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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의안10] 디지털 아트(digital art) [학습목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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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안10] 디지털 아트(digital art)

[학습목표]

1. 디지털 아트의 매체적 특성에 대해 알아본다.

2. 예술과 기술의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3. 디지털 아트의 특성에 대해 알아본다.

[주요용어] 디지털 아트,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상호작용성(interactivity), 재현 (representation), 제시(presentation), 복제(reproduction), 생산(production)

[학습과제]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예술계에 가져온 변화는 단절적 혁명이라기보다 포스트모더니 즘의 절충주의 및 대중주의의 감수성의 극대화라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개관]

디지털 아트의 문제와 쟁점

디지털 아트란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활성화와 더불어 최근 등장한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예술형식들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디지털 아트는 다른 말로 컴 퓨터 아트 혹은 뉴미디어아트라고도 하며, 경우에 따라 웹아트, 인터넷아트, 멀티미 디어, 상호작용적 설치작품(installation), 디지털영화 등의 형식으로 실현된다. 기존 의 아날로그 매체를 사용하는 예술형식의 범주에는 회화, 조각, 건축 등 전통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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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들도 있으나, 사진, 영화, 비디오 등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미디어 아트들도 포 함된다. 오늘날 디지털 아트의 파급력이 날로 커지면서 ‘미디어 아트’를 컴퓨터에 기반을 둔 예술로 한정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사진의 발명 이래 이미지의 대량 복 제와 보급을 가능하게 하는 예술적 매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대중 매체 의 속성을 소유한 예술을 통틀어 미디어 아트라고 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단, 컴퓨터 아트가 등장하기 이전의 사진, 영화, 비디오 등의 미디어 아트는 매체의 속 성이 전통예술의 매체와 유사하게 아날로그적이라는 데서 디지털 아트와 결정적으 로 구분된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아트는 기존의 미디어 아트와 차별화되어 뉴미디 어 아트로 명명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아트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우 선 혁신적인 디지털 매체와 기존의 아날로그 매체를 비교함으로써 답변될 수 있을 것이다. 이하에서는 디지털 아트의 매체적 특성을 우선 고찰한 후, 짧지만 급속한 변화를 겪어온 디지털 아트의 역사를 개관하고, 디지털 아트가 발생시킨 고유한 미 학적 쟁점들을 고찰하는 것으로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1. 디지털 매체와 아날로그 매체

회화, 조각, 음악, 영화 등 기존의 아날로그 매체를 사용하는 예술의 최종적 형태 는 그 원료의 형태와 물리적 유사성(analogy)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아날로그 예 술의 경우, 모종의 인과적 연관이 물리적 접촉을 통해 매체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물감은 붓과 나이프로 캔버스 화면에 칠해지고, 조형적 재료들은 손가락과 조각칼 을 거쳐 조각으로 주조된다. 마찬가지로 빛은 카메라와 렌즈를 통해 사진용 필름에 감광된다. 이 모든 경우들에서 예술작품은 그 물리적인 상태에 있어서 원래의 재료 와 인과적 연관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아날로그매체는 하나의 물리적 실체를 다 른 하나의 물리적 실체로 형식을 전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구체적인 지각적 표현 들을 보존하고 제시하는 것이 아날로그 예술의 목적이다. 완성된 아날로그 예술작 품들은 대개 화랑과 미술관 같은, 그것들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제도에 의해 보호된 다.

반면, 디지털 매체는 대상과 사건이 아닌 수와 상징들에 정보를 저장한다. 디지 트들을 저장하기 위해 디지털 매체의 기질(基質)은 엄격한 구조로 미리 포맷된다.

