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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등록금의 반(反)시장적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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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부터 가계 소득에 따라 등록금 부담이 달라지 는 ‘차등등록금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정부예산 1조 5천억 원과 대학예산 7천 5백억 원을 들 여 가계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두어 대학 등록금을 부담케 한다는 것이다. 전체 대학생의 2.7%인 기초생활수급 대상 가정 학생은 한 해 546만원의 지원을 받고, 소득 수준 하위 10%는 321만원, 하위 20%는 231만원 정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득 상위 30%도 38만원 정도의 혜택을 받아, 전체 대학생 등록금 부담은 평균 22% 정도 줄어들게 한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당정(黨政) 협의를 거친 내용과 별도로 지난 달 교육과학기술부는 등 록금을 감면해 주도록 규정한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 준수 여부를 토대로 대학에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그 제재는 차등등록금제를 실시하지 않는 대학은 정부 재정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제재 방침으로 교육 과학기술부는 내년부터 대학정보 공시 때 저소득층에 대한 장학금 지급 현황도 공 개하겠다고 한다.

같은 교육서비스에 소득별 차등가격을 적용하려는‘차등등록금’강제는 불합리한 조치

현재 정부의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대학은 해당 학년 등록금 총액의 10% 이상을 학생 장학금으로 써야 하며, 총장학금 규모의 30% 이상을 경제적 사 정이 곤란한 학생을 위하여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 육과학기술부가 파악한 최근 2년간 전문대학을 포함한 사립대학의 학비감면에 상요 한 장학금 지급 실태는 위의 규정인 10% 이상 사용규정을 지키지 않은 대학이 2009년 31.5%, 2010년 26.8%였으며, 저소득층 감면 비율 30%를 지키지 않은 대 학은 2009년 80.3%, 2010년 77.7%였다고 한다.

차등등록금의 반(反)시장적 위험성

김정래 부산교육대학교 교수ㆍ교육학

20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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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정부의 차등등록금 제도는 일견 대학의 장학금 지급 의무 이행을 독려 하고 철저하게 감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립대학들이 규정에 따른 장 학금 지급을 게을리 한다는 것이 차등등록금제 도입의 논거나 명분이 될 수는 없 다. 법령에 정해진 장학금 지급을 게을리 한다면 그 의무사항 이행을 하도록 하는 조치가 따라야지 차등등록금이라는 제도를 국ㆍ공립대학도 아닌 사립대학에 강제한 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조치이다.

첫째, 차등등록금제는 등록금 제도이기 때문에 장학금 지급 의무 불이행을 핑계 로 도입해선 안 된다. 등록금제와 장학금 지급은 별개의 문제이다. 굳이 말하자면, 등록금제는 교육재정 분야의 문제이고, 장학금은 학생 복리(welfare) 차원의 문제 이다. 재정은 효율성이 일차적인 준거가 되지만, 복리 문제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장학금 지급 실태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그것을 근거로 하여 등록금제의 근간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다.

둘째, 같은 맥락에서 등록금제는 장학금제도와 달리 시장 원리에 어긋나선 안 된 다. 한 마디로 차등등록금제는 반시장(反市場)적이다. 엄연히 대학교육을 공급하는 대학 측에다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같은 교육서비스에 대하여 각기 소득별 다른 가격을 지불하라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발상이다. 학비감면이나 생활비 보조 장학금 지급은 학생의 가계 소득에 따라 충분히 차등을 두어야 마땅하다. 그 래야 장학금 지급의 취지에 맞다. 그러나 등록금의 책정 자체를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백화점에서 같은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면서 소득별로 차등을 두어서 가격을 지불하게 한다면 그것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이에 대하여 대학교육은 백화점의 상품이 아니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면 같은 서비 스를 받는데 소득 수준별로 차등가격을 매긴다면 어떠한가. 한 이발소의 똑같은 서 비스인 컷트 요금이 소득별로 다르다면, 이를 누가 수용하겠는가. 이발소마다 가격 이 다르거나 한 이발소에서 제공하는 상이한 이용(理容)서비스에 따른 차등가격은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같은 이발소 내 같은 서비스에 대한 가격은 누구에게 나 동일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대학마다 등록금이 달라야 하고, 한 대학에서도 전공이나 분야별로 등록금이 다르게 책정될 수 있지만, 소득별로 다른 금액의 등록 금을 납부하게 한다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대학 등록금을 국 가가 통제하는 상황에서 차등등록금을 매기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는 판단에 이르 게 한다. 마치 마르크스의 ‘강령’처럼, ‘부담은 능력에 따라, 혜택은 필요에 따라’ 차 등을 두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가 모든 가격을 정하는 계획 경제를 닮았기 때문이다.

