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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연구론총 27집> 택민국학연구원 총서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유일본 및 희귀본의 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엄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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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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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민국학연구원 총서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유일본 및 희귀본의 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엄태웅1)*

- 차례 - 1. 서론

2. 유일본 14종 3. 희귀본 8종

4. 유일본 및 희귀본의 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5. 결론

◎ 국문초록

택민국학연구원 총서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는 유일본 14종과 희귀본 8종이 수록되어 있다. 유일본은 <윤선옥전>, <수륙문답>, <유생전>, <승호상 송기>, <양추밀전>, <사명당행록>, <명비전>, <어득강전>, <정각록>, <장선생전>, <추 서>, <제읍노정기>, <순금전>, <오일론심기> 등 14종이며, 희귀본은 <왕낭전>, <명배 신전>, <서해무릉기>, <최호양문록>, <임시각전>, <다람전>, <장현전>, <마두영전> 등 8종이다. 여기서는 이들 작품을 간략히 소개하며 어떠한 이유에서 유일본 및 희귀

* 고려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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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으로 분류되었는지 언급하였다. 그리고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외 에도 김광순 소장 필사본 한국고소설전집에 여전히 유일본과 희귀본으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있음을 주장하기 위해 한 사례를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내용 을 통해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의 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를 밝혔다. 개성적 이본이 많은 우리 고소설의 특징을 언급하며, 유일본과 희귀본은 물론이거니와 그 외의 작품(이본)들도 이본이 여러 종 있을 뿐 모두 같은 것이 아 니라 각기 다른 개성적 면모를 지니고 있음을 환기하였다. 그리고 보존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 핵심어

택민국학연구원, 김광순, 유일본, 희귀본, 문화재,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 선, 김광순 소장 필사본 한국고소설전집

1. 서론

한국 고소설 연구자 중에 택민(澤民) 김광순(金光淳) 선생 연구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 주지하듯 김광순 선생은 대학에 봉직 했던 40여 년의 시간 동안 487종의 고소설을 수집하였고, 이를 김광 순 소장 필사본 한국고소설전집으로 간행하였다. 총 84권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한국 고소설을 전공하는 모든 이들이 이 자료를 참고 하여 연구하였다. 고소설 전공에 입문할 때부터 이 영인본 저서는 없 어서는 안 될 책이었다.

선생의 업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정년퇴임 후 비영리법인 ‘택 민국학연구원’을 설립한 뒤 과거보다 더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쳐나갔 다.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이 그 결실이다. 500여 종에 이르는 김광순 소장 필사본 중 101종을 엄선하고, 이 101종의 원문을 입력(텍스트화)함은 물론 현대어 번역 작업까지 수행하였다.1) 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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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 엄태웅 11

본연의 가치를 발굴하는 한편 고소설이 요즘의 쓰임에 맞게 재탄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2)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이 간행되기 전까지 고소설 학계에서 단일 연구자 혹은 연구집단으로 가장 많은 작품을 번역한 이는 고(故) 시원(枾園) 김기동(金起東) 선 생이었다. 김기동 선생은 약 40여 편의 작품을 번역하였다. 택민국학 연구원은 짧은 기간 동안 101종의 작품을 번역하였다. 앞으로도 이렇 게 많은 작품을 번역하는 사례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500여 종에 이르는 김광순 소장본(이하 ‘택민본’) 고소설은 모두 소 중한 우리의 문화재이니, 엄선한 101종의 가치는 굳이 췌언(贅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모든 작품이 우리의 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다만 101종 모두를 이 자리에서 논의할 수는 없다.

이 논문에서는 그중 ‘유일본’과 ‘희귀본’을 골라 살펴보고자 한다. ‘유일 본’은 ‘작품이 1종만 존재하며 이본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 사 용하며, ‘희귀본’은 ‘유일본’을 포함하여 ‘작품의 이본이 2~3종 내외로 극히 희소한 경우’에 사용한다. 이 논문에서는 ‘유일본’과 ‘희귀본’의 이 러한 개념보다 더 넓게 그 범위를 정하여 대상을 조사하였다. 그 이유 는 다음과 같다.

1) 1차본에서 14종(1~14), 2차본에서 15종(15~29), 3차본에서 11종(30~40), 4차본에서 12종(41~52), 5차본에서 14종(53~66), 6차본에서 17종(67~83), 7차본에서 18종(84~101)을 역주하였다. 실제로는 100종을 넘긴 101종이다.

