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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呪寶)형 혼인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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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보(呪寶)형 혼인담’ 연구

1)

이 영 수*

❙국문초록❙

본고는 ‘주보형 혼인담’의 전승 유형을 살펴보고, 서사단락을 중심으로 설화의 내용을 분석한 것이다. ‘주보 형 혼인담’은 널리 분포된 설화의 하나로, 주력(呪力)을 지닌 동물의 털을 이용하여 처녀와 혼인한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본고는 ‘주보형 혼인담’을 이야기 전개 방식에 따라 서사구조상 제1·2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전자 는 ‘주보의 입수 – 처녀의 발병 – 완치 후 혼인’, 후자는 ‘주보의 입수 – 처녀의 발병 – 치료와 약속 불이행 – 병의 재발과 혼인’ 과정을 거친다. 이야기의 구성이나 흥미적인 요소에 있어 제2유형이 상대적으로 앞서는 편이다.

주보는 설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도구로, 주인공은 ‘강탈, 보은, 교환’의 방법을 통해 획득한다. 이를 이용해서 재력과 권력을 소유한 집안의 처녀에게 장가든다는 점에서 주인공은 온달컴플렉스에 걸린 인물이다. 처녀의 발병은 프레이저의 주술적 사고에 의하면, 유감주술과 감염주술의 원리가 결합된 것이다. 병의 치료횟 수는 ‘1회, 2회, 3회’로 설화마다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화자의 구술능력에 따른 차이와 병의 재발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혼담은 두 집안의 신분적 격차로 무산되고 처녀의 병은 재발한다. 등장인물 간의 대립은 처녀 아버지의 굴복으로 끝나고 주인공은 처녀와 혼인하여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전형적인 민담의 결말형식으 로 이야기가 끝난다.

주보의 입수 단락에서 주인공과 조력자, 그리고 주보의 등장 과정에 일관성이 없다. ‘주보형 혼인담’에서 변 이 양상이 가장 심한 부분으로,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처녀의 발병과 치료 단락은 이 설화의 핵심 단락이다. 화자가 “주인공이 처녀가 오줌 눈 곳에 주보를 꽂고 그녀를 치료하고 혼인했다.”는 것 만 기억해도 설화의 전승에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주보에 의한 처녀의 발병과 치료는 ‘주보형 혼인담’에서 만 볼 수 있는 특징적 요소라 하겠다. 따라서 앞으로도 ‘주보형 혼인담’은 다른 혼인담과는 변별된 형태를 유지 하며 전승될 것이다.

[주제어] 주보, 혼인, 설화, 주술, 혼담, 보은, 온달컴플렉스

❘목 차❘

Ⅰ. 서 론

Ⅱ. ‘주보형 혼인담’의 전승 유형

Ⅲ. ‘주보형 혼인담’의 서사구조 분석

Ⅳ. ‘주보형 혼인담’의 단락별 특징

Ⅴ. 결 론

* 인하대학교 강사 / 81-3377@hanmail.net

(2)

Ⅰ. 서 론

최근 통계청에서 조사한 「

2014

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

결혼에 대해서

해야 한다

고 생각하는 비율은

“68.0%(’08)

64.7%(’10)

62.7%(’12)

56.8%(’14)”

으로 점점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1) 이러 한 현상은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취업이 힘들어지고

,

집을 마련하고 혼수를 장만해야 하는 비용이 기하급수적 으로 증가하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생각하지 않는 미혼남녀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밖에 여성의 교육열과 경제활동 인구의 증가

,

자아성취의 욕구 증대 및 결혼가치관의 변화 등이 혼인을 기피하게 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

이제 우리 사회에서 혼인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

오늘날 부모들은 더 이상 자식들에게 혼인할 것을 강권하지 않는다

.

따라서 최근에는 전통적인 혼인에 대한 가치관을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

우리나라의 혼인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시기는 근대 문물이 유입된

1890

년대부터이다

.

전통적인 혼인 관에 의하면

,

남녀가 결합하는 혼인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

혼례는 혈연이 다른 두 집안이 결합하여 공동체로서의 유대를 공고히 하는 것으로

,

혼인당사자의 자질보다는 가문의 위세를 중시하였다

.

그런데 이 시기에 들어서면 이러한 전통적인 혼인 관행에 서서히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

부모 가 정해준 배우자를 거부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인생의 반려자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 1910

년대 이후에는 부모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혼인과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혼인이 양립하면서 부모와 자식 간에 대립양상을 띠게 된다

.

2) 당시 논쟁의 초점은 혼인을 하느냐의 여부가 아닌 누구의 의사를 존중한 혼인이 옳 은가 하는 것이었다

.

혼인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로 부모와 자식 사이에 갈등 양상을 보였지만

,

이들 모두 혼 인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

혼인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혼인 설화 들이 전승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전자료집인 뺷한국구비문학대계뺸3)에 수록된 혼인담을 보면

, <

거짓말로 대감 사위 되기

>, <

보쌈으로 얻은 사위

>(1-1), <

미륵과 장기두어 장가든 사람

>(1-2), <

새끼 서발로 장가든 이야기

>

(1-7), <

삼천양짜리 대신 장가

>, <

장가든 환갑 노인

>(2-2), <

주인집 딸과 결혼한 머슴

>, <

처녀 귀신과 결혼 한 총각

>(2-6), <

오대째 자손없는 집안

(

저승서 맺은 연분

)>(2-9), <

남몰래 개가시킨 양반집 과부

>, <

사슴구 해주고 장가든 머슴

>(3-2), <

바보가 꾀를 내어 장가 든 이야기

>(3-3), <

시아버지가 사위되고 며느리가 장모 되다

>(4-2), <

장가를 가르쳐 준 과부

>(5-5)

등 여러 형태의 설화들이 혼재되어 구전되고 있다

.

필자가 조사 한 바에 의하면

,

뺷대계뺸에 수록된 혼인담은 전

82

권 중에서 모두

76

권에

338

화에 달한다

.

4) 뺷대계뺸에 수록 1) 국가통계포털(www.kosis.kr).(검색일:2015. 2. 10.)

2)이영수,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혼인유형과 혼례식의 변모양상」, 뺷아시아문화연구뺸 28, 가천대학교 아시아문화연구소, 2012, 154.

3) 이하 본고에서 뺷한국구비문학대계뺸를 언급할 경우 뺷대계뺸라고 약함.

4)여기서는 권수와 설화의 편수만을 제시한다. 뺷대계뺸 1-1(7), 1-2(2), 1-3(1), 1-4(5), 1-5(3), 1-6(4), 1-7(1), 1-8(1), 1-9(3), 2-2(3), 2-3(2), 2-4(1), 2-5(3), 2-6(5), 2-7(8), 2-8(7), 2-9(2), 3-1(4), 3-2(9), 3-3(9), 3-4(13), 4-2(4), 4-3(1), 4-4(5), 4-5(7), 4-6(1), 5-1(2), 5-2(6), 5-3(7), 5-4(2), 5-5(13), 5-6(5), 5-7(5), 6-1(5), 6-2(7), 6-3(2), 6-4(13), 6-5(3), 6-6(11),

(3)

된 설화 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열녀담이

185

5)인 것과 비교해 보면 혼인담이 차지하 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

이들 설화에서 혼인은 주인공의 간계나 계교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고

,

남녀 주인공의 운명적 만남에 의해 성사되기도 하며

,

부모에 의해 영리한 며느리나 현명한 사위가 선 택되기도 한다

.

그리고 홀로 된 며느리나 딸

,

상처한 아버지나 어머니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부모나 시 부모

,

자식 등에 의해 은밀하게 혼인이 이루어진다

.

