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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인간만이 흰자위가 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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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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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76

… NICE, 제39권 제1호, 2021

나 흥 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명예교수 [email protected]

예로부터 네발짐승은 먹이를 찾느라 하루의 대부분을 땅만 보고 다녔습니다. 당연히 주위의 동료를 보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인간이 직립하면서 상 황은 달라졌습니다.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상대편과 얼굴 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말하기에 앞서 얼굴 표정으로 내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상대 방에게 얼굴 표정을 보여주려면, 얼굴의 털을 없애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털이 수북하면 미미한 근육의 수축이나 찰 나의 표정 변화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 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을 통해 분업과 교역에 성공 한 것이었습니다. 소통은 상대방과의 교감으로부터 나오 고, 얼굴 표정이 그 시작점일 것입니다. 상대방의 얼굴 표 정을 보거나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것 모두 눈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엄밀히 말해 소통의 창구는 눈인 셈이죠.

정면에서 흰자위가 보이는 동물은 인간 외에는 없습니 다. 정면에서 눈의 흰자위가 보인다는 것은 자기의 시선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인간과 유사하다고 하는 오랑우탄, 침팬지, 고릴라 등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정면 에서 흰자위를 볼 수가 없어서 선글라스를 쓴 사람처럼 어 디를 보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혹시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의 눈에 흰자위가 있다 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 눈의 가운데 검은 것은 동공이고, 그 주위의 밝은 부분은 홍채입니다. 물론 개나 고양이 눈에 흰자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눈의 뒤쪽에 있어 정면에서는 잘 보 이지 않아 시선을 쉽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영화 〈혹성탈출〉을 보셨습니까? 이 영화에 나오는 외 계인의 몸은 유인원을 닮았지만 아래 사진처럼 눈에는 흰 자위가 있습니다. 영화 〈ET〉에 나오는 주인공도 몸은 요 상하게 생겼지만 눈에는 흰자위가 있습니다. 외계인중에 도 흰자위를 갖지 않은 것은 거리감이 있어 보입니다. 아 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의 동물 캐릭터도 유심히 보면, 거의 모두 눈에 흰자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 니다. 눈에 흰자위만 있으면 몸이 다르게 생겨도 우리 편 처럼 느껴진다는 점을 노린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사실을 지금 처음 알았을 지 모르지만, 제작자나 만화가들은 이미 이 사실을 꿰뚫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생물학자인 마가렛 리빙 스톤Margaret Livingstone 교수가 2017년 「네이처신경과 학Nature Neuroscience」에 보고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 폐증 가능성이 높은 아기들에게 부모나 가족의 얼굴을 많 이 보게 하고 특히 눈을 자주 맞추게 하면 자폐증의 발병 률을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빅토리아 레옹Victoria Leong 교수가 2017년 「미국국립과 학원회보PNAS」에 보고한 논문에 따르면, 아기와 부모의

인간만이 흰자위가 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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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NEWS & INFORMATION FOR CHEMICAL ENGINEERS, Vol. 39, No. 1, 2021 …

77 뇌파가 서로의 눈맞춤을 통해 일치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두 연구결과는 어릴 때 상대방과 시선을 마주치는 것이 성 장 초기의 뇌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줍니다.

여러분은 phubbing(퍼빙)이라는 영어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스마트폰을 뜻하는 ‘phone(폰)’과 무시를 뜻하는 ‘snubbing(스너빙)’의 합성어로, 현대인이 스마트 폰에 빠져 앞에 있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을 비꼬는 말입 니다. 직접 소통하는 것보다 문자 메시지나 SNS 등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현대인들이 늘어난다는 뉴스를 접할 때 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 터 상대방과 마주하며, 소통을 통해 남의 마음을 알아내고 공감 능력을 길러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점점 소 통과 공감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 빠져드는 것을 중독이라고 합니다. 중독은 물질중독과 행위중독으 로 나눌 수 있는데, 스마트폰중독이나 인터넷중독 등은 행 위중독에 속합니다. 도대체 인간은 왜 나쁜 자극과 유혹에 빠져드는 것일까요? 자기에게 해롭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우매하게 나쁜 일을 감행해버리는 동물은 지구상에 인간 밖에 없다는 것을 보면, 진화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지구상에서 비만으로 고생하는 동물은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반려동물 뿐이며, 자기의 환경을 파괴하는 미련한 생명체는 인간과 바이러스 뿐이라는 것을 보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습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며, 전쟁이 발발하면 낮아졌던 자살률이 평화롭고 풍요로운 사회가 되면 다시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히려면 뇌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진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술 담배 가 건강을 해친다고 수없이 강조하고, 인간이 스스로 판단 할 정도의 이성과 논리를 충분히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금 연과 금주라는 단어는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기야 환 자에게 금연을 권하는 의사의 주머니에도 담배가 들어 있 으니 할 말이 없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며 주변 사람과는 건성으로 눈을 맞 춘 채 머리를 숙이고 목이 구부정한 상태로 돌아다니는 현 대인을 보면, 어렵사리 직립에 성공한 호모 사피엔스가 다 시 먹이를 찾아 땅만 보고 다니는 네발짐승으로 돌아가려 는 것은 아닌가? 라는 불길한 생각마저 들곤 합니다.

<약력>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1990년 모교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한 이 래, 기초의학인 생리학 연구와 학생 교육에 매진하고 있 다. 고려대학교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19회 수상, 2017년 「중앙일보」가 선정한, 전국 17개 대학 32명의 대학 교수 ‘강의왕’ 중 한 명이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케이무크 (KMOOC, 일반인 대상 온라인 공개강좌)에서도 최고의 강의 평가를 받으며 2017년 교육부총리 표창장을 수상하 는 등 학생 교육뿐 아니라 과학의 대중화 작업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한생리학회 이사장, 한국뇌신경과학회 회장, 한국뇌 연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신경병증성 통증 실험동물모델’에 관한 연구가 독

일 슈프링거Springer 출판사에서 발간한 ‘통증백과사전

Encyclopedia of Pain’에 실렸고, 그의 이름이 세계 3대 인

명사전 ‘마르키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

는 등 연구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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