2) 이러한 취지는 간행사에서 잘 드러난다. “문화가 상품의 생산 과정을 밟기 위해 서는 참신한 재료가 공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 으나,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그 훌륭함이 증명된 고 전 작품을 돌아봄으로써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 고전적 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하여 대중에게 내놓을 때, 과거의 문화는 살아 있는 문화로 발돋움한다. 조 상들이 쌓아 온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고, 그 속에서 가치를 발굴해야만 문화 산업화는 외국 것의 모방이 아닌 진정한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 이제 고소설 에서 그러한 가치를 발굴함으로써 문화산업화 대열에 합류하고자 한다. 소설은 당대에 창작되고 유통되던 시대의 가치관과 사고 체계를 반드시 담는 법이니, 고소설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고소설을 스토리텔링, 영화, 드라마, 애니 메이션, CD 등 새로운 문화 상품으로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문화생산자들이 쉽 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고소설을 현대어로 옮기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 다.”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간행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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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듯 한국 고전소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작품마다 다수의 이본이 존재하며 그 이본들이 각기 다른 개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한 작품의 이본은 대체로 유사하며 다르다 하 더라도 몇 개의 계열로 나눌 수 있다고 보았다. 이본들이 서로 유사하 다 혹은 계열화가 가능하다와 같은 결론은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연구 자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고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미 시적인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와 연관된다. 미시적인 차이 보다는 전반적인 서사의 흐름이 중요하다고 본다면 유사하다는 입장에 가까울 것이고, 미시적인 차이가 중요하다고 본다면 이본마다 개성이 있다는 입장에 가까울 것이다.

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본은 한 작품에 수렴되는 대상이 아니라, 한 작품의 다양한 파생을 설명해주는 단서가 된다. 즉 여타 이본이 존 재한다는 사실은, 해당 작품이 유일본 혹은 희귀본이 아님을 증명하는 단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 작품이 다채로운 면모를 품고 있음을 지지 하는 근거가 된다. 특히 그 이본의 제명이 해당 작품 이본의 일반적인 제명과 달리 독특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계량적인 차원에서 그 작품의 이본이 1종 혹은 2~3종 존재한다는 것이 그 작품의 가치를 말 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눈길을 끄는 독특한 이본이 여러 개 있다 는 사실이 중요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 논문에서는 ‘유일본’을 작품의 이본이 1 종만 있는 경우로 한정하지 않고, 작품의 이본이 여러 종이더라도 제 명이 독특하여 유일본에 버금가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이본이 있 는 경우까지로 넓혔다. 같은 맥락에서 ‘희귀본’도 작품의 이본이 2~3 종만 있는 경우로 한정하지 않고, 작품의 이본이 여러 종이더라도 제 명이 독특하여 희귀본에 버금가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이본이 있 는 경우까지로 넓혔다. ‘희귀본’은 그에 더하여 학계에 아직 소개가 제 대로 되지 않은 작품까지 포함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조사한 결 과 유일본은 14종에 달하고, 희귀본은 8종에 달하였다. 유념해야 할 것은 이 유일본 및 희귀본 22종은 100선에 한정된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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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 엄태웅 13

100선에 속하지 않은 작품 중에도 유일본과 희귀본이 다수 존재한다.

앞으로 택민국학연구원이 해야 할 연구가 많다는 뜻이다.

한 편의 논문에서 이 모든 자료를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논문 에서는 먼저 100선의 ‘유일본’ 14종과 ‘희귀본’ 8종에 주목하였다. 이 들 자료는 김광순 소장 필사본 한국고소설전집이 아니면 원문을 보 기도 어려운 것들이었는데, 이번에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을 통해 현대어 번역본까지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이 논문 에서는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 수록된 ‘유일본’과 ‘희귀 본’을 소개하고, 이들 자료의 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2. 유일본 14종

이 장에서는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 수록된 ‘유일본’

14종을 소개하고 그 가치와 의의를 밝혀보고자 한다.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연구총서 순번에 따라 차례대로 작품을 제시한다. 유일본 여부 는 총서에 수록되어 있는 해제와 조희웅, 한국 고전소설사 큰사전

(74권, 전지식을만드는지식, 2017)의 정보, 해당 작품을 다룬 연구 논 저를 참고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논문에서는 ‘유일본’의 개념 을 넓혀 잡아서 작품 제명이 유일한 경우에도 유일본으로 포함하였 다.3) 그 목록을 소개하고 작품별로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3) 작품의 내용을 일일이 비교하여 유일본 여부를 판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 일본인데 누락된 경우, 그와 반대로 유일본이 아닌데 유일본으로 분류한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100선에 소개된 해제와 기타 학계 연구성과를 최대한 참고하여 오류가 없도록 노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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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번호 작품명

15 윤선옥전

16 수륙문답

21 유생전

21 승호상송기

22 양추밀전

30 사명당행록

43 명비전

44 어득강전

51 정각록

51 장선생전

52 추서

58 제읍노정기

59 순금전

59 오일론심기

◽ <윤선옥전>

<윤선옥전>은 영웅군담소설적 성격이 나타나는 작품이다. 윤선옥의 영웅성에 대한 형상화, 군담의 배치, 윤선옥의 아버지인 윤보상의 부 각, 아내인 박소저의 영웅적 면모 등은 이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 다. 한글본이며, 책의 크기는 가로 20㎝, 세로 30㎝이다. 매면 8~10 행, 매행 15~20자이며, 총 96면이다.4)