기존의 혼인담 연구는 초혼에 주안점을 둔 연구6)와 재혼이나 개가에 주안점을 둔 연구

,

7) 그리고 이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한 연구8)

<

지혜담 연구

>

처럼 폭넓은 테마 속의 하나로 혼인 관련 설화가 거론된 경우9) 등으로 나눌 수 있다

.

지금까지 혼인담 연구는 구전되는 설화의 형태만큼이나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진행 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

그런데 본고에서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주력이 존재하는 동물의 털을 처녀가 오줌 눈 자리에 꽂아둠으로 써 그 주술적 작용을 통해 처녀와 혼인하게 되었다

.”

는 내용의 혼인담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기존 연구에서 다뤄진 적이 없다

.

여기서

동물의 털

은 주인공의 당면한 현실적 문제인 결혼을 해결하기 위해 주어지는 것 으로

, “

주술성을 가진 대상물

10)이라는 점에서 주보

(

呪寶

)

에 해당한다

.

주보는 가난한 자가 희구하는 대상물 로

,

어떤 노력을 해도 생존의 한계에 부딪힐 때 자신의 뜻을 성취하기 위한 메커니즘으로 등장한다

.

11)이 형 태의 혼인담 속에 등장하는 주보는 주인공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

설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도구인 셈이다

.

최인학은 우리나라에서 수집된 총

5,000

여 편의 설화를 뺷세계 옛날이야기 유형뺸

(AT)

에 따라

동식물옛날

6-7(7), 6-8(8), 6-10(3), 6-11(4), 6-12(5), 7-1(3), 7-2(1), 7-3(4), 7-4(1), 7-5(2), 7-6(3), 7-8(10). 7-9(5), 7-10(3), 7-11(1), 7-12(3), 7-13(13), 7-14(5), 7-15(5), 7-16(4), 7-17(9), 7-18(5), 8-1(1), 8-3(2), 8-4(1), 8-5(5), 8-6(2), 8-7(7), 8-8(1), 8-9(4), 8-10(2), 8-11(2), 8-12(1), 8-13(5), 8-14(7), 9-2(1), 9-3(2) 등이다.

5)김대숙, 「구비 열녀설화의 양상과 의미」, 뺷古典文學硏究뺸 9, 한국고전문학회, 1994, 62.

6)최운식, <며느리감 고르기 설화>에 나타난 부자 며느리의 조건과 경제의식」, 뺷한국민속학뺸 41, 한국민속학회, 2005; 하은 , <거짓말 세 마디>의 서사적 특성과 그 문학치료적 효용」, 뺷고전문학과 교육뺸 13, 한국고전문학교육학회, 2007; 심우장,

「거짓말 딜레마와 이야기의 역설 – 설화 <거짓말 세 마디로 장가든 사람>의 이해 –」, 뺷구비문학연구뺸 28, 한국구비문학회, 2009; 박현숙, 「설화에 나타난 새식구 들이기에 대한 두 가지 시선 –<며느리 고르기><사위 고르기> 설화의 비교 –」, 뺷구비 문학연구뺸 30, 한국구비문학회, 2010; 김용의, 바보 신랑이야기의 생성과 한국의 혼인 풍속」, 뺷호남문화연구뺸 49, 전남대 학교 호남학연구원, 2011; 류정월, 「전통 결혼담과 결혼 담론에 나타난 이상적 여성상과 남성상」, 뺷한국고전연구뺸 24, 한국 고전연구학회, 2011.

7)김기형, 「口碑說話에 나타난 寡婦의 形象과 意味」, 뺷한국민속학뺸 26, 한국민속학회, 1994; 이인경, 改嫁烈女談에 나타난 烈과 貞節의 문제」, 뺷구비문학연구뺸 6, 한국구비문학회, 1998; 이인경, 「문헌과 구비에 나타난 烈觀念의 변이양상과 전승자 의식 –과부의 개가 갈등설화를 중심으로 –」, 뺷국문학연구뺸 4, 국문학회, 2000; 정상진, 「구비 <노인재혼담>에 투영된 효의 식」, 뺷한국민족문화뺸 21,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2003; 이영수, 며느리가 장모되고 시아버지가 사위된 이야기 설화 연구」, 뺷語文論集뺸 60, 중앙어문학회, 2014.

8) 오세걸, 「배필찾기 설화 연구」, 동아대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3; 이인경, 「구비설화에 나타난 出嫁外人담론과 여성의 정 체성」, 뺷한국고전여성문학연구뺸 5, 한국고전여성문학회, 2002; 손문숙, 「韓國 며느리說話 硏究」, 동아대 대학원 박사학위논 , 2003; 정충권, 「구비 설화에 나타난 가족 재생산과 혈연 문제」, 뺷구비문학연구뺸 31, 한국구비문학회, 2010.

9) 오출세, 「설화문학상의 혼속고」, 뺷동경어문논집뺸 1,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국어국문학회, 1984; 오영희, 「지혜담 연구」, 희대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0; 정용선, <상전 속이는 하인> 설화 연구」, 한국교원대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2.

10) 블라디미르 프로프(), 유영대(옮김), 뺷민담형태론뺸, 새문사, 1987, 47. 11) 최인학·엄용희 편저, 뺷옛날이야기꾸러미뺸 1, 집문당, 2003, 9.

(4)

번호 제목 서명 조사지역 화자(성별, 연령) 채록일시 쪽수

1 이상한 곰의 털 한국구전설화 2 평북 선천군 朴炳敦 1935. 1. 68~69

2 이상한 곰의 털 한국구전설화 2 평북 의주군 崔尙振 1937. 7 69~72

3 이상한 범의 털 한국구전설화 2 평북 정주군 吳時德 1936. 12. 72~73

4 노루의 報恩 한국구전설화 6 충북 괴산군 趙才用(남, 67세) 1974. 10.6. 102~105

5 이상한 새 털로 장가들다 한국구전설화 8 전북 익산군 李炳烈 1988. 6.25. 315~317

6 음양방구 한국구전설화 8 전북 진안군 朴基相(남, 60세) 1969. 8.18. 410~414

7 게으른 총각이 정승사위 되다 한국구전설화 10 경남 거제군 玉萬錫(남, 25세) 1970. 7. 7. 255~257

8 두 각시 얻은 머슴 한국구전설화 12 경북 안동읍 權貴芬(여, 35세) 1962. 8. 129~130

이야기

,

보통옛날이야기

,

웃기는 이야기

,

형식담

,

신화적 옛날이야기

,

기타

(

보유

)

6

부로 나누고

,

다시 한 국의 특성과 한국인의 사고를 고려하여

21

815

형으로 구분한 바 있다

.

12) 최인학의 설화 유형별 구분에 따 르면

,

본고에서 다룰 주보를 활용한 혼인담은

보통옛날이야기

의 중단위의 하나인

주보

항에 속한다

.

최인학 은 이

주보

항의 하위단위를 다시

26

(

)

으로 세분하고 이에 해당하는

31

편의 이야기를 선정

·

소개하고 있다

.

13) 이중에서 주보를 통해 혼인에 이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본고에서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

음양방 구

> 1

편만이 소개되고 있다

.

본고는 이런 형태의 설화를

주보

(

呪寶

)

형 혼인담

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

비현실적인 요소가 내재되어 있는

주보형 혼인담

의 전승을 통해 혼인이란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통과의 례이자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것으로 여겼던 우리 조상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다

.

전통 사회에서는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가족 구성원을 늘리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 ‘

주보형 혼인담

에서 가난한 주인공이 혼인 하고자 하는 욕구는 이러한 전통 사회의 혼인관을 반영한 것이다

.

