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이데올로기적 기록으로서의 코믹스의 기능 - 아트 스피겔만의 를 중심으로 -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1

Share "이데올로기적 기록으로서의 코믹스의 기능 - 아트 스피겔만의 를 중심으로 -"

Copied!
12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투고일_2019.10.10. 심사기간_2019.11.01-14. 게재확정일_2019.12.03. 이데올로기적 기록으로서의 코믹스의 기능 - 아트 스피겔만의 <마우스>를 중심으로 The Role of Comics as an Ideological Documentary - Focusing on Art Spiegelman’s <Maus> 박민주_경성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학부 / 최승원(교신저자)_건국대학교 영상영화학과 Park, Min Ju_School of Screen Arts, Kyungsung University / Choi, Seung Won(Corresponding Author)_Dept. of Moving Images & Film, Konkuk University. 차례. 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1.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2. 코믹스와 이데올로기 2.1. 이데올로기 코믹스의 은유적 특성 2.2. 이데올로기 코믹스 표현의 양상 3. 아트 스피겔만의 <마우스> 3.1. <마우스>의 은유: 홀로코스트의 재현 3.2. <마우스>의 이데올로기 3.3. 우울한 역사의 재해석과 기록, 그리고 평가 4. 결론 및 제언 참고문헌.

(2) 이데올로기적 기록으로서의 코믹스의 기능 - 아트 스피겔만의 <마우스>를 중심으로 The Role of Comics as an Ideological Documentary - Focusing on Art Spiegelman’s <Maus> 박민주_경성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학부 / 최승원(교신저자)_건국대학교 영상영화학과 Park, Min Ju_School of Screen Arts, Kyungsung University / Choi, Seung Won(Corresponding Author)_Dept. of Moving Images & Film, Konkuk University. 요약 중심어 코믹스 이데올로기 코믹스 은유 코믹스 문법. ABSTRACT Keyword comics ideology comics metaphor comics grammar. 본 연구의 목적은 이데올로기와 역사를 기록하고 이를 해석하는 코믹스의 기능을 연구하는데 있다. 코믹스는 인 쇄술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18세기부터 일간지를 통해 대중들의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해왔으며 지금까 지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그 어떤 매체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데올로기와 역사는 결국 인간의 행위이며 코믹스 표현의 양식은 대중들에게 이를 전달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본고는 이러한 특징을 기록과 해석이라는 두 측면에서 검토하였다. 코믹스는 인쇄된 글자와 그림이 독특한 방식으로 결 합하여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매체인데, 이 결합은 의미의 생성과 조작에 있어서의 풍부한 유연성을 제공한다. 또한 이렇게 생성된 콘텍스트가 한정된 패널 안에 담기게 되면서 해석에 있어서 암시와 은유, 함축이 가능하게 된다. 본고는 선행연구조사를 통해 이러한 코믹스 은유의 특성과 그 표현의 양상에 대해 알아보았으며 이에 대 한 사례연구로 1992년 코믹북으로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아트 스피겔만의 <마우스>를 채택하여 분석 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우스>의 은유, 역사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기록의 방법, 그리고 그에 대한 작가의 해석과 비평을 통해 코믹스 매체가 인류의 어두운 역사를 묘사하는데 있어서 제시한 고유의 시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본고는 이데올로기 기록으로서의 코믹스의 기능을 첫째, 은유적 표현과 형식을 통한 사회문화적 기능, 둘째, 주변의 다른 매체들과는 구분되는 내러티브 연출과 표현의 양상, 셋째,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코믹 스 특유의 리얼리티와 미학이 더해짐으로써 얻어지는 이데올로기 해석에 있어서의 새로운 방법론 제시로 결론 내릴 수 있었다. The purpose of the study is to research the function of the comics that records and interprets human history and ideology. Comics has always taken the major part in terms of entertainment in our society since the 18th century due to the rapid development of printing techniques. It also has had a very assertive attitude to political and social issues. Ideology and history are ultimately the results of human behavior, and the form of comics can be very effective to deliver those subjects. This paper tried to figure out the form in two categories: record and interpret. Comics is the media that are combined with text and image in a very unique way. It provides a lot of flexibility to the creation and control of meanings. Thus, the context of comics is juxtaposed in the limited panels and pages so that the metaphor, allusion, and implication can be made in the medium. In this study, I searched for the characteristics of the comics metaphor and its expressional methods with the previous studies, and selected Art Spiegelman’s <MAUS>, the first Pulitzer Prize winner for a comic book, as a case study. In the process, this paper discovered the inherent vision of comics to depict the darkness of human history and ideology with its metaphor. As a result of the research, the study has concluded: First, the function of the ideological comics works socially and culturally with metaphoric expressions and forms. Second, it shows distinct directing such as panels, gutters, and page layouts that are far different from other media. Third, it suggests the methods in interpreting ideology by adding comics reality and aesthetics on historical events.. 152.