◽ <수륙문답>

원 표기는 ‘슈육문답’이다. 제목에서 예상하듯 이 작품은 <별주부 전>의 이본이다. <별주부전>은 확인된 이본만 해도 120여 종에 달하 는데, 흥미롭게도 ‘수륙문답(슈육문답)’이라는 제명은 없다. 택민본이

‘수륙문답(슈육문답)’이라는 표제로 전해오는 유일한 작품인 것이다.

한글본이며, 책의 크기는 가로 16㎝, 세로 27㎝이다. 매면 10행, 매행 23~31자이며, 총 76면이다.5)

4) 권영호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15권(박이정, 2014), 15-20쪽 참조.

5) 강영숙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16권(박이정,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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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 엄태웅 15

◽ <유생전>

한문본 유일본으로, 한글소설 <유문성전>과 이본 관계이되 내용과 구조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유문성전>은 적강구조로 이루어 져 있으며 후반부에 군담이 대폭 확대되어 있는 반면, <유생전>에서 는 남녀의 애정 이야기가 핵심으로 이루고 있다. 구결(口訣)로 현토되 어 있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매면 8행, 매행 18~20자이며, 총 68면 이다. 원본은 미국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택민본과 같은 이본이 해외수일본 한국고소설전집 8권(이상택 편, 1998)과  조동일 소장 국문학연구자료 9권(1999)에도 영인 수록되어 있다.6)

◽ <승호상송기>

제목조차 생소한 유일본으로, 산승(山僧)과 호랑이의 송사(訟事)를 다룬 작품이다. 1인칭 주인공 ‘나’는 옛이야기와 기이한 것을 좋아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주인공의 집에 놀러 온 손님도 주인공과 취향 이 같은 인물이다. 주인공이 손님에게 이야기를 청하자 손님이 자신이 금강산 암자에서 어떤 노승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구도로 이루어져 있다. 한문본이며, 한글로 현토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매 면 7행, 매행 12자 내외이며, 총 23면이다.7)

◽ <양추밀전>

이 작품은 낙장이지만 남아 있는 내용을 통해 ‘2대에 걸쳐 두 가문 에서 복수(複數)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웅군담소설’임을 알 수 있다.

양씨와 여씨 가문에서 한 명씩 영웅이 등장한다. 1대에서는 남성 주인 공인 ‘양성유’와 ‘여광직’이, 2대에서는 남성인 ‘우선’과 여성인 ‘단단’이

15-19쪽 참조.

6) 정병호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21권(박이정, 2015), 89-95쪽 참조.

7) 정병호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21권(박이정, 2015), 185-188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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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해당한다. 중국의 역사적 사건인 ‘정강의 변’을 핵심 소재로 다룬 작품으로, 이 사건을 매우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다.8) 국한문혼용체 이며, 매면 8~9행이고, 매행 25자 내외이다.9)

◽ <사명당행록>

원 표기는 ‘명당녹’이다. 사명당의 일본 정복기라고 할 수 있다.

<임진록> 이본 중 일부에서 ‘사명당의 항왜(降倭) 장면’이 나타나는 데, 이들 이본에는 공히 ‘최일영’이 재상으로 등장해서 최일영 계열이 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명당행록>은 바로 이 최일영 계열의 사명당 항왜 장면만을 분리한 작품이다. 별도의 작품으로 만들었기에 그 독자 적인 의의를 인정할 수 있다. 한글본으로 총 19면이다.10)

◽ <명비전>

<명비전>은 <왕소군새소군전>과 이본의 관계일 수도 있으되, 겉 표지가 훼손되고 뒷부분의 ⅔ 정도가 낙장된 채로 전해오는 데다가 지 질과 묵질도 낡은 상태라 그 특징을 단언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한글 본으로, 책의 크기는 가로 19㎝, 세로 20㎝이다. 매면 10행, 매행 20 자 내외이며, 총 31면이다.11)

◽ <어득강전>

<어득강전>은 조선 중종 시절에 실존했던 인물인 어득강(魚得江, 1470~1550)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나, 실제로는 어득강이라는 명칭 만 차용했을 뿐 소설의 내용이나 사건 전개는 실존했던 어득강과 관계

8) 경일남, 「김광순 소장 필사본 <양추밀전>의 구성방식과 문학적 특징」, 어문 연구86, 어문연구학회, 2015, 57-77쪽 참조.

9) 신태수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22권(박이정, 2015), 173-176쪽 참조.

