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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고사 문제지 (인문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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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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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체는 본질적으로 언제나 분할될 수 있지만 정신은 어떤 경우에도 분할될 수 없다는 점 에서 신체와 정신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실제로 정신, 즉 사유하는 실체로서의 나 자신을 고찰할 때 나는 내 안에서 어떠한 부분도 구분할 수 없으며, 나 자신을 전체적이고 통일적인 대상으로 인식한다. 정신 전체가 몸 전체와 하나로 합쳐져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의 발이나 팔 또는 다른 신체부분이 절단될 경우에도 나의 정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나는 인식한다.

또한 의지, 느낌, 인식과 같은 능력을 정신의 일부분이라고 지칭해서도 안 된다. 의지를 가 지는 것, 무엇을 느끼는 것, 무엇을 인식하는 것은 하나의 동일한 정신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사물, 즉 연장(延長)된 사물의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사유를 통 하여 쉽게 부분으로 쪼개질 수 있고 따라서 분할 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신체이자 영혼이다.” 어린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어찌하여 사람들은 어린아이처럼 이 야기하지 못하는가?

그러나 깨어난 자, 깨우친 자는 말한다. 나는 전적으로 신체일 뿐 그 밖의 아무 것도 아니 며 영혼이란 신체 속에 있는 그 어떤 것에 붙인 말에 불과하다.

홍익대학교 2010학년도 수시1차 모집

논술고사 문제지 (인문계열)

지원학부(과) 수험번호 성 명

<유의사항>

1. 답안에 제목을 쓰지 마십시오.

2. 모든 답안은 하나의 완결된 글의 형식으로 쓰십시오.

3. 각 문제마다 요구하는 글자 수를 초과하거나 미달하는 경우에는 감점합니다.

4.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경우에는 감점합니다.

5.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이나 불필요한 표시가 있는 답안은 0점으로 처리합니다.

6. 답안은 반드시 본교에서 지급한 흑색 볼펜으로만 작성하여야 합니다.

7. 답안을 수정할 경우에도 본교에서 지급한 흑색 볼펜만을 사용하여야 합니다(수정액이나 수정 테이프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8. 각 문제의 배점은 동일합니다.

* 다음의 제시문 (가)~(라)를 읽고【문제 1】에 답하시오.

제시문 (가)

제시문 (나)

(2)

18세기 후반이 되면서 군인은 만들어지는 대상이 되었다. 틀이 덜 잡힌 체격, 부적격한 신 체는 단계적으로 교정되어 나갔다. 계획에 의거한 구속이 서서히 신체의 각 부분에 두루 퍼 져나가 신체를 지배하고 복종시켜 언제든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신체 란 만들어지고, 교정되고, 복종하고, 순응하고, 능력이 부여되거나 혹은 다양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신체가 그처럼 긴급하고 절실한 포위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이 이 시기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사회에서든 신체는 매우 치밀한 권 력의 그물 안에 포획되고 권력은 신체에 구속이나 금기 혹은 의무를 부과해 왔다.

그런데 기술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새로운 양상들이 나타났다. 첫째, 통제가 세세하게 신 체에 작용하고 미세한 강제력을 신체에 행사하며 기계적인 수준 ― 운동, 동작, 자세, 속도 ― 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되었다. 둘째, 동작의 구조와 유효성, 그리고 내적 조직이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 그 대상이 신체의 표현형식이 아니라 신체의 물리적인 힘이 되면서 훈련이 단 하나의 중요한 의식(儀式)이 되었다. 셋째, 통제가 활동의 결과보다는 활 동의 과정에 주목함으로써 시간, 공간, 운동을 바둑판 눈금처럼 상세하게 기호체계화 하였다.

신체의 활동에 대한 면밀한 통제를 가능하게 하고 지속적인 복종을 확보하며 순종과 효용의 관계를 강제하는 이러한 방법이 바로 규율이다.

신체는 커다란 이성이며 하나의 통일된 감각을 지닌 다양성이고 전쟁이자 평화이고 가축 떼이자 목자이다.

형제들이여, 너희들이 ‘정신’이라고 부르는 그 작은 이성 역시 너의 신체의 도구, 이를테면 너의 커다란 이성의 작은 도구이자 장난감에 불과하다.

너희들은 ‘자아’라고 말하고는 그 말에 긍지를 느낀다. 너희들이 믿으려 하지 않지만 그보 다 큰 것은 너의 신체와 그 신체의 커다란 이성이다. 이 커다란 이성은 자아라고 말하는 대 신에 자아를 행한다.