오늘날 개인만을 앞세워 혼인을 등한시하 는 세태에서

주보형 혼인담

에 관한 연구는 혼인의 의미를 되새겨준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하겠다

.

본고는

주보형 혼인담

의 전승 유형을 살펴보고

,

서사구조를 중심으로 설화의 내용을 분석하고자 한다

.

이 과정에서 설화전승집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 ‘

주보형 혼인담

의 핵심적인 부 분은 이 설화에서 불변적인 요소로 작용하여 다른 혼인담과는 변별되는 특징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

Ⅱ. ‘주보형 혼인담’의 전승 유형

본고에서 논의의 대상으로 삼은

주보형 혼인담

은 모두

21

편이다

.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12) 위의 책, 7.

13) 최인학·엄용희 편저, 뺷옛날이야기꾸러미뺸 2, 집문당, 2003, 333~426.

(5)

번호 제목 서명 조사지역 화자(성별, 연령) 채록일시 쪽수 9 사슴 구해 주고 장가 든 머슴 대계 3-2 충북 청주시 이화옥(여, 69세) 1980. 9. 3. 335~337 10 양반 딸 엉큼하게 병 고치고 사위된 머슴 대계 3-2 충북 청주시 정진현(남, 63세) 1980.11.10. 500~509 11 새털 사서 장가간 더벅머리 총각 대계 5-2 전북 완주군 이영구(남, 44세) 1980. 1.30. 508~513 12 곰의 보담으로 장가간 노총각 머슴 대계 5-6 전북 정읍군 서보익(남, 76세) 1985. 4.16. 294~298 13 지혜로 장가간 총각 대계 6-4 전남 승주군 정동수(남, 63세) 1984. 4. 3. 773~777 14 공주의 병 고치고 부마가 되다 대계 6-5 전남 해남군 홍순심(여, 66세) 1984. 8.18. 656~658 15 병 고쳐주고 장가 든 노총각 대계 7-16 경북 선산군 김영애(여, 75세) 1984. 7.11. 56~57 16 여우를 구해 주고 장가든 노총각 대계 7-18 경북 예천군 임원기(남, 75세) 1984. 2.24. 333~336 17 호랑이 눈썹 덕에 장가든 노총각 대계 7-18 경북 예천군 임오분(여, 50세) 1984. 2.24. 383~387 18 주인 딸과 결혼한 머슴 대계 8-7 경남 밀양군 조규엽(남, 60세) 1981. 1.14. 411~418 19 여우 털로 장가간 머슴 대계 8-14 경남 하동군 김갑덕(여, 61세) 1984. 7.21. 355 20 미륵이에게 복을 준 여우털 동작구의 민속문학 서울 동작구 정성녀(여, 70세) 1993. 3.28. 245~248

21 노루의 보은 한국구전설화집 6 충남 홍성군 최양섭(남, 76세) 1996.10.26. 419~421

이상의

주보형 혼인담

을 지역별로 정리해 보면 평북

3

,

충북

3

,

충남

1

,

전북

4

,

전남

2

,

경북

4

,

경남

3

,

서울

1

편 등이며

,

설화의 채록 시기와 편수는

1930

년대

3

, 1960

년대

2

, 1970

년대

2

, 1980

년대

12

, 1990

년대

2

편이다

. 1930

년대 이후 강원도와 경기도

,

황해도

,

함경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꾸 준하게 채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주보형 혼인담

에서 처녀의 아버지는 자기 딸을 치료해 주는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고 공언한다

.

그런데 이 약속은 지켜지기도 하고 파기되기도 한다

.

약속이 이행되느냐의 여부에 따라 이야기의 전개 양상은 사뭇 달라진다

.

본고에서는 서사구조상 약속을 이행하는 설화를 제

1

유형으로

,

약속이 불이행되는 설화를 제

2

유형 으로 구분한다

.

각각의 유형에 속하는 설화의 개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제1유형

①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동물의 털을 손에 넣는다.

② 처녀가 오줌 눈 곳에 털을 꽂아두자, 걸을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난다.

③ 주인공이 처녀의 병을 고쳐주고, 그녀와 혼인한다.

제2유형

① 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동물의 털을 손에 넣는다.

② 처녀가 오줌 눈 곳에 털을 꽂아두자, 걸을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난다.

③ 병을 고쳐준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고 약속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④ 처녀의 병은 재발하고, 다시 그녀의 병을 치료해주고 주인공은 처녀와 혼인한다.

(6)

위의 인용문에서 보듯이

,

1

유형과 제

2

유형 모두 주인공이 주보를 이용하여 처녀와 혼인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지닌다

.

다만

,

등장인물 간의 대립양상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완결된 상태로 끝나기도 하 고

,

새로운 양상으로 치닫기도 한다

.

1

유형에서 주인공은 처녀의 병을 고쳐주고 주변 인물의 훼방 없이 처 녀와 혼인하는데 비해

,

2

유형에서는 장인 될 영감이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주인공은 처녀와의 혼인이 좌절된다

.

처녀의 병은 재발하고

,

결국 혼인을 둘러싼 갈등은 장인 될 영감의 항복으로 일단락되며 주인공은 처녀와 혼인에 이르게 된다

.

따라서 제

1

유형이

주보의 입수 – 처녀의 발병 – 완치 후 혼인

으로 이어지는 단순 구조인데 반해 제

2

유형은

주보의 입수 – 처녀의 발병 – 치료와 약속 불이행 – 병의 재발과 혼인

으로 이어지는 좀 더 복잡한 서사 구조를 지니게 된다

.

1

유형에 속하는 설화는

9

14)이고

,

2

유형에 속하는 설화는

12

15)이다

. 1930

년대 채록된

주보형 혼 인담

에서 제

1·2

유형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것으로 보아 이른 시기부터 두 가지 유형의 설화가 구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이중에서 어느 것이 원형에 더 가까운가 하는 것은 단정 짓기 어렵다

.

그것은 이야기의 형성과 정이 반드시 단순한 형태에서 복잡한 형태로 이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

단순한 형태에서 복잡한 형태

로의 진행이 가능하다면 역으로

복잡한 형태에서 단순한 형태로

의 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특정한 신화 나 전설

,

민담의 각 편이 초기의 형태보다 복잡한 형태로 발전되기도 하지만

,

오히려 단순한 형태로 머물러 있거나 퇴화되어 전승의 의미를 상실한 것도 있다

.

이러한 현상은 구전문학의 형성과 전승 과정이 그리 단순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

16)

주보형 혼인담

1970

년을 기점으로

,

이전시기와 이후시기에 채록된 설화의 결말형식에 차이를 보인다

.

<

자료

1>, <

자료

2>, <

자료

3>, <

자료

6>, <

자료

8>

5

편은

1970

년대 이전에 채록된 설화들이다

.

이중에

<

자료

2>

를 제외한

4

편의 이야기가 주인공과 처녀의 혼인으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가 첨

가된 형태로 구전된다

.

<

자료

1>

에서 부잣집의 사위가 되어 살던 주인공은 어느 날 건넛마을에 가서 검정소를 끌고 오라는 장인

의 명을 받고

,

엉뚱하게도 남의 소를 몰고 집으로 온다

.

이때 소 임자가 달려오자 주인공은 잽싸게 소의 밑구 녕에

곰의 부랄 털

을 꽂아 놓고 내 소는

미꾸녕으루 음매하고

운다고 하면서 소 임자를 기만하고 자신의 소로 만든다

. <

자료

3>

에서 처녀와 혼인하여 잘 살던 누걸래치는 세상구경을 하겠다며

범의 부랄 털

을 넣 고 만든 북을 메고 집을 나선다

.

