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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미디어 아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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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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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안11] 미디어 아트(media art)

[학습목표]

1. 미디어 아트의 정의에 대해 알아본다.

2. 미디어아트와 팝 아트의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3. 산업화 및 그에 따른 도시화에 근거한 대중 사회의 출현과 대중 매체의 발전, 대중 문화의 형성 등이 결국 과거의 문화적 관계들과 결정적인 단절의 계기가 되었 다는 점에, 그리고 순수 예술(fine art)과 대중 문화(mass culture) 사이의 대분할 (great divide)을 낳는 단초가 되었다는 점에 대해 알아본다.

[주요용어] 매체(media), 대중매체(mass media), 뉴미디어 아트, 디지털 미디어 아 트, 미메시스, 미적 자율성, 팝아트, 상호작용성(interactivity),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학습과제]

미디어 아트가 제기하는 미학적 쟁점을 다음과 같은 관점, 즉 미디어의 기술적, 문 화적 측면이 예술과 결합됨으로 인해 예술 개념 및 그것을 둘러싼 문화 지형에 어 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가라는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개관]

미디어 아트

1. 들어가는 말

최근 들어 미디어 아트라는 용어가 빈번히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용어가 지칭하는 대상은 비디오 아트와 같이 영상 매체를 활용한 예술로부터 컴퓨터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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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한 예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미디 어 아트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앞으로 좀더 충실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팝 아트와 연관돼서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즉 팝 아트가 신문, 잡지, 광 고, TV 등 대중 매체를 도입한 것에서부터 미디어 아트의 효시를 찾는 이 입장은 미디어 아트에 대한 정의를 매스 미디어에 대한 비판이라는 관점에서 시도하고 있 으며, 또한 비디오 아트를 비디오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예술이라 한정하고 미디어 아트와 다른 장르로 보고 있다. 미디어 아트라는 용어를 둘러싼 이 같은 상황은 결 국 미디어 아트의 정의가 아직도 여전히 이론적으로 논란의 여지를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우선 여기에서는 미디어 아트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서 출발하여 미디어 아트라는 개념의 정의를 시도할 것이다. 그런 다음, 그 같은 이해를 바탕으 로 해서 우리는 미디어 아트로 인해 제기되는 미학적 쟁점들은 어떠한 것들인지를 고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2. 미디어 아트란 무엇인가

모든 미술작품은 물질적인 매체(media)에 의해 구체화된다는 점에서, 미디어 아 트라는 용어는 사실 모든 미술작품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미디 어란 말은 ‘대중에게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을 가진 매체(mass media)’를 의미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적 의미의 미디어 아트는 바로 이러한 대중 매체, 즉 현 대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수단인 사진, 영화, TV, 비디오, 컴퓨터 등 대중에의 파급 효과가 큰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미술에 적용시킨 예술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미디어 아트를 다시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로 나누어 이 해할 필요가 있는데, 넓은 의미의 미디어 아트란 대중 매체와 그것의 미디어 테크 놀로지를 활용한 미술 일반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1826년 사진의 발명으로 시작된 이미지의 기계적인 재현과 복제, 그리고 이미지의 대량보급 기능이 바로 이 같은 미디어 아트의 속성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좁은 의미의 미디어 아트는, 199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그 용어가 사용되었을 때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창 작행위를 일컫는 용어였다는 점에 비춰볼 때, 기존 미디어 아트와는 차별적으로 뉴 미디어 아트 혹은 디지털 미디어 아트라 불리는 영역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러한 좁은 의미의 미디어 아트는 각종 CD-Rom 작업에서 시작하여 인터넷을 통한 작업 으로 확장되면서 인터랙티브 아트, 디지털 아트, 웹 아트, 인터넷 아트 등의 이름으 로 통용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넓은 의미에서의 미디어 아트를 기술 매체 혹은 대중 매체를 활용 한 예술 일반으로 정의한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미디어 아트의 양상을 기술 매체의 발달 단계에 맞춰서 검토해볼 수 있을 텐데, 기술 매체의 발달 단계는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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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영화가 발명된 기계주의 시대와 1950년대의 TV를 중심으로 한 대중 매체 시대, 그리고 1990년대 이후의 디지털 시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러한 기술 매체의 발전을 미술이 수용해나간 구체적인 양상들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이러한 양상들이 어떠한 미학적 의미들을 지니는지 고찰하려 고 한다. 그리하여 미디어 아트가 제기하는 미학적 쟁점을 결국 다음과 같은 관점, 즉 미디어의 기술적, 문화적 측면이 예술과 결합됨으로써 ‘예술 개념 및 그것을 둘 러싼 문화 환경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가’라는 관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이 글의 최종 목표이다.