디지털 매체의 기질들은 종이카드, 자석 디스크, 실리콘 회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 나, 그것들은 물리적 흔적을 전사하기 위한 표면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입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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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화된 기록기로 기능한다. 현재 디지털 매체의 기초적 수적 체계는 표준적인 이 진법을 토대로 하고 있다. 모든 디지털 매체의 저장소들은 0 혹은 1 두 숫자 중 하 나를 상징화하는 방식으로 두 개의 완전히 다른 물리적 상태들 중 하나가 된다. 디 지털 기록 과정은 물리적 흔적을 남기는 과정이 아니라 계량과정이다. 디지털 정보 는 물리적 사건에서 추상적 수들로 전환되어 처리되며, 자력, 전자성, 혹은 카드보 드 등 정보의 추상적 상징을 호스트하는 기질의 흔적을 갖고 있지 않다. 구체적인 표현형식을 취하는 아날로그 매체와 비교할 때, 제작된 산물보다 처리과정을 강조 하는 디지털 매체는 탈물질화된 추상적인 표현형식을 제공한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예술작품의 보존과 보호의 문제에 있어서 디지털 아트는 아날로그 예술과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디지털 매체는 입력과 출력의 다양한 형식들에 묘사되어 있는 수적 정보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촉진하는 네트워크화된 컴퓨터 시스템의 수많은 요소들 중 하나이다. 디지털 아트는 컴팩트 디스크, 플래쉬 메모 리, 혹은 웹하드에 자유롭게 저장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작품의 전시 혹은 공연은 정보의 저장 혹은 전달의 문제로 대체되곤 한다. 디지털 아트는 미술관과 같은 보존 기관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미술관의 종래의 개념 을 부인하고 네트워크 상에 편재하는 ‘벽 없는 미술관’을 실현할 수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동시대 예술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음악가들 은 디지털 신디사이저 같은 컴퓨터 테크놀로지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작곡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디지털 신디사이저 덕분에 단 한 명의 작곡가 가 오케스트라와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지 않고도 충분히 풍부한, 때로는 새로운 음 향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사정은 시각예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포토샵 같은 이미징 프로그램은 초보자조차도 ‘예술’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되며, 다른 한편 기성의 미술가들은 컴퓨터 이미징 프로그램에 대한 의존도를 점점 더 높여가는 추 세에 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 테크놀로지는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아방가르드의 영역을 펼 쳐보였다 할 수 있다. 디지털 아트가 종전의 예술과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특징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으로 요약될 수 있다. 손쉬운 이미지 삽입과 조작 방식을 제공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예술가로 하여금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실재와 대단히 유사한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게 한다. 사이버 공 간에서 경험되는 가상현실은 15세기에 원근법이 발명된 이래 미술가들이 추구해 온 자연 모방의 꿈을 거의 완벽하게 성취시켜 주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많은 경우 디 지털 아트는 예술가와 관람자의 상호작용 혹은 관람자의 참여를 요구한다. 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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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상에서 완성되는 디지털 예술작품들에 있어서 예술가와 관람자의 상호작 용은 작품의 실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디지털 아트는 이처럼 예술가와 감상자의 전통적이고도 모던한 구분을 포스트모던하게 내파하면서 종래의 예술 개 념을 전복한다.

최초의 컴퓨터 EINAC(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이 2차대전 당시 등장한 이후 지난 60여 년간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기반이 착실히 다져졌지만,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테크놀로 지가 예술계에 초래한 거대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아트의 역사는 대단히 짧 다. 다음 절에서는 디지털 아트의 발생과 발전과정 및 현황이 디지털 아트의 주요 특징인 ‘가상현실’과 ‘상호작용성’을 중심으로 논의될 것이다.

