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선거로 유난히 시끄러운 2012년이다. 지난 1월 14일 국민당의 승리로 마무리 된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러시아와 프랑스의 대선을 넘어 미국 대선까 지. 바야흐로 뉴스는 온통 선거와 정치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4월 23일 예비후보자 등록으로 시작을 알린 18대 대통령 선거에 후 보들이 연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침체되고 우울한 경제시장과는 대조적으로 정 치시장은 문자 그대로 ‘판’을 벌이고 있다.
경제학의 렌즈로 정치를 보다
사회과학 가운데 정치현상을 경제학적 방법론으로 분석하는 분야를 공공선택론 (Public Choice Theory)이라고 한다. 공공선택론은 정치를 일종의 교환행위 또는 거래로 보기 때문에 정치 역시 하나의 시장으로 이해하고 ‘정치시장’이라고 부른다.
시장이 있고 거래가 이루어지려면 거래의 대상과 거래 당사자로서의 공급자와 수요 자가 있어야 한다. 경제시장에서는 수요자인 소비자와 공급자인 기업이 사재 (private goods)와 서비스를 거래한다. 반면, 정치시장에서는 정치인과 관료가 공급 자가 되고 국민이 수요자가 되어 공공재와 행정서비스를 거래한다. 시장에서 공급 자인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과 같이 정치시장에서 정치인들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 그리고 정치적 경쟁을 통해 공공재에 대한 자원배분이 일어난다. 따라서 마치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수요(소비자의 선호, 취향 등) 따라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 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시장에서도 국민(유권자)이 무엇을 얼마나 원하느냐에 따 라 정치인들은 그 수요에 부응하고자 한다．
정치시장은 경제시장과 다르다
그런데 이 두 시장에서 공급자인 기업과 정치인은 상당히 다른 입장에 있다．경 제시장에서 기업은 항상 비용과 기술수준 등에 큰 제약을 받는다. 설령 제아무리 블루오션 시장을 찾아냈다 해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
정치시장에서 유권자의 역할
김성준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2012-07-25
했다 할지라도, 기업은 중요한 제약조건들 때문에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기 어렵 다. 시장에 제품을 공급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비용구조와 기술수 준 뿐만 아니라 그 제품의 경제성, 경쟁자와 시장구조, 시장규모 등 다양한 현재와 미래의 조건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고려 없이는 어떤 기업도 쉽게 시장에 뛰 어들 수 없으며, 뛰어들어봐야 백전백패임이 자명하다.
반면, 정치시장에서 공급자로서의 정치인을 보면 경제시장의 기업과는 사뭇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정치인들은 수요자인 유권자가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에게는 기업이 갖는 여러 가지 제약조건과 한 계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공재는 사재에 비해 생산과 공급에 있어서 기술적인 가능성이 무시되기 쉽고 불필요한 비용이 지불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정치인들 이 공급하는 공공재 역시 국가 예산의 제약을 받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 나 이는 원칙적인 이야기일 뿐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인 정치인의 현재 문제 가 아니며, 기껏해야 선거가 끝난 후의 문제일 뿐이다.
또한 정치시장에서 정치인이 공급하는 공공재는 관리 측면에서 일반 경제 시장의 기업과 매우 다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수입은 생산 등의 비용과 밀접한 반면, 공 공재의 경우는 수입과 비용간의 연계성이 부족하다. 이러한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 의 수입구조가 생산비용과 관계없이 대부분 조세수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정치시장에서 공공재는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와 이로부터 혜택을 받는 수혜자가 일 치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보편적이다. 이런 이유로 소위 ‘무임승차(free riding)’가 유발되고 정부부문의 비효율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정치시장에서의 현명한 수요자가 되자
정치시장에서의 수요자인 유권자로서의 국민은 경제시장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선 택하는 것처럼 필요한 공공재와 행정서비스를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선택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선택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시장이 항상 현명 한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정치시장 역시 현명한 유권자의 손을 들어준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서의 비용 계산이나 손익을 따지기는 경제시장에서보다 어려움이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시장에서의 유권자는 경제시장에서의 소비자보다 더욱 신중하게 선택을 위한 현명함을 발휘해 야 한다. 경제시장에 비해 정치시장에서의 승리를 얻기 위한 과정은 복잡하지만, 결 국 정치시장에서 얻은 승리의 달콤한 열매는 당장의 환희는 물론 미래의 경제시장 과 사회 전체의 복지와 삶의 질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