3. 미디어 아트의 역사적 전개

1826년 사진의 발명은 미술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사건이었다. 고 대 그리스 미술로부터 르네상스 미술을 거쳐 17, 18세기 고전주의 미술에 이르기 까지 서양 미술의 역사를 지배해온 고전적 개념은 ‘미메시스’ 즉 자연의 모방 혹은 재현이라는 개념이었다. 그런데 이제 기계적인 장치에 의해서 사물을 정확히 재현 할 뿐만 아니라 그 이미지를 대량 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 매체 형식으로서 사 진이 출현함으로써, 회화는 이러한 사진의 재현 능력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새 롭게 탐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즉 사진이라는 새로운 기술 매체의 출현이 기존 예술에 끼친 영향은 단순히 예술의 형식을 변화시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예술 자체 의 개념까지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마네와 인상주의 이후 미술은 추상에로의 움직임을 보이게 되며, 또 예술의 자기 목적성 혹은 사회 적 무(無)기능성이나 자기 준거성(self-referentiality)으로 드러나게 되는 ‘미적 자율 성’을 근간으로 한 현대적인(modern) 예술 개념이 성립하게 된다.

한편, 사진기를 이용하여 움직임을 기록하고자 하는 시도는 1870년대 크로노포 토그래피(chronophotography)라는 촬영법을 탄생시켰고, 이는 19세기 시각 생리학 에 의해 과학적으로 규명된 잔상 효과나 착시 현상을 이용한 시각적 장난감-1833 년에 만들어진 조트로프(zoetrope)가 대표적인 예로, 원통형 드럼의 안쪽에 하나의 시퀀스를 이루는 단순한 동작의 그림들을 붙여서 연속적인 움직임의 환영(illusion) 을 제공하는 장치였다-과 더불어 영화의 탄생에 결정적인 토대를 제공했다. 그 결 과 1895년에 대중 문화의 형태로서 영화가 탄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대중 문화의 형성이 갖는 미학적 의미는 산업화 및 그에 따른 도시화에 근거한 대중 사회의 출 현과 대중 매체의 발전이 결국 과거의 문화적 관계들과 결정적인 단절의 계기가 되 었다는 점에 있으며, 순수 예술(fine art)과 대중 문화(mass culture) 사이의 ‘대분할 (great divide)’이라는 모더니즘적인 시각을 낳는 단초가 되었다는 점이다.

192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당시 급증하던 대중 시각 문화의 현실을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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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미술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 구체적인 예들로, 영화적 앵글을 도입한 미래파 회화나 새로운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낸 로드첸코의 포토콜라주 혹은 노동자 잡지 표지를 위한 작업을 한 존 하트 필드의 포토몽타주, 라즐로 모홀리-나기를 중심으로 한 바우하우스의 실험적 작업 들, 그리고 원시적인 영화적 장치들의 이미지들을 차용한 초현실주의자 막스 에른 스트의 작품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특히 하트필드의 포토몽타주를 보자면, 포토 몽타주는 이미 1900년경부터 광고와 상품선전의 효과를 위해 화보잡지들이 사용하 던 기법이었다. 베를린 다다에 헌신했던 하트필드는 이러한 포토몽타주의 인용 기 법을 활용하여,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 아니라 매스 미디어나 미술사로부터 기 존의 이미지들을 차용하거나 이미 찍혀진 사진들을 배열함으로써, 당시 유럽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 즉 부르주아지와 파시스트 이데올로기, 그리고 공식문화 등을 공 략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또한 그는 이러한 작품을 공산당 기관지나 노동자 잡지 등에 실어 출판문화라는 대중 매체적 유통경로를 취함으로써, 화랑이나 미술관의 제한된 컨텍스트를 극복했다.