셋째, 차등등록금제 도입은 교육에 대한 그릇된 관념에 기인한다. 교육을 공공재, 또는 공공서비스라고 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국ㆍ공립대학의 경우에 재원조달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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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를 국가기관이 하니까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다지만, 국ㆍ공립이건 사립이건 교 육은 공공재도 아니고 공공서비스도 아니다. 교육받은 결과 획득된 재능과 자질 (talent)은 개인의 것이지 그 개인의 자질을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아무나 가져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유재이다. 만약 사유재가 아니라면, 차등등록금의 혜택을 받아서 진출한 저소득층 출신 인물은 차등 할인된 등록금으로 배운 재능과 자질을 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보다 낮은 급여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성립해 야 한다. 이런 해괴한 경우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교육받은 결과가 사유재라는 것 을 의미한다.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은 공공서비스도 아니다. 그냥 공익을 위하여 가 져다주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대학교육을 포함한 교육의 결과가 공적 인 기여를 하는 것은 교육의 외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넷째, 이번 교육당국의 차등등록금 정책은 야권 일각에서 줄기차게 제기한 이른 바 ‘반값등록금’에 대한 민심무마용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값등록금이 시장원리는 물론 교육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1)과 마찬가지로 차등등록금 제도 도 역시 시장원리와 교육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해 괴하기까지 한 등록금 차등정책을 편다는 것은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작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어지는 선거에서 줄곧 연패하는 정부 여당 의 딱한 처지를 이해하지 못 하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값등록금’에 대한 대안 으로 이러한 정책을 버젓이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교육부문의 올바른 정책방향은 차등ㆍ반값 등록금의 논의가 아닌 장학금 확충으로

사정이 이렇다면, 정책 방향은 당연히 장학금 확충으로 잡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같은 교육을 받으면서 다른 가격을 지급토록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처지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렇다 고 저소득층 학생이라고 하여 무조건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해선 안 된다. 일정기간 대학 생활에 필요한 학자금과 생활비 일부를 지급하되, 이후 학업 성적에 따라 그 지급 여부와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하위 10% 학생에게는 입학할 당 시 학비 면제와 생활비 일부를 지급하도록 한다. 그러나 2학년 진급 시 성적이 상 위 20%안에 들지 않으면 생활비 지급은 중단하고, 상위 50%안에 들지 않으면 학 비 면제의 범위를 축소하여 일부 학비만 감면토록 한다. 이 규칙은 졸업할 때가지 매 학년 진급마다 적용한다. 하위 20%∼30% 입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이보다 조금 경감하여 지급하고, 같은 방식으로 적용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소득 수준에 관계없

1) 반값 등록금과 ‘촛불’ 광장의 망령, KERI 칼럼 485호, 2011년 6월 20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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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업 우수학생에게는 늘 파격적인 장학금 지급 혜택을 주는 유인 효과를 병행해 야 한다. 드워킨의 용어를 빌면, 장학금 정책이 ‘endowment-insensitive’ 뿐만 아니 라 ‘ambition-sensitive’ 쪽으로도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2) 저소득층 학생의 학업 여건 마련도 중요하지만 장학금 정책은 그들의 학업 증진에 일차적으로 초점이 맞 추어져야 한다. 아울러 중산층 이상의 학생들의 면학 의욕도 고취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학금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chuck-away)’가 되어 버린다.

둘째, 고등교육정책의 일차적 목적이 무엇인지를 맨 먼저 헤아릴 수 있도록 설정 되어야 한다. 국가 중추를 결정할 고등교육정책이 반값등록금 논란을 피하고자 한 다거나 아니면 장학금 정책과 등록금 정책을 혼돈한 상태에서 설정한다는 것 자체 가 정책 아이디어의 빈곤을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같은 맥락에서 대학회계 상 몇 가지 문제를 놓고서 대학재정 전체의 틀을 흔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구해선 안 된다. 대학이 정해진 장학금 지급을 하지 않으면 장학금 확충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순리이다. 이를 빌미로 차등등록금 제도를 도입한다는 발상에 경계심이 앞서는 것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셋째, 교육평가와 홍보효과도 저소득층 복지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교육본연의 학업성취에 맞추어져야 한다. 대학교육공시에 저소득층 장학금 지급 내용을 반영한 다고 하였는데, 이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교육공시를 할 적에 학업 우수 학생들에게 지급한 장학금 내역도 밝혀야 한다. 장학금 얼마를 몇 명에게 지 급했는가보다는 장학금 수혜 학생이 어느 분야에서 어떤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를 세세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묵살하고 차등등록금제를 추진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를 교육당국이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자초하는 꼴이다. 결국 차등등록금제 도입 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자꾸만 부정하고자 하는 좌파 논객들의 주장 을 그대로 수용하는 모양을 연출하는 것이다.

2) Ronald Dworkin, 1981, 'What is Equality?', Philosophy and Public Affairs Vol. 1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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