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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장경판전( 高麗大藏經板殿 )과 붙박이 살창
해인사의 고려대장경판(팔만대장경판)이 소장되어 있는 판전(版殿)은 수다라장(脩多羅 藏)과 법보전(法寶殿), 그리고 사간장경(寺刊藏經)을 보관하고 있는 사간고(寺刊庫) 등 모두 네 동의 목조건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판전에 쌓인 경판이 부식되지 않고 지금까 지 잘 보존되어 온 것은 무엇보다도 건물 내부의 적정 온·습도 유지와 직사광선 차단, 그 리고 통풍과 환기가 적절하게 조절되는 과학적·영구적인 건축설계라는 점이다.
그 예로 판전 벽면에 칸마다 상·하 2단의 붙박이 살창을 냈는데, 건물의 정면 살창은 위쪽이 작고 아래쪽이 크며, 뒷면 살창은 반대로 위쪽이 크고 아래쪽이 작은 특이한 구조 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살창 크기가 각각 다른 것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공기의 유 입과,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고 습한 공기를 적절히 차단하여 경판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함 이다. 이는 곧 자연에 의한 자동환기장치를 위한 방편이라 여겨진다.
이렇게 슬기롭고 영특한 지혜와 실존의 경험을 토대로 한 선조들의 놀라운 건축기법은 최첨단 과학문명과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도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건 물의 형태나 구조는 단순하고 평범하게 보이지만, 살창과 문짝 하나도 우리의 귀중한 문화 유산이자 신성한 법보경전의 보고이며 무한한 축복의 전당이다. 대장경판전과 경판은 몸 과 마음처럼 언제나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박영순|자유기고가 해인사 고려대장경판전(법보전) 전면의 상·하 붙박이 살창 모습
우리 문화유산의 향기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