감각이 느끼고, 정신이 이해하고 판별하는 것들은 결코 그 안에 자신의 목적을 지니고 있 지 않다. 하지만 감각과 정신은 그들이 바로 모든 것의 목적임을 너희들에게 설득하려 든다.

이처럼 허황된 것이 그들이다.

감각과 정신이란 도구이자 장난감일 뿐이다. 그들 뒤에는 ‘자기’라는 것이 있다. 자기는 감 각의 눈을 도구로 하여 탐색하며 정신의 귀를 도구로 하여 경청한다.

자기는 언제나 경청하며 탐색한다. 그것은 비교하고, 강제하고, 정복하며 파괴한다. 자기는 지배하는 존재인 바 자아를 지배하는 것도 자기이다.

형제들이여, 너희의 사상과 생각과 감정 뒤에는 더욱 강력한 명령자, 알려지지 않은 현자 가 있다. 이름하여 그것이 바로 자기다. 이 자기는 너의 신체 속에 살고 있다. 너의 신체가 바로 자기다.

너의 신체 속에는 너의 최고의 지혜 속보다 더 많은 이성이 있다. 누가 알 것인가? 너의 신체가 무엇을 위해 너의 최고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지를.

제시문 (다)

(3)

기계가 19세기 초 산업 생산이 가속되었던 시대의 형식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시기에는 노동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삶의 속도 역시 기계에 의해 전면적으로 강화되었다.

이는 인간 중심적 관념에 대한 최초의 의미심장한 공격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노동 수단의 종류와 속도를 인간의 신체 조건이 본질적으로 제약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공장의 작업 기계들이 인간을 기준으로 하는 유기체적 질서를 붕괴시키게 되었다.

근대의 문턱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발명품에 대해 우쭐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축적된 인간 의 경험들이 자본주의 전성기의 광적인 생산속도에 의해 얼마나 쓸모없게 되었는가를 깨닫 게 되었을 때, 인간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었다. 칼 마르크스의 멋진 표현을 빌자면, ‘거대 한 기계’가 기계를 생산하는 세계에서 인간의 눈과 손의 능력은 일종의 방해요소로 전락해버 린 것이다.

오늘날 필요한 관점은 통신, 텔레비전, 인터넷과 같은 전자적 확장물들을 단지 인간의 외 적인 장치로 보지 않는 것이다. 현대의 전자공학에 힘입어 인간의 중앙신경계는 지구 전체로 확장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곧 기계라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인간적 기능들이 기계적으로 모델화되었다는 것이다. 인간 유기체와 기술공학의 장치들은 단지 기능 적인 연속체의 관계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상호 결합되고 있다. 유기체적 세계와 기계적 세계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간극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기술공학이 이 두 가지를 연 결하는 자명한 기준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인간은 갈등 없이 자신의 작업 도구와 합일체가 되며, 생명이 없는 것이 생명체 속으로 마찰 없이 이식된다. 육체적인 결함 때문에 기계 장치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더 이상 낯선 육체라고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탈 인간 중심적’ 세계로 향하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신체에 관한 기준이 새롭게 정립되면서 규율이 역사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그 기준은 신체의 능력을 신장하고 구속을 강화하는 것을 지향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메커니즘 속에서 신체가 유용하면 유용할수록 더욱 신체를 복종적으로 만드는, 혹은 그 반대로, 복종하면 복 종할수록 더욱 유용하게 만드는 관계를 지향한다. 신체를 파헤치고 분해하며 재구성하는 권 력장치 속으로 인간의 신체가 들어가게 됨으로써 일종의 ‘정치적 해부학’이 탄생한 것이다.

제시문 (라)

【문제 1】 제시문 (가)~(라)는 인간의 몸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보여준다. 각 제시문의 시각 을 요약하고 비교하시오. (900±90자) (100점)

(4)

“중국에서는 여자아이가 네 살이 될 무렵 초벌묶기라고 하여 아주 작은 신발을 신겨 발이 자라지 않도록 해둔대요. 그러다가 여섯 살쯤 되면 정식으로 전족을 시작한대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그가 조금 앞서 걷다 말고 놀란 듯 뒤를 돌아보며 턱을 조금 치켜들었다. 내가 걸음을 넓 게 떼어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어릴 적부터 해야 발을 마음먹은 대로 만들 수 있겠지요. 전족을 어떻게 하느냐 하면 우선 발을 깨끗이 씻은 후 발톱을 깎고 지혈제로 명반을 뿌리고 나서 발을 붕대로 친친 감아요.

