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경제통상연구부 교수
요약
Ⅰ. 문제의 제기
Ⅱ. 체제전환 경로의 다양성과 분석의 틀
1. 탈사회주의 체제전환 경로의 다양성
2. 지배연합과 국가능력―분석의 틀
Ⅲ. 지대국가(地代國家)에서의 개혁저항―구소련 자원 부국들
1. 자원지대와 개혁저항 2. 가산연합의 개혁저항 3. 분배연합의 개혁저항
Ⅳ. 지대 부식(腐蝕)과 개혁의 진전
―중동부 유럽 및 발틱 국가들
Ⅴ. 아시아 권위주의 체제전환―
중국과 베트남
1. 중국 점진주의 체제전환의 두 가지 유형
2. 베트남―기업가적 체제전환 (entrepreneurial transition)
Ⅵ. 탈사회주의 체제전환 경로의 북한에 대한 함의
1. 베트남식 점진주의 체제전환 경로와 초기 자유화 국면의 북한 2. 발전 단계로의 전환을 위한 자본과
국가능력
3. 부패의 확산과 과두적 체제전환 경로
Ⅶ. 결론 및 정책제언
1. 북한의 체제전환 과정에 주목하는 체제전환론적 접근
2. ‘핵 문제 對 경제개혁’이라는 이분법적 접근 재고
3. 민관유착으로 새롭게 대두하고 있는 지배연합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접근
4. 지원보다는 투자에 초점을 맞추는 북·중·러 다자협력을 통한 대북 접근
탈사회주의 25년의 경험과 북한의 체제전환:
함의와 정책 방향
목 차
2015-05 정책연구과제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공공외교의 구현과 외교정책 수립을 위한 참고자료로 작성된 것으로서, 외교부 및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요 약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탈사회주의 체제전환(post- socialist transition)은 이제 사반세기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초기의 희망 적 예측과는 달리 지난 25년에 걸친 체제전환의 경로와 결과는 초기의 수렴 론의 예상을 벗어나서 경제 및 정치적 다양성으로 특징지어진다. 중동부 유 럽 및 발틱 국가들은 시장경제 개혁과 정치적 민주주의라는 양 측면에서 공 히 괄목할 진전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러시아를 위시한 구소련 국가들은 이와는 대비되는 경로를 걸어오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의 점진주의는 구소 련권 국가들과는 구별되는 또 다른 체제전환의 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탈사회주의 체제전환 경로의 정치·경제적 다양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다양한 경로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 엇인가? 구소련권 국가들과 아시아 공산주의 국가들의 체제전환 경로의 차 이점은 무엇이며, 어떠한 요인이 이러한 차이를 유발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북한의 향후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에 상당한 의미가 있 다. 공식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북한에서도 지난 1990년대 이래 아래로부터의 시장화로 인해서 서서히 변화가 진행되어 오고 있다. 과거 사 반세기에 걸쳐 30여 개국의 경험을 통해서 축적되고 입증된 탈사회주의 체 제전환의 경로는 북한의 변화에 대한 예측과 한국의 정책적 대응에 지대한 지식자산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첫째, 탈사회주의 체제전환 경로의 집합 적 사례로부터 다양성을 결정짓는 요인들을 도출함으로써 이들 경로를 설 명하고 둘째, 이러한 요소들을 북한에 적용함으로써 북한의 향후 변화에 대 한 예측과 이에 따른 한국 대북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본 연구는 체제전환 과정에서의 지배연합과 국가의 능력 및 역할이라는 두 가 지 변수에 주목한다. 특정 국가의 정치경제적 지배 엘리트는 자원이나 기회 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함으로써 임의적으로 경제지대(economic rents)를 생성하고, 이를 전유하고 배분하기 위해서 지배연합(ruling coalition)을 형성한다. 그러나 지대의 생성과 배분은 자원의 상대적 가격의 변화나 접근
성의 변화, 지배연합 내의 세력관계의 변화, 사회 내 새로운 세력의 부상, 그리고 지정학적 요인을 포함하는 다양한 국내외적 요인으로 변화에 직면 하게 되며,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체제전환의 경로가 결정된다는 것이 본 연구의 핵심 논지이다.
Ⅰ. 문제의 제기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탈사회주의 체제전환(post- socialist transition)은 이제 사반세기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초기의 희 망적 예측과는 달리 지난 25년에 걸친 체제전환의 경로와 결과는 초기의 수 렴론의 예상을 벗어나서 경제 및 정치적 다양성으로 특징지어진다. 중동부 유럽 및 발틱 국가들은 시장경제 개혁과 정치적 민주주의라는 양 측면에서 공히 괄목할 진전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러시아를 위시한 구소련 국가들은 이와는 대비되는 경로를 걸어오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의 점진주의는 구소 련권 국가들과는 구별되는 또 다른 체제전환의 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탈사회주의 체제전환 경로의 정치·경제적 다양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다양한 경로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 엇인가? 구소련권 국가들과 아시아 공산주의 국가들의 체제전환 경로의 차 이점은 무엇이며, 어떠한 요인이 이러한 차이를 유발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북한의 향후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에 상당한 의미가 있 다. 공식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북한에서도 지난 1990년대 이래 아래로부터의 시장화로 인해서 서서히 변화가 진행되어 오고 있다. 과거 사 반세기에 걸쳐 30여 개국의 경험을 통해서 축적되고 입증된 탈사회주의 체 제전환의 경로는 북한의 변화에 대한 예측과 한국의 정책적 대응에 지대한 지식자산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 25년간 탈사회주의 체제전환의 경로를 설명하는 많은 논의가 있어 왔으며, 특히 체제전환 국가의 역사적 발전경로나 초기 경제적 여건, 국제 적 요인 등 구조적 요인과 더불어 정치 엘리트의 특정 개혁정책의 선택과 같은 요인에 초점을 맞추는 논의들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들 은 탈사회주의 체제전환의 사례들을 집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중범위 이 론으로 이르지 못한 채, 개별 또는 몇몇 사례들의 체제전환 경로를 설명하 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첫째, 탈사회주의 체제전환 경로의 집합 적 사례로부터 다양성을 결정짓는 요인들을 도출함으로써 이들 경로를 설
명하고 둘째, 이러한 요소들을 북한에 적용함으로써 북한의 향후 변화에 대 한 예측과 이에 따른 한국 대북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본 연구는 체제전환 과정에서의 지배연합과 국가의 능력 및 역할이라는 두 가 지 변수에 주목한다. 특정 국가의 정치경제적 지배 엘리트는 자원이나 기회 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함으로써 임의적으로 경제지대(economic rents)를 생성하고, 이를 전유하고 배분하기 위해서 지배연합(ruling coalition)을 형성한다. 그러나 지대의 생성과 배분은 자원의 상대적 가격의 변화나 접근 성의 변화, 지배연합 내의 세력관계의 변화, 사회 내 새로운 세력의 부상, 그리고 지정학적 요인을 포함하는 다양한 국내외적 요인으로 변화에 직면 하게 되며,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체제전환의 경로가 결정된다는 것이 본 연구의 핵심 논지이다.