(3) 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지금까지 코믹스 연구는 주로 코믹스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교육적 문학적 수단으로서의 역할,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 설득적 수사법, 그리고 표현양식 등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코믹스 연구에 있어서 이데올로기에 관한 논의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코믹스의 이데올로기 적 접근과 관점에는 매우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두 가지 논점에 집중하기 로 한다. 첫째, 기록과 표현의 측면에서 코믹스의 형태 자체는 이데올로기와 결합되었을 때 더욱 흥미로워지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 코믹스 아트는 인쇄된 글자와 그림을 독특한 방법으로 결합하는 것인데, 이 결합의 복잡성은 의미의 조작에 대한 풍부한 유연성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코믹스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분석이 코믹스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시키는데 매우 유용 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는 비단 미국에만 해당되는 현상은 아니다. 코믹스 아트는 문화적 계층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미국보다는 프랑스, 이태리, 벨기에와 같은 유럽 국가에서 더 높은 위치에 있었다. 또한 1990년대 초반, 세계에서 가장 큰 코믹스 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일본에 있었다. 이 시기에 한국, 홍콩, 대만은 일본 망가로부터 적잖은 영향을 받았으며, 멕시코 등 여러 남미 국가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정기 간행물은 코믹북 이었다. 각국에서의 코믹스의 역할이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코믹스는 이들 나라에서 정치적 사회적 콘텍스트에 스며들게 되었을까. 본고는 이러한 사회문화적 정체성과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에 대한 코믹스 의 역할을 연구함에 있어서 이데올로기적 접근을 채택하였다. 또한 그에 대한 사례로 아트 스피겔만(Art Spiegelman)의 대표적 코믹스인 <마우스(Maus)>를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첫째, 코믹스 이데올로기의 특징인 저항적 문화에서의 대안적이고 언더그라 운드적인 역할에 대해 분석하고, 이러한 현상이 코믹스 산업의 발전과 코믹스 매체에 대한 시각을 형성하는데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연구하는 데에 있다. 둘째, 이데올로기적 성격의 코믹스가 가지고 있는 수사학적 특징인 은유의 특성과 그 표현의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코믹스 의 역사적, 또는 사회문화적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조명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1980년 대와 90년대에 걸쳐 커다란 논란과 관심을 일으켰던 스피겔만의 <마우스>를 집중 조명함으 로써 이데올로기적 코믹스의 특징과 그것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 예술적 가치, 그리고 그러한 파장이 가져온 코믹스 매체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변화에 대해 알아본다. 1.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위의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고는 먼저 이데올로기 코믹스의 은유적 특성에 대해서 연구 하였다. 은유는 인간의 개념화 과정 중에서 가장 강력한 인지기제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코믹스에서의 은유는 그로 인해 파생되는 많은 양의 정보를 시각적으로 압축하고 구조화한 다음 통합된 형태로 조직화한다. 본 연구의 2장에서 연구자는 이데올로기 코믹스의 이러한 은유적 특성과 이에 따른 이미지 표현의 양상에 대해 알아보았다. 2장에서의 분석을 토대로 3장에서는 1992년 코믹북으로는 드물게 퓰리처상 수상작인 아트 스피겔만의 <마우스>를 통해 이데올로기적 성격의 코믹스가 가지고 있는 의미작용의 특징과 구체적 표현 기법 양상의 사례를 연구하였다. 또한 이데올로기적 코믹스의 역사적 재해석과 기록에 대한 역할,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대해 재고하였다.. 2. 코믹스와 이데올로기 2.1. 이데올로기 코믹스의 은유적 특성 맥올리스터, 씨웰 주니어, 그리고 골돈(McAllister, Sewell Jr., & Gordon)의 연구에 따르면 코믹스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이데올로기적 이미지와 의미에 대한 암시와 함축을 가능하게 한다고 하였다.1) 코믹스의 시각언어는 구어(verbal language)와 싸인(sign) 언어가 함께하면서 코믹스만의 문법 시스템을 사용하여 어떠한 콘셉트를 표현하기 위한 기준을 사용 1) McAllister, Sewell Jr. & Gordon, Introducing Comics and Ideology, Comics and Ideology, 2001, p.3 기초조형학연구 20권 6호 (통권96호). 153.