10) 신태수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30권(박이정, 2016), 233-237쪽 참조.

11) 김광순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43권(박이정, 2018), 205-212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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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없다. 이 작품은 유일본으로, 택민본과 동일한 이본이 한국학중앙연 구원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다. 한글본으로, 책의 크기는 가로 14㎝, 세 로 26㎝이다. 매면 10행, 매행 29자 내외이며, 총 29면이다.12)

◽ <정각록>

원 표기는 ‘뎡각녹’이다. 여성영웅소설 계열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정비전>과 배경이나 주인공은 다르지만 플롯은 유사한 면이 있다. ‘뎡각녹’이라는 제명의 작품은 이것이 유일하다. 한글본으 로, 책의 크기는 가로 18㎝, 세로 33㎝이다. 매면 11행, 매행 21자 내 외이며, 총 89면이다.13)

◽ <장선생전>

원 표기는 ‘장션젼이라’이다. 동물을 의인화한 의인소설이다. 이 작품은 <두껍전>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장션젼이라’라는 제명으 로 전하는 소설로는 유일본이라 할 수 있다. 택민본은 1960년대 효성 여대(대구가톨릭대) 국문학과 이상순 조교가 성주 어느 촌가에서 이틀 밤을 새워가며 직접 필사한 것이다. 200자 원고지에 기록되어 있으며, 총 86면이다.14)

◽ <추서>

일반적으로 ‘추서’라 하면 맹자를 지칭하는데, 이 책에는 맹자뿐 만 아니라 대학의 일부도 수록되어 있다. 맹자 1, 2권과 5권 중 대화가 중심이 되는 부분을 발췌하여 옮겼으며, 대학 본문의 반 정 도를 옮겼다. 경전에서 이야기의 성격이 있는 부분을 가져오려 한 것

12) 김동협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44권(박이정, 2018), 19-24쪽 참조.

13) 김광순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1권(박이정, 2019), 19-31쪽 참조.

14) 김광순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1권(박이정, 2019), 153-158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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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아닌가 추정해볼 수 있다. 향후 장르에 대한 정밀한 고찰이 요구된 다. 그 내용의 독특함을 고려할 때 유일본으로 보아도 무방하리라 판 단된다. 한글본이며, 책의 크기는 가로 18㎝, 세로 24㎝이다. 매면 10 행, 매행 19자 내외이며, 총 72면이다.15)

◽ <제읍노정기>

이 작품은 한 여인의 일생과 한 벼슬아치의 내력을 번갈아 서술하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3-4 또는 4-4 가사체로 창작되었기 때문에 향후 장르에 대한 정밀한 고찰이 요구된다. 100선에 소개된 작품이기 에 여기서는 일단 소설의 부류로 보았으며, ‘제읍노정기’라는 제명을 갖고 있는 작품이 현재까지는 확인된 바 없기 때문에 유일본으로 소개 하였다. 뒷부분이 온전히 남아 있지 않아 작품의 전말을 알기 어렵다.

한글본이며, 매면 12~14행, 매행 7~8자 내외이다.16)

◽ <순금전>

이 작품은 20세기 초에 필사된 계모형 가정소설로 필사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필사 연대는 원문의 ‘융희 년 원월 일 등서’를 보아 1910년 1월이고, 필사자는 ‘김시현 Kim Si Hyun’으로 보아 ‘김시현’이다. 영어로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이 특이하 다. 필사자가 서술자의 입을 빌어 자신의 생각을 개입시키는 부분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것도 흥미롭다. 한글본이며, 책의 크기는 가로 18㎝, 세로 29㎝이다. 매면 12행, 매행 35자 내외이며, 총 59면이 다.17)

15) 김동협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2권(박이정, 2019), 71-73쪽 참조.

16) 박진아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8권(박이정, 2019), 239-243쪽 참조.

17) 김광순, 「<순금전>의 형성 배경과 구조적 특징」, 고소설연구 6, 한국고소 설학회, 1998, 123-157쪽 참조 ; 김광순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9권(박이정, 2020), 19-42쪽 참조. 국립중앙박물관에 <황순금전(황 슌금젼)>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는데, 인터넷으로 표지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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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 엄태웅 19

◽ <오일론심기>

이 작품은 정조 때 사람 구귀년(具龜年)이 쓴 것으로, 문방사우와 연적의 공로를 알아주지 않은 인간 세태를 몽유(夢遊)의 액자식 구성 에 우의(寓意)의 기법과 의인(擬人)의 기법을 답습하여 풍자하였다.

택민본이 구귀년이 쓴 원본이라는 근거는 없으나, 현존 유일본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충분하다. 한문본이며, 책의 크기는 가로 10㎝, 세로 20㎝이다. 매면 12행, 매행 26자 내외이며, 총 18면이다.18)

지금까지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 수록된 ‘유일본’ 14 종의 특징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개략적인 특징을 통해 한눈에 확 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에 수록된 유일본의 성격은 매우 다채롭다.