1920년대 기계주의 시대에는 사진과 영화가 중심 매체였다고 한다면, 대중 매체 시대에는 TV가 중심이 되는데, TV라는 전자 매체가 지닌 이미지의 송수신 기능으 로 인해서 이제 대중 매체는 동시적으로 광범위한 영역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커 뮤니케이션 환경을 구성하게 된다. 그 결과, 소비사회로서의 후기산업사회에서 이 처럼 무차별적이고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대중 매체의 영향력은 본격적인 대중 문화 의 맥락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바야흐로 대중 매체의 문화 지배 시 대가 도래한 셈으로, 이제 대중 매체는 순수 예술의 지위와 의미를 약화시키는 동 시에 문화의 역할과 영향력에서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힘을 발휘함으로써, 실질적인 문화 지형의 변화를 주도하게 된다.

따라서 1960년대 미국 팝 아트의 등장은 미술 내적인 배경 설명, 즉 형식주의적 모더니즘 미술 논리의 실현으로서의 추상 표현주의가 드러낸 난해한 주관성에 대한 반동적 움직임이라는 설명과 아울러, 또한 미술을 둘러싼 문화 지형 상의 이러한 변화와 연관해서도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팝 아트라는 명칭이 비롯된 1950년대 영국에서의 ‘독립 단체(The Independent Group)’ 회원들의 작업이나 혹은 60년대 미국에서의 팝 아트는 모두 공통적으로 만화, 사진, 광고 등 대중 매체 및 대중 문 화의 이미지들을 차용하고 있으며, 또한 앤디 워홀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대중 매체의 기술적 복제라는 생산방식을 도입하기도 함으로써, 순수 예술과 대중 문화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게끔 한다.

1960년대에는 TV 소유 가구 비율이 90%에 이르게 되며, TV 방송사들의 상업화 가 완성되게 된다. 한편, 1960년대 중반에 휴대용 비디오카메라가 시장에 소개되었 다. 그리하여 이 같은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비디오 아티스트의 첫 세대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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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있었던 기본적인 개념은 이처럼 어디에나 텔레비전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텔레비전에 적절한 방식으로 뛰어들 어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이에 적합한 매체가 바로 비디오카메라라는 인식이었다.

즉 비디오카메라는 매체의 기술적 특성에 있어서 TV와 많은 부분 공통적이면서도, 또한 비민주적이고 비대칭적인 소통방식의 TV와는 달리 대중이 생산에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민주적인 미디어이고, 휴대가 용이한 기동성과 아울러 즉각적 피드백 등의 매체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비디오 아트 초기에 두 가지 유형의 비 디오 작업이 있었는데, 즉 대안적 뉴스보도와 연결된 행동주의적 성격의 다큐멘터 리와 이보다 본격적인 소위 예술 비디오가 그것이다. 예술 지향적인 비디오의 역사 는 일반적으로 1965년 백남준의 작업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하겠는데,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콜라주 기법이 유화를 대체했듯이, 음극선관이 캔버스를 대체할 것 이다.” 또한 그와 볼프 보스텔은 모니터의 맥락을 재해석했고, 그럼으로써 가정이 라는 익숙하고도 상업적인 장소로부터 텔레비전을 분리해 이 작은 스크린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시대를 열었다. 한편 비디오 아트의 초기 탐색 중 일부는 그 당 시 이미 개념 미술이나 미니멀 아트를 실행하고 있던 예술가들에 의해서 이루어졌 는데, 이들은 퍼포먼스 아트의 강력한 영향력 속에 있었다. 그리하여 이들은 대안 적 이미지 창조 매체로서의 비디오를 퍼포먼스의 개념적 틀로 사용하는 비디오 퍼 포먼스를 출범시킴으로써, 관객과의 상호소통을 시도하였다.

여기서는 우리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가 그 매체의 특성 상 우리에게 상호작용성 (interactivity)이나 혹은 사이버스페이스와 관련된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등의 새 로운 현상을 제시했다는 점만을 지적하고, 다음 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제기하는 미 학적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살펴보려 한다.