(4) 한다. 이데올로기적 코믹스 속에는 당시의 세상에서 일어났던 사회적 이슈를 과장하거나 단순 화하기 위해서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가 하는 점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성격의 코믹스는 기호학적으로 비유나 은유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보통의 내러 티브 기반 코믹스와 같이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비교적 간단한 형태로 의미체계를 나타내기 때문에 함축과 은유가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 이데 올로기 코믹스의 이미지는 일차적으로 도상적인 기호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기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유사성 개념이 요구되며 이는 그들의 의식에 의해 설정된다. 이러한 관점에 서 이데올로기 코믹스의 이미지들은 그것이 의미하는 내용과의 관계가 완전히 자의적이지 않 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데올로기 코믹스의 텍스트는 기표로서의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이미지가 연상시키는 것을 떠올리게 되는 의미 작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이데올로기적 성격의 코믹스는 실제적 사건의 진상이나 특정 인물, 사건, 사회적 이슈 등을 또 다른 측면의 관점에서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 때문에 이러한 코믹스들이 때로는 언더그라운드의 저항적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양태영 이정화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경험은 다양한 매체에서 개념화되어 나타나는데, 만화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수단이며 이 매체의 가장 큰 특징은 ‘개념적 은유’ 라고 하였다. 또한 은유의 본질은 언어적 현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개념의 속성이며 인간의 생각을 표현 하는 수단인 동시에 사물에 대해 사고하고 개념화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하였다.2) 즉, 은유는 어떠한 개념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인지적 기제의 역할을 담당하며 인간의 사고와 추론에 꼭 필요한 인지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장에서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의 코믹스에 나타나는 은유적 표현의 양상을 살펴보도록 한다. 2.2. 이데올로기 코믹스 표현의 양상 이데올로기, 혹은 정치적 시사적 내용을 담고 있는 코믹스들은 어떤 특정한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사물이나 이미지로 나타내어 독자들의 사상과 관습을 자극하고 이를 통한 의미전달을 추구한다. 특히 한 칸, 혹은 2~4개의 칸과 같이 극히 한정된 스페이스만이 허락되는 일간지 시사만화의 경우 이러한 표현방식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종열의 연구에 따르면 시사만 화의 시각적 요소들은 사실적 요소와 비사실적 요소로 구분되며, 사실적 요소는 목표영역 (target domain)에 해당되고, 비사실적 요소는 근원영역(source domain)에 해당한다. 즉, 작 가가 의도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관습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체계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구체화한 영역과, 실제적 사실에 관한 영역을 이미지로 구체화 시킨 영역, 그리고 그 두 가지의 정보를 가지고 새롭게 의도된 의미를 추론하는 영역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3) 이데올로기 코믹스에 사용되는 사실적 요소는 특정 인물, 실제적 사건, 상황, 특정 인물의 행동이나 의도, 사건의 과정과 결과, 그에 따른 미래의 상황과 가능성 등에 해당된다. 이러한 사실적 요소들에 추상적 개념과 작가의 의도가 개입하여 관습적 인 은유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그림1>은 현대의 정치적 시사적 만화와 캐리커쳐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영국의 삽화가 제임스 길레이(James Gillray)의 <The Plumb-pudding in Danger(1805)>이다. 이 카툰은 당시 영국의 수상 윌리엄 피트(William Pitt the Younger)와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이 각자 의 세력권 확장을 위해 지구모양의 플럼 푸딩을 자르고 있는 모습을 캐리커쳐로 묘사한 것이 다. 길레이는 이 작품을 통해 프랑스 혁명 전쟁 동안 프랑스와 영국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맺었던, 그러나 1년밖에 지속되지 못했던 아미앵 조약(Treaty of Amiens) 을 풍자하였다. 이 한 컷 짜리 만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폴레옹 전쟁 당시의 유럽의 정치적 상황을 상기시키는 도상으로 가득 차있다. 피트와 나폴레옹은 다이닝 테이블을 사이에 놓고 칼과 포크를 들고 마주 앉아 있으며, 테이블에는 황금색의 접시 위에 세계지도가 그려진 영국 2) 양태영&이정화, 시사만화의 개념적 환유은유 분석, 언어과학연구 38, 2006, p.46 3) 이종열, 시사만화에 나타난 이미지 은유의 양상과 의미 특성, 어문학, 2005, p.97-129 154.

(5) 의 전통 음식 플럼 푸딩이 놓여있다. 붉은색 영국 군복을 입은 피트는 키가 크고 홀쭉하게 표현이 되어 있는데 영국 해군의 힘을 상징하는 삼지창 모양의 포크를 들고 북 대서양을 포함 한 영국의 서부해안 부분을 잘라내고 있다. 그에 비해 나폴레옹은 키가 작고 다부지게 그려졌 고 매부리 코가 강조되어 있으며 푸른색의 프랑스 군복을 입고 있다. 그는 두 개의 창으로 갈라진 포크를 들고 독일의 하노버(Hanover)지역을 찌르고 있는데 이곳은 당시 영국의 왕가 가 지배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나폴레옹의 칼은 식사용 나이프가 아닌 군인의 장검이며, 영국 의 동쪽 유럽지역을 잘라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조각은 피트가 잘라내고 있는 해역보다 훨씬 작은 규모이다. 나폴레옹의 과장된 모자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수탉의 깃털로 장식이 되어있고 의자는 프랑스 제국의 독수리 문양이 그려져 있다.. <그림 1> The Plumb-Pudding in Dager, James Gillray, 1805. 18세기 영국에서 카툰과 캐리커처는 기득권층과 지배층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수단으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길레이는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와 함께 지금까지도 가장 영향력 있는 삽화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영국의 가장 선국적인 만화가이자 정치, 시사만화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그의 많은 작품들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의 만화가 가지고 있는 개념적 은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길레이의 <The Plum-Pudding in Danger>를 앞서 말한 은유의 목표영역과 근원영역으로 분석해본다면 ‘영국과 프랑스의 세력 다툼’이 추상적 개념 영역인 목표영역에 해당된다. 그리 고 그 목표영역을 이해시키기 위한 권원영역이 ‘파이 잘라먹기’ 라는 행위로 표현된 것이다. 근원영역을 이해하기 쉬운 인간의 행동양식으로 분명하게 나타냄으로써 개념적 은유를 명백 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거기에 길레이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인물과 배경 묘사의 방법이 더하여 지배층에 대한 풍자와 조롱을 잊지 않았다. 본고는 지금까지 이데올로기적 성격의 카툰이 가지고 있는 은유적 특성과 그 표현의 양상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정치적 풍자화 성격의 카툰이나 삽화는 주로 한 칸 또는 두 세 칸의 표현 양식을 가지고 있어 내러티브를 토대로 하는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나 그에 대한 재현, 또는 재해 석의 성격을 가지기 힘들다. 다음의 장에서 본고는 코믹스 매체가 단순 풍자를 넘어서서 어떤 방법으로 역사적 사건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기록으로 그 기능을 확대시켰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또한 이에 대한 사례로 아트 스피겔만의 단행본 코믹북 <마우스>를 채택하였다.. 3. 아트 스피겔만의 <마우스> 아트 스피겔만의 대표작인 그래픽 노블 <마우스>는 1980년 만화잡지 <RAW>에 첫 선을 보이며 여러 편의 단편으로 제작다가 1991년 두 권의 단행본으로 출판된 작품이다. 자서전적 기초조형학연구 20권 6호 (통권96호). 155.

