 아이템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수년간 활기 넘치고 진보된 형태를 선보이며 활동하면서 메다는 자기 수양을 통해 자신 만의 형태를 구축하고 찾으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기술을 통해서 어떻게 형태문제에 접근해야 할지를 유형학(Typology)4)에서 찾고자 했다. 유형학은 전통적 소재들이 완벽한 제 약을 받지 않았던 덕분에 그 무한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일을 가능하게 했다. 플라스틱이 나 합성물들이 디자인의 세계를 보다 자유롭고 경직되지 않으며 유연한 표현이 가능하게 하였 지만, 오브젝트들의 유형들은 전통을 무시할 수는 없으며 보다 진보된 핵심기술들을 공유하고 맥을 함께 하면서 긍정적 방향을 제시해야할 것으로 판단했다.5) 공학도 메다는 기술력이 만들 어낸 거대한 시장을 바라보며 ‘정보와 지식의 창고’에서 다양한 제안들을 펼치는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4) 유형학(類型學, typology):인간의 정신적 소질이나 체질을 어떤 이론적 기준에 의거, 유형으로 분류하여 성격을 이해하고 연구 하기 위한 방법론. 주로 유럽에서 발달하였으며 유형학이 시도하는 분야는 광범위하다.
(http//www.doopedia.co.kr)
5) Francesca Picchi, 『Alberto Meda』, Editrice Abitare Segesta spa,,2003, p.26
<그림 11> Tank/프로토타입 1989
3. 알베르토 메다와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3.1. 콜라보레이션의 선각자 알베르토 메다
디자인은 본래 연관이 없던 전문적 기술과 서비스, 산업을 연결하여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창조하는 융합의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연결하는 힘” 이라고 했던 스티브 잡스의 말은 연결되지 않던 세계를 연결하는 ‘융합’과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제 품, 기술의 ‘창조’가 서로 다르지 않은 개념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융합의 관점에서 가장 활발 하게 사용되는 전략이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협업’이나 ‘협동’, ‘합작’을 뜻하는 콜라보레이션은 같은 목표를 가진 서로 다른 두 요소가 만나 서로의 경쟁적 우위와 역량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궁극적으로 서로 의 이익창출을 위해 만들어지는 동종 또는 이종 분야의 제휴관계이다. 콜라보레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협업하는 사람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되어야 하고, 결과물에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표면적인 것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조화를 이루고 융합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6)
비트라사를 위해 만들었던 <메다 췌어>의 콘셉트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봅시다.(Try to see what happens)”였음은 메다가 지향하고 추구하는 콜라보레이션 디자인 리서치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비트라사 회장 롤프 펠바움(Rolf Fehlbaum)이 메다에게 오피스용 의자 디자인 을 의뢰하면서 그 이전에 알리아스사에서 <프레임 췌어(Frame chair)>를 개발할 때 보여주 었던 기술력과 신소재의 결합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메다가 일을 시작하면서 언어적인 문제로 본질적인 소통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프로젝트는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다른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방식을 채택했었다 는 사실이었다. 비트라사의 대표 롤프는 어떤 문제나 요구가 있을 때 그 결과를 앉아서 기다리 는 부류의 사업가가 아니었다. 그는 개입하고 관찰하며 항상 자신의 생각을 말했고 제품에 대한 뛰어난 안목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능력 있는 스탭들이 있었다.7) 비트라사 는 진보된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기술자들과 현장 노동자들의 문화적 수준은 매우 높았 으며 한 마디로 집단지성의 일종이었다. 디자이너에게 클라이언트 회사와 그 회사의 대표, 직원들과의 긴밀하고도 원활한 협조, 고도의 기술력과 생산력 보유 능력 등은 굿 디자인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였다. (그림 12)