2. 디지털 아트의 짧은 역사

초기의 디지털 아트는 주로 과학자나 엔지니어에 의해 제작되거나, 예술가와 엔 지니어의 공동 작업으로 창조되었다. 당시 컴퓨터는 소수 과학자나 엔지니어만 접 근할 수 있는 고도로 복잡한 거대한 기계장치였다. 최초의 디지털 예술작품들 중 하나는 마이클 놀(Michael A. Noll)이라는 벨(Bell) 연구소의 연구원에 의해 창조되 었다. 1960년대에 선보인 놀의 초기의 컴퓨터 예술작품들은 피카소의 큐비즘을 연 상시키는 추상적인 드로잉이었다. 그와 함께 초기의 컴퓨터 아티스트로 꼽히는 독 일출신의 게오르그 네스(Georg Nees)와 프리더 나케(Frieder Nake) 역시 기존 예 술의 표현형식을 모방한 듯한 추상적인 드로잉을 선보였다. 그리드, 프랙탈 등이 무작위적으로 반복되는 추상적인 디자인은 컴퓨터 그래픽의 특성이다. 비록 군사용 아날로그 컴퓨터 장비를 이용하긴 했으나 존 위트니(John Whitney)의 Catalog (1961) 또한 초기의 컴퓨터 아트로 기억될 만하다. 이 작품 덕분에 그는 '컴퓨터 그래픽의 아버지'로 간주되었고, Permutation (1967), Arabesque (1975) 등의 작품 으로 컴퓨터 영화제작의 선구자로 인정받았다. 찰스 쑤리(Charles Csuri)의 Hummingbird (1967)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선구적 작품으로, 오늘날의 관점으로 선 원시적인 컴퓨터, IBM 7094로 제작되었다. IBM 7094의 출력은 정보를 저장하 는 구멍 난 4×7인치 펀치 카드로 구성되어 있다. 쑤리는 이 작품을 컴퓨터 프로그 래머 제임스 샤퍼(James Schaffer)와 함께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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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노먼(Bruce Nauman), 리챠드 세라(Richard Serra), 존 벌드써리(John Baldessari)와 같은 기성 예술가들이 초기부터 참여했던 비디오 아트와 달리, 디지 털 아트는 유명한 예술가들을 끌어 들이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1960년대 중반과 1970년대의 대항문화와 反테크놀로지적 감성의 부상에서 발견된다. 당시는 다양한 생태학 단체와 반핵 단체들이 정부의 핵에너지와 테크놀로지 실험에 반대했 던 시기이다. 또 다른 이유는 1960년대에 등장한 소니사의 포타팩 비디오 즉, 휴대 용 비디오에 비견될 만한 사용하기 쉬운 컴퓨터가 당시에 없었다는 것이다. 컴퓨터 를 이용한 예술이 활력을 띠기 시작한 것은 퍼스널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이다. 한편,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예술가들에 의해 혁신적으로 사용 됨으로써 테크놀로지 자체의 진보를 낳기도 했다. 가령, 1970년대 중반 맨프레드 모르(Manfred Mohr), 존 던(John Dunn), 댄 샌딘(Dan Sandin), 우디 바술카 (Woody Vasulka) 등의 미술가들은 이차원과 삼차원의 이미지 제작을 위한 소프트 웨어를개발했다. 허버트 브런(Herbert Brun)과 레자렌 힐러(Lejaren Hiller)는 컴퓨터 를 위한 작곡도구를 고안해냈는데, 이것은 오늘날 음악가들이 널리 사용하는 키보 드 신디사이저를 예견하는 것이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일반인이 컴퓨터에 접근하기 용이해지자, 다른 매체로 주로 작업하던 기성 예술가들이 새로운 표현 형식을 찾아 대거 컴퓨터에 손대기 시작했 다. 그 중에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제니퍼 바틀렛(Jennifer Bartlett), 키스 해링(Keith Haring), 앤디 워홀(Andy Warhol) 등이 있다. 퍼스널 컴퓨터의 사 용이 증가하면서 급성장해온 디지털 아트는 컴퓨터 그래픽스, 애니메이션, 디지털 이미지, 사이버네틱 조각, 레이져 쇼, 키네틱 및 텔레콤 이벤트, 관람자의 참여를 요구하는 상호작용적 예술과 같은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폭발적 으로 증가한 디지털 아트의 다양한 종류들을 범주화하긴 쉽지 않으나, 디지털 아트 의 주요 특성들을 염두에 두었을 때, 다음의 네 종류의 예술형식들을 구별할 수 있 다. 즉, 디지털 방식으로 수정된 혹은 조작된 이미지, 웹 아트 혹은 인터넷 아트, 상호작용적 설치작품, 가상현실 등이 그것이다.