(6) 성격의 이 코믹북은 폴란드계 유대인 스피겔만의 부모 블라덱(Vladek)과 안야(Anja)의 아우 슈비츠에서의 경험과 홀로코스트에의 끔찍했던 기억에 관한 기록이다. 블라덱과 안야는 나치 의 유대인 탄압 정책으로 어린 아들을 잃고 도피생활을 지속하다가 발각되어 아우슈비츠로 보내졌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치가 패망하자 수용소에서 풀려난 그들은 스웨덴으로 이 주했고 그 곳에서 두 번째 아들인 아트 스피겔만이 태어났다. 그들은 1951년에 다시 미국으로 이주하여 뉴욕의 퀸즈에 정착하였다. <마우스>는 1992년 코믹북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퓰리 처상을 수상하였고, 이는 학계와 학자들이 ‘코믹스’ 매체에 관심을 가지게 한 매우 중요한 사건 이 되었다. 3.1. <마우스>의 은유: 홀로코스트의 재현 스피겔만은 <마우스>에서 유대인을 쥐로, 나치를 고양이로, 폴란드인들을 돼지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고양이와 쥐’ 은유는 제 3제국 상징론의 시각적 고정관념, 괴벨스(Goebbels)4)의 악의적 선동정책, 그리고 율리우스 스트라이허(Jilius Streicher)의 악명 높은 주간지 ‘슈튀르 머(Der Sturmer)’5) 등에서 주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그의 저서에서 “<마우스> 는 히틀러와의 공동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인격화된 쥐 캐릭터들은 핍스(Fips)6)의 반유대주의 카툰에서 영향을 받아 거기에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더해서(직립 보행하게 하는 등의)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7). <그림 2> Der Sturmer. <그림 3> The Eternal Jew 의 포스터. <그림 2>의 슈튀르머에 실렸던 카툰을 보면 나치 군인이 유대인을 상징하는 쥐를 박멸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유대인의 ‘쥐 은유’를 탄생시킨 반유대주의의 상징적 이미지는 제 3제국의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리츠 히플러(Fritz Hippler)의 다큐멘터리 영화 <Der ewige Jude(1940): 영원한 유대인>8)의 악명 높은 씨퀀스, 즉 동유럽 유대인들의 이주 모습과 하수구 쥐떼들의 크로스 컷이 분명한 사례이다. 히플러는 유대인을 쥐떼와 기생충에 비유하였고, ‘간사하고 겁 많고 잔인한 쥐들은 떼로 몰려다니며 유대인들이 인종을 오염시키듯 이 질병을 몰고와서 온 마을을 절멸시킨다’ 라든가 ‘쥐떼를 박멸하듯 유대인은 박멸되어야 한 다’ 등의 자막을 넣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 1937년 11월, 뮌헨의 독일박물관 도서관에 서 반유대주의와 반공산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같은 제목의 미술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이 전시 에는 유대인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내용의 그림과 캐리커처가 걸렸으며 빈, 베를린과 같은 도시 4) 나치당의 선전부장. 독일의 예술, 문화계를 완전히 장악, 통제하여 국민들을 전쟁에 동원하였다. 5) 율리우스 스트라이허가 1923년부터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 까지 발행했던 반유대주의 타블로이드 주간지. 6) 슈튀르머의 삽화가 필립 루프르쉬(Philipp Rupprecht)의 필명. 반유대주의 카툰으로 유명한 인물. 7) Spiegelman, A., Mightier than the sorehead: Drawing pens and politics, 1994, P46 8) 프리츠 히플러가 괴벨스의 지시를 받아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영어 제목은 <The Eternal Jew: 영원한 유대인>. 여기서 ‘영원 한’의 의미는 ‘결코 개선될 수 없는’으로 해석된다. 156.