Ⅱ. 체제전환 경로의 다양성과 분석의 틀
1. 탈사회주의 체제전환 경로의 다양성
탈사회주의 체제전환 25년의 경제적 성과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조지 아, 키르기스스탄, 몰도바, 러시아, 세르비아, 타지키스탄, 우크라이나, 마 케도니아 등 8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21개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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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미국이나 서유럽과의 1인당 소득 격차를 줄이는데 성공하였다.2
또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1990년대 중반 많은 탈사회 주의 체제전환 국가들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구 EU 15개 국가의 1/4~1/3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3년 중동부 유럽 및 발틱 국가 10개국의1_여기에서 탈사회주의 29개국은 중동부 유럽, 남유럽, 그리고 구소련의 와해로 독립한 15 개 국가들을 지칭하며, 중국과 베트남은 제외한 것이다.
2_Gerard Roland, “Transition in Historical Perspective,” in Anders Aslund and Simeon Djankov (eds.), The Great Rebirth: Lessons from the Victory of Capitalism over Communism (Washington, D.C.: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2014).
소득은 64% 수준에 육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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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와 더불어 경제적 불평등의 심 화 현상도 두드러진다. 소수의 과두귀족(oligarchs)들이 체제전환 과정이 제공하는 기회를 포착하여 부를 축적한 반면, 빈곤층은 체제전환에 수반된 경제적 불안보, 인플레이션, 연금의 축소, 실업 등과 같은 문제들로 고통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특히 주목할 점은 지난 25년에 걸친 탈사회주의 체제전환의 경로와 결과 의 다양성이다. 탈사회주의 정치 및 경제체제 변화의 결과는 초기의 희망적 인 수렴론, 즉 자유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체제로의 수렴이라는 예상을 벗 어나서 아래 <표 1>과 <그림 1>에서 적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그 정치·경제 적 다양성으로 특징지어진다.
<표 1> 탈사회주의 정치체제의 다양성 정권 유형
(민주주의 점수)* 국 가 수
공고화된 민주주의 (1.00~2.99)
폴란드, 체크,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7
준 공고화된 민주주의 (3.00~3.99)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6
이행정부 또는 혼성정권 (4.00~4.99)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 보스니아-헤르쩨고비나,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6
준 공공화된 권위주의
(5.00~5.99)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코소보 3
공고화된 권위주의 (6.00~7.00)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제르바
이잔,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7
국가 수 29
출처: Freedom House, Nations in Transit 2015 (Washington, D.C.: Freedom House, 2015).
* 프리덤 하우스는 선거 과정, 시민사회, 미디어 독립성, 국가 및 지방 차원의 민주적 거버넌 스, 사법질서 및 독립성, 부패 등 7개 카테고리에서 1~7단계의 스케일로 점수를 매기고 있 고(1은 가장 민주적, 7은 가장 권위주의적), 이들 카테고리별 점수를 종합하여 “민주주의 점수(democracy score)”를 도출하고 있다.
3_Daniel Gros, “From Transition to Integration: The Role of Trade and Investment,”
in Aslund and Djankov (eds.), The Great Rebirth.
<그림 1> 구소련 및 동구권 탈사회주의 국가들의 경제개혁과 경제성과
X축: 1989년의 GDP를 100으로 2008년 기준 실질 GDP. Y축: 2008년 현재 EBRD이행지수*
출처: EBRD, Transition Report (Paris: EBRD), 여러 해. World Development Indicator database.
* EBRD(European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가 1998년 이래 기업, 시장과 무역 및 금융제도의 세 가지 범주 하에 8개 분야의 연간 경제개혁 진전을 수치로 측 정한 지수로서, 1~4.3의 스케일로 점수를 부여하며 1은 가장 낮은 정도, 4.3은 가장 높은 정도의 개혁을 나타낸다.
이러한 다양성에는 지리적 요인, 특히 브뤼셀로부터의 거리, 공산주의의 전통(지속 연한), 국내 정치개혁 여부, 국내 경제개혁 여부, EU의 태도, 무 역협정, 외부로부터의 지원 등 여러 설명 요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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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 경제 에 공통적인 현상은 공산주의의 와해 직후 급격한 경제 축소가 이어졌고,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경제회복 및 성장이 일어났으나 그 시기와 정도 및 추이는 물론 국가별로 상이하다.5
예컨대, 에스토니아와 폴란드의 구매 력 기준 1인당 GDP는 체제전환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하였지만, 키 르기스스탄, 마케도니아, 몰도바, 타지키스탄, 우크라이나 같은 국가들은4_이들 다양한 논의의 요약은 Daniel Treisman, “The Political Economy of Change after Communism,” in Aslund and Djankov (eds.), The Great Rebirth 참조.
5_이와 같은 경제 축소 – 회복 – 성장 과정을 통상 “J-커브”로 명명하고 있다.
오히려 1989년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구소련과 동유럽 국가들 중 벨라루 스,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은 오늘날 사실상 시장경제가 되었다. 또한 중동부 유럽 및 발틱 국가들은 민주주의 체제를 갖게 되었지만, 발틱 국가들을 제외한 구소련 국가들은 그렇지 못하다.
<표 2> 탈사회주의 국가 구분
구 분(31개국) 국 가
중동부 유럽 및 발틱 10개국
2004년과 2007년 EU에 가입한 중동부 유럽 10개국. 체크, 헝가 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 아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구소련 12개국
러시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조지 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 메니스탄, 몰도바
구 유고슬라비아 및 발칸 7개국
보스니아-헤르쩨고비나, 크로아티아(2013년 EU 가입), 코소보,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알바니아
아시아 공산주의
2개국 중국, 베트남
<그림 2> 구소련권 탈사회주의 국가 그룹들에서의 민주주의의 진전 (Freedom House의 Democratic Scores)
출처: Freedom House, Nations in Transit (Washington, D.C.: Freedom House), 여러 해.
탈사회주의 국가들의 이와 같은 과거 25년 간의 정치·경제적 경로와 성 과로부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들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첫째, 체제전환 초기의 포괄적인 급진적 개혁의 도입과 수행이 성공적인 경제성과로 이어졌다. 급진개혁과 점진개혁에 대해서는 체제전환 초기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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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체제전환 25년이 경과한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에 의하면 <표 3>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초기 포괄적인 급진개혁 을 시행한 국가들이 첫 3년 동안, 그리고 경제회복 시까지 경제 축소의 낙 폭이 적었고, 첫 5년 동안 실업률도 가장 낮았다.<표 3> 개혁의 속도와 경제적 성과 간 상관관계
개혁 속도의 유형
2010년까지 또는 회복 연도까지 평균
산출액 감소 (% of 체제전환
연도의 산출액)
첫 3년 동안의 산출액 감소 (비공식 산출액
포함)a
첫 5년 동안의 평균 실업률 b
급진 c -203 -38 9.0
중간 c -282 -43 9.2
점진 c -420 -56 19.5
a. 아제르바이잔, 불가리아, 체크 공화국, 에스토니아, 조지아, 헝가리, 라트비아, 몰도바, 폴 란드, 루마니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의 1994년까지 자료
b. 알바니아, 불가리아, 체크 공화국,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조지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 투아니아, 마케도니아, 몽골, 몬테네그로, 폴란드, 러시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유고 슬라비아 자료
c. 급진개혁 국가는 첫 3년 동안 EBRD 체제이행 지수를 최소한 40% 이상 증가시킨 국가들 이며, 중간개혁 국가는 25~30%, 점진개혁 국가는 25% 미만의 국가들
출처: Daniel Treisman, “The Political Economy of Change after Communism,” in Aslund and Djankov (eds.), The Great Rebirth, Table 14.3에서 재인용.