초기의 컴퓨터 아트가 추상적 그래픽에 가까웠던 것과 달리, 1980년대 이후에는 디지털 방식으로 수정된 사진 혹은 영화와 함께 재현적 이미지가 대거 등장했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차용하는 수단으로 컴퓨터를 사용하기도 하고 (e.g., Lillian Schwartz, Mona/Leo, 1987), 작가가 원하는 다른 실재를 재현하기 위해 사진을 디지털 방식으로 수정하기도 한다. (e.g., Jeff Wall, A Sudden Gust of Wind (after Hokusai),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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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등장한 웹아트는 지극히 최근의 현상이다.

WWW(Worldwide Web)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89년이며, 뉴욕의 구겐하임 미 술관에서 웹만을 위한 최초의 예술가 프로젝트를 런칭한 것은 1998년이다. 웹 상 의 예술은 주로 외부의 이미지들을 병합시키는 형식을 취한다. 즉, 예술가들은 스 캐너나 디지털 비디오 장치를 사용하여 컴퓨터에 이미지를 공급하고 웹 상에 게시 한다. 반면, 독자적으로 혹은 예술단체의 후원하에 예술가들은 컴퓨터를 하나의 매 체로서 진정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존 사이몬(John Simon)의 Every Icon, (1997)은 가로 세로 32개의 그리드들로 이뤄진 하나의 사각형이다. 사각형 내의 총 1,024개 의 작은 그리드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조합을 달리 하면서 첫 번째 줄부 터 흰색과 검은색으로 음영의 변화를 보인다. (www.numeral.com/everyicon.html) 웹 아트는 단지 웹 사이트를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소한 관람자의 클릭을 요 구하는 ‘참여적’ 작품이 다수를 이룬다.(e.g., Matt Mullican, www.centreimage.ch/mullican) 또한 웹아트는 범세계적인 네트워크의 형성에 힘입 어 공간 및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라이브 퍼포먼스 형식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e.g., Oudeis, Ars Electronica Festival in Austria, 1997)

예술가들은 컴퓨터 테크놀로지로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형식들인 ‘클릭’과 ‘서핑’

이상의 더욱 능동적인 참여적 작품들을 창조했다. 이러한 상호작용적 작품들은 뒤 샹의 Rotary Glass Plate (1920)과 플럭서스(Fluxus)의 이벤트와 해프닝에서 그 선 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플럭서스를 비롯한 초기의 행위예술이 예술가가 미리 정한 지시에 따라 관람자가 반응하거나 참여하였던 반면, 새로운 상호작용 예술은 관람자들의 더욱 능동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컴퓨터 아트를 감상하기 위해 관람자 들은 그들 자신의 내러티브나 연상을 창조함으로써 작품을 완성시켜야 한다. 선택 할 수 있는 내용은 예술가의 손에 있다 하더라도, 컴퓨터 프로그래밍 덕분에 참여 자는 이 내용으로 수많은 변종을 창조할 수 있다. 상호작용적 디지털 아트의 초기 의 사례로는 빌 씨먼(Bill Seaman)의 Passage Set/One Pells Pivots at the tip of the Tongue, (1995), 칼 심스(Karl Sims)의 Galápagos (1995) 등이 있다. 씨먼의 작품은 관람자가 스크린 상의 특정 지점을 눌러 새로운 이미지와 텍스트가 계속 펼 쳐지도록 하게 되어 있다. 심스는 발생적 유기체가 컴퓨터 안에서 스스로 자라나는 것 같은 시스템을 창조하였다. 관람자가 그림들 중 하나를 선택하면, 색채, 텍스츄 어, 형태 및 다른 매개변수들이 무작위로 변화하여 마치 새로운 생물체들이 발생한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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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공간과 그런 공간의 경험을 지칭하기 위해 널리 사 용되고 있다. 그러나 원래 ‘가상현실’의 의미는 사용자가 컴퓨터로 생성된 삼차원적 세계에 완전히 몰입하고 그 세계를 구성하는 가상적 대상들과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현실을 지시하였다. 가상현실의 경험을 위해 사용자는 가상 세계와 상호작용하기 위한 장갑 장치, 삼차원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헤드셋 및 기타 의복 비슷한 장치들 을 착용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고전적 사례로는 샬롯 데이 비스(Charlotte Davies)의 Osmose(1995)와 Ephemere(1998)이 있다. 이 작품들은 사용자가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와 착용자의 호흡과 균형 을 기록하는 특수한 조끼를 입고 감상하게 되어 있다. 사용자가 보게 되는 세계는 처음엔 3차원의 그리드로 제시되나, 사용자의 호흡과 몸의 균형이 변화함에 따라 숲과 기타 자연환경으로 바뀐다. 오늘날 엔터테인먼트 파크와 컴퓨터 게임 등으로 보편화되어 있는 가상현실은 종래의 어떤 시각적 모방 테크닉보다도 더 착각적인 삼차원의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괄목할만한 진보에도 불구 하고 사용자가 시뮬레이션된 세계의 모든 국면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충분 한 몰입은 여전히 미래의 꿈으로 남아 있다.