나는 몸과 마음이 평행적 상응관계에 있다는 관념을 거부한다. 이는 오래전에 이미 붕괴된 근거들에 기초한 교리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것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 교리의 철학적, 과학적 파산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진화적 위계질서 같은 가치의 자연적 위계나 척도를 전제하는 비교 체계를 거부한다. 여성의 육체가 남성의 육체보다 상대적으로 덜 발달된 상태인가, 여성의 육체가 유인원의 육체에 보다 가까 운가 하는 질문들은 무의미하다. 막연한 자연주의를 막연한 도덕론이나 심리론과 혼동하고 있는 이런 논의는 단지 말장난에 불과하다. 인간은 자연의 종(種)이 아니라 역사적인 관념이 다. 우리가 인간 종의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는 것은 오직 인간적 관점 안에서만 가능하다.

인간은 고정되지 않은 존재이자 그 자신을 구성해가는 존재이다. 여자 또한 굳어버린 현실이 아니라 생성이다. 그러므로 여자를 남자와 비교할 경우에도 생성의 측면에서 비교해야 한다.

즉 여자의 가능성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동안 일어난 숱한 논쟁은 여자의 능력을 문제 삼 으면서 여자를 과거나 현재의 상태로 환원하려고 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만일 육체가 사물이 아니라면 그것은 하나의 상황이다. 육체는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이며 하나의 제한적 요소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 달리는 속도도 느리고 무거운 물건을 잘 들어 올리지도 못한다. 여성이 남성에 대적할 수 있는 스포츠는 거의 없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약 우리가 실존을 기초로 하여 육체를 해석한다면 생물학은 추상적인 학문이 되어 버린다. 생리적인 사실이 의미를 가질 때 마다 그 의미는 언제나 총체적인 맥락 속에서 포착되어야 한다. ‘연약함’이란 인간이 제시하 는 목적, 이용하는 도구, 수립하는 규범의 관점에서만 드러난다. 풍습이 폭력을 금하는 곳에 서는 근육의 힘이 지배의 기초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연약함이라는 관념은 실존적․경제적․윤 리적 관점들과의 관련 속에서만 정의될 수 있다. 인류는 반(反)자연이라고도 일컬어져 왔다.

인간은 사실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은 적절한 표현이 못 된다. 그러나 인간은 사실 들이 내포하는 진리를 사실들을 다루는 방식에 의해 구성해낸다. 자연은 인간의 행위와 관계 하는 한에서만 인간에게 현실성을 지니게 된다. 인간 본성으로서의 자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 다음의 제시문 (마)~(아)를 읽고【문제 2】에 답하시오.

제시문 (마)

제시문 (바)

(5)

그냥 붕대로 감으면 욕창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발과 붕대 사이에 갓 따온 면화(棉花)를 조 금씩 집어넣는대요.”

“붕대만 감아두면 되는 건가?”

“붕대를 감을 때도 발가락들이 밑으로 완전히 구부러져 발바닥과 닿게 한대요. 전족을 오 래하고 있으면 발톱이 자라 발바닥을 파고들어 살이 헐기도 해요. 그러면 조심스레 발톱을 잘라내고 명반을 발라 상처를 치료하지요. 그리고 발의 뼈를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수시로 봉선화 달인 물에 발을 담가야 한대요.”

“완전히 발 병신을 만드는구먼.”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전족이 완성된 발 모양을 보면,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발가락은 발바닥과 거의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돼요. 심한 경우는 새끼발가락과 그 바로 안쪽 발가락은 아예 뭉 개져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된대요. 발등은 초승달이나 활 모양으로 구부러질 대로 구부러지 고, 발로 가야 할 살은 발목 위쪽으로 몰려 기형적으로 부풀게 되지요.”

“그런 괴상한 발을 중국남자들이 좋아한단 말이지?”

그가 침을 급하게 꿀꺽 삼키는 바람에 목젖이 눈에 띌 정도로 오르내렸다.

“발을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에 따라 전족의 등급이 매겨져요. 십 센티미터 정도의 전족을 금련(金蓮)이라 하고 그보다 약간 큰 전족은 은련, 그 이상은 철련이라 한대요. 은련, 철련 등급의 여자들은 금련 등급의 여자들이 저쪽에서 걸어오면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피하기 일 쑤지요. 남자들은 금련 발을 가진 여자를 보면 너무 좋아 사족을 못 쓴다나요.”