산문과 운문의 경계에 있는 작품, 서사와 경전의 경계에 있는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영웅군담, 여성영웅, 애정, 가정가문, 역사, 송사, 의인, 몽유 등을 소재 및 주제로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고소설이 이에 포함 되었다.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이 고소설의 특정 유형에 편중되 지 않고 균형 있게 다양한 하위 갈래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음이 ‘유일 본’의 분포를 통해서도 확인되는 것이다.

한국 고소설 ‘유일본’을 14종이나 수록하고 있는 경우는 김광순 소 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이 유일할 것이다. 더구나 이 14종은 100선 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범위를 ‘택민본’ 전체로 확대하면 유일본의 종 류는 더 늘어날 것이다. 아마 국가 공공기관 어느 곳에서도 이 정도의 유일본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는 희귀본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 수록된 ‘희귀본’을 살펴보도록 하자.

추후 이 작품의 실물을 열람하여 이본 관계인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18) 김광순, 「<오일론심기>의 창작방법과 서사기법」, 국학연구론총 1, 택민국 학연구원, 2008, 114-149쪽 참조 ; 김광순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9권(박이정, 2020), 165-174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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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희귀본 8종

이 장에서는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 수록된 ‘희귀본’

8종을 소개하고 그 가치와 의의를 밝혀보고자 한다. 논의의 편의를 위 하여 연구총서 순번에 따라 차례대로 작품을 제시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희귀본은 이본이 2~3종으로 한정적인 작품의 이본이거나, 그 보다 이본이 더 많은 경우라 하더라도 제명이 독특하다면 그 대상으로 포함하였다. 더불어 그간 학계에 잘 소개되지 않은 작품도 대상으로 하였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총서에 수록되어 있는 해제와 조희웅, 한 국 고전소설사 큰사전(74권, 전지식을만드는지식, 2017)의 정보, 해 당 작품을 다룬 연구 논저를 참고하였다. 그 목록을 소개하고 작품별 로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고자 한다.

총서번호 작품명

12 왕낭전

13 명배신전

25 서해무릉기

48 최호양문록

49 임시각전

56 다람전

62 장현전

62 마두영전

◽ <왕낭전>

<왕낭전>은 <왕경룡전>, <옥단전>, <왕어사경룡전>, <왕어사 전>, <용함옥>, <청루지열녀> 등과 이본 관계에 놓여 있는 작품이 다. 그러나 지금까지 <왕낭전>이란 제목의 고소설에 대한 소개와 연 구는 전혀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희귀본으로 보았다. 추후 <왕낭전>

에 대한 고찰이 진행되어야 <왕경룡전>과 같이 널리 애독된 작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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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 엄태웅 21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본이며, 매면 12행, 매행 40자 내외이며, 총 44면이다.19)

◽ <명배신전>

<명배신전>의 작자는 황경원(黃景源, 1709~1787)이다. 이 작품은 그의 나이 33세에서 41세 사이, 즉 1741년~1749년 사이에 저술한 것 으로 추정된다. <명배신전>은 저자의 문집본과 택민본만 남아 있으 며, 두 이본은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희귀본이라 할 수 있다. 한문본이며, 매면 10행, 매행20자로, 총 107면이다.20)

◽ <서해무릉기>

<서해무릉기>는 첫날밤 서해무릉에 사는 도적들에게 신부를 납치 당한 유연이라는 유생(儒生)이 신부를 찾아다니다가 금산사 부처의 도 움으로 신부를 찾아 백년해로하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의 이본은 이화 여대 소장본 <셔무릉긔 권지단>과 택민본만 남아 있으며, 각기 다 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에 희귀본으로 보았다. 한글본이며, 책의 크 기는 가로 29㎝, 세로 33㎝이다. 매면 17행, 매행 24자 내외이며, 총 53면이다.21)

◽ <최호양문록>

<최호양문록>은 혼사장애 갈등과 쟁총 갈등이 서사를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이본은 22종에 달한다. 그러나 남아 있는 이본의 숫자에 비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고 연구도 희소했다. 이에 희귀본 의 범주에 넣었다. 한글본으로, 매면 17행, 매행 22자 내외이다. 앞으

19) 김동협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12권(박이정, 2014), 15-117쪽 참조.

20) 정병호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13권(박이정, 2014), 145-148쪽 참조.