(7) 에 순회 전시되었다. <그림 3>은 ‘영원한 유대인’ 전시회의 포스터인데 카프탄 차림의 유대인 이 오른손에는 금화, 왼손에는 채찍, 그리고 겨드랑이에는 소련의 상징인 낫과 망치가 새겨진 유럽 지도를 끼고 있다. 금화는 유대인들의 물질 만능주의를 상징하고 있으며 채찍은 노예를 부리던 유대인들의 관습을 나타낸다. 그리고 총체적으로는 돈을 이용해 독일을 공산화시키려 하는 유대인들의 음모를 빗대어 말하고 있다. 이데올로기 코믹스 이미지는 특정한 고정관념의 형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어떤 개인이나 집 단을 한정된 의미로 국한시키는 경향이 있다. 괴벨스는 이러한 코믹스의 은유적 특징을 나치 프로파간다에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독일 국민들의 유대인에 대한 이미지를 특정하였다. 실제 로 당시에 이 전시회가 열린 여러 도시에서는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폭력 및 소요사태가 빈번 하게 발생하였다. 3.2. <마우스>의 형식과 이데올로기 이 장에서의 논의는 <마우스>, 즉 코믹스라는 매체가 어떻게 홀로코스트와 같이 심각하고 충격적인 역사와 이데올로기에 접근하여 이를 효과적으로 기록하고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 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첫째, 스피겔만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콘텍스트, 그리고 아버지의 정신적 외상의 기억과의 관계 속에서 내러티브보다는 ‘그래픽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읽기(reading)’의 독특함에 더욱 집중하 였다. 많은 비평가들과 언론이 <마우스>를 어떠한 매체보다도 설득력 있게 홀로코스트를 묘 사했다고 평가하였다. 타바슈닉(Tabachnick)은 이에 대한 이유로 영화와는 달리 코믹스만이 가지고 있는 캐리커처 수준의 그래픽 퀄리티가 오히려 끔찍한 경험의 비현실적 외연을 직접적 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마우스>의 리얼리티는 스피겔만의 완벽한 조종과 <그림 4> ‘마우스’의 표지. 제어로 마치 뉴스 프린트를 연상시키는 흑백의 그래픽으로 냉혹하고 강렬하게 표현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9) 스피겔만의 낮은 해상도의 스케치는 높은 해상도의 잔혹한 나치즘과 역사적 사실의 디테일을 표현하기에 충분하였다. 거친 블랙 라인과 모노톤의 음영처리, 검은 실루엣, 그리고 흰 공간만 으로 표현된 그림들은 자세한 묘사는 생략되었지만 깊이 있는 공간감으로 오히려 독자들의 적극적인 개입을 유도하였다. <마우스>는 특정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방패의 역할이 아닌 이데올로기의 인간 역사에 대한 투영 과정을 반전시킨 예라고 할 수 있다(그림5 참조). 둘째, 나치즘과 같은 정치적 이데올 로기와 집단학살의 이슈를 다루는 모 든 문화적 예술적 매체가 그러하듯이 스피겔만의 텍스트 역시 예술과 미학 의 기능과 역사적 재현 사이에 존재 하는 지극히 윤리적인 딜레마에 충실 하였다. <마우스>에서 스피겔만은 오히려 코믹스 페이지의 시공간 표현 에 있어서의 형식을 통해서 이 딜레 마에 적극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였 다. 코믹스의 형식은 칸(panel)과 홈 통(gutter)을 그 기본으로 시간의 흐 름을 공간적으로 나타내는 매체이다. 각각의 칸은 다른 시간대로 간주되고 독자들은 그 흐름과 변화를 같은 페 <그림 5> 아트 스피겔만, 마우스(1991). 이지 위에서 동시에 읽어낼 수 있다.. 9) Tabachnick, S. E., Of Maus and memory: the structure of Art Spiegelman’s graphic novel of the Holocaust, Word & Image, 9(2), p.155 기초조형학연구 20권 6호 (통권96호). 157.

