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국토 제456호(2019. 10) 기자칼럼
김동훈 | 한겨레신문 스포츠부장(cano@hani.co.kr)
자영업자의 한숨,
창업생태계 연구가 절실한 이유
내가 다니는 신문사 근처에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하나 생 겼다. 내가 이 음식점에 관심이 간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음 식 메뉴였던 데다 고등학교 절친 동창이 운영하는 프랜차 이즈 업체였기 때문이다.
음식점 개업식 날, 젊은 사장 부부의 들뜬 표정을 잊을 수 없다. 프랜차이즈 업체 사장인 내 친구는 개업식 날 주 방과 홀을 돌며 세심하게 체크하고, 이것저것 소상히 설 명했다. 이 친구는 자신의 소신을 “돈만 벌자고 무작정 가 맹점을 늘리지 않는다. 성공 확률이 높다는 확신이 서야 가맹점주와 계약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친구의 의지와 달랐다. 이따금 찾은 이 음식점은 장사가 그리 잘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리던 어 느 날 지인과 점심식사를 하러 이곳을 찾았는데, 다른 업 체로 바뀌어 있었다. 무척이나 당혹스러웠고, 그 젊은 부 부의 얼굴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던 우리 집 아파트 입구의 만두 가 게 역시 언제부턴가 커피전문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만두 가 꽤나 맛나서 이따금 찾아갔던 곳이다. 오랫동안 자리 를 지키고 있던 그 앞 김밥집도 언제부턴가 문이 굳게 닫 혀 있다.
창업하면 떠오르는 자영업은 이미 포화상태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550만 명을 넘어섰다. 음식점 10곳 중 10년 후 살아남는 곳이 1~2곳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벤처 창업이라고 결코 녹록지 않다. 한국 대학생이 안 정적인 공무원과 대기업 취업에만 매달리는 이유다. 벤처 창업이 직업 선택 1순위인 미국 청년들과 대조적이다. 미 국은 그 결과 페이스북·아마존·애플 등 뉴비즈니스 기
업들이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였던 핀란드의 노키 아(Nokia)가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삼성과 애플에 밀려 급 기야 휴대폰 사업을 포기했다. 핀란드의 GDP(국내총생산) 는 무려 8.3%나 감소했고, 실직자가 4만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핀란드 정부는 노키아 실직자 중 창업을 희망한 이들에게 최대 4천만 원씩 지원했고, 이를 통해 핀란드 경 제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유럽 전체 인구의 4%인 핀 란드에서 유럽 전체 스타트업의 4분의 1이 탄생하는 계기 가 됐다.
최근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면서 ‘혼밥 족’, ‘혼술족’에 이어 혼자 디저트를 즐기는 ‘혼디족’이 뜨 고 있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라는 소비 트렌드가 등장했 다. 자영업 전체 매출액의 20%를 차지하는 인건비 절감 을 위한 ‘서빙로봇’도 등장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창업 생 태계에 빨리 대처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