21) 백운용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25권(박이정, 2015), 123-127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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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택민본을 중심으로 이 작품의 이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 어, 작품 연구가 궤도에 오를 필요가 있다.22)

◽ <임시각전>

<임시각전>은 효자의 도리를 가르쳐 불효자를 깨우치게 하는 내용 이므로 윤리소설이라 하기도 하고, 송사를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되 는 구조이므로 송사소설로 보기도 한다. 이 작품은 <진대방전>과 구 조와 내용이 유사하여 <진대방전>의 이본으로 평가받는다. 주지하듯

<진대방전>은 그 이본이 매우 많다. 그러나 <임시각전>이라는 제명 은 택민본 2종이 유일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희귀본이라 하였다. 한글 본이며, 책의 크기는 가로 17㎝, 세로 29㎝이다. 매면 8행, 매행 23자 내외이며, 총 104면이다.23)

◽ <다람전>

<다람전>은 다람쥐를 의인화하여 송사(訟事)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전하는 문헌은 제문, 오륜가 등 여러 편을 합본한 것으로 책의 말미에 <다람전>이 ‘다람젼이라’라는 제목으로 기록되어 있다. 총 62면 중 11면이 이 작품에 해당한다. 한글본이며, 매면 10행, 매행 37자 내외이다.24)

◽ <장현전>

<장현전>은 형제가 화합하여 부친의 원수를 갚고 몰락한 가문을 재건하는 내용이다. 이본은 필사본 2종이 전한다. 택민본과 양승민본이

22) 김재웅, 「<최호양문록>의 구조적 특징과 가정소설적 위상」, 한국학 33-2, 한국학중앙연구원, 2010, 73-102쪽 참조 ; 강영숙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48권(박이정, 2018), 19-32쪽 참조.

23) 백운용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49권(박이정, 2018), 243-254쪽 참조.

24) 강영숙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6권(박이정, 2019), 227-230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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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 엄태웅 23

그것이다. 택민본은 낙장이지만 내용이 풍부한 편이고 양승민본은 택 민본에 비해 분량은 다소 적으나 낙장이 없이 작품으로서의 골격을 갖 추고 있다. 이본이 두 종만 남아 있고, 택민본이 이본으로서 일정한 가 치를 지니기 때문에 희귀본이라 하였다. 한글본으로, 매면 13행이고, 매행 20~23자이다. 낙장을 제외하고 현재 108면이 남아 있다.25)

◽ <마두영전>

<마두영전>은 고소설의 여러 유형이 섞여 있다. 애정소설과 영웅군 담소설, 가정소설 등 대중들이 선호하는 요소를 되도록 많이 끌어들이 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다. <마두영전>은 총 3종의 이본이 전하는데, 택민본은 홍윤표본과 간호윤본에 이어 세 번째로 소개되는 이본이며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 이에 이 이본을 희귀본에 포함시 켰다. 택민본은 간호윤본과는 다르고 홍윤표본과는 유사하면서도, 홍윤 표본보다는 특정 장면의 서술이 더 상세하다. 앞으로 택민본의 개성적 면모를 도출하는 연구가 나와야 할 것이다. 한글본이며, 매면 11~13 행이고, 매행 17~23자이다. 낙장본으로, 낙장을 제외하고 현재 54면이 남아 있다.26)

지금까지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 수록된 ‘희귀본’ 8 종의 특징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택민본 외에도 다른 이본이 다소 존재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여기서 소개한 희귀본은 대부분 유일본과 대등한 위상을 지니는 것들이다. 대개 이본이 2~3종 내외이거나, 비교 적 연구가 덜 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8종은 모두 각각 고전소설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대변한다.

앞서 유일본에서도 언급한 것이지만, 이 8종은 100선에 한정된 이

25) 소인호․정대혁, 「<장현전> 이본 연구」, 우리문학연구 38, 우리문학회, 2013, 65-95 참조 ; 신태수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62권 (박이정, 2020), 19-22쪽 참조.

26) 신태수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62권(박이정, 2020), 177-182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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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이다. 500여 종에 달하는 택민본 전체로 눈을 돌리면 희귀본은 훨 씬 많아진다. 또한 희귀본의 기준을 다소 달리해도 그 대상은 무척 늘 어난다.

일례로 근래에 필자가 소개한 김광순 소장 필사본 한국고소설전집

9권에 수록되어 있는 <구운몽>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현재 김광 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이본은 희귀본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구운몽>이되 ‘판소리 계열 이본’의 면모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본의 마지막 장에는 이 이본의 개성 을 말해주는 중요한 필사기가 남아 있다.

