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와 식민주의
1840년대에 도미니카 공화국이 스스로 서구 열강의 지배 하에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은 모두 이 제의를 거절하였다. 그런데 1870년대 이후 서구 열강들은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식민지 확보에 열을 올리게 된다. 그 결과 1914년 서구는 전 세계의 85%를 식민지, 보호령, 신탁 통치령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한 영토 획득은 단기간의 급격한 팽창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취한 형태도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왜 19세기 말에 서구 열강들은 제국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게 된 것일까? 왜 이시기에 서구 열강들은 저개발 지역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의식적인 접근을 하게 되었을까? 제국 주의 지배는 제국과 식민지에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가?
1. 제국주의의 등장 (1) 제국주의의 정의
- 식민주의(colonialism) : 식민지는 식민지(colony)로부터 파생된 단어로 고대 로마 시대 멀리 떨어진 로마 시민들의 정착지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로마 멸망 이후 사용되지 않던 이 단어는 16세기 이후 서구 열강의 해외 식민지 획득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다시 등장하였다.
즉 근대적 의미의 식민지는 다수 원주민과 소수 외부 침입자 사이의 지배-피지배 관계를 의미하게 되었다. 따라서 식민주의에서는 식민지 주민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근 본적 결정들이 중심부에서 결정되며, 식민지가 아니라 중심부의 이익을 목표로 삼는다.
- 제국주의 : 19세기에 처음 등장한 이 개념은 식민주의보다 나중에 출현하였을 뿐만 아니 라 그보다 더욱 일반적이고 광의의 개념이다. 제국주의는 식민주의와 마찬가지로 다른 집단 에 의한 민족과 인종의 정치적, 경제적 지배와 국가간 종속적 관계의 성립과 유지를 뜻한 다. 그러나 공식적인 영토의 지배를 포함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식민주의와는 구별된 다. 따라서 제국에는 공식적 제국과 비공식적 제국이 존재한다. 공식적 제국이 합병과 식 민지 정부의 통치라는 양상을 보이고 중심부의 군대와 주변부의 협력자들에 의해 유지되는 제국이라면, 비공식적 제국은 법적으로는 독립된 주변부의 정치체제를 종속된 협력자들을 조종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통치하는 방식이다.
※ 하지만 서양사의 경우에 제국주의는 일반적으로 역사적 개념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19세 기 말부터 1945년까지 서구 열강 및 일본에 의해 추진된 팽창 정책을 지칭하는 것이다. 특 히 이 시기에는 공식적인 정복과 합병 그리고 통치를 위해 국민국가의 역할이 월등히 증대 하게 된 것이 그 특징이다. 즉 제국주의는 제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정치적 목적과 연관시 켜 해석할 때 명확하게 정의될 수 있다.
(2) 제국주의가 출현하게 된 원인
① 경제적 요인 : 새로운 공업 원료 획득, 새로운 제품 시장 확보, 증가한 인구를 위한 식량 확보, 이민의 배출구, 잉여 자본의 투자 ...
특히 제2차 산업혁명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공업 분야에서는 석유, 고무, 구리 등 의 새로운 원료를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유럽인들이 입맛이 바뀌면서 커피, 설탕, 코코아, 고기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된 사실 역시 해외로의 진출을 부추겼다. 또한 자본주의가 독점화 되어 금융자산에 의한 지배가 확립되면서 급증한 잉여자산은 보다 이윤이 높은 곳으
로 눈을 돌리게 되었으며, 대규모 공장제가 정착하면서 생긴 과잉생산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던 공황도 남아도는 상품을 소비할 시장을 찾게 되었다. 게다가 19세기 중엽 이후 에는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면서 무역경쟁이 심화되었고, 이는 격렬한 식민지 확보 전쟁으로 귀결되었다.
● 경제적 요인에 대한 분석
- J. A. Hobson의 분석 : 홉슨은 19세기에 영국은 산업 자본주의에서 금융 자본주의로 전환 하였으며, 따라서 제국주의의 동기는 상품 시장이 아니라 금융 자본의 해외 투자 욕구였다.
국내에서 부의 불균등한 분배에 의해 소수 지배층은 과잉저축을 하는 반면, 다수 대중은 저 소비에 직면하게 된다. 저소비는 국내 산업을 위축하게 만들고 따라서 이윤율이 계속 하락 되자 축적된 자본은 해외 시장으로 유출된다는 것이다.
- R. Hilferding : 금융 자본주의는 자유방임 자본주의와는 달리 자유가 아니라 지배와 종속 을, 경쟁이 아니라 조직을 필요로 하며, 그 결과 강력한 국가를 요구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강력한 국가들간의 경쟁은 필연적으로 전쟁을 야기할 것이다.