4. 미디어 아트에 대한 미학적 고찰

우리는 벤야민의「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1936)이라는 글을 통해서, 예술과 관련하여 사진과 영화라는 새로운 기술 매체가 야기한 미학적인 변화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과 영화의 매체적 속성은 바로 이미지의 기계적 재현 및 복제가 능성으로, 벤야민은 이러한 기술 매체의 기계적 복제와 예술의 상관성을 다음과 같 이 설명한다. 우선 예술작품의 기계적 복제가 작품의 아우라(Aura)를 탈각시킨다는 점이다. “아무리 가까이 있더라도 어떤 먼 것의 일회적 나타남”으로서의 아우라는 예술작품의 일회적 현존성으로 인해 작품이 지니게 되는 성스러운 분위기인데, 이 제 예술작품의 기술적 복제가능성은 그 같은 아우라를 제거함으로써 예술작품으로 하여금 지금까지 종교적 의식 속에서 살아온 기생적인 삶의 방식으로부터 벗어나도 록 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예술의 진보적 잠재력, 즉 예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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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의식가치(Kultwert)로부터 벗어나 전시가치(Ausstellungswert)로 나아감에 따 라서 정치에 근거를 두는 사회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깨운다는 점이 다. 벤야민은 이러한 예술의 기능변환의 싹을 영화예술에서 찾는데, 구체적으로 명 시돼 있지는 않지만 내용 상 몽타주 기법에 근거한 러시아 아방가르드 영화가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1920, 30년대 아방가르드 운동에서 나타난 기술 매체의 수용이 지니는 미학적 의미를 검토하려면, 우리는 벤야민의 논의와 더불어 뷔르거의 논의를 살펴볼 필요 가 있다. 뷔르거는 부르주아 사회에서의 예술의 자율성과 관련하여 예술이 생산․분 배․수용되는 상황으로서의 ‘제도 예술(Institution Kunst)’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뒤, 역사적 아방가르드 운동들을 통해 사회적 부분체계로서의 예술은 자기 비판의 단계 에 접어들게 된다고 주장한다. 즉 아방가르드는 예술작품을 지배하는 분배 장치에 대해, 또 자율성 개념으로 기술되는 부르주아 사회에서의 예술의 상태에 대해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혁신과 실험을 통해서 예술과 삶 사이의 간극을 없애고 자 하는 아방가르드 운동들의 강령과 그 정치적 입장은 다양하지만, 이들의 공통점 은 바로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공격, 즉 삶의 실천으로부터 유리된 모더니즘 예술 에 대한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방가르드 운동에서 나타난 기술 매체의 수용을 아방가르드의 이러한 측면과 관련지음으로써, 그것이 기존의 작품 개념-천 재적 예술가에 의한 독창적 산물로서의 유기적 예술작품이라는-을 위협하고 미술관 중심의 제도적 맥락을 벗어나 새로운 매체적 채널-잡지 같은 출판 매체나 사진의 복제 기술 활용이라는-을 통해 예술의 새로운 제도적 질서를 전망한 데에서 그 의 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60년대 팝 아트에서 이루어진, 대중적 이미지 차용이나 혹은 대중 매체의 생 산방식으로서의 기술적 복제 방식의 도입 등은 순수예술과 대중문화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선 그것의 미학적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 고 대중문화의 이미지들은 이미 그 자체로 의미를 생성하는 기호라는 점에서, 이러 한 대중적 이미지의 차용은 결국 이미지들의 언어적인 측면과 그 소통 가능성에 대 한 인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팝 아트가 보여주는 매스 미디어나 대중 문화에 대한 태도는 복합적인 것이었고, 또 대중 매체 시대의 장르 구분의 해체와 통합은 이미 미술관 컨텍스트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었다. 예를 들어, 앤디 워홀은 대중 문화 적 참조와 인용 등에서 일면의 아방가르드적 측면을 갖지만, 궁극에는 제도화에 별 다른 저항의 의지를 보이지 않음으로써 아방가르드와 상업주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뷔르거는 이러한 네오 아방가르드는, 역사적 아방가르드와는 달리, 미술 제도를 변형시킨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아방가르드를 제도로 변형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디오 아트의 미학적인 의미는 일차적으로, 그것이 시각 예술에서 물질 개념을 떠난 빛과 음극선에 의한 전자 이미지를 구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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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과 또 시간에 의한 이야기 서술이라고 하는 이질적인 - 공간예술로서의 미술 개 념과 대비되는 시간적, 그리고 서사적 특성을 가리킨다 - 개념을 정착시키는 데 중 요한 역할을 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로써 기존 미술 개념의 해체 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감시 카메라 형식을 사용하여 관람자의 참여를 유 도하는 방식의 비디오 아트는 사물로서보다는 프로세스로, 정보와 전시보다는 상호 작용과 소통으로 대체된다는 점에서, 작품의 개념과 수용의 문제 등에도 직접적으 로 변화를 요구하는 동력이 됐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 한 이러한 비디오 아트에 대해서 미학적인 논란이 이루어짐 역시 볼 수가 있는데, 이는 결국 비디오 아트에 있어서의 미디어의 역할 및 미술관 컨텍스트와의 연관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말하자면 이 논란은 미디어 아트에 대 한 정의를 둘러싼 것으로, 즉 미디어를 단지 예술가의 내적 표현을 위한 적합한 표 현 매체와 형식으로 보고 있느냐 아니면 미디어의 사회적 기능을 인식하는 가운데 그것을 미술과 결합함으로써 작품의 존재 방식과 그것을 둘러싼 제도상의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그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아트의 미학적 의미에 관해서는, 그에 의한 미학의 쟁점들 중 이 글에서의 앞서의 고찰들과 연관된 부분들에만 논의를 한정하려 한다. 즉 앞서의 고 찰들이 새로운 매체를 미술과 결합함으로써 어떠한 변화들이 이루어졌으며 그러한 변화들이 기존의 예술 개념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주로 살펴보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이 글에서는 단지 디지털 미디어 아트가 야기한 작품 개념 및 수용의 문제 등에서의 변화와 그것의 의미만을 언급할 것이다. 우선 컴퓨터와 그에 기반한 인터 넷을 매체로 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미디어 아트는 이미지를 정보의 차원으로 전환 하며 이미지의 합성과 편집 등의 기능을 강화하는 가운데 작품 자체의 탈(脫)물질 화를 초래한다. 또 작품은 예술가에 의해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유저(user)들의 인 터랙티브한 개입을 통해 끊임없이 유저와 반응하면서 생성되는 프로세스적 측면을 지닌다. 그리고 이러한 작품이 이루어지는 사이버스페이스와 그 안에서의 가상 현 실은 기존의 미술관이 아니라 편재하는 가상의(virtual) 미술관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다.