그는 전쟁에 참전하여 큰돈을 벌고

,

돌아오는 길에 면장을 골탕 먹이고 자신 이 대신 면장 자리를 차지한다

. <

자료

6>

에서 부잣집 사위가 되어 호강하며 지내던 주인공은 외적이 쳐들어 오자 자진해서 대장이 되어 삼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전투에 참여한다

.

그는

고기 껍데기

로 만든 음양방구

(

큰북

)

소리를 이용하여 적은 병사를 이끌고도 대군의 적군을 몰살하는 크나큰 전공을 세운다

. <

자료

8>

에 서 부잣집 사위가 되어 잘 살던 주인공은 활을 메고 서울로 간다며 집을 나선다

.

이후의 내용은

<

거짓 활

14) <자료 1>, <자료 3>, <자료 6>, <자료 8>, <자료 14>, <자료 15>, <자료 17>, <자료 19>, <자료 21>이다.

15) <자료 2>, <자료 4>, <자료 5>, <자료 7>, <자료 9>, <자료 10>, <자료 11>, <자료 12>, <자료 13>, <자료 16>, <자료 18>, <자료 20>이다.

16) 이영수, 뺷심청설화연구뺸, 채륜, 2014, 25~26.

(7)

잘 쏘는 사람

>

설화처럼 처녀를 괴롭히는 새의 눈에 화살을 꽂아놓고 마치 자신이 활을 쏘아 잡은 것처럼 위장한다

.

이 처녀하고도 혼인하여 두 명의 처녀를 아내로 맞아 잘살았다고 한다

. <

자료

8>

은 마치 서로 다 른 두 편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져 구술된 것처럼 보인다

.

이상의

4

편의

주보형 혼인담

에서는 혼인 이후의 서사 단락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다

.

이들 설화는 제

1

유형에 속하는 것으로

,

혼인 과정에서의 단조로움을 혼인 이후에 첨가된 이야기를 통해 보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

전체적으로 혼인과 관련해서는 제

1

유형보다 제

2

유형의 설화가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좀 더 짜임새가 있 고

,

흥미로운 요소가 보다 많이 내포되어 있는 편이다

.

주인공이 혼인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이후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여겨졌는지

, 1970

년대 이후에 채록된 설화에서는 모두 주인공 과 처녀가 혼인하여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전형적인 민담의 결말형식으로 이야기를 끝내고 있다

. 1970

년대 이후에 채록된 설화의 경우

,

화자에 따라서

그 놈이 아무껏도 업던 놈이 잘 돼부렀어

.

부자가 돼부렀어

.

그 렁께 미련헐수록 꾀가 있어야 된다

”(

자료

13)

거나

그이 사람 구제는 해도 못써도 짐승을 구제하만 그 머식 이 있다니더

.

뒤에 복받이

(

보답이

)

있다

”(

자료

16)

거나

근게 복이 다 따로 있단게

.

그렇게 멍청히도

,

그 멍 청이도 그리갖고 살어

”(

자료

20)

라고 하면서 화자 나름대로 간략하게 부연설명을 덧붙이는 선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

Ⅲ. ‘주보형 혼인담’의 서사구조 분석

이 장에서는 설화전승집단이 어떤 방식으로 설화를 해석하고 전승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주보형 혼인담

<

주보의 입수 – 처녀의 발병 – 혼담과 치료 – 병의 재발과 혼인

>

의 순서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

1. 주보의 입수

먼저 주인공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 주보를 입수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

설화 속에 등장하는 주 인공에 대한 지칭은

머슴

,

노총각

,

도둑

,

거지

,

게으름뱅이

등으로 불리는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자립능력이 없는 하층계급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

이들은 굳은 의지나 성실한 노력만 으로는 자신의 현재적 상황을 극복할 수 없는 평균 이하의 인간군상들이다

.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인생 역전 을 꿈꾸며 복권을 구입하듯

,

이들에게도 곤궁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필요로 했다

.

이런 바 람은 이야기를 통해서만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

17)

주보형 혼인담

에서 주인공은 의외의 장소에서 뜻밖의 행 운을 몰고 올 동물

(

또는 산신령

)

을 만난다

.

설화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산신령은 주인공에게 주보를 줄 뿐만 17) 김종대, 33가지 동물로 본 우리문화의 상징체계뺸, 다른세상, 2001, 143.

(8)

아니라 장가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조력자라고 할 수 있다

.

설화에 등장하는 조력자의 역할과 능력은 주인공이 어떤 고난에 부딪혔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

주인공이 겪어야 할 고난이 주인공 자신의 의지나 지혜

,

노력 등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에는 조력자가 등장하지 않거 나 친구나 우연히 만난 사람들에 의해 해결된다

.

그러나 고난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닐 때는 그를 도와주는 대상으로 신이나 영혼

,

동물 등 신이한 존재들이 등장하게 된다

.

그들은 신이한 능력을 발휘 하여 주인공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

18)

주보형 혼인담

에서 신이한 존재들이 조력자로 등장하는 것은 주인공 이 당면한 문제를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

여러 즘성덜이 많이 모여서 사람내가 난다 사람 잡아먹자 하구 있었다. 그러더니 범 한 놈이 꺼끔세 서 구세먹은 데루 기어올르구 있었다. 누걸래치레 가만 보느꺼니 데놈이 올라왔다가는 야단나갔다 하 구 있넌데 보느꺼니 범에 부랄이 늘러데서 덜렁덜렁하구 있어서 농이낀으루 범에 부랄을 깍 동제매서 힘껏 잡아 당겼다. …(중략)…범은 내 부랄에 털을 세 대 뽑아 줄거이니 놔 달라구 했다. 누걸래치레 그거 머이거에 놔달라구 하네? 하느꺼니 범은 내에 부랄털 서 대를 체네 오종 싼 데다 꽂아 놓구 또 북 안에 넿서 북을 티면 돟은 수가 생기넌 거라구 했다. 누걸래치는 범에 부랄에 털 서 대를 받구서 놔줬다. <자료 3, 72쪽.>

위의

<

자료

3>

에서 누걸래치

,

즉 거지는 밤에 잘 곳이 없어서 고목나무에서 자다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직면한다

.

이때 거지는 위기를 모면하고자 노끈으로 호랑이의 불알을 동여매서 힘껏 잡아당긴다

.

사 경을 헤매게 된 호랑이는

내 부랄에 털을 세 대 뽑아 줄거이니 놔 달라구

애원한다

.

그는 처녀가 오줌 싼 데다 꽂아 놓고 북 안에 넣고 치면 좋은 수가 생긴다는 말에 털 세 개를 받고 호랑이를 놓아준다

.

누걸래치 는 호랑이에게서 주보를 강탈하는 것이다

.

이렇게 주인공이 동물에게서 주보를 탈취하는 설화는 모두

8

19) 으로

,

약탈당하는 대상은

(

자료

1·2),

(

자료

3),

(

자료

5·7·13·15),

여우

(

자료

20)’

등이다

. ‘

주보 형 혼인담

에서 새가 등장하는 경우

,

주인공이 새끼줄로 올무나 그물을 만들어 새를 잡고 한 움큼의 털을 뽑 은 다음에 놓아준다는 점에서 이를 주보 강탈로 보았다

.

옛날에 총각이 낭구를(나무를) 하러 가니께루 노루가 껑충 뛰어 가드랴. 그래 뛰어가서 폐수가(포수가) 잡을라구 그렁께루,

“총각, 총각, 나 저기 낭구깐에 좀 감, 감춰달라.”