- V. I. Lenin ; 『제국주의 : 자본주의 최고의 단계』
레닌은 제국주의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팽창하려는 속성을 가진 독점 자본주의단 계라고 규정하였다. 즉, 자본주의는 1870년대 이후 생산과 자본의 집중으로 독점 단계에 접 어들었으며,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이 연합하면서 자본 수출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결국 국제적인 자본가의 독점체제가 형성되어 세계 분할에 나서게 되는데, 이는 자본주의가 최고로 발달한 최후의 단계이다 : ① 생산수단과 자본의 집중 → ②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합병 → ③ 자본수출 → ④ 자본가들의 독점동맹의 형성 → ⑤ 전 지구적 영토분할
이 마지막 단계에서 독점 자본주의는 독점을 확고하게 유지하기 위해 시장통제와 천연자원 의 공급을 위해 끊임없이 영토 획득 전쟁을 벌이는데, 당시 세계 제1차 대전을 제국주의 전 쟁으로 파악한 레닌은 이 전쟁이 혁명을 유발시켜 자본주의의 멸망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언 하였다.
● 경제적 해석의 한계
대부분의 역사가는 제국주의 등장의 주요 원인이 경제적 이유임에는 동의하지만, 경제적 설 명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 식민지 시장은 유럽 제조업자의 이해에 부응하기에는 너무 빈약했다.
- ‘쟁탈전’이 가장 심했던 아프리카는 이윤이 가장 낮은 곳이었다.
- 독일과 프랑스 등은 잉여자본의 일부만을 식민지에 투자했다. 프랑스는 오히려 러시아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자했다.
② 정치적․사회적 이유
- 국제관계의 변화 : 제국주의의 원인을 국제 정치적으로 파악하는 주장은 1870년 이후 유 럽 국가들의 변화된 위상을 중시한다. 1815년 이후 균형을 유지해 오던 국제관계가 독일과 이탈리아의 통일로 인해 붕괴되었으며, 유럽 내부에서의 심화된 힘의 대결은 아시아와 아프 리카 등의 주변부로 향하게 했다는 것이다.
- 안보상의 이유 : 이 견해의 주창자들은 국가는 안보상의 이유로 기지, 전략자원, 완충국 가, '자연' 국경, 통신노선의 장악 등을 확보해야 하며 다른 국가가 이러한 것들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1880년에 있었던 영국의 이집트 지배와 아프가니 스탄 확보는 러시아의 남하에 대비하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동방과의 전략적 교통로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 민족주의 : 한편 민족주의의 고양과 국가 위신 역시 제국주의적 팽창의 주요한 한 원인으 로 지적된다. 실상 1860년대가 되어서야 통일을 이룩한 이탈리아에서는 식민지 획득을 자신 들이 국민국가에 도달한 증거로서 간주하였다.
- 국면전환용 : 한스 울리히 벨러는 소위 “사회제국주의”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 이론에 서 제국주의는 국내적인 여러 문제에 봉착했을 때 국민을 통합하고, 긴장을 이완시키며, 변 혁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지배 엘리트가 사회 질서 유지용으로 사용한 전략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제국주의 당시 경제적 궁핍을 겪고 있던 국내의 노동자들도 국가가 부유해지고 강성 해진다는데 매우 열광하면서, 제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었다. 정치가들 역 시 식민지를 소유하는 것이 국가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하면서 애국심을 호소했다. 언론 역시 식민지 정복의 선정적인 이야기들을 기사로 써서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런데 실제로 제국주의 정책이 노동계급에게 이득을 주었는지는 불명확하다. 즉 식민지가 확대되면 고용 이 증대하고 실질임금이 상승한다는 주장은 노동자들의 기대를 반영한 선전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 Schumpeter의 해석 : 슘페터는 제국주의의 경제적 원인보다는 인간행동의 특정형태를 강 조하였다. 그가 보기에 제국주의는 국가가 주도하는 무제한적이고 강제적인 팽창이며, 팽창 그 자체를 위한 팽창인데, 이러한 목적 없는 경쟁은 소수 자본가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절 대왕정 시대의 정치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었다. 산업발달과 도시화 민주주의로 인해 지위가 불안해진 이들은 제국으로부터 성취할 수 있는 군사적 영광과 정복 을 통해 위안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③ 주변부 이론 : 로빈슨과 갤러거는 유럽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중심부의 내적 요인에서 찾으려 한 기존의 이론을 비판하면서 주변부의 상황이 중심부로 하여금 분할쟁탈전에 뛰어 들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유럽이 아프리카를 분할쟁탈하게 결정적인 원인은
“아프리카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영국이 아프리카 분할에 참여하게 된 것 은 1881년 이집트에서의 반란으로 토착권위가 와해되자 수에즈 운하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 로 사전에 거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제국주의의 관심을 식민지로 향하게 만든 주변부 이론의 핵심 개념은 협력이다. 즉 처음부 터 지배는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인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중재자가 필요했 다는 것이다. 또 되도록 제국을 싸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현지의 자원으로 제국이 운영되어야 했기 때문에 제국주의가 운영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협력체계였다는 것 이다. 따라서 제국주의의 중심 매커니즘은 비유럽 사회에 세워진 협력체제였으며, 제국주의 가 한 단계로부터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 이유는 협력체제를 유지하거나 재구성해야 할 필요 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판> - 중심부에 존재했던 강력한 지배욕 혹은 팽창욕을 간과하게 만든다.