(8) 즉, 같은 공간 위에 있는 다른 시간대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적으로 표현되 는 시간’ 개념은 <마우스>가 어떻게 그것의 공간을 통해 정치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역사에 효과적으로 접근했는지를 이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마우스>에서 스피겔만은 한 페이지에 5-6개의 패널을 배치함으로써 매우 비좁은 레이아웃을 연출하였는데, 이는 복잡 하게 뒤엉킨 그의 아버지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 효과로 나타난다. 츄트(Chute)의 연구에 의하면 스피겔만은 그래픽 내러티브의 이중 암호화와 역설적인 시각적 배치를 통해 그의 아버지가 2차 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겪었던 경험(물자부족으로 인한 집착)을 암시하고 있다.10). <그림 6> 아트 스피겔만, 마우스(1991). 또한 <그림6>에서 볼 수 있듯이 스피겔만은 또한 패널의 나열을 통한 시간표현과 함께 내러 티브의 드라마틱한 연출을 노렸다. 등장인물의 모습을 세 개의 패널로 나누어 각각의 대사와 함께 점점 크게 그림으로서 마치 영화에서의 점프 쇼트(jump shot)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패널의 등장인물은 ‘토샤(Tosha)’라는 여자 유대인인데, 게토 지역에 거주하던 모든 유대 인들이 아우슈비츠로 강제 이동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돼! 나는 가스실로 끌려가지 않을 거 야...내 아이들 또한 가스실로 가지는 않을거야...’라는 독백을 내뱉으며 그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늘 목에 걸고 다니던 독극물로 세 명의 아이들을 죽이고 그녀도 자살하고 마는 비극을 담담히 나열한다. 셋째, 스피겔만은 코믹스 내러티브 텍스트의 가장 주된 두 가지, 말풍선과 나레이션을 철저히 분리하는 형식을 유지하여 과거에 존재하는 생생한 악몽과 담담한 기록의 현재를 공존시켰다. <마우스>에서의 시간은 블라덱의 기억과 증언을 토대로 하는 과거의 시간과 그의 아들 아티 에게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털어놓고 때로는 갈등을 겪는 현재로 나누어진다. 스피겔만은 이 두 시간대를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같은 페이지 위에 한꺼번에 구성하였다. <그림7>은 블라덱이 아티에게 아우슈비츠의 참담했던 실상과 자신이 배고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 지를 이야기 하고 있는 장면이다. 여기에서 스피겔만은 하나의 큰 이미지를 패널로 쪼개어 담는 ‘분리 패널(split panel)’로 페이지를 구성하였고 현재의 블라덱과 아티의 모습은 블랙의 실루엣으로 표현한 다음 ‘오픈 패널(open panel)’로 연출하였다. 첫 세 개의 패널은 식량배급 을 위해 길게 줄지어 서있는 쥐(유대인)들과 여기 저기 앉아서 그것을 먹고 있는 쥐들의 모습 이 하나로 연결된 이미지이다. 전체 이미지를 세 개의 패널에 나누어 구성함으로써 시간의 흐름, 나레이션의 변화, 각 부분별 디테일과 함께 그 부분들이 전체를 구성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과거와 현재, 두 가지의 시간 흐름을 인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으며 방향 지시적 패널의 구조를 통해 말풍선의 대사와 박스형의 나레이션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여러 개의 패널들이 모여서 만드는 형태, 즉 페이지 레이아웃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 변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이와 같이 스피겔만은 <마우스>에서 10) Chute, H., The shadow of a past time: History and graphic representation in Maus, Twentieth Century Literature, Vol.52 No.2, Summer 2006, p.202 158.

(9)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그것들의 배열과 조합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왜냐하면 코믹스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는 서로를 이 해시키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며 어느 한쪽 도 다른 한쪽을 지배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스피겔만은 패널들이 만들어 내는 연속성(sequentiality)과 코믹스 리 딩의 특징인 동시성(simultaneity)을 결합 시킨 다음 <마우스>의 궁극적 목표인 ‘이 데올로기의 기록’에 도달하고 있다. 3.3. 우울한 역사의 재해석과 기록, 그리고 평가 <마우스>의 전체적 톤(tone)에서 알 수 있듯이 스피겔만의 이 책을 위한 리서치 <그림 7> 아트 스피겔만, 마우스(1991). 방법론은 다분히 전통적이었다. 주제에 대. 한 조사, 현존하는 역사적 기록에 대한 이해, 그리고 아버지의 증언을 토대로 복잡하게 얽혀있 는 역사적 사건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일관성 있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특히, 책의 요소요소에 서 보이는 전쟁 당시의 유럽의 지도,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위치, 가스실 구조에 대한 꼼꼼한 배치도와 다이어그램 등은 이 코믹스에 역사적 권위와 함께 감정적 힘을 부여하고 있다. 홀로 코스트를 주제로 하는 문학이나 예술에 요구되는 첫 번째 명령은 ‘사실을 바르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 작가는 디테일을 숙지하고 완전한 신의를 바탕으로 작업에 임 해야 한다. 스피겔만 역시 이러한 기본적 자세와 요건을 갖추었으나 그 중에서도 이 코믹스 단행본의 신뢰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스토리텔러, 즉 화자가 아버지이며 이를 기록하는 이가 아들이라는 특이점 때문이다. 어떤 지점에서 아티(Artie)는 아버지의 증언을 토대로 코믹북을 제작하면서 그와의 갈등을 겪는다. 그도 그럴 듯이 아티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부모를 가졌으나 대부분의 삶과 성장 기를 미국에서 보낸 이민 2세대이다. 아티는 블라덱의 증언을 들으며 그에게 연민을 느낌과 동시에 나치즘에 대한 증오를 드러내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로서의 블라덱이 가지고 있는 철 저하게 자기중심적인 무례함에 치를 떨기도 한다. 아우슈비츠 생존자로서 블라덱은 유대인이 라는 민족적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고, 단도직입적으로 묘사하기가 매우 힘든 인물이었다. 심지어 스피겔만은 그의 아버지를 ‘어떤 측면에 있어서는 불쌍하고 늙은 유대인이자 인종차별 주의자’ 라고 묘사하였다.11) <마우스> 2편의 한 장면에서 아티의 부인 프랑소아즈는 블라덱 이 흑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고 ‘당신이 흑인을 대하는 것을 보면 마치 나치가 유대인들을 대했던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 때 블라덱은 놀랍게도 ‘유대인을 흑인과 비교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12)이라며 인종차별주의자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고 한다. 스피겔만은 자신의 아버지를 성스러운 피해자로도,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증인 으로도 그리지 않았다. 블라덱은 그저 아우슈비츠 이전에도 이후에도 화를 잘 내고 성가스러운 성격에 신기할 만큼 자기중심적이며 생활력이 강한 유대인이었다. 그는 고집스럽고 당당하였 으며 자신을 우아하게 포장하려들지도 않았던 부지런한 수전노였고 아트 스피겔만도 그런 아 버지를 전혀 미화하지 않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전쟁이 끝난 후 블라덱과 안야가 기적적으로 재회하는 씬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용소에서 풀려난 블라덱은 친구와 함께 독일의 하노버로 가게 되고 수소문 끝에 안야 가 아직 폴란드에 남아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어렵게 폴란드로 돌아가서 안야를 만나 포옹 11) Spiegelman, A., Maus, Pantheon Books, 1991, p.133 12) 위의 책, p.259 기초조형학연구 20권 6호 (통권96호). 159.