또한 <그림 2>에서 보듯 초기 급진개혁을 도입한 중동부 유럽 및 발틱 국 가들이 지난 25년간 가장 높은 정도의 개혁을 추진해왔다.
6_급진개혁과 점진개혁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Vladimir Popov, “Shock Therapy versus Gradualism: The End of the Debate, Comparative Economic Studies, 42:1 (2000), pp. 1-57; Anders Aslund, How Capitalism Was Built (NY:
Cambridge UP, 2007).
<그림 3> 개혁의 진전 (EBRD, Transition Indicator)
출처: EBRD, Transition Report (Paris: EBRD), 여러 해.
둘째, 성공적인 체제전환을 위해서는 구 정권 및 구 엘리트들과의 단절과 새 로운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체제전환 초기 새로운 제도가 자리잡기 전 이른바 “비상정치(extraordinary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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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서 정치지도자들의 역 할이 중요하다. 중동부 유럽과 발틱 국가들에서는 구 정권에 뿌리를 두지 않은 새로운 세력들이 체제변혁을 주도하였으며, 구 엘리트들이 새로운 체제에 참 여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이들의 기득권에 구애 받지 않는 정치경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 체제의 엘리트들이 권력을 유지 한 대부분의 구소련 국가들에서는 이와 같은 단절이 부재하였고, 따라서 개혁 은 구 엘리트들의 기득 이익을 보존하는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중동부 유럽 국가 중에서는 불가리아가 유일하게 구 공산주의자들을 처 벌하고 이들의 공직을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구 비 밀경찰은 은행 및 핵심 수출산업 분야(화학 및 의약품, 농업제품, 전기제품, 무기 수출)를 사실상 통제하면서 조직범죄와의 연계 하에 이른바 “붉은 마 피아(red mafia)”로서 불가리아 경제의 암적인 존재가 되었다. 불가리아에 서는 공산당이 1994년, 2005년 및 2013년 재집권을 거듭하면서 구 엘리트
7_Leszek Balcerowicz, Socialism, Capitalism, Transformation (Budapest: Central European University Press, 1995).
들이 권좌에 복귀하게 됨에 따라 지난 25년간 정치경제 개혁은 진전과 정체 및 쇠퇴를 반복하였던 것이다.
셋째, 체제전환 국가들이 초기 개혁 이래 당면하고 있는 지속적인 문제는 부패와 지대추구 행위를 어떻게 통제하고 근절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구 정 권과의 단절이 있을지라도 구 체제의 기득권 세력들이 새롭게 부상하는 신 흥 과두귀족(oligarchs)들과 유착하여 국가를 “포획(capture)”한 경우에는 경제개혁의 진전은 물론, 정치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였다.
러시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구소련 국가들에서는 집권 엘리트와 그 측근들 이 부를 축적하는 부정축재정치(kleptocracy)가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사 실은 정권의 유형과 부패 사이의 밀접한 상관관계로 나타나고 있다. 즉 <그 림 4>에서 보듯 권위주의 정권(위쪽 원)은 높은 수준의 부패와, 민주주의 정 권은 투명성(아래쪽 원)과 연관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몰도바, 조지 아, 알바니아 등의 국가들은 이 두 그룹의 중간에 위치함으로써 법의 지배 와 부패 간 또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의 경계지역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 4> 민주주의와 부패 (2014)
출처: Freedom House, Nations in Transit 2015; Transparency International,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2014, http://www.transparency.org/cpi2014/infographic#
compare.
넷째, 이러한 측면에서 민주주의가 부패와 지대추구의 억제는 물론, 시 장개혁의 진전과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민주주의는 구 체제로부터 단절되는 새로운 출발, 투명성, 견제와 균형, 시민사회, 자유 언론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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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즈만(Daniel Treisman)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간의 장기적 균 형관계를 적시하면서,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이 경제적 자유주의를 촉진 하는 인과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정기적인 경쟁 선거가 구 엘리트들을 퇴 출시키고 새로운 리더십이 개혁을 촉진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여기에 는 언론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9
그는 이러한 인과관계의 두 가 지 요소로서 EU 가입과 각 국가들의 오랜 문화적 전통과 상관성이 있는 시민사회의 발전 정도를 들고 있다. 즉 중동부 유럽 및 발틱 국가들의 경 우 EU 가입은 경제개혁과 제도를 끌어 당기는 역할을 하고(pull),10
시민 사회는 국내적으로 아래로부터 이를 밀어주는(push) 역할을 했다. 그러나 구소련 국가들에서는 이와 같은 요소들이 부재하였고, 따라서 체제전환으 로 야기된 권력의 진공 상태를 구 엘리트와 과두귀족이 채움으로써 이들 국가들에서의 개혁은 <그림 1>과 <그림 3>에서 보듯 상대적으로 더딘 진 전을 보이고 있다.2. 지배연합과 국가능력―분석의 틀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구소련권의 체제전환과 더불어 중국과 베트 남을 포함하는 아시아 체제전환 경로의 다양성을 비교의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해서 본 연구는 지배연합(ruling coalition)과 국가능력(state capacity) 라는 두 가지 요인에 주목한다.
8_ 정치제도와 경제제도, 민주주의와 경제제도의 질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EBRD, Transition Report 2013: Stuck in Transition (Paris: EBRD, 2013) 참조.
9_ Daniel Treisman, “The Political Economy of Change after Communism,” in Aslund and Djankov (eds.), The Great Rebirth.
10_중동부 유럽 및 발틱 10개 국가들은 2004년(폴란드, 체크,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과 2007년(불가리아, 루마니아)에 EU에 가입하였다.
지배연합은 ‘정치경제적 공통 이익을 중심으로 형성된 집권 정치 엘리트 를 포함하는 비공식적 사회적 집합체 또는 집단’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 러한 의미에서의 지배연합은 자신들의 기득권 보전을 위해서 현 사회질서 의 단절적인 변동을 막고 이를 유지하고자 한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의 지 배 엘리트는 민주주의에서보다 땅, 노동, 자본과 같은 자원과 무역이나 교 육과 같은 기회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기가 수월하며, 따라서 이들 지배 엘 리트들은 권위주의적 통제를 통해서 ‘경제지대(economic rents)’를 창출 하고 이를 전유하고자 하는 인센티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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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와 같은 특권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하에서는 지배연합은 자원과 기회에 대한 접근 을 확장시킴으로써, 즉 지배연합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혁 명적 변화를 방지하고 특권의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할 것이다.12
즉 지배연 합은 개혁을 도입함으로써 자신들의 특권의 극단적 손실을 방지하고자 할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개혁은 지배연합의 경제지대가 소실될 때까지 진전 되기는 어렵다. 지배연합이 자원과 기회에 대한 접근을 통제함으로써 생성 하였던 지대가 개혁이 진전되어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소실 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 하에서의 개혁은 “부분개혁(partial reform)”13
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민주주의 정권 하에서는 제도적인 견제 와 균형 때문에 지배 엘리트들이 자원이나 기회에 대한 접근을 임의적으로 통제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따라서 경제지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반면 지대의 부식은 선거에서의 승리와 보다 밀접한 관계를 갖게11_Douglas C. North, John Joseph Wallis, and Barry R. Weingast, Violence and Social Order: A Conceptual Framework for Interpreting Recorded Human History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9). 경제지대는 특정 경제적 자산이 경쟁시장 에서 창출할 수 있는 이윤을 초과하는 추가 이윤을 지칭한다. 경제지대는 공급이 제한되 어 있거나 고정되어 있는 천연자원으로부터 파생하며, 또한 천연자원이 아닐지라도 지대 추구 행위를 통해서 임의적으로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생길 수 있다. 특히 후자의 지대는 경쟁을 통해서 소멸된다.