디지털 아트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디지털 테크놀로지 에 의존하는 예술작품들의 주요 경향은 디지털 조작 및 합성 이미지, 웹 아트, 상 호작용적 설치작품, 가상현실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힘입어 이미지의 조작이 자유로워지고, 실재와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질 만큼 현실경험에 가까운 가상현실이 구현되며, 관람자와 예술가의 혹은 관람자들간의 상호작용이 작 품의 핵심적 요소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아트가 미학의 맥 락에서 어떤 문제들을 새롭게 제기하는지 점검하고자 한다.

3. 디지털 아트의 미학적 쟁점

발터 벤야민이 1936년에 지적한 바대로, 기계적 복제 예술은 종래의 순수 예술 의 ‘아우라’를 제거하고 예술을 종교로부터 해방시켰다. 다시 말해, 전통적 회화는 그 유일무이성으로 인해 종교적 가치에 필적하는 예술의 고유한 가치, 즉 아우라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복제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한 사진 및 기타 미디어 아트는 쉽게 복제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해 아우라를 상실하였다. 벤야민은 아우라의 상실을 예술사에서의 진보로 판단한다. 즉, 예술은 오랫동안 종교에 기생하던 방식을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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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현대 대중사회에 걸맞는 민주주의적 존재방식을 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체 의 디지털 아트는 예술의 일회성, 유일무이성을 부인하는 복제예술의 한 형식이다.

그러나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예술작품들은 실재하지 않는 존재를 재현하기도 한 다는 점에서 기존의 복제예술과는 다른 관점에서 고찰될 필요가 있다. 즉, 디지털 아트는 자주 지시대상이 없는 재현을 한다. 통상 ‘재현’이 외부세계의 지시대상을 전제로 한다면, 디지털 아트의 재현은 재현(representation)보다는 제시 (presentation)라 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 아트의 창조 는 복제(reproduction)보다는 새로운 형식의 생산(production)로 기술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이때 창조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의 ‘가상현실’이다. 컴퓨터는 데 이터를 변환하여 현실을 모방하는 이미지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현실 이라 할 가상현실을 구성하는 이미지들을 만든다.

디지털예술가들의 작업 대상들은 가상현실 안에 거주하는 존재자들이다. 가상현 실 속에서 속성들은 물리적 대상들에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등위의 체 계에 숫자적으로 기술된다. 컴퓨터 안에 창조된 세계는 전통예술에 구축된 세계와 달리 일시적이며, 그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자들은 추상적이고 비물질적이다. 그러 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어떤 종류의 재현보다도 실재와 유사하며, 때로는 실재와 동등한 기능을 하기도 한다.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가상현실은 존 재론과 미적 경험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미학적 쟁점들을 야기한다. 가령, “사이버 공간의 존재론적 위상은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가?”, “실재의 재현과 착각을 일으 킬 정도로 동일한 합성이미지는 미적 경험에 어떠한 변화를 초래하는가?”하는 문제 들이 있다.

한편, 디지털 아트는 더욱 증대된 상호작용성을 바탕으로 관람자의 역할을 변모 시킨다. 관람자는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용자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 개방된 능동적 사용자이다. 디지털 예술가는 관람자가 관조할 수 있는 정적인 광경 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사용자가 항해할 수 있는 우주를 창조한다.