…(중략)…

뭐 폐수가 간 뒤에 나와 가지구,

“내가 다른 은공을 할 께 없구”

그렁께 등산말 그 터럭 하나 뽑아 주드랴. 뽑아 주면서,

18) 최운식, <나무꾼과 선녀> 설화의 전승 양상 및 구조와 의미」, 뺷한국설화연구뺸, 집문당, 1994, 316~317. 19) <자료 1>, <자료 2>, <자료 3>, <자료 5>, <자료 7>, <자료 13>, <자료 15>, <자료 20>이다.

(9)

“당신이 그 머슴 사는데 안집에 색씨가 잘 크지 않느냐?” 구.

“그렇다.” 구 그렁께,

“그럼 거기 장개를 드릴텡게 그리 알라.” 구, 그래, <자료 9, 335쪽.>

위의

<

자료

9>

에서 주인공은 위기에 처한 노루를 구해주고 그 보답으로 주보를 얻는다

.

이것은 주보가 강탈에 의해서만 획득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 <

자료

9>

에서 포수에게 쫓기는 노루의 등장

,

그리고 위기 에서 벗어난 노루가 주인공에게 장가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대목이 마치

<

나무꾼과 선녀

>

설화의 서 두 부분을 연상시킨다

.

나무꾼이 선녀의 옷을 감추는 것과 총각이 처녀가 오줌 눈 곳에 털을 꽂느냐에 따른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

전체적인 맥락으로 볼 때

<

나무꾼과 선녀

>

<

자료

9>

의 서두 부분은 대동소이 하다

.

주보형 혼인담

에서

<

자료

9>

처럼 조력자로 노루가 등장하는 설화의 경우

,

그 채록 시기가

1960

년대 이 후라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김대숙은 「

나무꾼과 선녀

설화의 민담적 성격과 주제에 관한 연구」에 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설화의 순서로

<

토끼와 거북이

>, <

나무꾼과 선녀

>, <

해와 달이 된 오누이

>

를 들면 서

<

나무꾼과 선녀

>

를 한국 구비설화 가운데 인기 순위

2

위쯤 되는 유형으로 보았다

.

이렇게

<

나무꾼과 선 녀

>

가 남녀노소 누구나가 기억하고 전승하는 이유를 이 설화가

1952

년부터

1972

년까지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사실에서 찾고 있다

.

20)

<

나무꾼과 선녀

>

설화가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노루가 등장하는

<

자료

9>

와 같은

주보형 혼인담

의 서두 부분은

<

나무꾼과 선녀

>

설화에서 모티프를 차용하여 개작하였을 개연성 이 높다

.

21) 그렇다고

21

편의

주보형 혼인담

이 모두

<

나무꾼과 선녀

>

설화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 1930

년대에 채록된

<

자료

1>, <

자료

2>, <

자료

3>

주보형 혼인담

에서는 노루가 등장하지 않고

,

더욱이 보은을 위한 목적으로 주보가 증여되지 않는다

.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주보는 주인공에 의해 해당 동물에게서 강탈되는 것이다

.

그리고

주보형 혼인담

에 새가 등장하는 설화가 많다는 점에서

<

나무꾼과 선녀

>

설화와의 영향관계는 일부 설화에 국한된다

.

이밖에

<

자료

6>

에서는 게으름뱅이의 꿈속에 노인이 나타나 죽은 물고기 수염을 이용해서 장가갈 수 있 는 방법을 알려준다

.

민중들에게 있어서 인간의 꿈은 허위가 아닌 실제이다

.

그래서 설화에 빈번히 등장하는 꿈속의 조력자의 예언이나 충고는 늘 사실인 것이 증명되는 것이다

.

22)

<

자료

11>

에서는 소리를 내는 새를 목격한 노총각이 새경으로 받은 돈을 갖고 새에게서 털을 구입한다

.

일종의 교환행위를 통해 주보를 입수한 다

.

그리고

<

자료

10>

에서는 장가보내달라는 머슴의 정성에 감동한 서낭당신이 씨앗 세 개를 주고

, <

자료

15>

에서는 나무하던 총각의 밥을 먹은 대가로 산신령이 눈썹을 준다

.

그런가 하면

<

자료

14>, <

자료

17>,

<

자료

19>

의 경우는 주인공이 어떻게 주보를 입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위가 탈락되어 있다

.

20) 김대숙, 나무꾼과 선녀설화의 민담적 성격과 주제에 관한 연구」, 뺷국어국문학뺸 137, 국어국문학회, 2004, 329. 21) <자료 4>, <자료 8>, <자료 9>, <자료 12>, <자료 21> 5편이다. 이 중에서 <자료 12>의 경우는 노루 대신에 곰이

등장한다.

22) 조희웅, 뺷설화학강요뺸, 새문사, 1989, 56.

(10)

주인공이 주보를 입수하는 과정을 보면

강탈

,

보은

,

보답

,

교환

,

정보 부재

등으로 이루어진다

.

주인공과 조력자

,

그리고 주보의 등장 과정에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 ‘

주보형 혼인담

에서 변이양상이 가장 심한 단 락으로

,

어떤 정형화된 틀을 찾을 수 없다

.

이런 현상은 앞으로의

주보형 혼인담

의 구전과정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2. 처녀의 발병

주인공에게 주보를 주는 조력자는

노루

·

·

산신령

등으로

,

이들은 주보의 쓰임새뿐만 아니라 장가갈 수 있는 방도를 알려준다

.

주보는 주인공에게 있어 장가갈 수 있는 커다란 밑천인 셈이다

.

노루는 “당신을 보니 장개를 안 든 것 같으니 내 장개들게 해 주겠다” 함서 지 살에서 털을 세 개 뽑아 주면서 서울 朴 대감집 외동딸한티 가면 좌우간 장개들게 된다고 하더래요. <자료 4, 103쪽.>

아 불알에 털난 거를 하나 뽑아갖고 자네 동네 가서 자네 맘에 드는 큰애기가 오줌싸는 음, 구녁에 다 딱 심궈 노먼 그 장개 갈 수가 있다. <자료 12, 235쪽.>

위의

<

자료

4>

에서 노루는 머슴에게 주보를 줄 뿐만 아니라 장가갈 대상도 물색해준다

.

조력자가 장가갈

처녀를 정해주는 설화는 모두

5

23)으로

,

그 대상은

정승 딸

,

공주

,

주인집 딸

등이다

.

이에 비해

<

자료

12>

에서는

자네 맘에 드는 큰애기

에게 장가가라고 하면서 특정 인물을 지목하지 않는다

.

이 경우는 다시 평소 주인공이 마음에 두었던 처녀가 있는 설화와 그렇지 않은 설화로 나눌 수 있다

.

먼저 연모하는 처녀가 있는 설화는

5

24)이며

,

연모 대상은

정승집 딸

,

부잣집 딸

,

주인집 딸

이다

.

연모하는 상대가 없는 설화는

11

25)으로

,

주인공은 주보를 얻고 난 다음에 혼인 대상자를 물색한다

.

주인공이 궁궐이나 정승집 담을 넘 기도 하지만

,

우연히 길거리나 목화밭에서 만난 처녀를 혼인 상대로 지목하기도 한다

.

주인공의 잘되고 못되 고는 운수소관에 달렸다는 것이다

.

그런데 그냥 눈에 띄는 처녀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부잣집 딸

,

정승 딸

이다

.

총각은 무엇을 해도 되는 운수 대통할 팔자를 타고난 것이다

.

주인공의 혼인 상대는 모두 권력이나 재력을 소유한 집안의 딸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

이것은 설화 속 주인공이 곤궁한 상태에서 벗어나야 했기에 당연한 귀결이라고 하겠다

.

그런데

<

자료

6>

에서

이 놈은 이렇 게 해서 부잿집 딸하고 혼인해각고 부잿집 사우가 돼서 아무 일도 않고 호강스럽게 지냈다

.”