메다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배경 이외에도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일반적이 지 않은 특징이 있다. 소위 마에스트로라고 불리는 거장들의 스튜디오에서는 많은 스탭들과 인턴들이 그룹으로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메다는 밀라노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 에서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에 가깝다. 프로젝트가 생기면 다른 디자이 너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조언을 구하면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계획해보고 최종 결과물을 예 상해본다. 그런 다음 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공동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을 선호한다. 디자인계를 보면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공동명의로 작업을 하거나 공동명의로 회사 를 차리고 공동작품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핀란드의 찰스 임즈(Eames)부부, 이탈리 아의 카스틸리오니(Castiglioni)형제, 프랑스 출신의 로낭 & 에르완 브홀렉(Ronan & Erwan Bouroullec)형제 등이 널리 알려진 예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부부나 부자, 형제지간 등 친족관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메다는 혈연이나 학연, 지연으 로 맺어진 동업관계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면을 보완해줄 수 있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의 공동 연구를 지향하였다.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단점이자 약점을 보완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하였다 고 볼 수도 있겠지만 메다 자신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객관적 시각으 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의지가 강했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6)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 트렌드 2018』, (주)쌤엔파커스, 2017, pp.108~109 7) Francesca Picchi, op.cit, p.23
<그림 12> Frame 1990
메다는 많은 건축가와 디자이너, 기술자들과 교류하고 협업하면서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고 특히 파올로 리차토, 데니스 산타키아라와의 콜라보레이션은 오늘날의 메다가 디자이너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들의 성향과 특성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표1)
디자이너 학력 및 전공 특성
알베르토 메다
밀라노 공과대학(Politecnico di Milano)
기계공학전공
엔지니어로 출발
플라스틱 소재 및 성형기술자 기술력과 디자인의 접목
파올로 리차토
밀라노 공과대학(Politecnico di Milano)
건축학전공
건축 및 인테리어 디자인, 도시환경설계 전문가
<루체플랜> 공동창업자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합리주의 추구 융합적 사고
데니스 산타키아라
16세 이후, 자동차 디자인스튜디오에서 독학으로 공부
인터랙션 중시 뉴 테크놀로지 접목 실험적 도전정신
<표 1> 알베르토 메다와 콜라보레이터들의 성향 및 특성
3.2. 건축가 파올로 리차토의 융합적 사고
파올로 리차토(Paolo Rizzatto)는 1941년 밀라노 출생으로 밀라노 공과대학(Politecnico di Milano)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1966년 졸업하였다. 1973년 자신의 스튜디오를 창립한 이래 현재까지 국제적인 수준의 건축물과 도시환경계획, 인테리어, 조명기기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 에서 괄목할만한 수준의 업적과 수상경력으로 명망이 높다. 특히 1978년 리카르도 사르파티 (Ricardo Sarfatti), 산드라 세베리(Sandra Severi)와 함께 공동으로 루체플랜사를 창업하여 주변을 놀라게 하였다. 디자이너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회사를 직접 창업하여 자신의 디자인은 물론 동료 디자이너들과 콜라보레이션한 제품들을 생산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 었으며 성공사례 또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루체플랜사는 디자인역사에 길이 남을 유명한 조명기기 제품들을 만들어내었고, 2010년에는 네덜란드 <필립스(Philips)>그룹 과 조명기술 분야의 파트너로 손잡고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파올로 리차토는 소위 말하는 정통파, 다시 말해 이탈리아 건축과 디자인분야에서 가장 중심부 에 위치하는 주류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가 겸 디자이너로서 그가 쌓아놓은 프로젝트 결과물들은 우연적이고 즉흥적인 발상에 의존하지 않으며 그것이 가져야 할 당면성 과 기능성에 관련된 지속적인 실험의 결과를 중시한 리처치 방식에 근거하고 있다. 실제적이고 실현 가능한 문제들을 최대한으로 정밀하게 분석하여 일치시키고 융합하고자 하였다. 리차토 와 메다가 공동으로 디자인했던 <로라(Lola)>는 두 사람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었던 사례 중의 하나였다. 탄소섬유라는 사용소재의 특성을 살리면서 대담한 형태를 선택했고, 외관은 단순하지만 내부는 완벽한 디테일 구조로 구성되었다. 기술을 통해서 어떻게 형태 문제에 접근 해야할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결과였다. <로라>는 1989년도 황금콤파스상을 수상하였다.
