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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 수치심(羞恥心)의 가격: 무상급식(無償給食)에 대한 하나의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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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원은 한정되어 있는 데 쓸 곳은 많은 세상에서 편익 대비 비용을 계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그것은 무엇이 합리적인지 혹은 정당한지에 대한 사람들의 믿 음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의 가격, 포터 著)

2011년 8월 24일 실시된 서울시 주민투표는 투표율 25.7%로 무효 처리되었다.

앞으로 서울시는 모든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할 것으 로 예상된다. 이른바 ‘오세훈 안’과 ‘곽노현 안’의 차이는 하나다.1) 부모의 소득이 상위 50%에 속하는 학생들에게 점심을 공짜로 줄 것인지, 돈을 받고 줄 것인지가 쟁점이다. 결과적으로 서울 시민들은 부모의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공 짜 점심을 주자는 ‘곽노현 안’을 선택하였다. 문제는 ‘곽노현 안’이 비효율적이면서 불공평하다는 데 있다. ‘오세훈 안’은 비효율적이기는 하나 불공평하지는 않다. ‘곽 노현 안’을 최악(最惡), ‘오세훈 안’을 차차선(次次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 때 문이다.

효율성과 형평성의 측면에서 서울시민은 최악의 안을 선택

정책을 평가하는 두 개의 대 원칙은 효율성과 형평성이다. 무상급식에 있어서 가 장 효율적인 방식은 학생들에게 급식비(給食費)를 지급하는 것이다. 급식비가 지급 되면 학생들은 자기가 원하는 점심을 선택할 수 있다. 학교가 직접 급식을 제공하 면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학교가 주는 밥을 먹어야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학생들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무상급식이 비효율적임을 의미한다. 무상급식 에 있어서 부모의 소득이 적은 학생과 소득이 많은 학생은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 다. 양자를 같게 취급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부모의 소득이 많은 학생은 돈을 내 고, 부모의 소득이 적은 학생은 공짜로 점심을 먹는 것이 공평하다. 다른 사람은 다 르게 취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공짜로 점 심을 먹는 것은 불공평하다.

1) 이하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하는 방안을 ‘곽노현 안’, 부모의 소득이 하위 50% 인 학생들에게는 무상(無償)으로,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유상(有償)으로 점심을 제공하는 방안을 ‘오세훈 안’

이라고 한다.

20만원, 수치심(羞恥心)의 가격: 무상급식(無償給食)에 대한 하나의 견해

오정일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2011-08-31

(2)

효율성과 형평성의 측면에서 두 안을 평가하면 ‘오세훈 안’은 차차선, ‘곽노현 안’

은 최악이다. ‘오세훈 안’은 부모의 소득이 충분한 학생들이 학교가 제공하는 점심 을 의무적으로 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기는 하나 돈을 내기 때문에 불공 평하지는 않다. 반면, ‘곽노현 안’의 경우에는 부모의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 이 공짜로 점심을 먹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면서 동시에 불공평하다. 결과적으로 서 울시민들은 차차선이 아닌 최악의 안을 선택한 것이다.

냉철한 논의보다 낙인효과 방지를 위한 차차선과 최악의 안이 제시

무상급식의 목표가 가난한 학생들에게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 니라 실제로 밥을 먹게 하는 것이라면 가난한 학생들에게만 급식을 제공하는 차선 책(次善策)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모두 차선책을 내놓지 않았다. 차선책을 시행하면 무상급식의 대상이 되는 학생, 즉 가난한 학생이 누구인지 알려지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낙인효과(烙印效 果)’라고 부른다. 낙인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 감은 차선이 아닌 차차선과 최악의 안을 내놓았다.

“부모의 소득이 상위 50%인 학생들에게 공짜로 밥을 줄 것인가, 돈을 받고 밥을 줄 것인가”의 문제를 현학적(衒學的)으로 포장하면 “무상급식이 보편적 복지에 해 당하는가, 해당하지 않는가?”가 된다. 그러나 논쟁의 핵심은 낙인효과이다. 가난한 학생들의 수치심을 없애기 위해 나머지 학생들도 공짜로 밥을 먹게 할 것인가가 논 점(論点)이다. ‘곽노현 안’에서는 낙인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 모든 학생들이 공짜로 밥을 먹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주장에 의하면 ‘오세훈 안’을 시행할 경우 연간 3,070억 원, ‘곽노현 안’을 시행하면 연간 4,090억 원이 소요(逍遙)된다고 한다. 학 생 한 명당 급식 비용이 연간 약 60만원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세훈 안’의 경 우 약 51만 명의 가난한 학생에게, ‘곽노현 안’에 있어서는 약 68만 명에 달하는 모 든 학생들에게 공짜 점심이 제공된다고 할 수 있다. ‘곽노현 안’을 시행할 경우 51 만 명의 가난한 학생들이 느끼는 수치심을 없애기 위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17만 명 의 학생들에게 점심이 공짜로 제공된다. 세 명의 가난한 학생이 느끼는 수치심을 없애기 위해 추가로 한 명에게 공짜 점심을 주는 것이다. 학생 세 명당 60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므로 학생 한 명당 20만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2) 포터의 표현을 빌리면 ‘수치심의 가격’은 20만원이다.

2) 20만원에는 점심을 선택할 수 없는 학생들이 느끼는 비효용, 즉 먹고 싶지 않은 점심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고통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3)

정치의 계절에 불어 닥치는 포퓰리즘 태풍에 맞서야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태풍이 불고 있다. 태풍의 진원 지(震源地)는 정치권이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차별적으로 부과하자는 ‘등 록금차별화’, 같은 죄를 저질러도 부자는 벌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일수벌금제’, 동일 한 진료에 대해 소득이 높은 사람은 높은 진료비를 내야 한다는 ‘진료비차등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서울시 주민투표가 무효화된 것 역시 포퓰리즘이 작동한 결과이 다. 선거 과정에서, 무상급식이 정말 시급한 문제인지,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비용을 서울시가 감당할 수 있는지, 가난한 학생들의 수치심을 없애기 위해 모든 학생들에 게 공짜로 점심을 제공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냉철한 논의는 없었다. 그 결과,

“아이들이 먹는 밥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는 선동적인 구호가 힘을 얻었고 주 민투표는 무산(霧散)되었다. 정치의 계절에는 포퓰리즘이 재미를 보기 마련이다. 이 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은 하나이다. 2012년 12월까지 포퓰리즘의 태풍에 맞서 는 것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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