- 주변부의 위기 때문에 제국주의 정책이 추진되었다면 왜 1870년 이후 그토록 많은 ‘주변부 위기’가 갑자기 등장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 근본적으로 주변부의 위기는 주변부 자체 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압력과 침입의 결과라는 점에서 주변부 이론 역시 중심부의 문제를 통해서 설명
될 수밖에 없다.
④ 미개인의 문명화 사명 : 백인의 짐(white man's burden)
리빙스턴은 영국이 아프리카를 점령하게 되면 동아프리카의 노예무역을 종식시키게 되리라 믿었다. 그 외 많은 사람들도 미개인들에게서 전염병, 문맹, 야만을 몰아내야 할 사명이 백 인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키플링인데, 그는 ‘절반은 어린이이고, 절반은 악마’인 이들 인종을 문명화할 사명이 ‘백인의 짐’이라고 생각했다. 백인의 이러한 우 월감에 영향을 준 것이 바로 다윈의 진화론에서 영향을 받은 사회적 다윈주의(Social Darwinism)이었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널리 유행했던 사회진화론은 다윈의 생물진화론에 기초한 사회이 론으로, 대표적인 사회진화론자는 영국의 철학자․과학자인 허버트 스펜서 그리고 월터 배 젓, 미국의 윌리엄 그레이엄 섬너 등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약자가 줄어들고 그들의 문화 는 영향력을 상실하는 데 반해, 강자는 강력해지고 약자에 대한 문화적 영향력이 커지게 된 다고 보았다. 사회진화론자들은 인간사회의 생활이란 생존경쟁이라고 생각했고, 그 투쟁은 스펜서가 제창한 '적자생존'(適者生存)에 의해 지배된다고 주장했다. 사회진화론자들은 인구 변동에 작용하는 자연선택과정을 통해 우수한 경쟁자들이 살아남고 인구의 질이 계속 향상 된다고 믿었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사회 역시 이런 방식으로 진화하는 유기체들로 간주했다.
이 이론은 자유방임주의적 자본주의와 정치적 보수주의를 지지하는 데 이용되었다. 계급적 불평등이 개인들 사이의 '자연적' 불평등을 근거로 정당화되었는데, 그 이유는 재산에 대한 지배가 근면․절제․검소와 같은 우월하고 생득적인 속성들과 상호 관련된다는 주장을 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개입 등의 수단을 통해 사회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자연적 과정을 방 해하는 것으로 보았다. 즉 무제한적인 경쟁과 현상유지가 생물학적 선택과 일치한다는 것이 다. 가난한 자는 '도태된 자'로서 도움을 주어서는 안 되며, 반면 생존경쟁에서 부(富)는 성 공의 상징이라고 인식했다. 한편 사회진화론은 앵글로색슨족이나 아리안족의 문화적․생물 학적 우월성에 대한 믿음을 지지함으로써 제국주의적․식민주의적․인종주의적 정책을 철학 적으로 합리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⑤ 선교를 위해
19세기말에 프로테스탄트와 카톨릭은 각각 해외 선교에 열을 올리게 되어 해외 각지에 선교 사를 파견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식민화에 앞잡이 노릇을 했으 며, 원주민들은 착취와 호의 사이에서 정서적 혼란을 경험해야만 했다.
3.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분할
19세기 초반까지도 유럽의 아프리카 침략은 서부와 남부의 일부 해안지역에 제한되어 있었 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이후 제국주의의 경쟁은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1875년에는 대륙의 11%가 유럽인의 수중에 있었는데, 1902년경에는 95%에 달했다.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한 것 은 영국이 수에즈 운하를 확보하기 위해 이집트를 점령한 사건이었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 가 주도하던 아프리카의 분할에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도 뛰어들어 치열한 영토 확보 경 쟁을 벌이게 되었다.
영국은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을 확보했으며, 러시아의 남진 정책을 방해하기 위해 페르시 아, 아프가니스탄, 버어마 등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했다. 네덜란드는 자바와 보르네오를 독
일은 뉴기니 일대를 프랑스는 인도차이나를 점령했다. 한편 중국은 서방국가들의 각축장이 되어 버렸으며, 반면 1850년대 근대화를 이룩한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잇따라 승 리하면서 아시아의 강자로 부상했다.