신 모츈의 등셔 쥬난 신오위장  가장이라

‘신오위장’하면 관련 전공 연구자들은 직관적으로 ‘신오위장본(申五 衛將本)’을 떠올릴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신오위장은 신재효(申在 孝, 1812∼1884)를 의미한다. 신재효는 59세 때인 1869년에 경복궁 경회루 낙성연(落成宴)에서 고종으로부터 ‘오위장’이라는 관직을 제수 받았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신해년이 1851년일 가능성은 없고 1911년이거나 그 이후일 수밖에 없다. 1911년은 이미 신재효가 세상 을 떠난 뒤이다. 필사기를 보면 ‘신오위장 댁 가장이라’고 되어 있으므 로, 이는 아마도 신재효 집안의 후손이 소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텍 스트에 빈출하는 율문체가 판소리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정 이 가능하다.27) 이 이본은 이밖에도 흥미로운 특징을 많이 담고 있는, 그리고 <구운몽> 이본 구도에서 독특한 위상을 지니는 희귀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은 물론 김광 순 소장 필사본 한국고소설전집 전체가 여전히 중요한 연구 대상인 것이다.

27) 엄태웅, 「김광순 소장 필사본 《한국고소설전집》9권 소재 <구운몽>에 대하 여」, 고전과 해석 32, 고전문학한문학연구학회, 2020, 439-522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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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 엄태웅 25

4. 유일본 및 희귀본의 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택민본의 소설사적 의의는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여기 서는 택민본 유일본 및 희귀본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해 언급해보고자 한다. ‘문화재’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국어사전에서는 ‘문화 활동에 의하여 창조된 가치가 뛰어난 사물’이라고 나오고, 백과사전에서는 대 체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인류 문화활동의 소산’이라고 나 온다. 당연한 말이겠으나, 이런 설명을 통해 문화재는 인간이 문화 활 동을 통해 만들어낸 창조적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의 유일본 14종 과 희귀본 8종은 모두 기본적으로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 작품이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는 말의 의미를 보 다 구체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간 연구자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고전소 설의 이본이 지니고 있는 독자적 의미와 가치를 간과하였다. 만약 한 작품에 10개의 이본이 있다면, 10개의 이본은 작품으로 수렴되는 가치 와는 별개로 모두 독자적인 의의를 지닌다. 이본은 선본 혹은 대본을 염두에 두었으되 이본 생산자의 문화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창조적 결 과물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이본 단위도 문화재로서의 가치 를 지닌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작품’은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여러 이본이 수렴된, 보다 상위 개념의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작품’을 최소 단위로 인식하고 이본은 그에 부속되는 요소로만 봤는데, 이본을 최소 단위로 보아 그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작품’의 의 미도 한층 입체적인 위상을 지니게 된 것이다.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는 이렇듯 문화재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 중에서도 ‘유일본’과 ‘희귀본’이 허다하다. 더구나 이 유일본과 희귀본은 고전소설의 주요 하위 장르에 고르게 분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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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뿐만 아니다. 소설과 산문의 경계, 소설과 경전의 경계 등 우리 가 지금까지 포착하지 못한 다양한 경계의 면모를 지닌 작품이 존재한 다. 이는 택민본을 바탕으로 하여 고전소설, 더 나아가 고전산문 및 고 문헌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한 재인식이 시작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사 실 지금까지 고전소설 문헌은 관련 연구자들에게만 환영받았다. 국가 적으로 이 자료를 보존하고 전승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경우가 많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문화재로서 온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다.

5. 결론

이 논문은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 수록된 작품 중 유일본과 희귀본을 선별하여 이를 소개하고 그 가치와 의의를 밝히고 자 하였다. 이들의 가치와 의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국 고소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 고소설은 이본 이 매우 발달한 편이다. 흔히 우리는 근대적 문학 개념에 따라 소설을

‘작품’ 단위로 이해하지만, 고소설의 경우 ‘작품’ 단위와 더불어 ‘이본’

단위의 인식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한국 고소설 작품에서 이본의 차 이는 동일 작품 여부를 따질 만큼 그 편폭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다루지 않은 나머지 작품들 또한 유일 본이나 희귀본의 반열에는 오르기 힘들겠으나, 그렇다고 하여 같은 작 품의 다른 이본과 내용이 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유일본과 희 귀본은 물론이거니와 나머지 이본들도 모두 각기 개성적인 면모를 갖 추고 있다. 따라서 개별 이본은 모두 작품과 같은 층위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며, 소설사에 기여하는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흔히 작품 중심의 관점으로 고소설을 바라보며 이러한 특징을 간과하는데, 사실 500여 종에 달하는 택민본은 모두 보존하고 연구해야 할 당위적 필요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혹자는 ‘택민본 중에는 낙장본, 낙질본도 보이는데 이들이 보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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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 엄태웅 27

가치가 있는 문헌인지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선후 관계가 뒤바뀐 것이다. 그간 이들 문헌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아 서 이렇게 마구 훼손된 채 남겨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큰 훼손이 있기 전에 김광순 선생이 자료로 인식하고 수집하였기 때문에 그나마 남아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김광순 선생의 노력이 있었기에 현재 소설사의 발자국 하나하나가 우리 전통문화의 역사에 아로새겨질 수 있었던 것이다. 더 많은 훼손이 있기 전에 이들을 영구히 보존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택민본의 가치를 더욱 빛내고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문화 유산인 고전소설이 온전한 모습으로 후손들에게 대대손손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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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전체를 참고하였으되 아래의 책을 직접적으로 참고하였다.

