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반의어
1. 반의어와 이치적(二値的) 사고
1.1. 반의어
1.1.1. 반의어란?
ㆍ동일한 언어 내에서 동일한 의미 분야에 속하고, 또한 그 가운데에서 반대적 의미를 나타 내는 단어.
ㆍ대의어(對義語) 또는 반대어(反對語)라고도 한다.
1.1.2. ‘반대’의 분류
ㆍ엄밀한 의미에서는 ‘반대적’이라는 말에서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양상의 대립을 볼 수 있 다.
① ‘남자~여자’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전자의 부정이 곧 바로 반의어가 되는 경우,
② ‘크다~작다’, ‘좋다~나쁘다’에서처럼 그 사이에 여러 단계의 중간 영역이 있을 수 있는 대립 양상,
③ ‘사다~팔다’와 같이 역(逆) 관계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ㆍJ.라이온스는 이 가운데서 ②의 경우만을 반의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2. 이치적 사고
1.2.1. 반의어가 주목받는 이유
ㆍ어휘관계에서 반의어가 문제되는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들을 편의상 두 쪽으로 나누어 생각하려는 이치적 사고(二値的思考) 때문이다.
1.2.2. 반의어 구성의 조건
ㆍ어떤 한 쌍의 단어가 반의어를 구성하는 조건은 다음의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ㆍ네 가지 조건은 동질성과 이질성이라는 두 항목에 두 개씩 짝지어 묶인다.
ㆍ①과 ②는 반의어가 가지는 동질성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ㆍ반의어는 반드시 어떤 관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문제되는 한 쌍의 단어들이 기 때문이다.
ㆍ그 다음에 문제되는 것은 그 반의어가 서로 이질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ㆍ이 이질성 조건은 다음 ③과 ④에서 알 수 있다.
(1) 동시 연상이 가능해야 함
ㆍ반의어를 구성하는 한 쌍의 단어들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 안에서 동시 연상(同時聯 想)이 가능한 공존쌍(共存雙)의 단어들이어야 한다.
ㆍ임의의 단어에 대해 즉시 연상되는 단어가 없다면, 그 단어는 반의어를 가질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ㆍ이것은 사회적·심리적 동질성을 나타내는 조건이다.
ㆍ이것을 공존쌍이라고 한다면 ‘금’, ‘은’, ‘동’, ‘철’ 등 아무리 많은 금속이 있더라도 ‘금’,
‘은’만 공존쌍이 되며 ‘목화토금수’의 오행에서 ‘수’, ‘화’만 공존쌍을 이룬다.
ㆍ‘과거’, ‘현재’, ‘미래’ ; ‘육군’, ‘해군’, ‘공군’의 경우는 임시의 어떤 쌍도 모두 공존쌍이 되 는 것은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
(2) 동위 개념이어야 함.
ㆍ동시에 연상된 공존쌍의 단어들은 논리학적으로 하나의 상위개념에 묶이는 같은 자리의 개념, 즉 동위개념이어야 한다.
ㆍ동위개념은 언어학적으로도 동위성(同位性)이 있어야 한다.
ㆍ즉 ‘빨강’에 대한 ‘파랑’은 동위개념이지만, ‘빨강’에 대한 ‘파랗다’는 서로 품사를 달리하 기 때문에 동위개념이라고 할 수 없다.
ㆍ예컨대, ‘기쁨:슬프다’는 의미상으로는 동의성을 가졌으나 하나는 명사형이고 다른 하나는 동사의 기본형이기 때문에 그들의 문법 범주의 차이는 반의어 관계를 만들지 못한다.
ㆍ따라서 ‘기쁨:슬픔’, ‘기쁘다:슬프다’는 좋은 반의어 쌍이 된다.
ㆍ이것은 언어적·논리적 동질성을 나타내는 조건이다.
(3) 배타성이 존재해야 함
ㆍ반의어를 구성하는 동위의 공존쌍의 단어들은 의미범위의 배타성이 존재하여야 한다.
ㆍ서로 상대방의 단어가 의미하는 부분과 조금도 접촉되지 않는 것을 ‘의미의 배타성’이라 고 한다.
ㆍ‘책’과 ‘책상’의 관계에서는 ‘책상’이 ‘책’의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에 의미의 배타성을 이루 지 못한다.
ㆍ‘밥’과 ‘진지’의 경우는 동일한 지시대상을 관점에 따라 달리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역시 의미의 배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ㆍ이것을 집합론의 관점에서 표현하면 교집합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ㆍ그래야만 ‘기선:범선’, ‘책:책상’, ‘밥:진지’ 등이 왜 반의 관계를 가지지 않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
(4) 대칭적 상반성을 보여 줌
ㆍ이질성을 특징짓는 또 하나의 조건은 반의어를 구성하는 한 쌍의 단어들이 의미의 배타성 을 나타낼 뿐 아니라, 그 배타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내는 대칭적 상반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ㆍ부정이나 결여의 의미요소도 대칭적 상반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행복’에 대하여 ‘불행’,
‘정의(正義)’에 대하여 ‘부정(不正)’ 또는 ‘불의(不義)’, ‘정(情)’에 대하여 ‘비정(非情)’과 같은 것이 서로 어울려 한 쌍의 반의어를 구성한다.
ㆍ가령 추상적 개념의 반의어들 ‘전쟁:평화’, ‘유식:무식’ 같은 것을 인식할 때에 우리는 그 들 반대되는 두 개념을 의식 속에서 위상화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ㆍ‘죽음’을 ‘저승’(←저세상), ‘삶’을 ‘이승(←이세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러한 위상화의 대 표적인 예이다.
위의 네 가지를 도표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의미 특질 반의어 쌍 X Y (사회적, 심리적) 공존쌍
동질성 + +
(언어적, 논리적) 동위성 (의미영역) 배타성
이질성 +
-
- (위상적 인식) 대칭적 상반성 *
1.2.3. 이치적 사고의 적용
ㆍ공존쌍을 이루는 단어는 다분법(多分法)에 의해 두 개 이상의 단어들로 구성된 어휘에서 도 쉽게 발견된다.
ㆍ그것은 대상을 이치적 사고에 의해 두 쪽으로 가르는 통속관념이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예1) ‘금·은·동·철’ 같은 금속류도 ‘금’과 ‘은’은 귀금속이라는 점과 색깔이 대조적이라는 점 때문에 쉽게 공존쌍으로 성립하며 더 나아가 반의어를 구성한다.
예2) ‘봄·여름·가을·겨울’ 같은 단어들은 순환관계로 연접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들이지 만, 한 자리를 건너뜀으로써 의미의 배타성을 만들기 때문에 ‘봄’과 ‘가을’, ‘여름’과 ‘겨울’이 좋은 반의어를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