디지털 예술 환경에서 관람자의 참여가 증대됨에 따라 예술가와 관람자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고, 예술형식은 산물보다는 과정에 충실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의 전 조는 20세기 초 다다이즘에서, 1950-60년대의 플럭서스 해프닝에서 이미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디지털 예술작품들은 단지 예술가와 관람자의 벽을 허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주 저자 개념을 침해하곤 한다. 컴퓨터 예술의 제작 환경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선택지들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디지털 아트에서의 ‘참여’는 20세기 중반의 행위예술가들이 마련한 일정한 환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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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자들이 참여하는 것과는 정도의 차이가 크다. 가령, 앞서 소개한 칼 심스의 Galápagos는 관람자의 우연적인 선택에 따라 유기체적 이미지가 무작위적으로 생 성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얻어진 이미지의 작가를 과연 칼 심스란 예술가로 봐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초래하게 된다. 심스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관람자의 참여에 의존하는 모든 디지털 아트는 전통적인 저자의 개념을 포스트모던하게 허물어뜨린 다.

3. 결론

디지털예술에서의 예술과 기술의 완벽한 결합은 과거 르네상스시대를 연상시킨 다. 그런가 하면 1960년대에 이미 시작된 순수예술과 대중문화의 구분의 철폐가 디지털 시대에 본격화된 것 같은 양상이 관찰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기초한 뉴 미디어는 다양한 문화형식의 인터페이스와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술을 혼합시킨다.

따라서 디지털예술의 성격은 포스트모던적 절충주의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말하자 면, 이 새로운 예술형식 안에는 예술과 기술이 혼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문화형식과 과거의 문화형식이 결합하고, 국지적 문화전통과 감수성이 세계화된 국 제적 양식과 상호작용한다. 또한 디지털매체의 멀티미디어적 속성은 다양한 지각요 소들을 가진 여러 표현형식들을 혼합하여 동시적이고 단일한 경험으로 제시한다.

디지털예술의 문화논리가 새로운 이유는 과거와 급진적으로 단절하는 새로움에 있 다기보다는, 이러한 혼합 과정의 광범위함, 속도, 연관된 요소들 자체의 새로움에 있다.

사태가 이렇다 할 때,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예술계에 가져온 변화는 단절적 혁명 이라기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절충주의 및 대중주의의 감수성의 극대화라 할 수 있 다. 1970년대 이후 그 진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과 아 방가르드의 이름으로 고수해오던 순수 예술의 관념을 붕괴하였다. 예술은 삶의 현 실과 유리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내용 및 형식 상에 있어서 예술에만 고유한 재 료와 수단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진보에 발맞추어 발전 혹 은 변화하는 동시대 예술의 현황은 이러한 포스트모던한 개방성을 극대화시키고 있 다. 예술과 테크놀로지는 분리시킬 수 없도록 완벽한 결합을 이루었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 단말기들이 과거의 미술관을 대체하였으며, 가상과 실재의 구분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사용이 날로 증가하고 엔터테인먼트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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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와 컴퓨터 게임이 점점 보편적 오락으로 자리잡아 가면서, 유기적 신체와 기계적 사이보그의 구분 또한 위협받고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날로 발전하면서 가상 현실의 경험은 실제 현실의 경험을 압도해 오고 있다. 1990년대 초에 등장하여 동 시대 미술의 주요 주제를 제공해 온 몸 담론과 사이보그 담론은 현실의 경험을 위 협하는 가상적 경험에 대한 예술계의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참조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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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바르게

[r]

나는 우리 집에 많은 로봇을 가지고 있어.. 나는 애완동물 두

[r]

연립방정식의

the realization of two-dimensional optical wavelength demultiplexers and multiports for surface plasmons polaritons (SPPs) based on plasmonic crystals, i.e., photonic

개념원리 중학수학을 통해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를 통해 체험하므로 개념과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게 됩 니다.. 그 다음 단계는 개념원리 익힘책인 RPM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