12_Daron Acemoglu and James A. Robinson, Economic Origins of Dictatorship and Democracy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5).
13_Joel Hellman, “Winners Take All: The Politics of Partial Reform in Postcommunist Transitions,” World Politics, 50:2 (1998).
된다. 즉 탈사회주의 체제전환에서는 지배연합을 위요하는 경제지대의 창 출(rent creation) 및 부식(rent erosion)이라는 두 가지 논리가 지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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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사회주의 체제전환에 있어서 또 하나의 고려 요소는 국가의 역할과 능 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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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측면이다. 체제전환 과정은 긴 역사적 과정으로서 아직도 진행 중이 다. 초기 개혁을 추진한 모든 국가들에서 이후 정치 및 경제 양 차원에서 공 히 제도구축(institution-building)이 진행되고 있고, 러시아와 헝가리 같 은 국가에서는 초기 성공적인 개혁에도 불구하고 이후 제도화 과정에서 개 혁의 역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탈사회주의 체제전환을 일관된 과 정으로 보는 것은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고, 따 라서 체제전환 과정을 두 단계로 나누어 보는 것은 분석적인 차원에서 의미 가 있다.첫 번째 단계는 탈규제, 거시경제의 안정화, 사유화를 포함하는 자유화 국면(liberalization phase)으로서, 이 단계에서는 개혁 지도자와 개혁 팀, 개혁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 공표하여 국민들의 이해와 더불어 제도권 정치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단 계는 세제, 노동시장, 복지, 보건, 연금 등 보다 광범한 사회개혁을 포함하 는 보다 복잡한 개혁과정으로서 자유화 국면에 도입된 개혁 프로그램을 안 착시키고 이를 확장하여 제도화시키는 제도화 국면(institutionalization phase)이다. 이 단계의 개혁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로부터 탈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초기 개혁과는 구분되며, 정부를 변혁시키고 법의 지배를 확립
14_North, Wallis, and Weingast, Violence and Social Order; Daron Acemoglu and James A. Robinson, Why Nations Fail: The Origins of Power, Prosperity, and Poverty (New York: Crown Publishers, 2012).
15_마이클 만(Michael Mann)은 국가능력을 “인프라 파워(infrastructural power)”와 “전 제적 파워(despotic power)”의 두 가지 개념으로 구분하고 있다. 전자는 “국가가 사회 전역에 걸쳐서 합법적으로 결정된 정책을 실행하고 집행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데 반해 서, 후자는 사회집단과의 제도화된 협의 없이 지배 엘리트들이 자의적으로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힘”을 지칭한다. Michael Mann, “The Autonomous Power of the State: Its Origins, Mechanisms and Results,” Archives eropéennes de sociologie, 25 (1984).
하고 정부 관리들의 지대추구 행위와 부패를 척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림 2>에서도 나타나듯 구소련권 탈사회주의 국가들의 대부분 1990년대 중반 이후 개혁의 진전은 현저히 둔화되었다. 초기 급진개혁을 시행한 국가 들의 경우에도 대부분 첫 5년 동안 이후의 10년에 걸친 것보다 더 많은 개 혁을 시행하였다.
이 두 단계에서 국가의 경제개입(또는 후퇴)의 역할과 능력이 체제전환 과정과 경제적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며, 따라서 국가의 역할과 능력 상의 차이가 체제전환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배연합의 경제 지대 창출 및 부식이라는 요소와 경제변혁을 추진하는 국가의 능력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면 아래 <표 4>에서와 같이 탈사회주의 체제전환의 네 가지 유형을 도출할 수 있다.
<표 4> 지대와 국가능력에 따른 탈사회주의 체제전환의 유형 지배연합
지대 부식 지대 창출
국가의 경제변혁 능력
Interventionist 국가 주도 체제전환 (state-led transition)
과두적 체제전환 (oligarchic transition)
Retreating
기업가 주도 체제전환 (entrepreneurial
transition)
아래로부터의 시장화 (spontaneous marketization from
below)
국가가 경제에서 후퇴하는 자유화 국면 하에서는 지배연합의 인센티브에 따라서 다시 두 가지의 체제전환 유형을 상정할 수 있다. 지배연합이 자원 과 기회에 대한 접근을 확장하고 이러한 기회를 새로운 세력이 포착할 경우 기업가가 주도하는 체제전환이 가능한 반면, 지배연합이 자원과 기회에 대 한 독점을 지속할 경우 극심한 경제위기 상황 하에서는 아래로부터의 자생 적 시장화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가 다시금 경제에 개입하는 제도화 국면에서 역시 두 가지의 체제전환 유형을 상정할 수 있다. 지배연합이 자 원과 기회에 대한 접근을 계속 확장할 경우 과거 한국과 대만에서와 같은
“개발국가(developmental state)”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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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전환을 주도해나갈 수 있을 것 이지만, 지배연합의 지대 창출 인센티브가 지대 부식의 인센티브를 압도할 경우 1990년대의 러시아에서와 같은 과두적 체제전환(oligarchic transition) 이 야기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유형화는 “이상형(ideal type)”으로서 실제 사례들에 완벽하게 들어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례들의 체제전환 경로를 탐구하는 데에 분석적인 차원에서 시사하는 바 가 있다.Ⅲ. 지대국가(地代國家)에서의 개혁저항―구소련 자원 부국들
Ⅲ장에서는 구소련 국가들 중 특히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들, 즉 러시 아, 투르크메니스탄 및 우즈베키스탄을 사례로 이러한 자원이 체제전환의 동학에 어떠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는지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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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원지대와 개혁저항
풍부한 천연자원이 생성하는 경제지대나 자원지대에 국가 재정수익의 상 당 부분을 의존하는 국가는 “지대국가(rentier state)”로 개념화되고 있다.
지대국가는 통상 “해외로부터 유래하는 상당한 양의 경제적 지대(external
16_동아시아 개발국가에 대해서는 Alice H. Amsden, Asia’s Next Giant: South Korea and Late Industrialization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89); Peter Evans, Embedded Autonomy: States and Industrial Transformation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5); Chalmers Johnson, MITI and the Japanese Miracle: The Growth of Industrial Policy, 1925-1975 (Stanford, CA: Stanford University Press, 1982); Robert Wade, Governing the Market: Economic Theory and the Role of Government in East Asian Industrialization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0); Meredith Woo-Cumings (ed.), The Developmental State (Ithaca, NY: Cornell University Press, 1999) 참조.