고 한다

.

스스로 의 힘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려는 의지보다는 부잣집 딸을 아내로 맞이하여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 고자 했던 것이다

.

이런 점에서

주보형 혼인담

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온달콤플렉스의 이미지가 강한 인물들 23) <자료 4>, <자료 9>, <자료 18>, <자료 20>, <자료 21>이다.

24) <자료 5>, <자료 8>, <자료 10>, <자료 13>, <자료 19>이다.

25) <자료 1>, <자료 2>, <자료 3>, <자료 6>, <자료 7>, <자료 11>, <자료 12>, <자료 14>, <자료 15>, <자료 16>, <자료 17>이다.

(11)

이다

.

주인공이

머슴

,

도둑

,

거지

,

게으름뱅이

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그 색씨 오줌 눗는데 눈독을 들여 가지구서 거기 이 색시가 오줌 놋는 데다가 이걸 꽂아 놓으면 색 시하구 장개를 들테니 그리 아르라.”

구 그래더래.

…(중략)…

그래 털을 이래 [손가락을 방바닥에 찍고서] 꽂았데. 털을 이래 꽃응께 아 뭐 색씨가 아침에 자구 나 옹께 자구 궁둥이서 소리가 나드랴.

“빌꼼―, 벨꼼―셀꼼―”

뭐 이런 소리가 나구 그래거등. [청중:웃는다] <자료 9, 336쪽.>

주인공의 목적을 달성하게끔 해주는 것이 바로 주보이다

.

주보는 현실세계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

실현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

위의

<

자료

9>

에서 처녀가 오줌 눈 자리에 새털을 꽂아 놓자

,

처녀는 걸을 때마다 궁둥이에서

빌꼼―

,

벨꼼―

,

셀꼼―

하면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 ‘

주보형 혼인담

에서 처녀가 오줌 눈 곳은

담 모퉁이

,

뒤꼍

,

길가 한구석

,

등으로

,

일상에서 소변을 보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

.

금기어 중에서

여자가 아무 곳에나 소변을 보면 지렁이랑 결혼을 한다

.”

26)거나

여자가 풀숲에서 소변을 보면 뱀을 낳는다

.”

27)고 한다

.

변소가 아닌 곳에서 볼일을 보면 불길하다는 것이다

.

처녀의 행위를 통해 행동거지를 조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재앙이 뒤따르게 된다는 설화전승집단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 1930

년대에 채록된

<

자료

1>

<

자료

3>

를 제외한

19

편의 설화에서 화자는 처녀의 아랫도리에서는

릴 리리 쿵더쿵

,

릴리리 쿵더쿵

”(

자료

10), “

헐씨발시 당다궁 헐씨발씨 당다궁

”(

자료

14)

등의 소리를 낸다고 구 술한다

.

마치 눈앞에 있는 처녀가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하여 처녀의 집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 어지는 정경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

화자는 적절한 의태어의 구사를 통해 청중의 흥미를 유발하고 호응 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

이에 청중들은 웃음으로 화답을 한다

.

이런 처녀의 발병은 주술적 행위에 기인한 것이다

.

주술은 그 자체가 효력이 있다고 믿어지는 주문이나 의식을 사용하여 행해지는 것으로

,

거의 모든 민족에게서 주술적인 요소가 발견된다

.

할머니가 배가 아픈 아 이에게

할머니 손은 약손

하면서 배를 문질러주는 것이 바로 주술이다

.

주술은 유감주술과 감염주술로 나눌 수 있다

.

28) 유감주술은

모방주술

이라고도 하며

,

유사는 유사를 낳거나 혹은 결과는 그것의 원인을 닮는다는 것이다

. <

자료

9>

에서 처녀가 오줌을 누어 움푹 파인 곳에

그래 털을 이래

[

손가락을 방바닥에 찍고서

]

꽂았 데

.”

고 하는 것은 일종의 모의 성행위를 의미한다

.

털은

정력

,

성욕

29)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우리의 세시풍 속에서도 모의 성행위를 찾아볼 수 있다

.

정월 초하룻날이나 대보름에 과일나무의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둠

26) 최래옥, 뺷한국 민간 속신어사전뺸, 집문당, 1995, 228.

27) 디지털여수문화대전. http://yeosu.grandculture.net/?local=yeosu(검색일:2015. 2. 20.) 28) 프레이저(), 장병길(), 뺷황금가지뺸 Ⅰ, 삼성출판사, 1993, 45.

29) 한국문화상징사전편찬위원회, 뺷한국문화상징사전뺸 2, 두산동아, 2006, 700.

(12)

으로써 그 해 과실이 많이 열리기를 기원하고

,

단옷날 대추나무를 시집보내면 대추가 많이 열린다고 하여 둘 로 뻗은 가지에다 돌을 끼운다

. ‘

주보형 혼인담

에서 유감주술적 사고에 기반을 둔 모의 성행위는 설화전승집 단으로 하여금 주인공과 처녀의 결합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상징적인 방법이라고 하겠다

.

감염주술은 접촉주술이라고도 하며

,

한 번 서로 접촉한 것은 실제로 그 접촉이 떨어진 후에도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처녀의 몸에서 배출된 오줌은 처녀의 신체 일부에 해당한다

.

오줌은 배출되면서 땅에 흡수 되지만

,

주술은 모래나 흙에 남겨 둔 몸의 자국을 통해서도 공감적으로 그 사람에게 작용한다

.

메클렌부르크 에서는 사람의 발자국에 못을 박으면 그 사람은 절름발이가 되고

,

프랑스의 어떤 지방에서는 여자가 걷고 있 을 때에 누가 그 뒤를 쫓아가 흙 위에 남긴 그녀의 발자국에 못이나 주머니칼을 꽂으면 그 여자는 그것을 다시 뺄 때까지 한 발도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

30)이와 마찬가지로 처녀의 정기가 남아 있는 자리에 주보를 꽂는 것은 그녀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

그녀가 병에 걸리게 되었다는 것은 감염주술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

프레이저의 주술적 사고에 의하면 처녀의 발병은 유감주술과 감염주술의 원리가 결합된 것이다

.

3. 혼담과 치료

생병을 앓는 처녀를 고치기 위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의원들이 몰려온다

.

그들은 침을 놓고 온갖 약을 다 쓰며 처녀의 병을 고치려고 노력했으나

, “

그런 병은 전에 고쳐본 일도 없고 이서

(

醫書

)

에도 씨여 있지 않 어 암도 낫우는 이원이 없었다

.”(

자료

6)

그러자

問卜쟁이를 데려다 점을 치

”(

자료

4)

무당을 불러다고 굿을 하

”(

자료

17)

는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사용하지만

,

그 누구도 처녀의 병을 고치지 못한다

.

그것은 처녀가 앓고 있는 생병은 아무나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

오종 싼 자리에 이 털하구 사이털을 세 낱식 다 꽂아 두문 체네래 병이 나서 앓게 되넌데 이 병은 아무가이두 고티디 못하는 병인데 당신이 그 집이 가서 체네병 고티갔다구 하구서 곰털과 사이털을 하 나식 뽑으문 병은 났넌 거라구 말했다. <자료 2, 70쪽.>

위의 인용문에서 보듯이

,

처녀의 병은 인간적인 노력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화자는 처녀가 생병 을 앓는 이유가

곰털과 사이털

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주보의 존재를 아는 자만이 치료할 수 있음을 곰의 입 을 통해 밝히고 있다

.

그리고 오줌 눈 곳에 꽂아둔 털을

하나식 뽑으문 병은 났넌 거라구

하면서 주인공에 게 어떻게 병을 고쳐야 하는지 그 요령까지도 가르쳐 준다

.