결핵은 온갖 진풍경을 연출하며 은유의 속박을 받아온 대표적인 질병이다. 이는 어떤 질병 이 급작스럽게 발병될 뿐만 아니라 고치기도 어렵다는 생각, 말하자면 아직 그 원인을 모르 고 있는 어떤 질병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상응해서 나타난 환상이다. 따라서 개념적으로 결핵 은 신비로운 그 무엇이었다. 결핵은 폐, 즉 몸 위쪽에 있는 영적으로 정화된 기관과 관련을 맺고 있어 은유적으로 영혼의 질병, 정념(情念)의 질병으로 여겨져 왔다.

‘낭만적 고뇌’로 알려진 문학적인 태도는 대부분 결핵 그 자체의 모습, 또는 은유로 변형된 모습에서 연유한다. 결핵의 직접적인 증세를 보여주는 양식화된 묘사 속에서 쇠약함은 번민 으로, 고뇌는 낭만적인 것으로 변했으며, 실제의 고통은 간단히 은폐되어버렸다. 병색이 완연 하고 가슴팍이 좁은 젊은 여성들, 창백하고 왜소한 젊은 청년들은 그 당시로서는 치료가 거 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이 무시무시한 질병에 걸리려 앞 다투어 경쟁하는 듯했다. 테오필 고티에는 이렇게 썼다. “나는 어렸을 적에 99파운드(약 45kg) 이상 몸무게가 나가는 사람이 서정 시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제 결핵 은 외양을 드러내는 태도로 이해되었고 그 외양은 19세기 풍습의 주요 산물이 되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음식을 먹는 것이 천박한 행위로 인식되었고 병을 앓고 있는 듯한 모습이 매력 적인 모습이 되었다. 19세기 중후반에 산업 제국을 건설하고 대륙을 약탈했던 위인들이 점 차 뚱뚱해진 것과 대조적으로, 결핵 환자 같은 용모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연약함이나 뛰어난 감수성의 상징을 거쳐 점차 여성이 갖춰야 할 이상적인 용모가 되어갔다.

제시문 (사)

(6)

나의 서른다섯 번째 생일은 일요일이었다. 어머니는 교회에서 돌아와 전날 밤 불려놓았던 미역으로 국을 끓였다. 설거지를 마친 어머니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면서 나는 생일을 기념할 겸 다이어트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마치 그 말을 동면을 앞둔 곰한테서 듣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유년 이래 내가 뚱뚱한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이 결코 짧은 건 아니었다.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인간의 자기애는 아무리 열악한 것이라 해도 주어진 조건에 자신을 적응시킬 수 있으며 그 삶을 합리화하기 마련이다. 30여 년 동안 내 가 비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던 만큼 어머니가 수상쩍다는 듯 한참이나 나를 훑 어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갑자기 다이어트 따위를 결심한 이유를 발견해내지 는 못한 것 같았다. 마지못한 어조로 이렇게 한마디 던졌다. 이제 빨랫대가 비좁지 않아 좋 겠구나. 두 식구뿐인데도 빨래 널 자리가 부족한 것은 내 옷이 워낙 대형 사이즈이기 때문이 라고 어머니는 불평하곤 했다. 자신이 빨래를 자주 하지 않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가만있자, 네가 줄어들면 집이 더 넓어지려나. 어머니는 오랜 세월 굳어진 지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집 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지금까지 다이어트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라는 걸 무시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요즘은 뚱뚱한 사람을 단순히 둔감하고 무신경하게 보는 데 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으르고 절제심이 없으며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무능한 사람으로 취 급한다. 맞선을 보았던 수많은 여자들은 물론 어머니조차 한번쯤은 나의 성적인 기능이 시원 찮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리란 것을 나는 알고 있다. B는 내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이 넘으 면 그때부터는 체중을 톤 단위로 계산하라고 농담하곤 했다. 100보다는 0.1이란 숫자가 뭔 가 갈망이 있고 이미지도 정교하잖아. 솔직히 다소의 묵직함마저 없었다면 넌 모든 면에서 지나치게 평범할 뻔했어.

수증기가 가득한 사우나실에는 벽을 따라 좁다란 붙박이의자가 붙어 있고 벌거벗은 여자 들이 수건으로 입을 막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없이 앉아 있다. 아우슈비츠에서 사람들은 이 렇게 죽어갔으리라. 그러나 모공이 활짝 열리고 복숭아빛으로 익은 몸들은 활짝 핀 꽃처럼 보인다. 여기저기 쑥타래가 걸려 있어 진짜 쑥탕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준다. 찬 물수건으 로 입을 막고 백까지 세어본다. 처음에는 스무 번 세는 것도 힘이 들었지만 이제 백을 세는 일이 어렵지 않다.