17_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례에 대해서 상세한 내용은 김태환, 「독재정권의 개혁 저항: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북한에서의 정치경제적 지대와 지배연합」, 대외경 제정책연구원, 중앙아시아: 정치, 사회, 역사, 문화, 전략지역 심층연구 09-04, 논문집 I (서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09) 참조.
economic rents)를 정규적으로 받는 국가”로 정의된다. 베블라위(Hazem Beblawi)는 지대국가의 본질적 특징으로서 첫째, 경제적 지대 현상이 국가 경제에서 현저해야(predominant) 하고 둘째, 지대 수익의 근원이 국내가 아니라 해외여야 하며 셋째, 국가(정부)가 해외로부터 생성되는 이러한 지 대의 직접적인 주 수납자(recipient)이고, 마지막으로 지대 생성 과정에는 소수만이 참여하고 국민 대다수는 분배와 소비에만 연루된다는 점을 지목 하고 있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지대국가는 재정수입의 상당 부분(통상 40%
이상)을 해외로부터 유래하는 지대 수입에 의존함으로써 국내 경제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현저히 낮으며 따라서 사회로부터 상당한 자율성을 확보하 게 된다. 또한 지대국가에서는 징세를 위주로 하는 행정 조직과 능력이 상 대적으로 덜 발달하게 되며 추출 능력(extractive capacity)보다는 분배 능 력(allocative capacity)이 발달하게 된다. 이러한 지대국가의 특징은 전쟁 수행과 이에 따른 징세의 필요성이 근대국가 형성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서유럽의 경우와 좋은 대조가 된다. 국내 세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세수의 근원이 되는 국내 경제의 발전과 성장이 재정수입의 확대나 유지를 위해서 필연적이지만, 국내 세수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것은 곧 지도자나 국가의 입장에서 국내 경제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유인이 낮으며, 이에 따라 경제 개혁을 통해서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인센티브 역시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대국가는 사회로부터 상대적으로 ‘격리(insulate)’되어 있으며, 특히 자원지대의 흐름과 근원을 국가가 충분히 통제하고 있는 한 특정 사회 세력을 정치적 지배연합의 파트너로 삼을 필요성도 없게 된다.
따라서 지대국가의 정치연합 형태는 통상 최고 지도자를 정점으로 측근 가 신과 국가기구 및 공직을 점유하고 있는 관료 집단에 국한되며, 이들 국가 기구를 점하고 있는 집단 역시 지도자의 개인적 계통(personal lineage)과 연고에 근거하여 충원되는 전 근대적 양상을 보인다.
구소련 국가들 중 경제지대를 산출하는 대표적 천연자원인 석유 및 가스 가 풍부한 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서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
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의 5개 국가이며 이들 국가들의 에너지자원에 대한 의존도는 <표 5>와 같다. 물론 지대국가 부합성을 에너지자원에 대한 의존 도만으로 수치적으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표 5>에서 보듯 우즈베 키스탄을 제외한 4개 국가들은 이미 대표적 지대국가인 이란의 에너지자원 의존도에 근접하고 있으며, 특히 이들 국가들의 미개발된 에너지자원 보유 고와 석유 및 가스 이외의 수출 광물자원의 존재를 감안할 때에는 이들 국 가들을 지대국가로 규정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에 는 석유 및 가스에 대한 자원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또 다른 천연자 원인 금과 면화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고 있다.
<표 5> 에너지자원 의존도
(단위: %) 석유 및 가스가 각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
총 수출 GDP 정부 재정수입 FDI
이란 69.4 14.7 45.9 n.a.
러시아 50.4 21.5 30.1 10.7
카자흐스탄 46.8 24.7 27.5 69.7
투르크메니스탄 81.0 68.7 42.0 n.a.
우즈베키스탄 12.3 4.3 14.8 n.a.
아제르바이잔 85.2 30.5 36.2 80.5
* 아제르바이잔은 2001년 자료, 이란은 1999년 자료, 이외에는 모두 2000년 자료임.
출처: Akram Esanov, Martin Raiser and Willem Buiter, “Nature’s Blessing or Nature’s Curse: The Political Economy of Transition in Resource-based Economies,”
EBRD Working Paper No. 65 (November 2001), p. 4에서 재인용.
천연자원으로부터 파생하는 순수한 의미의 경제지대나 정치적 지대추구 행위를 통해서 경제자산의 공급을 임의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창출해낸 인위 적 경제지대가 어떠한 정치 또는 사회세력에 의해서 배타적으로 독점, 전유 (專有, appropriate) 또는 배분(distribute)되는가의 여부에 따라 특정 국가 의 지배 정치연합이나 정권의 성격과 유형이 결정될 수 있다.
집권 정치엘리트가 소수의 자원 보유세력과 정치적 지배연합을 형성하 여 자원으로부터 파생되는 지대를 전유할 경우, 배타적인 권위주의 정권
(exclusionary authoritarian political regime)의 출현을 예상할 수 있으 며, 이러한 정권 하에서 경제개혁의 도입과 추진은 자원 보유세력에 대한 정 치 엘리트의 ‘정치적 의존도’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지배 연합은 올슨(Mancur Olson)이 말하는 “분배연합(distributional coalition)”
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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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자원으로부터 파생하는 이익이 정치 엘리트와 특정 소수 계층에 의해서 독점되지 않고 전 사회적으로 공유 되거나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서 분배될 경우, 인민주의적(populist)이거나 또는 민주주의적인 “포괄적 연합(encompassing coalition)”의 등장을 예 견할 수 있다.2. 가산연합의 개혁저항
막스 베버(Max Weber)는 전통적 권위(traditional authority) 에 근거한 지배(domination) 또는 거버넌스의 형태를 통치를 위한 행정조직의 발달의 정도, 그리고 행정조직의 자율성의 정도를 근거로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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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초보적인 형태의 전통적 지배양식인 “장로제(gerontocracy)”나 “가부장제(patriarchalism)”에서는 지배자는 통치를 위해 필요한 정도 로 발달된 자신의 행정조직과 관료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장로제의 경우에 는 통치권이 원로들(elders)에게 부여되는 반면, 가부장제에서는 세습규칙 에 의거한 적임자에게 부여된다. 그러나 지배자의 의지나 명령을 집행할 수 있는 행정적 기제가 부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지배형태에서의 통치행위는 피치자의 복종의지(willingness to comply)에 상당 정도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들 초보적 지배형태와는 달리 “가산제(家産制, patrimonialism)”에서 는 지배자가 통치에 필요한 행정조직과 특히 군사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
18_Mancur Olson, The Rise and Decline of Nations: Economic Growth, Stagflation, and Social Rigidities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1982).
19_Max Weber, Economy and Society: An Outline of Interpretive Sociology, Vol. I, ed. By Guenther Roth and Claus Witlich (Berkeley, 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78).
들 행정조직과 힘은 통치의 과정에서 지배자의 개인적 도구로 사용된다.
이 경우 지배자의 권위는 지배집단 전체의 집단적 권리가 아니라 지배자의 개인적 권리가 되며, 따라서 지배자는 가부장제나 장로제에서의 제약이나 한계를 벗어나서 자신의 ‘임의적 힘(arbitrary power)’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지배자가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하여 통치가 주로 지배자의 극단적 임 의권(discretion)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거버넌스 형태를 베버는 “술탄제 (Sultanism)”로 규정하였다. 반면 지배자가 충원한 행정관료가 자신에게 주 어진 공식 직위로부터 파생하는 권력과 경제적 자산을 사적 재산으로 전유 하여, 이를 기반으로 지배자로부터 상당한 자율성을 갖게 되는 경우를 베버 는 ‘영지(領地)형 가산제(estate-type patrimonialism)’로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 지배연합이 최고 정치지도자를 정점으로 주변의 최측근 가신들과 국가기구의 공직을 점하고 있는 정치 및 관료집단으로 구성되는 가산연합 (家産聯合, patrimonial coalition)은 이와 같은 베버의 개념에 근거하고 있으며, 따라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통치자는 비교적 잘 발달된 행정 조직을 가지며 자신의 개인적 인맥, 인적 관계 또는 자신에 대한 충성심에 근거하여 행정관료를 충원하며 이들은 지배자 개인의 가신 (家臣)의 성격을 띠게 된다. 둘째, 국가 자산은 흔히 지도자의 사적 재산으 로 간주되고 이에 따라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간, 또한 통치권과 소유권 간 뚜렷한 구분이 없이 양자가 혼재되어 있다. 셋째, 국가 공직과 국가 자산은 지도자와 지배계층의 사적인 재정 수익원이 될 뿐 아니라 공직은 그에 상응 하는 경제적 자산을 수반함으로써 지도자와 그의 행정 스태프 간에 일종의 교환관계가 성립한다. 즉 전자가 후자에게 공직과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수 익권을 제공하는 대신 후자는 전자에게 정치적 충성과 통치를 위한 서비스 를 제공하는 교환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지배연합은 최고 지도자의 직계 가족이나 친지는 물론 지연이나 종족(tribe, clan) 등 지도자 의 개인적 연고가 공직 배분이나 지배계층 구성의 중요한 기준이 되며, 지 배연합 자체가 거대한 후견 네트워크(patronage networks)를 형성하게 되 고 따라서 연고주의나 정실주의(cronyism or nepotism)가 만연할 가능성 이 높아진다.