주보형 혼인담

에서 처녀의 발병에 대응하는 부모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의 형태로 나눌 수 있다

.

아 그래 나술 수가 있어야제. 인자 이놈이 그 소문을 딱 듣고는 가서,

30) 프레이저(), 장병길(), 앞의 책, 82.

(13)

“아무개 양반 집이 따님이 어쩧게 아퍼서 그러요?”

…(중략)…

“인자 알았소, 나 시긴대로 하면은 저 벵이 낫소. 헌디 내가 낫와 줄꺼잉께 나, 낫이먼은 나를 사위 로 삼을 라요 안 삼을라요.” <자료 13, 775쪽.>

“우리 딸은 아믄 병을, 멀쩡하기는 멀쩡하거등. 밥 잘 먹고 뭐뭐 아무치도(아무렇지도) 안하는데, 그 래 병이 그러이 우리 딸 병은 세상 아는 사람이 없는데, 우리 딸 병을 고쳐주는 사람은 딸곤치가주고 그 딸 곤쳐주는 사람은 그 딸을 준다.”

그래.

“딸을 주고 우리 재산 반을 준다.” <자료 17, 385쪽.>

<

자료

13>

에서 부모는 자기 딸의 병이 깊어가는 것을 근심만 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 <

자료

13>

과 같이 병든 딸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는 설화는

13

31)으로

,

이들 설화에서는 주인공이 제

발로 나서서 처녀의 병을 고쳐주겠다고 한다

.

대신 자신을 사위로 삼으라고 한다

.

일종의 거래를 제안하는 것이다

.

이에 비해

<

자료

17>

의 경우 자신의 능력으로 딸의 병을 고칠 수 없다고 판단한 아버지는

딸을 주 고 우리 재산 반을 준다

.”

고 하면서 공개적으로 딸의 병을 고쳐줄 사람을 찾는다

.

이렇게 딸의 병을 공표하는 설화는

5

32)으로

,

혹시 모를 세상에 숨어 있는 이인적 존재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이다

. ‘

주보형 혼인담

에서 딸의 병을 공개하는 설화보다 이를 숨기고자 하는 설화가 많은 것은 여성의 행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 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겼던 사회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혼담이 주인공과 처녀 아버지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

혼인의 또 다 른 당사자인 처녀의 의사는 별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

전통사회에서 여자는 남자의 반려가 아니라 괘 락이나 노동의 연장에 불과하며

,

여자에게는 법률적으로나 관습적으로 아무런 권한도 부여되지 않았다

.

말하 자면 아무런 정신적 존재도 인정하지 않았는데33)이러한 전통적인 여성 관념이

주보형 혼인담

에 그대로 반 영되고 있는 것이다

.

주인공은 처녀가 발병한 지 며칠이 지나서 모습을 드러낸다

.

그것은 처녀 집에서 병을 고치기 위해 백방 으로 수소문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처녀 아버지의 의심을 벗어나기 위한 의도적 인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

.

집안 식구들은 처녀의 병으로 골머리를 앓고

,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병은 점점 더 깊어만 간다

.

더 이상 병을 고칠 묘안이 떠오르지 않을 때

,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이다

.

이것은 병의 심각 성을 알리고 주인공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

주인공의 등장이 늦으면 늦을수록 이야기의 재미는 배가 된다

.

31) <자료 1>, <자료 4>, <자료 5>, <자료 6>, <자료 7>, <자료 8>, <자료 9>, <자료 10>, <자료 12>, <자료 13>, <자료 15>,

<자료 16>, <자료 19>, <자료 21>이다.

32) <자료 2>, <자료 8>, <자료 11>, <자료 14>, <자료 17>이다.

33) 샤를르 달레(), 안응열·최석우(역주), 뺷한국천주교회사뺸 (), 한국교회사연구소, 1990, 183.

(14)

그래 인제 잘 믹이고 거서 대접을 잘 해가주고 그래 인제 미칠 먹여가주고 인제, 오늘 인제 심심(深 深) 그 아주 산주에(山中에) 가서 기도를 드려가 곤친다꼬, 그래 가가주고 뭐 아는데, 처음에 인제 오 준 눈 자리에 가서 호래이 눈썹을, 그래 인제 한 개를 뺐어. 빼고 나이께로 고만에 소리가 세가지 소리 가 나든 게 두 가지 소리 빽에 안나, ‘오브족 배족’ 그는 소리 밲에 안나. …(중략)…[큰 소리로] 또 얼 른 고쳐주지도 안해요. [웃음] 자기 인제 실컷 얻어먹고 자꾸 나달을 끘어(끌었어). 그래가 또 인제 가 가주 그집에 또 미칠 잘 먹고, 그 색시하고 잘 뭐 노고. 그래 가주고는 이제 또 미칠 이제 잘 먹고는 심심하믄 가가주 또 그래 하나 뺐어 뺏단 말이래. 그래가주고는 소리가 인제 하나밲에 안나지. ‘당나꿍’ 소리 빾에 안나. …(중략)…

“그래 보라꼬 말이래. 내가 그렇키(그렇게) 정성을 드리고 내가 그랬는데 그랠 텍이 있는가.”

그래가 그래 또 인제 실컷 얻어, 잘먹고 또 가가주고 인제 거 가서 또 하나 빼고 오이께로 다 낫잖 아. <자료 17, 386~387쪽.>

위의 인용문처럼 주인공이 처녀를 고쳐주는 부분이

주보형 혼인담

에서 절정부분에 해당한다

.

주인공은 처녀와 자신을 혼인시켜주겠다는 장인 될 영감의 약속을 믿고 처녀의 병을 고쳐준다

.

주인공이 처녀를 고치 는 방식은 치성34)과 약물치료

,

35)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경우36)로 나눌 수 있다

.

구체적인 방식이 제시되지 않은 경우는 위의

<

자료

17>

처럼 잘 얻어먹고 슬그머니 나가서 털을 뽑아준다

.

주인공은 처녀의 병을 한번에 고쳐주지 않고

,

여러 날에 걸쳐 천천히 뜸을 들이며 고쳐줌으로써 은연중에 처녀의 병이 위중한 것이었음을 각인시킨다

.

주인공이 오줌 눈 곳에서

가가주 또 그래 하나 뺐어 뺏단 말이래

.

그래가주고는 소리가 인제 하나밲에 안 나

게 되고

잘먹고 또 가가주고 인제 거 가서 또 하나 빼고 오이께로 다 낫

았다고 한다

.

처녀가 오줌 눈 곳에 꽂아 놓은 털이 하나씩 제거될 때마다 처녀의 병은 조금씩 차도를 보이게 된다

.

그런데

주보형 혼인담

에서 주인공이 처녀의 병을 치료하는 횟수는 설화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

치료 횟수가

1

회인 경우가

6

, 2

회인 경우가

3

편이며

,

나머지

12

편은 위의

<

자료

17>

처럼

3

회에 걸쳐 병을 고쳐 준다

. 3

회에 걸쳐 처녀의 병을 치료하는 설화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 3

이란 숫자는 문학이나 민속학

·

인 류학 등 제반 학문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설화에서

‘3’

은 수리상의 의미 외에 운율

·

리듬

·

쾌감이나 기 억의 편이를 도모하고 의미를 강화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

,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함으로써 화자나 청 자에게 설득력을 부여하거나 이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

설화에서의 반복은 필요에 따른 자연발생적인 것 으로

,

구연과 기억을 용이하게 해준다

.

반복 중에서도

세 번

의 반복은 구연

·

기억

·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강점이 되기 때문에 흔히 나타나고 또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

37)

34) <자료 4>, <자료 6>, <자료 17>이다.