그림13) 리차토는 함께 연구하고 협업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와 의 견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그들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반영하고 중재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리차토는 “나는 사물을 디자인할 때나 건물을 설계할 때 여러 종류의 다양한 분야를 구성하는 요소들, 즉 역사학, 유형학, 기능성, 사용성, 형태, 기술, 경제 및 상업성 등을 고르게 반영하는 융합적이고도 복합적인 프로세스를 지향한다. 이 요소들은 프로젝트를 다양 한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서로 다른 요소들이 상호관련성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지속적 인 리서치는 무한대의 가능성과 융합적인 시야를 갖게 되어 프로젝트 해결능력을 증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확신한다.”고 자신의 리서치 방식을 언급한 바 있다.8)
8) Riccardo Salvi, 「Paolo Rizzatto. Esercizi di metodo」, Franco Angeli Edizioni, 2017, p.123,
<그림 13> Lola 1987
테이블 램프 <베레니체>는 조명기기 전문회사 루체플랜의 대표적인 하이테크 제품 중의 하 나이다. 알베르토 메다가 파올로 리차토와 함께 디자인하고 1986년 생산된 <베레니체>는 저전압 할로겐전구를 사용하였고 높낮이나 방향, 위치 조절할 때 단순한 기계적 조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변압기를 사용하더라도 별도의 배선을 추가할 필요가 없으며 금속과 유리, 플라스틱 등 13종의 소재와 42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 레니체>는 1970년대와 80년대 대중화에 앞장섰던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이 제작경비를 절감 시키면서 산업적으로 생산성을 높인 전형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2년 리차드 사퍼 (Richard Sapper)가 디자인하고, 아르테미데(Artemide)사에서 생산했던 테이블 램프 <티지 오(Tizio)>와 마찬가지로 그 구조와 기술 및 구성요소들을 면밀히 분석해서 나온 결과물이라 고 할 수 있다. <베레니체>는 1987년 황금콤파스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림 14)
“리차토가 보여준 그의 열린 생각은 나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내가 엔지니어로서 일을 시작할 때 그는 건축가로서 역사와 유형학의 지식을 많이 알고 있었다. 반면에 나는 무지하였고 보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리차토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먼저 전반적인 개요를 설명하곤 하였다. 리차토는 구조와 기술적 관점에서 호기심이 많았고 공학적으로도 지나칠 정도로 지식 이 풍부하였다. 보기에 따라서는 우리가 서로의 역할이 뒤바뀐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경쟁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상식적인 언어로 일관하였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하였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다른 한 사람은 거기에 무엇인가 한 가지를 더해 말하는 식이었다. 아이디어들은 서로를 의식 하면서 진행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리차토는 완벽하게 협동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마치 그네를 타는 아이들처럼 한 사람이 밀면 한 사람이 타고, 다시 교대하고 반복하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9) 메다가 한 잡지에 기고했던 인터뷰 기사에서 그와 리차토의 콜라보 레이션이 얼마나 이상적이었던 가를 짐작해볼 수 있으며, 진정한 협력관계를 위한 바람직한 자세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말해 주고 있다.