지배자가 지대에 대한 독점을 통해서 이를 자신의 임의에 따라 관할하고 분 배하는 술탄 형 “독점 가산연합(monopolistic patrimonialism)”의 경우에는 지배자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정치적, 행정적 가신들의 종속성이 높아지는 반 면, 후자가 자신들의 직위와 지대로부터 파생하는 정치경제적 자원을 바탕으 로 자율성을 강화한 영지 형 “과점 가산연합(oligopolistic patrimonialism)”
의 경우에는 오히려 가신들에 대한 지배자의 의존성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 서 독점 가산연합의 경우 지배자 자신의 이익 극대화와 이에 따른 임의적 결 정이 개혁의 향방을 가름하는 데 반해서, 과점 가산연합의 경우에는 개혁의 향방이 자율적인 가신들의 이익에 의해서 상당 정도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 탄, 우즈베키스탄 등 5개 자원 국가의 지배연합은 상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 다.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의 경우에는 최고 정치 지 도자를 정점으로 한 후견적 네트워크가 국가기구 내부의 관료 집단을 중심 으로 형성되어 있는 가산연합의 형태를 띠는 반면, 옐친(Boris Yeltsin) 기의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경우에는 지배연합이 최고 정치 지도자의 측근과 국가기구 내의 관료 집단을 넘어서서 비국가 세력을 포함하는 분배연합의 형태를 띠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국가와의 연합을 이룬 이러한 비국가 세 력은 과두귀족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카자흐스탄의 경우에도 나자르바 예프(Nursultan Nazarbayev) 대통령의 가족이나 측근으로 구성된 후견 네트워크와 더불어 러시아의 과두귀족에 비견될 수 있는 비국가 세력이 지배 연합의 중요한 구성 인자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견 지대국가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경우 풍부한 천연자원 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국가 외부 세력인 과두귀족에 대한 높은 의존성으로 인해서 정책의 결정이나 집행에 있어서 상당한 제약에 직면하게 되는 반면, 국가 내부의 후견 네트워크에 근거한 가산적 정치연합 국가들은 정책 결정 이나 집행 과정에서 이러한 제약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이다.
우크라이나,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과 같이 자원이 풍부한 동시 에 최고 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가산적 지배연합이 이러한 자원을 통제하 고 있을 경우 개혁을 도입할 인센티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개혁은
자원지대를 분산시킴으로써 미래의 지대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 기 때문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독재정권의 개혁저항을 위한 정치적, 경제적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경우이다. 풍부한 천연자원으로부터 파생하는 지대를 독 점적으로 전유함으로써 경제적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횡 적 가산연합을 구성함으로써 사회 전반은 물론 측근 가신들의 잠재적 도전 으로부터도 자유스러운 것이다. 이와 같이 정치적, 경제적 조건이 충족되는 상황에서 개혁이라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선택할 여지는 극히 희박할 수밖 에 없고, 따라서 투르크메니스탄이 탈사회주의 29개 국가 중 가장 낮은 정 도의 경제개혁(또는 무 개혁) 국가로서의 자리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면화와 금, 천연가스로부터 파생하는 경제지대에 의존하면서 씨 족간 경쟁적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우즈베키스탄의 과점 가산연합 하 에서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와는 달리 경제지대를 카리모프(Islam Karimov) 와 씨족 엘리트들이 과점적으로 전유하고 있으며, 따라서 가산연합의 멤버 들은 권력과 부를 나누어 가진 채 상당한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서는 개혁에 대한 저항이 현 권력 및 지대구조에서 이익을 향유하고 있는, 또한 최고 권력자로부터 어느 정도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는 가산연합의 구성원들로부터 유래한다. 1990년 이래 우즈베키스탄의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카리모프는 대통령령(decree)을 통해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초 대 통령적 권한에도 불구하고 씨족과 지방 토호들의 기득권 고수를 위한 저항 때문에 자신의 임의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카리모프의 일련의 노력들, 즉 씨족 엘리트를 기술관료로 대치하거나, 우즈베키스탄 화폐(Uzbekistan Som)의 국제적 태환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 력, 부패 척결이나 국가재정을 늘리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주지사와 씨족 네트워크를 통제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단지 제한된 정도에서만 그 효과를 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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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서는 카리모프가 경쟁적인 씨족, 지방 이20_Kathleen Collins, Clan Politics and Regime Transition in Central Asia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6).
익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중립적 조정자’로서 역할하고 있다. 그의 가산연 합에서는 이들의 기득이익은 카리모프와 그의 정책결정에 상당한 정치적 제약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즈베키스탄에서 개혁에 대 한 저항은 가산연합 ‘내부로부터의 저항’이라는 양상을 띠게 된다. 카리모 프와 이들 가신들의 공생관계는 카리모프의 의도나 의지와는 상관 없이 경 제개혁에 대한 인센티브를 현저히 낮추고 있는 것이다.