4. 제국주의(imperialism)의 평가
(1) 제국주의는 경제적으로 제국에 얼마만큼의 이득을 주었는가?
제국주의 정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19세기 말이래 식민지의 보유는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식민지는 원료의 공급지이자 제품의 시장으로서 중요했고, 식민지에서 창출된 이윤이 산업혁명의 초기 자본을 제공하는데 결정적이었다는 주장이 정설 로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사 연구자들은 무역과 자본투자, 제국운영에 소요된 비용 등을 조사한 결과 제국이 수지 맞는 사업이 아니었음을 밝히고 있다. 제국이 가져다주 는 상상속의 이득과 실제와는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 유럽과 식민지 사회간의 생활수준과 소비 정도의 차이는 산업혁명 이후에야 확대되었다.
- 무역규모 : 18세기에는 영국과 그 식민지간의 교역량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와 의 교역량이 5배내지 7배정도 더 많았다. 이러한 상황은 1913년 이후 역전되는데 영국과 그 식민지의 교역량은 나머지 식민제국들의 총 무역량의 72%에 육박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식민지와 제국간의 경제적 유대 확대가 산업혁명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 원료(동력자원)의 수입 : 현재의 유럽은 동력자원의 61%를 제3세계로부터 수입하고 있지 만 1920년대까지는 자체적으로 동력자원을 생산하였고 이는 소비를 초과한 것이었다. 석탄 의 경우 서유럽은 수출국이었으며, 석유는 당시 전체 에너지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중요하지 않은 자원이었으며, 철, 구리, 납, 보크사이트, 주석 등의 금속자원도 거의 98%정 도를 자급자족하였다.
이 모든 증거로 미루어볼 때 식민지는 원료 공급지로서 별로 가치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 상품 시장으로서의 유용성 : 선진국 전체를 놓고 볼 때 1800-1938년 사이 전체 수출의 17%만이 제3세계로 향했고 그 중 반 정도가 식민지로 수출되었다. 결국 유럽 총수출의 9%
만이 식민지로 향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선진국들의 총수출은 국민 총생산의 8-9%를 차지했는데 식민지로의 수출은 국민 총생산의 불과 0.6-0.9%에 머물렀다 는 계산이 나온다.
※ 결론적으로 식민지 지배는 분명 약간의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었지만, 서유럽의 산업화에 서 식민지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롭기는커녕 거시적인 관점에서 대차대조표를 뽑아보면 식민지는 식민제국에게 투자에 합당한 이익을 보상해 주지 못하였다고 주장되는 형편이다. 식민지 시장은 경쟁의 원칙이 지배하지 않는 쉬운 시장이었 기 때문에 기술혁신과 변화를 촉진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국내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이윤을 낳았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2) 제국주의는 식민지 경제를 근대화시켰는가?
제국주의는 식민지의 ‘탈산업화’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으로 평가되어왔다. 영국의 경 우 인도의 면산업, 철강업 기반을 파괴했으며, 영국의 식민지 관리 및 군인 등에게 소요되는 통치비용 일체를 인도가 부담하였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인도의 산업화는 그 기반이 부식되
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제국주의는 도로, 철도, 항만시설, 건축, 상하수도 설비 등의 사회 간접자원을 확충함으로써 물질적 이익을 주기도 했다. 따라서 일부 경제사 가들은 제국주의가 식민지의 근대화에 기여한 측면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제국주의를 단순히 경제적 현상으로만 환원한다면 식민지 사회가 제국주의로부터 얻은 물질적 이익을 충분히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단순히 경제적 영역을 넘어 서 종교와 언어를 포함한 중심부의 문명을 식민지 부과하려는 시도였으며, 인종, 기원, 종교 등을 근거로 식민지 주민들을 차별하였다. 무엇보다도 국가적 독립의 상실과 개인적 자유의 제한을 가함으로써 식민지인들은 물질적․심리적 고통을 당하였던 것이다.
한편, 서양인이 남겨 놓은 오리엔탈리즘은 식민지가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여전히 식민지의 문화적 삶을 지배하고 있다.
또한 제국주의는 세계의 선진-후진 지역간에 지배-종속의 관계를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중 심부 국가에서도 인종적 편견을 조장하고 호전적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심화시켰다.
현대에 와서 제국주의는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대국 또는 부 국이 약소국 또는 빈국을 종속, 착취하는 현상은 존재한다. 직접지배는 아니더라도 ‘다국적 기업’과 같은 경제적 침투 및 자국의 타협적인 노사관계의 유지를 위한 비용을 주변부 국가 들에 대한 경제적인 수탈로 마련하는 이른바 ‘신식민주의’를 통해서 강대국들의 해외팽창 및 영향력행사는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