5. 맺는 말

지금까지 미디어 아트가 제기하는 미학적 쟁점을 다음과 같은 관점, 즉 미디어 의 기술적, 문화적 측면이 예술과 결합됨으로 인해 예술 개념 및 그것을 둘러싼 문 화 지형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가라는 관점에서 검토해봤다. 그 결과 우리 는 미디어 아트가 예술의 범위에 대한 이론적 재구축의 문제, 즉 “지금 우리에게 미술/예술이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함을 확인하게 된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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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살펴봤듯이, 현대적 예술 개념의 형성 자체가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 및 그에 따 른 문화 지형상의 변화와 연관해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 미디어 테 크놀로지와 예술의 결합은 재차 이러한 현대적인 예술 개념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기존의 예술 개념 및 그와 연관된 미학적 담론을 고수 할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결합에서, 그것이 단지 ‘기술 에 대한 예술의 굴복’이 아니라 진정한 결합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매체의 출현이 모든 변화를 가능케 하리라는 매체 결정주의적 사고로 귀결되어서는 안되고, 미디 어 아트의 예술적인 근거에 대한 물음이 수반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물음에 앞 서서 예술에 대한 개념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텐데, 아마도 새로운 예술 개념은 시각 문화와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을 수용함으로써, 예술의 자율 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예술 개념과는 달리, 삶과 문화의 차원을 꿰뚫는 것이 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럴 때만이 피에르 레비의 다음과 같은 예언, 즉 “ 이른 바 ‘세계적 차원의 엔지니어’는 21세기의 주요 예술가들이 될 것이다”라는 예언이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참조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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