3. 분배연합의 개혁저항
비국가 세력을 지배연합에 포함하는 분배연합의 경우에도 자원지대의 존 재 여부는 개혁저항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자원지대가 풍부한 러시아 나 카자흐스탄의 경우 권위주의화 공고화가 두드러지지만, 그렇지 못한 국 가들의 경우 정권교체나 국가능력의 약화 등 보다 불안정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1990년대 대규모 사유화 과정을 통해서 가스를 제외한 석유, 철강, 알루미늄 등 주요 천연자원 자산이 국가의 손에서 민간의 손으로 이전 되었고, 이 과정에서 금융-산업 과두귀족(financial industrial oligarchs) 이 태동하고 이들과 국가 간에 긴밀한 분배연합이 형성되었다. 이와 같은 국가와 과두귀족 간 연합의 배후에는 199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낮은 원유가와 러시아 연방정부의 만성적 재정적자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 다. 즉 낮은 에너지 가격과 국가 재정의 불안정성으로 옐친 정부는 자원충 당은 물론 정치적 지지 확보를 위해서 신흥 과두귀족들과 정치적 연합을 맺 게 되었으며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들 금융-산업 과두귀족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은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과두귀족들은 러시아 정책 결정 과정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특히 개혁 노선의 심각한 제약요인이 되었다. 러시아 초기 경제개혁의 가장 큰 수혜 세력인 이들 과두귀족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충족되는 한 경제 및 정치개혁의 지지자로 역할 하였으나, 이와 같은 개혁이 자신들의 이익을 침 해하는 시점에서는 가장 강력한 반개혁 세력으로 변신하였다. 특히 황금알
을 낳는 오리와 같은 러시아의 주요 천연자원 자산을 수중에 확보한 이들 과두귀족들은 국가와의 연합을 통해 자원지대의 극히 일부를 국가에 양여 하는 대신 국가로부터 받은 다양한 혜택과 특권을 이용하여 자신들에게 돌 아오는 자원지대의 몫을 극대화하고자 하였으며, 시장경제의 확산과 이에 따른 경쟁의 심화로 초래될 수 있는 자원지대의 소실을 방지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러시아 분배연합과 과두귀족들의 이와 같은 지대추구 행위는 경제 개혁의 둔화는 물론 1998년 금융 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카자흐스탄의 경우에도 러시아의 경우에 상응하는 국 내 과두귀족이 등장하였고, 국가와 이들 사이의 분배연합은 주로 철강·알루 미늄·우라늄·금광 및 에너지 부문과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특 히 아제르바이잔에서처럼 에너지자원 개발을 위한 외자 유치가 절실하였던 카자흐스탄의 경우 1990년대에 외자 유치를 위해 석유 및 가스 부문 자산 의 급격한 사유화가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카자흐스탄의 분배연합은 러시 아의 분배연합과는 달리 국내 과두귀족뿐만 아니라 상당한 외국자본을 포 함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분배연합이 러시아의 분배연합과 다른 또 하나의 측면은 전형적인 지대국가 가산연합의 경우에서처럼 1991년 이래 대통령 직을 독점하고 있는 나자르바예프(Nursultan Nazarbayev)의 친족들이 대 거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카자흐스탄 내 주요 7개 비 즈니스 그룹을 대통령 가족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저명 정치인이 이끌고 있 으며, 특히 나자르바예프의 두 사위 알리예프(Rakhat Aliev)와 쿨리바예프 (Timur Kulibaev)가 국가와 비즈니스 부문을 연결하는 분배연합 네트워크 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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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나자르바예프의 딸들과 사위들은 카자흐스탄 상업은행(Kazcommertsbank) 그룹 및 유라시아은행(Eurasia Bank) 그룹을 통해서 주요 산업을 관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문 및 방송 등 주요 언론 매체도 장악하고 있다.외국자본의 투자를 포함한 석유·가스 자원지대와 국내 과두귀족과의 연
21_Bhavna Dave, “Kazakhstan,” in Adrian Karatnycky and Alexander Motyl (eds.), Nations in Transit 2000-2001 (Washington, D.C.: Freedom House, 2001).
합으로부터 파생하는 수익이 카자흐스탄 정부의 재정수입 및 나자르바예프 를 정점으로 하는 정치 엘리트들의 사적 이익과 통치 자금을 공급하는 중요 한 근원이 되고 있음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서 카자흐스탄 정부는 정치연합을 구성하는 국내외 자본에 각종 특혜를 제 공하였고, 이러한 교환과정에서 외국자본은 카자흐스탄의 초기 경제개혁을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였으나, 특히 국내 과두귀족은 러시아의 경 우에서처럼 자신들의 기득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지속적 개혁에 반대하 는 저항세력의 역할을 하였다.
정책결정자의 입장에서 볼 때 경제개혁의 도입은 현재의 확실성과 미래 의 불확실성 사이에서의 선택의 문제이다. 현재의 권력과 부를 확실하게 거 머쥐고 있는 지배 엘리트에게는 굳이 현 체제를 바꿈으로써 미래의 불확실 성을 선택할 인센티브가 없다. 위협적인 정치적 반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 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개혁저항의 개연성은 특히 정부 재원으로 통상적인 세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가 통제하는 천연자원으로부터 파생 하는 지대에 의존하는 경우 더욱 높아진다. 국가는 사회의 필요나 요구에 귀 기울 필요가 없고, 따라서 사회로부터 유리된 채(detached) 고도의 자율 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Ⅳ. 지대 부식(腐蝕)과 개혁의 진전―중동부 유럽 및 발틱 국가들
지대 창출을 도모함으로써 개혁에 저항하는 경우와는 대조적으로 중동부 유럽 및 발틱 국가들에서는 포괄적 지배연합이 형성되어 성공적인 개혁과 체제전환을 이끌어 왔다. 이들 국가에서는 국가의 역할이 지대를 창출하고 전유하기 위한 간섭이 아니라, 급속한 개혁의 도입과 제도화에 역점을 두는 것이었다. 이들 국가들은 경제개혁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착근이라는 차 원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체제전환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성공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첫째, 이들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구소련 국가들에서와는 달리 명백한 정 권변화 하에서 체제전환이 이루어졌고 따라서 구 정권 및 구 엘리트들과의 단절이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체제전환 초기의 비상정치 상황을 잘 활용할 수 있었다.
폴란드는 이른바 “협상에 의한 체제전환(negotiated transition)”의 대표 적 사례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전에 이미 폴란드에서는 1980년대 자유 노조가 등장하여 1989년 초부터 공산당 정권과 협상을 시작하였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의회 선출을 위한 준 자유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하였고 자유노 조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들이 합법화되었다. 1989년 6월 4일 의회 선출 을 위해서 치러진 준 자유 총선거를 통해서 폴란드 자유노조(Solidarity)의 주도로 형성된 연립정부는 폴란드 체제전환의 중대한 역사적 전환점이었 다. 헝가리의 경우는 공산주의 붕괴 훨씬 이전부터 사실상의 개혁을 통해서 체제전환 출발 시 중동부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유리한 경제적 초기 조건을 갖고 있었다. 이미 1980년대 무역의 반이 서구와 이루어지고 있었 고 물품의 결핍도 상대적으로 덜 했으며 음식은 싸고 풍부했다. 가격과 무 역은 상당 정도 자유화되었고 농업뿐만 아니라 산업과 서비스 부문에서도 사적 기업이 허용되었다. 헝가리 역시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협상을 통해서 민주화를 이룩하여 1990년대 중반까지 초기 급진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고, 이러한 개혁의 효과는 2001년까지 지속되었다. 발틱 국가들에서도 이와 유 사한 민주정권의 수립 및 과거와의 단절이 진행되었다. 예컨대 에스토니아에 서는 민주적으로 치러진 1990년의 의회 총선에서 민주주의 민족주의자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얻으면서 승리함으로써 민주정부를 형성하였고 1991년 독립 민주공화국이 되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1989년 11월 아래로부터의 “벨벳 혁명(Velvet Revolution)”
을 거쳐서 구 정권과의 단절을 이룩하고 이후 폴란드, 헝가리와 유사한 체제 전환의 경로를 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3년 체코 공화국과 슬로바키아로 평화적으로 분할된 이래 슬로바키아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래 메치아르 (Vladimir Meciar) 총리 하에서 인민주의적 정책으로 부패와 지대추구가 확산 되기 시작하였다. 정치적으로 연고가 있는 관계자들, 특히 기업의 경영자들
에게 헐값에 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사유화가 이루어졌고, 이는 대규모 국유 은행과 가스, 전기 및 텔레콤 기업들과 같은 자연독점(natural monopoly) 산업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이 시기 슬로바키아의 경제성장은 국가의 팽창적 재정정책을 통해서 국내 소비를 진작함으로써 임의적으로 가능했다. 슬로바 키아에서 두 번째 개혁, 엄밀하게는 분리 후 첫 번째 독자적인 개혁은 1998 년 중도 우파와 개혁 공산주의 정당들에 의한 광범한 연립정부가 형성되면서 가능했고, 2002년 총선으로 개혁의 장애 요소였던 좌파 정당(Party of the Democratic Left)이 연립정부에서 배제되면서 주린다(Mikulas Dzurinda) 총리의 리더십 하(2002~2006)에 본격화되었다. 2002년의 총선은 슬로바키 아에 사실상의 비상정치의 상황, 개혁을 위한 기회의 창을 제공해주는 것이 었다. 이 시기의 개혁은 과거 체코슬로바키아 연방 시절 이룩했던 초기 개혁 에 더하여 다른 중동부 유럽 및 발틱 국가의 두 번째 단계 개혁이 그러했던 것 처럼 재정 및 세제개혁, 행정개혁과 재정 분권화, 노동시장 개혁, 연금 개혁, 복지 및 보건 개혁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둘째, 중동부 유럽 및 발틱 국가에서는 민주주의와 성공적인 경제개혁이 결합되었으며, 전자가 후자를 ‘밀어주는(push)’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이 들 국가들에서 민주주의는 과거 공산당 일당독재로부터의 결별과 동시에 제도화된 권력의 분립, 시민사회, 그리고 언론을 통해서 투명성, 견제와 균 형이라는 기능을 제공해주었다. 이들 국가들에서 시행된 정치개혁과 민주 화는 경제개혁의 가장 강력한 지지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민주주의의 중요 한 기능 중 하나는 부패와 지대추구를 견제하고 억제하는 것이다. 또한, 의 회내각제, 연립내각의 형성과 정기적인 정부교체는 지배 엘리트가 공고한 권력기반을 형성하고 지대를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낮추어 주었다. 정치적 자유와 시민적 자유는 부패, 친인척 자본주의, 지대추구를 극소화하면서 사유화를 추진하는 핵심 기제가 되었다.
