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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EP Original Article 精 神 分 析 :第 14 卷 第 1 號 2 0 0 3
J Korean Psychoanalytic Society Vol. 14, No. 1, page 72~90, 2 0 0 3
적의(敵意)의 일상생활과 정치
- 현대 한국문화에서‘병리적 인성’의 탄생 -
이 만 우
*Everyday Life of Malice and its Politics
- The Birth of “Pathological Personalities” in the Korean Modern Culture - Manwoo Lee, Ph.D.
*序 論(감성분석의 의의)
임상실제와 문화연구 사이에 어떤 유추를 인정하든 그렇 지 않든 간에‘정신분석적 문화연구(psychoanalytic cult- ural studies)’의 위상에 대한 논쟁은 끊이질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응용 정신분석’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자료 수집의 문제와 그 자료에 대한 해석을 지탱하는 특정한 원리 를 모색하는 것이 무의미하지는 않다. 실제로 이러한‘자리 매김’작업은 적절한 경험적 연구(사례분석)와 결합되어야 만 유의미해지는 것이다.
이미 필자는 정신분석적 문화연구가 연구자 또는 수용자 의 경험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생활에 만연된 감 성의 특수한 실행을 파악하는 것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만우 2000). 그 감성의 실행은 고통, 상실, 죄책감, 선망 과 탐욕 및 질투, 경쟁심 등과 같은 감정형태들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또한 그러한 감정형태들이 승화적으로 감추어지 는 한, 정신분석적 문화연구는 일차적으로 감정형태들의 분 절에 대한 증상학이고, 심층적으로는 일상생활, 사회제도, 및 정치행위에서 드러난 감정형태들에 대한 해석학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감정형태들을 기술하고 해석하는 방법 으로서 정신분석적 문화연구를 자리매김한다면, 결국 그것 은 각종의 문화형태에 부착된 감성의 실행 속에서 우리의 정 신과정과 사회관계를 규정하는 무의식적 권력작용(권력관 계로 구조화된 의미작용)에 대한 탐구라고 주장할 수 있다.
왜냐하면 권력형성의 문제는 거시적 사회구조의 수준에서 해명되기 보다는 오히려 개인의 사회심리적 경험-감성이
실행되면서 고착되는-속에 자리잡은 권력의 표상들을 파 악함으로써 보다 잘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신분 석적 문화연구는 권력의 동태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로부터 정신분석적 문화연구는 일상생활에서 차별화된 의미화의 결과, 즉 구조화된 권력관계에서 자신의 분석대상 을 설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억압적‘지배(domination)’
를 공고히 하는‘대상관계적 일상권력’은 적의의 감성이 실 행되면서 행사된다. 이러한 적의의 감성은 원초적 방어기제 (분열과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 선망, 탐욕, 그리고 질투와 같은 부정적 감정형태들로 드러나면서 지배권력을 작동시 킨다.
적의의 감성은 세가지 측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참 을 수 없는 감정형태를 유발하는 무언가에 대한 지각과 인 지이고, 둘째는 강렬한 불쾌와 고통의 정신역동이며, 셋째는 강력한 공격행위이다. 적의는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 편재 하고 있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 되지 는 않았다. 따라서 적의의 감성에 대한 분석은 사회과학에서 일반적으로 무시되면서 허구의 영역으로 추방된 상태이다.
적의의 발현은 특히 환경 또는 유전성의 문제로 돌려지곤 했다. 젊은 여자를 강간하고 죽였다는 엽기적인, 그리고 심 지어는 어린 소녀를 성추행하고 생매장하였다는 신문기사를 볼 때, 그런‘살인마’는 틀림없이‘나쁜’유전인자를 가지 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되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난폭하고 끔직한 범죄행위가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억압의 해방이 라는 이름 하에서 정당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 그 자체가 그 자신이 지속적으로 투쟁하는 적의의 근원이다. 파괴를 위한 인간 행위자의 감성은 적의 의 기원에 존재한다. 이것은 아이들의 장난에서 살인에 이 르기까지, 그리고 스포츠에서의 공격심리로부터 테러와 대 량학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취하는 파괴성이다.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 보건복지 담당
Senior Researcher, Division of Health & Welfare, National As- sembly Library, Seoul,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