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 내‘북한문제 상・하원 공동위원회’의장(Co-Chair of the All Party Parliamentary Group on North Korea)이자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Liverpool John Moores University) 교수인 데이비 드 알톤 경(Lord David Alton)은 그동안의 북한인권에 관한 활동을 바탕으로『다리놓기: 북한에게 희망은 있는가?(Building Bridges:
Is there hope for North Korea?)』를 2013년 롭 치들리(Rob Chidley) 와 함께 출간하였다. 그는 영국 종신 상원의원으로 르완다, 남수단, 콩고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의 인권과 인도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에 왔다. 그는 북한을 네 차례 이상 방문하였으며 북한 최고인민회의 최태복 의장의 영국 방문을 주선하였 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탈북자들의 증언 기회를 마련하여 이들의 경험과 목소리들이 영국 및 유럽 사회에 전달될 수 있는 통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알톤 경은 이 책 을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과 같은 안보적 이슈나 세습적 리더십과 같은 정치적 문제에 비해 북한의 인권침해나 인도주의 사안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것을 지적하며 안보와 인권 문제를 결부시킨‘한반도형 헬싱키프로세스(Helsinki with a Korean Face)’를 제 안한다.
이 책은 크게 분단 이전의 한반도 역사, 남북한의 분단 과정 및 전후 상황에 대한
다리놓기:
북한에게 희망은 있는가?
최규빈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David Alton and Rob Chidley, Building Bridges: Is there hope for North Korea?
사건적 기술(1- 9장)과 북한 인권문제를 비롯한 대북한 및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주장(10-19장)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현재의 의미 를 깨닫고 미래의 발전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자신의 인식에 기초하여 남과 북의 분단 과정을 체제, 지역, 국내 층위에서 차분히 살핀다. 분단과 전쟁이 낳은
‘인간분리’와‘평화부재’에 초점을 맞추며 1) 한국전쟁은 기술적으로(technically) 그 리고 사실적으로(in reality) 종결되 어야 하며, 2) 기술과 지혜를 동원하 여 남북한 간 그리고 세계 간에 다 리를 놓아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장벽의 수립을 통한 폭력적 군사 대 치가 상호 이해를 위한 가교 구축이 나 지난한 과정을 수반하는 대화보 다 더 매력적인 이유는 갈등의 명료 함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북한이 지난 60년 동안 의 내핍과 실패한 자주, 기근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환기하 며 북한의 프로파간다(propaganda)에 도전하고 북한을 자유에 노출시킴으로써 폐쇄 된 사회를 열 수 있게 만드는 기회는 사람 간의 접촉과 교류 그리고 건설적이고 비판적 인 관여(constructive and critical engagement)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러 한 문제의식과 대북한 접근방식의 철학은 인권, 인간의 존엄성, 자유에 대한 믿음과 비 인도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는 그의 윤리적, 도덕적 인식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인권과 인도주의
저자는 베를린 장벽 붕괴, 체코슬로바키아의 벨벳혁명(Velvet Revolution), 인종 북한의 인권 침해와
인도주의 사안에 대한 관심 부족을 지적하며
안보와 인권 문제를 결부시킨
‘한반도형 헬싱키프로세스’를 제안
차별정책(Apartheid)의 종식, 필리핀과 한국의 민주화 사례를 통해 인권에 대한 문제가 정권 전체에 가져온 변화와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주목한다. 이 책에서는 신동혁, 안명 철, 이영국, 이성애 등 탈북자들의 증언과 유엔 기구의 조사 보고를 바탕으로 북한 인 권유린 실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인권침해라는 핵심 사안에 대해 그동안 국제사회 대북관여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한 수용주의(quietism)는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 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북한의 인권유린 및 끔찍한 폭력으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탄원 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며 앞으로 인권은 북한 정권을 다루는 데 있어 핵 심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알톤 경은 식량지원 중단을 지속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한국과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정치・안보적 이슈와 연계하는 것에 대해서 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다. 사실 도덕적 책임으로 발현된 생존권 대응이라는 차원 을 넘어 인도주의 원조가 공여국들의 정치적・전략적 이익에 따라 공급되고 배분되는 인도적 지원의 정치화(the politicization of humanitarian assistance)는 긴급구호와 식량 지원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다(Curtis, 2001;
Coyne, 2013). 원조와 무역이 가져올 평화효과(pacifying effects)는 국제관계의 오랜 관 심이었고 원조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의 비군사적 대외정책의 주요 수단이었다(Morgenthau, 1962; Baldwin, 1985; Keohane and Nye, 1977). 원조가 공여국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거나 수혜자의 필요나 권리가 아닌 국내 정치적 고려와 결부되기 시작하면서 원조의 수단화 혹은 정치화는 빈번하게 일어났다.