천연자원으로 인한 자원지대가 부재하고 이에 따라 현재의 재정수익이 불안정,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수요 자원을 충당해 줄 대체 공급원 도 부재하는 상황에서 이들 국가의 새로운 정치 지도자들은 오히려 미래의 불확실성을 선택하였다. 즉 이러한 경우에는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하
는 경제 개혁을 통해서 국민 대다수의 소득 수준을 향상시키고 이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함으로써 재정수입을 확보하는 전략이 합리성을 갖게 되며, 따 라서 이들 국가들에서는 경제 개혁과 민주화가 사회적 지지를 얻기 위한 중 요한 정치적 어젠다로 등장하였다. 선거를 통해서 다수표를 획득하는 것이 정치적 경쟁의 핵심이 되었고 이러한 정치적 경쟁의 과정에서 경제개혁이 주 이슈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서는 공산당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실 상의 위로부터의 쿠데타가 일어났고 아래로부터의 항거에 의해서 결국 민 주 총선을 치렀지만, 외형을 바꾼 공산당이 사실상 재집권함으로써 중동부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공산당이 사실상 권력을 유지한 두 국가가 되었다.
불가리아에서는 지난 25년 동안 총 15개의 정부가 들어섰으나 어느 정부도 연임에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중 중도우파 정부가 9년을 집권하였고 나머 지는 좌파 정부들이 집권(구 공산주의자들이 10년을 집권)함에 따라 개혁정 책은 일관성을 잃고 진보와 정체, 그리고 반전을 거듭해왔다. 물론 잦은 정 부 변화가 개혁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할 수 없었던 주요 요인 중 하 나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구 엘리트의 건재와 이들의 지대추구 행위가 개 혁의 가장 중요한 걸림돌이 되었다. 공산주의자들은 사유화를 1996년까지 지연시켰으며, 그 사이 불가리아 산업자산의 대규모 약탈이 일어났고 이는 산업생산 퇴조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2013년 사회주의 정당이 이끄는 새로운 정부는 사유화를 중단하였을 뿐만 아니라 화학, 무기 및 에너지 기 업을 사실상 재 국유화하였다.
셋째, 중동부 유럽과 발틱 국가들은 점진주의가 아닌 급진개혁 전략을 채 택하여 성공을 거둠으로써 지난 25년간 탈사회주의 체제전환의 승자는 거 북이가 아닌 토끼였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개혁의 스케일과 범위(scope)뿐 만 아니라 개혁의 속도가 중요하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포괄적 개혁은 가격 및 무역의 자유화, 거시경제의 안정화, 국가재산의 사유화, 그리고 시장경 제를 위한 제도 건설을 포함한다. 이들 국가들은 이들 핵심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혁을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체제전환 초기에 급속하게 도입했으며 이미 1990년대 중반 경에는 초기 급진개혁이 마무리되었다. 빠
르고 포괄적인 개혁은 초기의 예상과는 달리 점진적 개혁에 비해서 상대적 으로 적은 국민들의 고통을 수반하였다. 점진주의 경로를 채택한 국가들은 과거 체제전환 이전의 소비 수준을 회복하거나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는데 더 긴 시간이 소요되었고, 더 많은 국민들의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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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초기에 포괄적인 급진개혁을 착수하였지만, 앞서 보았듯 과두귀 족들이 개혁의 진전에 저항함에 따라 결국 부분개혁으로 귀착되었다.급진개혁의 대표적인 예는 폴란드의 “발세로비츠 플랜(Balcerowicz Plan 1989-91)”으로서 자유화, 거시경제 안정화, 제도변혁 정책이 하나의 패키 지로서 동시에 추진되었으며, 1991년 봄까지 이어진 짧은 비상정치 상황이 급진개혁에 기회를 제공하였다. 폴란드에서 본격적인 제도화 개혁은 1997 년에 시작되었으며, 재정적자의 감축, 은행 및 대규모 금속 섹터, 텔레콤과 제조업 분야에서의 잔여 국영기업들을 사유화, 연금개혁, 탄광 구조조정, 탈규제, 세제개혁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도 아래로부터 의 벨벳 혁명과 더불어 급진개혁이 도입되었다. 1991년 1월 1일을 기해서 가격 및 대외무역이 동시에 자유화되었고, 재정축소와 더불어 긴축적 거시 경제정책을 채택하였으며, 시장 자유화 수 일 전에 암시장 수준의 환율 절 하를 단행했고 바우처 사유화를 추진했다. 1990년 말 124,000개의 사기업 수는 1991년 말 899,000여 개, 1996년 말 120만 개, 2013년 말 270만 개 로 급증한 반면 국영기업은 1990년 3,505개 소에서 1996년 694개로 축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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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슬로바키아의 경험은 사유화가 기업의 구조개혁이나 국내 자본이 등장하기 이전에 신속히 단행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에스토니 아에서도 체코슬로바키아에서와 같은 바우처 사유화를 도입하였지만, 국영 기업의 공개적인 국제경매를 통해서 핵심 소유자가 될 외국 자본에 매각하 고 소수 지분을 바우처를 통해서 국내에 매각함으로써 초기부터 외국 자본22_Andrei Shleifer and Daniel Treisman, “Normal Countries: The East 25 Years After Communism,” Foreign Affairs (November/December 2014), pp. 92-103.
23_Vaclav Klaus, “Czechoslovakia and the Czech Republic - The Spirit and Main Contours of the Postcommunist Transformation,” in Aslund and Djankov (eds.), The Great Rebi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