3.3. 데니스 산타키아라의 도전적 실험주의
데니스 산타키아라(Denis Santachiara)는 사물과 사용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호교감, 즉 인터랙션을 중요시하면서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독특한 테크놀로지를 사용한 매혹적인 디자 인을 추구하는 다소 이단아적인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1951년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Reggio Emiglia)지방의 캄파뇰라(Campagnola)에서 태어난 그는 인공적인 기술이나 시스템 안에서 산업적 공정에 관한 신기술을 실험하였고 그 결과 새로운 미적 가치를 불어넣는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마술사가 보다 많은 속임수를 쓰면 쓸수록 청중들은 즐거워하며 감동을 받는다.‘라고 말 한 적이 있다. 많은 수의 비슷한 또래들이 밀라노 공과대학 출신들이었지만 그는 1960년대 중반16세의 어린 나이에 자동차 디자인스튜디오를 차리고 독학으로 공부하면 서 일을 시작했다. 산타키아라는 대량생산하기에는 부적합하지만 컨셉츄얼한 프로토타입을 많이 만들기도 했으며, 메다와 함께 시대를 앞서가는 미래지향적인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내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90년대 초 내연기관 차량의 환경문제가 관심사로 대두될 무렵에 2인승 초소형 전기자동차 <Tender to Me> 프로토타입을 제안하였다. 최고속도 30Km/h, 플랫폼과 새시(chassis)를 최대한 가벼운 강화플라스틱으로, 우천 시에는 신축성 있는 투명커버 쉘터 (shelter)를 씌울 수 있고, 보관과 휴대가 편리하게 시트를 접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그림 15)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시대의 도래를 예견이라도 하듯 두 사람의 실험과 도전정신을 함께 보여주었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중의 하나였다. 1986년에는 알베르토 메다, 프랑코 라치와 함께 이탈리아 정보통신기술회사 이탈텔(Italtel)을 위해서 다기능의 워 크스테이션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9) Francesca Picchi, op.cit.,p.17
<그림 14> Berenice/head 1986
<그림 15> Tender to Me / draft proposal
또 1989년에는 스틸 레지네(Stil Resine)사를 위한 플라스틱 자전거를 디자인하였는데, 패들 링을 하면 베르디의 오페라가 흘러나오도록 장치하여 칼로리 감량과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용 자들의 이목과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그림 16) 1993년 도모디나미카(Domodinamica)사에 서 생산, 출시되었던 베드(bed)램프 <노투르노 이탈리아노(Notturno Italiano)>에는 내부에 프로젝션 기능을 결합하여 벽에 양의 모습이 비춰지도록 디자인해 불면증 환자에게 숙면을 유도하는 기능을 넣기도 하였다. (그림 17) 산타키아라의 독특하고도 활기가 넘치는 디자인들 은 단순하고 유머러스한 오브제들만은 아니었다. 그것들은 유사한 기능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일상적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들을 찾아보려고 시도한 결과물들이었고 발명품들이었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물질과 테크놀로지의 경이로움에 관심이 없다. 단지 그 것에 내재되어 있는 비물질적 확장성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라고 언급했던 그의 디자인 철학 을 짐작해볼 수 있다. 산타키아라는 1975년 이후 예술과 디자인의 중간에서 소프트 테크놀로 지(soft technology)10)를 지향하는 작업을 해왔고, 1990년부터는 그의 디자인에 사회적이고 도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자 고심하였으며, 스마트 소재(smart materials)11)를 사용한 차별 화 노력에 집중하였다.12)
4. 결론 및 제언
디자인 프로세스는 직선적이지 않으며 마치 계속 룰이 변해가는 게임의 전략처럼 복잡한 활동 으로서 매혹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게임과도 같다. 디자이너는 창의적인 제안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소스를 찾아내고 다양한 콘셉트로 리서치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려 고 노력한다. 기술은 인간의 상상력을 과학적인 지식이라는 당대의 언어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은 지식의 범위를 확장시켜 주지만 그 이유나 정당한 근거 없이 무분별하게 개발해서는 안 될 것이며 자의적인 기술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인간의 욕구를 제대로 배려 하지 않고 충분한 소통도 없이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제품들은 거부되어야 한다. 기술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우리에게 필요한 사물들을 쉽고도 아름답게 만들 수 있게 도와 주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디자인의 목적은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사고를 통해 그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며, 기술은 미학적 형태를 해석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종의 퍼포먼스를 창출해내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생산을 위한 디자인은 외적인 형태뿐 아니라 문화적인 감각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해결 과제들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어프로치가 되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특히 1980~90년대에 각광을 받으면서 디자인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업적을 남겼으며 현재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아이템들을 디자인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알 베르토 메다의 업적들을 살펴보았다. 