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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CE, 제30권 제1호, 2012
자신이 좀 이상한 것 같다며 진료실을 방문한 37세 남성의 경우는 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의 전형적인 일 중독과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 고 있었다. 환자는 2년전 IT 업계의 새 직장으로 옮긴 후, 일에서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이전과 많이 달 라졌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신규사업을 맡으며 부정적으로 변해, 일이 잘 안된다는 말이 들릴 때는 못 참고, 욱하기도 하는 등 감정이 잘 통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이 잘 안된다는 말에 일에 더 강박 적으로 되면서 표정 변화가 심해지고, 순간적으로 욱 해서 말실수도 잦아지고 욕도 하게 되면서 가슴이 답 답하거나 기억력도 떨어지고 피곤한 증상도 심해지고 있었다.
사람은 자신의 목표와 생각에 맞추어 행동하게 된 다. 그런데 삶의 목표에 대한 욕구가 지나쳐 일에 강 박적으로 매달리게 되어, 일에 대한 생각으로 뇌가 잠 시도 휴식하지 못하는 경우는 이 분과 같이 건망증, 만성 피로, 불면증, 짜증 등 각종 신체 증상을 나타내 게 된다. 신체 증상이 나타나면 무슨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고, 병원을 찾게 되고, 병원에서도 특별한 질 병이 아니라고 하니 불안해지면서, 집중력이 더 떨어 져 일하는 능력도 문제가 되기 시작해 점점 더 신체증 상도 나빠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그런데 사람이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몸이 힘들다고 하는데도 점점 더 일에 매달리는 이유 는 무엇일까? 이런 분들의 특징은 성취와 스스로의 가치를 동일시하고, 인정받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아, 몸이 힘들다 는 신호를 보내도 스스로의 요구는 부정하거나 무시 하고 일만 하는 것을‘선(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이 대부분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일에서의 성취감, 만족을 느끼면서“나는 내 일을 사랑해, 일은 나의 행 복이다”고 생각하는 시기를 지나, 체력이 소진되어 에 너지가 결핍되는 시기가 되어서는“해도 해도 일이 끝 이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이런 분들은 직장이 아닌 장소에서도 일 생각만 하게 되고, 완벽하지 않으 면 만족하지 못하고, 열심히 준비하고도 부족할 것 같 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 전신의 긴장, 두통, 만성 피 로, 불면증 등의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렇게 일 잘하는 사람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못 할 정도로 이유 없이 짜증이 나며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상태가 될 때는 체력이 이미 소진되어 휴식을 필 요로 하는 단계이다. ‘나는 지금 바빠’, ‘할 일이 많 아’하고 잘 안 돌아가는 몸을 채찍질하니까, 이유없이 짜증나고 화가 나는 것을 넘어서 심지어 안 좋은 말이 나오는 상황까지 만들게 되는 것이다. ‘성취’라는 꼭 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원칙에 맞추어 정신 없이 일만 하다 보면 어느덧 몸은 더 이상 생각의 요구를 따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감정이 메마르고 궁극적으로는 체력 소진으로 인한 혈관벽 손상과 함께 면역력도 떨 어져 질병을 얻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하던 일에 집중력도 떨어지고, 잘 하던 일 을 피하고 싶을 정도로 지쳤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 하루 한 번씩 나 자신을 칭찬하자 -
박 민 선
서울대학병원 가정의학과, msp20476@hanmail.net
누구나 건강 100세를 준비해야 하는 시대
이 때는 주말 하루라도 일에 대한 생각을 접고, 야외로 나가 햇빛을 받으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 이다. “할 일이 태산인데, 어떻게 놀러 가나?”하는 생 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잠시라도 일에서 벗 어나야 한다. 처음에는 바깥으로 나가도 일에 대한 생 각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지만, 사람은 환경의 영향 을 받는 법이므로,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자연의 품에서 일에 대한 생각을 잠시 잊고 다시 안정을 찾게 된다.
이렇게 휴식을 취해 힘을 보충한 후, 다시 일상으로 돌 아오게 되면 똑같은 일을 새로운 각도로 보게 되고, 좀 더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된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는 잠시의 휴식도 불가능한 상태이거나, 휴식을 취해도 부정적인 생각을 멈출 수 없을 때가 있다. 이 때는 몸에 가장 좋은‘보약’이라 고 하는 운동보다 순간적으로 체력을 더 상승시킬 수 있는 스스로에게 칭찬이라는 선물을 줘 본다. 즉 힘들 어도 잘 버티고 있는 나 자신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 주는 것이다. 남이 아니라도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인 식하고, 인정하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온 몸의 혈관 이 이완되면서 힘을 얻는 것이다. 흔히“칭찬은 고래 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이다. 마 치 시험을 잘 치고 온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 주듯,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해 힘들어 하는 내 몸에도 무언가 보상을 해 주어야, 몸도 생각이 원하는 대로 잘 작동하는 법이다.
스스로에 대한 칭찬이 어려우면 스스로 힘들다고 느낄 때 주변 다른 사람들을 칭찬해 보자. 완벽주의적 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스스로 잘못한 부분을 찾고 고쳐 더 잘하는 것을 끊임없이 연마한 사람들이 대부 분이라 스스로 자신이 잘한 것, 자신에게 감사할 만한 것을 찾는데 서투르기 때문에 남의 좋은 점을 보는 것 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일 때가 있다. 주변 에서 함께 숨쉬고 호흡하는 상대방에게 칭찬을 하게 되면, 상대방도 행복해 하는 것을 느끼게 되며, 자신도 모르게 행복해져 미소를 짓게 된다. 이렇게 행복감이 느껴지면, 우리 몸의 온 혈관은 문을 활짝 열게 되어, 힘들때 운동하는 것보다 더 많은 힘과 활력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일 끝내고 지쳐 쓰러질 것 같을 때, 자신 이 한 일에 대해 최고의 칭찬을 받게 되면 언제 힘들 고 피곤했는지 잊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다. 상대방을 칭찬한다는 것은 가급적 상대방의 결 점보다는 장점을 보도록 노력하는 관점을 훈련하는 것이므로,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단점보다 장점을 보 게 하는 연습이 된다. 마치 태초에 인간이 농사 짓고 움직이며 살아야 건강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우리 몸은 웃고 행복해지면 건강하도록 만들어져 있 는 것 같다. 얼굴은‘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마음 상태가 얼굴에 나타나 게 되어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행복해 하는 것을 느 끼는 순간 나도 함께 행복해지며, 도미노처럼 나와 주 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이렇 게 미소 지을 정도의 여유가 생기면, 즐거운 일이 눈 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여유와 함께 다시 활력을 찾게 된다. 물론 미물도 자신을 진짜 사랑하는지 미워하는 지 느낄 수 있는데, 가식적인 칭찬은 상대방이 금방 느끼게 마련이지요? 자, 오늘 당장 가장 가까운 내 가 족, 나 자신에게부터 칭찬을 시작해 보자.
NEWS & INFORMATION FOR CHEMICAL ENGINEERS, Vol. 30, No. 1, 2012 …
75박 민 선
박민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