(10) 하는 장면에서 블라덱의 나레이션은 ‘우리 둘은 행복했고, 그 뒤로도 행복하게, 행복하게 살았 지’라며 ‘행복하게’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독자들은 <마우스>의 마지 막 장면에서 결코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없다. 스피겔만이 그의 코믹북 2편의 201쪽에 서 밝힌 대로 그의 어머니 안야는 56세에 자살하였다. 안야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블라덱은 이후 14년을 더 살면서 재혼도 하였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코쉬(Koch)에 의하면 <마우 스>의 엔딩 씨퀀스는 ‘절대로 끝나지 않을 슬픔’을 보여주고 있다.13) 코믹스의 가장 마지막 이미지는 블라덱과 안야 스피겔만 무덤의 비석이다. 아트 스피겔만은 부모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 이미지 바로 아래에 자필 서명을 하면서 책을 마치고 있다. 이는 마치 그가 <마우스>라 는 책을 마치며 이 프로젝트를 역사의 기록이자 개인의 기록임을 정의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 다. 또한 늘 자신을 ‘포스트메모리(postmemory) 세대’라 칭하는 그가 부모의 역사와 기억, 그리고 죽음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생을 그들에 대한 기록과 함께 묻고자 함이었다.. <그림 8> 아트 스피겔만, 마우스(1991). 4. 결론 및 제언 지금까지 본고는 이데올로기 기록으로서의 코믹스의 기능에 대해 알아보았다. 코믹스는 일찍 이 1800년대부터 그 어떤 매체보다 더 역사, 정치,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날카롭고 비판 적인 시각을 유지해왔다. 역사와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행위이며 인류가 이를 다룬 사료를 대상 으로 역사를 이해한다는 시각으로 보자면, 코믹스는 그 내용들을 끊임없이 다뤄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코믹스가 이러한 이데올로기 주제에 적합한 암시, 함축, 은유에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는 특징을 가짐과 동시에 작가 개인의 미학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이유에 기인한다. 따라 서 본 연구에서 연구자는 코믹스 텍스트의 은유적 특징과 함께 그 표현의 양상에 대한 선행연 구들을 살펴보았으며, 이는 ‘기록’과 ‘해석’이라는 두 측면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아트 스피겔만의 <마우스>와 같이 역사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기록을 주된 내용으로 삼으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코믹스를 사례로 두 측면에 대한 연구를 진행 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이데올로기적 코믹스는 실제의 사건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이에 대한 은유를 통해 역사 적 사건이나 이념을 부각시키는 형식을 취한다. 즉, 단순한 사건의 기록이나 나열이 아닌 작가 의 개인적 견해나 주장을 포함하는 것이다. <마우스>의 경우 작가의 아버지가 실제로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갈등을 독자들에게 전달함과 동시에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작가 자신의 인간적 갈등과 고뇌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유대인들 을 쥐로, 나치 군인들을 고양이로 표현하면서 시각적 목적성과 함께 반유대주의의 개념을 이해 13) Koch, G., Against all odds’ or the will to survive: Moral conclusions from narrative closure, History and Memory 9.1, Spring-Summer 1997, p.403 160.