사우나실에서 나와 미지근한 물로 땀을 닦아낸다. 동네 목욕탕치고는 시설이 좋고 물이 제시문 (아)

【문제 2】 제시문 (마)의 주장에 입각하여 제시문 (바)~(아)가 기술하고 있는 몸에 관한 문화현 상들을 분석하시오. (900±90자) (100점)

* 다음의 제시문 (자)를 읽고【문제 3】에 답하시오.

제시문 (자)

(7)

깨끗해서 사람이 항상 많았다. 젊은 처녀들로부터 둥글고 기름진 몸매의 중년여자, 만삭의 임부, 다산의 주름이 겹겹이 늘어진 노파들이 열심히 때를 밀고 비누칠을 하고 마사지를 한다.

남편이 지난해 가을 러시아 여행에서 민속인형을 사왔다. 얇은 나무로 만든 것으로 볼이 붉은 처녀의 얼굴이 그려지고 민속의상의 무늬와 채색을 입힌, 얼핏 오뚜기처럼 단순한 모양 이었지만 그 안에는 똑같은 모양의 인형들이 크기의 차례대로 겹겹이 들어 있었다. 앙상한 뼈 위로 남루하고 커다란 덧옷을 걸친 듯 살가죽이 늘어진 한 늙은 여자 속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들어 있는 것일까. 보다 덜 늙은 여자, 늙어가는 여자, 젊은 여자, 파과기*의 소녀, 이윽고 누군가, 무엇인가가 눈틔워주기를 기다리는 씨앗으로, 열매의 비밀로 조그맣게 존재 하는 어린 여자아이.

옆자리에서 배가 붕긋이 부른 젊은 여자가 아이를 씻기고 있었다. 제 엄마에게 몸을 맡기 고 있는 네댓 살 된 여자아이는 끊임없이 플라스틱 인형의 몸을 씻기고 있었다. 여자에게 모 성이란 생래적인 본능인가. 결혼을 하자 나는 재빨리 모성의 자리로 옮겨앉았다. 마치 방과 방 사이의 마루를 의심없이 건너듯. 오늘 아침 나는 서둘러 현관문을 나서는 아들을 보며 까 닭모르게 가슴이 서늘해졌다. 얼결에 이름을 불러 세웠지만 아들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 자 아무것도 아니라고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문득 그토록 강하게 가슴을 치고 지나간 것이 그애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순수한 성, 무 싹 같은 동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문을 잠그 고 돌아서서였다.

아이를 낳은 뒤로 나는 이전에 그토록 빈번하게 꾸던 꿈, 날거나 추락하는 꿈을 꾸지 않는 다. 아주 조그맣고 조그마해져서 어디론가 숨어드는 꿈을 꾸지 않는다.

아이엄마가 비누거품으로 뒤덮인 아이의 몸에 맑은 물을 끼얹었다. 앗 뜨거, 쌍년. 물이 뜨 거웠는지 아이가 공처럼 튀어오르며 비명을 내질렀다. 아이의 느닷없이 낭랑한 욕설은 방자 하고 통쾌했다. 말없이 몸을 씻던 사람들이 쿡 웃으며 돌아보았다. 아이엄마는 당혹한 표정 으로 손을 멈칫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반사적으로 얼결에 욕설을 내뱉은 아이는 어쩔 줄 몰라 으앙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미안해, 엄마인 줄 모르고 그랬어. 아이의 새된 울음소리가 수증기로 가득찬 그러나 휑뎅그레 비어 높은 천장에 부딪쳐 울렸다.

샤워 꼭지 밑에서 쏟아지는 더운 물줄기에 몸을 맡기고 섰다가 섬뜩 놀랐다. 거울 속에 내 가 없다. 수증기 탓에 거울이 흐려졌기 때문이라고 알면서도 반드시 있으리라는 것이 없다는 것은 두렵다.

나는 샤워기의 물을 잠그고도 한참을 그대로 거울을 보며 서 있었다. 차츰 수증기가 걷히 고 맑아지는 거울면에 아주 먼 곳으로부터 다가오듯 천천히 얼굴 윤곽이 살아났다. 잘못 당 겨진 천처럼 좌우대칭이 깨진 얼굴.

* 파과기(破瓜期): 여자가 월경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

【문제 3】 제시문 (자)에 담겨 있는 몸의 의미들을 주인공 ‘나’의 성찰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 시오. (900±90자) (100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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