대북 식량지원 역시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저자는 북한이 자신의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단조차 없는‘실패한 정권’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동시에 식 량지원 중단을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외부의 힘의 행사가 가져올 장기적 결과에 주목한다. 즉 이러한 상황에서 궁극적인 피해자는 식량지원의 보류에도 관계없이 자 신들의 행동을 바꾸지 않으려는 북한 정권이 아닌 만성 영양실조와 식량부족으로 고 통 받고 있는 북한의 영유아와 아동들이라는 사실이다.
건설적이고 비판적 관여 개념 제시
알톤 경은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 변화의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점진적이고 단 계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햇볕정책의 기본 철학과 방향에는 동의한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접촉을 통한 변화 전략이 인권에 미쳤던 영향력은 상당히 제한적이었음을 지 적한다. 그는 햇볕정책의 수립과정에서 모든 국가가 옹호해야 할 인간의 존엄성에 대 한 의무나 시민들의 자유에 관한 토론이 충분히 열리지 못했다는 것을 한계로 보았다.
저자가 주장하는 건설적이며 비판적 관여의 개념이 다소 모호한 것은 사실이지 만 그는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고 한반도 평 화구축을 위해 수정된 햇볕정책(a modifed Sunshine Policy)을 제안한다. 이러한 정책 의 기본 전제는 1) 양측의 무력을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하며 영토적 야심을 명확히 포기할 것, 2) 평화 프로세스의 장기적인 목표는 한반도의 완벽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 3) 모든 과정은 한반도 통일을 지향할 것 등이다. 북한 문제의 핵심은 도발과 대립, 협상과 보상이라는‘강탈의 악순환(the cycle of extortion)’을 어떻게 끊을 수 있는 가에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통한 군사 적 도발을 지속하고 핵 보유국을 천명한 상황에서 안보관련 신뢰구축조치(Confidence Building Measures, CBMs)를 추진하는 것은 상당히 큰 부담이 뒤따른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형 헬싱키프로세스: 안보와 인권으로
알톤 경은 지금까지의 위협 대 위협, 압박, ‘팃포탯(tit-for-tat)’방식의 제재에 근 북한 내부 개혁과
민주주의를 추동하는 동시에 인권에 대한 집중을 지속하는
‘소프트파워 어프로치’가 필요하다고 주장
거한 대북한 외교전략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한다. 또한 관여를 위해 인권 에 대한 논의를 자제 혹은 배제하거나,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없이 인권만을 강조하는 전략 모두 적절하지 않았음을 언급한다(Hawk, 2010). 이에 북한 내부 개혁과 민주주의 를 추동하는 동시에 인권에 대한 집중을 지속하는‘소프트 파워 어프로치(soft-power approach)’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제안하는‘한반도형 헬싱키프로세스’는 냉정함(hard-headedness)과 소프트 파워를 통해 안보와 인권이 결부되는 것을 핵심으 로 한다.
역사, 교육, 스포츠 등의 비군사 영역에서의 신뢰증진조치(Confidence Enhancing Measures, CEMs) 추진, 평양의 미국 대사관 설치와 함께 북한의 사법정의 문제와 정치 범 수용 시설의 방문조사를 포함하는 인권문제 제기 필요성을 강조한다. 동아시아의 항구적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해 그는 무엇보다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을 확보할 것 과 북한주민에게 한국과 국제사회의 선의(goodwill)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조치들을 강구해야 함을 주장한다. 우리가 지어야 할 것은 다리이지 장벽이 아님 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참고문헌>
Alton, David and Rob Chidley. Building Bridges: Is there hope for North Korea. Oxford: Lion Books, 2013.
Baldwin, David A. Economic Statecraft.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5.
Coyne, Christopher J. Doing Bad by Doing Good: Why Humanitarian Action Fails. San Francisco, CA: Stanford Economics and Finance, 2013.
Curtis, Devon. “Politics and Humanitarian Aid: Debates, Dilemmas and Dissension.”Overseas Development Institute. HPG Report 10. April, 2001.
Hawk, David. “Pursuing Peace While Advancing Rights: The Untried Approach to North Korea,”US-Korea Institute at SAIS, May, 2010.
Keohane, Robert O. and Joseph S. Nye. Power and Interdependence. Boston: Little, Brown, 1977.
Morgenthau, Hans. “A Political Theory of Foreign Aid.”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56, No. 2. June, 1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