35) <자료 2>, <자료 3>, <자료 5>, <자료 7>, <자료 13>, <자료 15>이다.

36) <자료 1>, <자료 8>, <자료 9>, <자료 10>, <자료 11>, <자료 12>, <자료 14>, <자료 16>, <자료 18>, <자료 19>, < 20>, <자료 21>이다.

37) 강재철, 3의 법칙」, 뺷한국설화문학의 탐구뺸, 단국대학교출판부, 2010, 177~178.

(15)

4. 병의 재발과 혼인

주인공은 처녀의 병을 고치면 사위를 삼겠다고 하는 처녀 아버지의 약속을 믿고 치료를 시작한다

.

그런데 처녀 아버지는 주인공을 처음 본 순간부터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

.

혼인을 둘러싼 주인공과 처 녀 아버지의 대립은 예견된 일이었던 셈이다

.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 ‘

주보형 혼인담

에서 등장인물 간에 갈등 양상을 보이는 것은 제

2

유형에 속하는 설화들이다

.

까짓 남우집에 뭐 안꾸도(아무것도) 없는 놈 뭐 고치만 고만에 다른 데로 장가드릴 요랑하고 딸을 안줄 요랑하고, 이리(이러니) 줄 생각도 없지.

“([빠르게] 오냐, 그만 곤치라고 자네께 딸 주마.”

…(중략)…

“[사정하는 투로] 야야 우리 딸이사 차마 널 줄라? 내 어데 좋은 데 중신들어 주께. 어예든동 고쳤으 이 니 그래 마음 먹어라.” <자료 16, 335쪽.>

<

자료

16>

에서 이웃집의 머슴이 자기 딸을 고치겠다고 나서자

, “

다른 데로 장가드릴 요랑하고 딸을 안줄

요랑하고

,

이리

(

이러니

)

줄 생각도 없

으면서 우선 급한 대로 자기 딸을 고치면

자네께 딸 주마

하고 약속을 한다

.

요행스럽게 딸이 완치되면 머슴을 다른 여자에게 장가보낼 요령이었던 것이다

.

처녀 아버지는 딸의 병 을 고쳐야겠다는 일념으로 허언을 둘러댄다

.

애초에 머슴에게 장가보낼 생각이 없었던 것은 집안이 격에 맞 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그러나, 머슴을(에게) 딸로(을) 줄라(주려) 하이끼네 도저히 이거는 참말로, 이전에 말이지, 머슴을 딸 로 우예(어떻게) 주겄노 말이지. 동네 사람 보기도 남사시럽고, 또 동네 사람뿐 아이라 뭐 그 면내, 군내 사람 딱 볼 때는 남사시럽아서 그 줄 수가 없어 가지고 머슴한테 사정을 한 기라. <자료 18, 417쪽.>

<

자료

18>

에서 보듯이

,

딸을 머슴에게 시집보내는 것은 지체 있는 집안에서

동네 사람뿐 아이라 뭐 그 면내

,

군내 사람 딱 볼 때는 남사시럽아서 그 줄 수가 없

다는 것이다

.

과거 혼인은 당사자들 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

능력이 있는 사윗감이나 좋은 집안의 며느리 감을 찾는 것은 사회적

·

정치적으로 양가 모두에 도 움이 되는 것이다

.

그래서 혼인 당사자가 원하는 배우자와 부모를 비롯한 가족이 원하는 상대가 다를 경우 대부분 가문의 결정에 따라 혼인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

.

그것은 혼인은 당사자들끼리의 만남이 아닌 가문과 가문의 또 다른 인연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

특히 딸을 둔 부모의 경우 혼인은 딸의 미래가 걸린 문제였 기에 혼인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38)

38) 김원종, 뺷혼인의 문화사뺸, 휴머니스트, 2007, 226.

(16)

진사는 그 가난허고 저그 집이서 종처름 심부름이나 히주고 밥찌꺼기나 얻어먹고 사는 집이로 딸을 여우기가 실어서 “야 이놈! 어디라고 내가 너 같은 놈헌티 내 딸을 시집보내야. 너같은 놈헌티는 시집 못 보낸다!” <자료 5, 316쪽.>

위의

<

자료

5>

에서 이진사는 총각을 어르고 달래다가 결국 자기의 말을 듣지 않자

, “

너 같은 놈헌티 내 딸을 시집보내야

.

너같은 놈헌티는 시집 못 보낸다

!”

하면서 자신이 한 약속을 뒤집어 버린다

.

정혼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양가의 지위와 지체가 상호간에 어울리느냐는 것이다

.

그런데 딸을 고쳐주겠다고 나선 주 인공은 처녀 아버지와 주인과 머슴의 주종관계이거나 아니면 양반과 평민 등 수직적인 상하 관계에 있는 인 물들이다

.

신분과 계층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기에 처녀 아버지는 주인공을 딸의 혼인 상대로 받아들일 수 없 었던 것이다

.

처녀 아버지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무의미함을 인지한 총각은 스스로 난관을 극복할 방법을 강구한

. <

자료

5>

에서 주인공은

내가 다시 방법을 뀌메서 장개들 수밖에 없다 허고서 진사 딸이 오짐 눈 자리에

그 새털을 꼽어

놓는다

.

이처럼 처녀의 병이 재발하는 것은 제

2

유형에 속하는 설화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

딸의 병이 재발하자 진사는 총각을 찾아와서 병을 고쳐달라고 사정을 한다

.

하지만 총각은 자기는 못 고 쳐주겠다고 거절하면서

,

처녀의 병이 재발하게 된 것은

나허고 결혼시키지 안히서 그 벵이 다시 도

진 것이 라고 둘러댄다

.

처녀가 완치되기 위해서는 자신과 혼인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

애가 탄 진사는 총각에게 딸을 시집보내겠다고 약속한다

.

처녀의 병이 재발하는 것은 진사와 총각 사이에 더 이상 수직적인 상하 관계가 존 속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

이놈이 시침을 딱 떼고. 그래 가지고 다시 날을 받어 가지고 불야불야 날을 받어 가지고 대사를 지 내놓구,

“아무개 진사댁 천석꾼의 딸 식을 올린다.”

하니께, 사람이 무지무지하게 오고 신랑 새닥(새댁)해서 인저 참 초례를 지냈단 말여. 지내고 나서 그 날 저녁에 빼놓으면 이놈의 조화라고 할테니께 며칠 묵혀 두었다가 한 개를 빼 놔요. 그러면 괜찮고. 이저 그 때는 데리구 사니께, 대사꺼정 지냈으니께 빼서 내빼리는 거여, 사흘 저녁을 그렇게 다 빼내고 나니 성한 사람이 되였어. 그래 장개를 들어서 아들 딸 낳았는데 참 아들 삼형제 딸 둘, 오남매를 낳고 한백년 해로하고 진사한테 글 배워 베슬까지 얻어서 잘 살드래요. <자료 10, 509쪽.>

위의

<

자료

10>

에서 보듯이

,

주인공은 지난번의 일을 교훈삼아 무작정 처녀의 병을 고쳐주지 않는다

.

는 먼저 처녀와 혼례를 치를 것을 요구한다

.

병든 딸을 둔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

주인공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녀와 성대하게 혼례식을 치르고 정식으로 진사 댁 사위가 된다

.

그런 뒤에도

이놈의 조화라고 할테니께 며칠 묵혀 두었다가

천천히 처녀의 병을 고쳐주기 시작한다

.

사람 들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는 영리함이 엿보인다

.

순진했던 주인공이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을 터득한 것이다

.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은 아들 딸 낳고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식의 전형적인 민담의 형식으로 끝을 맺는다

.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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