(11) 시키기 위한 인지적 기제로 사용하였다. 둘째, 문학, 영화, 다큐멘터리와 같이 역사와 이데올로기를 다뤄왔던 다른 매체들과는 달리 코믹스에는 ‘공간적인 시간 표현’ 이라는 특징이 존재하며, 이는 이데올로기 기록으로서의 코 믹스의 기능을 한 층 더 독특하고 견고하게 만든다. 코믹스는 한 페이지 안에 여러 개의 패널이 배치되는데 각각의 패널은 다른 시간대를 나타내며, 패널 사이사이의 홈통은 단 몇 분 동안의 흐름이 될 수도 있고 수 십년의 세월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코믹스의 시간은 공간적으 로 표현되는데 아트 스피겔만은 <마우스>에서 이러한 코믹스 고유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사 용하였다. 셋째,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에 대한 기록에 코믹스 특유의 리얼리티가 더해져서 역사 혹은 이데올로기의 재현과 해석에 있어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는 역사 는 사실의 기록이고 코믹스는 상상력의 표현이라는 일반적인 정서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데 올로기’라는 무거운 주제가 코믹스와 같이 가벼운 매체에 담겨진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코믹스, 캐리커처, 카툰은 아주 오래전부터 정치, 사회, 이데올로기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평가와 형성에 상당히 기여해왔다. 오히려 코믹스 아트의 본질(글자와 그림을 독특한 방법으로 결합하는)이 이데올로기와 합쳐졌을 때 코믹스의 형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 며 의미의 생성에 대한 풍부한 유연성을 제공한다. 코믹스가 다른 예술매체나 형식과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인쇄매체이면서 글과 그림을 동시에 사용하며 여러 개의 패널을 한 페이지에 배치하는 복합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취하 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영상의 특징인 씨퀀스의 연출이 가능하며 시공간 변화의 방식도 특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영상매체의 급격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코믹스나 웹툰이 여전히 대중들에 게 중요매체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석환의 연구에 의하면 급격한 기술신봉주의자들이 인쇄매체의 모든 장점을 영상이나 뉴미디어가 흡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인쇄매체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문화적 구조가 일거에 뒤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였다.14) 다만 매체간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코믹스 내러티브는 인간 뇌에서 일어나는 연상 작용과도 같은 비선형 적 정보여행인 하이퍼텍스트 형식을 추구해 왔으며 과거 코믹스의 주된 특징이었던 패널, 열, 페이지, 말풍선 등의 형식을 뛰어 넘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 코믹스의 매력은 이러한 시각적 내러티브의 무수한 길 찾기와 더불어 다면적 해석이 가능한 내러티브의 복잡성과 동시 성에 있다. 우리가 객관적 형식의 기록을 통해서 익숙하게 알아 왔던 역사와 이데올로기 라는 주제는 코믹스 매체에 의해 다양하고 새롭게 해석될 수 있으며, 지금과 같은 미디어·영상 산업 의 빠른 변화와 새로운 실험이 더해진다면 전혀 새로운 전개 방식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생각 된다. 논제에서 밝혔듯이 본고는 이데올로기 기록으로서의 코믹스 기능을 연구하고자 하였고, 여기 에서의 ‘기록’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사실에 대한 기록에는 기록하 는 자의 해석이 따른다. 이데올로기 기록에 대한 코믹스의 기능은 사실상 해석의 방법론에서 탄생한다. 그 방법론은 과거에도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미디어의 변화와 함께 탄력적으로 변모해갈 것이다. 또한 그러한 코믹스 기능의 적극적인 변화가 미래의 코믹스 매체 의 확장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참고문헌 박석환, 「만화 소재로서의 역사, 기록과 해석으로서의 만화-백무현의 전직 대통령 소재 만화를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와 문화정책, 5, 2011 양태영&이정화, 「시사만화의 개념적 환유은유 분석」, 언어과학연구 38, 2006 14) 박석환, 만화 소재로서의 역사, 기록과 해석으로서의 만화-백무현의 전직 대통령 소재 만화를 중심으로, 디지털콘텐츠와 문화정책, 5, p.51, 2011 기초조형학연구 20권 6호 (통권96호). 161.

(12) 이종열, 「시사만화에 나타난 이미지 은유의 양상과 의미 특성」, 어문학, 2005 Spiegelman, A., 『Maus』, Pantheon Books, 1991 Spiegelman, A., 『Mightier than the sorehead: Drawing pens and politics』, The Nation, 1994 Chute, H., 「The shadow of a past time: History and graphic representation in Maus」, Twentieth Century Literature, Vol.52 No.2, Summer 2006 Koch, G., 「Against all odds’ or the will to survive: Moral conclusions from narrative closure」, History and Memory 9.1, Spring-Summer 1997 McAllister, Sewell Jr. & Gordon, 「Introducing Comics and Ideology, Comics and Ideology」, 2001 Tabachnick, S. E., 「Of Maus and memory: the structure of Art Spiegelman’s graphic novel of the Holocaust」, Word & Image, 9(2), 1993. 162.

(13)

참조

관련 문서

물론 작물이 다르기에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중국 해수 벼의 대규 모 재배가 가능하려면 벼의 내염성을 높여 될수록 많은 해수로 관개하여 원가를 절약하고

RESULTS - THE VIET NAM POPULATION AND HOUSING CENSUS OF 00:00 HOURS ON 1 APRIL 2019 RESULTS - THE VIET NAM POPULATION AND HOUSING CENSUS OF 00:00 HOURS ON 1 APRIL 2019 / 31 |

이 중 시민인권보호관은 145건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를 실시하였 으며, 29건(병합사건 포함)에 대한 시정권고가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시민인권보호관은 직장 내

이오 (RenovaBio)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레노바바이오 프로그램 시행에 필요한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기 위해 거래 가능한 탄소 절약

과수농민이 한국농산물품질관리원의 농산물 품질규격에 따라 과일을 출하할 때 의무적 으로 표시해야 하는 등급은 크기와 색택(빛깔), 신선도, 결함 여부로

· 학생들의 다양한 호기심을 탐구 활동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

바이오 아트 키트를 이용한 멋진 뉴런 작품 설계. • 바이오 아트

사전검사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과학수업을 생각해볼 때, 과학 관련 직업 희망과 관련된 아래의 각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