김동협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12권(박이정, 2014), 15-117쪽.

정병호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13권(박이정, 2014), 145-148쪽.

권영호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15권(박이정, 2014), 15-20쪽.

강영숙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16권(박이정, 2014), 15-19쪽.

정병호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21권(박이정, 2015), 89-188쪽.

신태수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22권(박이정, 2015), 173-176쪽.

백운용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25권(박이정, 2015), 123-127쪽.

신태수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30권(박이정, 2016), 233-237쪽.

김광순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43권(박이정, 2018), 205-212쪽.

김동협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44권(박이정, 2018), 19-24쪽.

강영숙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48권(박이정, 2018), 19-32쪽.

백운용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49권(박이정, 2018), 243-254쪽.

김광순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1권(박이정, 2019), 19-158쪽.

김동협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2권(박이정,

(21)

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 엄태웅 29 2019), 71-73쪽.

강영숙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6권(박이정, 2019), 227-230쪽.

박진아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8권(박이정, 2019), 239-243쪽.

김광순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59권(박이정, 2020), 19-174쪽.

신태수 역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 62권(박이정, 2020), 19-182쪽.

※ 기타 참고문헌

경일남, 「김광순 소장 필사본 <양추밀전>의 구성방식과 문학적 특징

」, 어문연구86, 어문연구학회, 2015, 57-77쪽.

김광순, 「<순금전>의 형성 배경과 구조적 특징」, 고소설연구 6, 한국고소설학회, 1998, 123-157쪽.

김광순, 「<오일론심기>의 창작방법과 서사기법」, 국학연구론총 1, 택민국학연구원, 2008, 114-149쪽.

김재웅, 「<최호양문록>의 구조적 특징과 가정소설적 위상」, 한국학

 33-2, 한국학중앙연구원, 2010, 73-102쪽.

소인호․정대혁, 「<장현전> 이본 연구」, 우리문학연구 38, 우리문학 회, 2013, 65-95쪽.

엄태웅, 「김광순 소장 필사본 《한국고소설전집》9권 소재 <구운 몽>에 대하여」, 고전과 해석 32, 고전문학한문학연구학회, 2020, 439-522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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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stract

The Cultural Value of Unique and Rare Editions and their Historical Significance, Kim Kwang Soon’s Collection of 100 Manuscripts of Korean

Classic Novels

Eom, Tae-ung (Korea Univ.)

Kim Kwang Soon’s Collection of 100 Manuscripts of Korean Classic Novels contains 14 unique and 8 rare editions. The former is <Yoon-seon-ok-jeon>, <Soo-ryook-moon-dap>,

<Yoo-saeng-jeon>, <Seung-ho-sang-song-gi>,

<Yang-choo-mil-jeon>, <Sa-myeong-dang-haeng-rok>,

<Myeong-bi-jeon>, <Eo-deuk-gang-jeon>, <Jeong-gak-rok>,

<Jang-seon-saeng-jeon>, <Choo-seo>,

<Je-eup-no-jeong-gi>, <Soon-geom-jeon>,

<O-il-lon-sim-gi>, the latter is <Wang-nang-jeon>,

<Myeong-bae-shin-jeon>, <Seo-hae-moo-reung-gi>,

<Choi-ho-yang-moon-rok>, <Im-si-gak-jeon>,

<Da-ram-jeon>, <Jang-Hyeon-jeon>, <Ma-doo-yeong-jeon>.

Here, we briefly introduce these works and mention why they were classified as unique or rare. In addition to Kim Kwang Soon’s Collection of 100 Manuscripts of Korean Classic Novels, a case was presented to assert that there are still many works that can be classified as unique or rare in Kim Kwang Soon’s

Collection of 100 Manuscripts of Korean Classic Novelss. Through these works, the cultural value and the historical significance of the novel were revealed. I examined the characteristics of 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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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적 가치와 소설사적 의의 ‧ 엄태웅 31

classic novels with many individual versions, and point out that there are several types of works(versions) which are considered unique or rare, and have different individual aspects. The necessity for the preservation of these types of works was once again confirmed.

■ Key Words

Taek-Min Korean Studies Institute, Kim Kwang Soon, unique edition, rare edition, Cultural Heritage, Kim Kwang Soon’s manuscript novels 100, The manuscript of Kim Kwang Soon’s collection of Korean old novels

* 본 논문은 2021년 5월 11일에 투고되어 2021년 6월 1일에 심사 를 완료하였고 6월 2일에 게재를 확정하였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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