알베르토 메다는 건축이나 예술,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10) 소프트 테크놀로지(soft technology) : 사회 경제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과학적 수법의 하나. 시스템공학이나 사회생태학 따 위를 종합적으로 다루어 현대기술사회의 자기모순과 경직성의 시정을 지향한다.(네이버/기계공학용 어사전)
11) 스마트 소재(smart materials) : 외부 환경변화에 따라 반응할 수 있는 재료. 주어진 환경변화를 수동적으로 견 디는 기존 소재 와는 달리 생물체처럼 환경에 반응한다. 스마트 소재 자체는 재료에 불과하지만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결합하면 인간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디자인과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http://m.blog.naver.com)
12) Mel Byars, 「The Design Encyclopedia」, Laurence King Publishing,1994, p.495
<그림 16> Plastic Bicycle <그림 17> Notturno Italiano
엔지니어 출신의 디자이너이다. 하지만 그의 전공인 기계공학을 배경으로 접근하고 제시한 여러 결과물들은 혁신적이고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분명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디자 이너로 찬사를 받고 있다. 파올로 리차토, 데니스 산타키아라 등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하면 서 부족했던 건축과 예술적 소양을 보완하고자 노력하기도 했으며 실험적이고 도전주의적 정 신을 도입하고자 했으며 자신의 특기인 기술과 소재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던 그는 진정 한 콜라보레이션의 정석을 보여준 선각자라고 볼 수 있다. 알베르토 메다가 뛰어난 디자이너 중의 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하지만 그의 모국인 이탈리아의 디자인 시스템과 인프라가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메다가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 뷰(DMR 동아비즈니스리뷰 165호, 2014,11월호)에서 자신의 성공 요인을 한 마디로 ‘네트워 크’라고 언급한 바 있다. “디자이너와 기업, 기업과 기업, 기업과 정부 등 각종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매우 긴밀하고도 촘촘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기에 가능했다. 기업이나 디자이너들 은 디자인을 가감 없이 공유하고 콜라보레이션 방식으로 더 나은 방법들을 함께 찾아간다.
기업과 크든 작든 지속적으로 성공을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성공의 경험들은 더 참신하고 독창 적인 디자인을 창출하도록 자극한다. 즉, 디자인 분야의 성과는 단순히 한 사람의 위대한 디자 이너가 등장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며, 그보다 더 큰 범위의 생태계가 필요한 일이다.”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융합’이라는 화두가 빈번하게 회자되고 있다. 알베르토 메다의 경우를 모범적인 사례로 삼아 디자인 분야의 콜라보레이션을 활성화하고, 이종 학문분야들 간의 경계를 과감하게 허물고 한데 모으고 녹여서 통합하고 조정하는 진정한 ‘융합’의 길을 모색하는 길잡이로 삼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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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ia Neumann, 『Design Directory Italy』, Universe, 1999
Domitilla Dardi, 『Il Design di Alberto Meda–Una Concreta Leggerezza』, Mondadori Electa spa,, 2003
Ezio Manzini, 『The Material of Invention』, Arcadia Edizioni, 1986 Francesca Picchi, 『Alberto Meda』, Editrice Abitare Segesta spa,, 2003
F.Zurlo, R.Cagliano, G.Simonelli, R.Berganti, 『Innovare con il Design』, Il Sole 24 Ore spa,, 2002 Jocelyn de Noblet, 『Industrial Design Reflection of a Century』, Flammarion, 1993
Mel Byars, 『The Design Encyclopedia』, Laurence King Publishing, 1994 Paola Antonelli, 『Mutant Materials in Contemporary Design』, MoMA, 1995 Riccardo Salvi, 『Paolo Rizzatto. Esercizi di metodo』, Franco Angeli Edizioni, 2017
『Phaidon Design Classics, vol.3』, Phaidon Press Limited, 2006
『Sistema DESIGN MILANO』, Editrice Abitare Segesta spa., 1999 http://m.blog.naver.com
http://www.doopedia.co.kr http://www.it.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