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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ISD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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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가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비준 절차를 통과하여 이제 발효를 앞두고 있 다. 한미 FTA는 협상 초기부터 많은 이슈들이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지만, 국회 비준이라는 마지막 단계 까지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것은 농산물, 소고기, 자동차도 아니고, 놀랍게도 투자협정과 관련된 ISD (투자자 대 정부간 분쟁해결절차)였다.

왜 놀라운 일인가? 첫째, 투자협정은 전문가들 조차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 이 적지 않은, 통상분야 협정 중 가장 난해한 협정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를 일반 국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던져주고 한미 FTA를 해서는 안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 것처럼 목청을 높이니 국민들은 얼마나 혼돈스러웠겠는가? 둘째, 일부 정치인들은 잘못된 내용을 아무 거리낌 없이 진실인 것처럼 주장을 했다. 어차피 일반국민들은 제대로 알지 못하니까 그냥 목소리만 크게 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 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지난 1990년대 중후반에 OECD에서는 다자간 투자협정을 제정하려는 협상을 한 적이 있다. 즉 두 국가 간에 일반적으로 체결되는 투자협정을 다수의 국가들이 참 여하는 하나의 협정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3년 여의 협상이 진행되었지만 결 국 협상은 실패했다. 협상 실패의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협 정이 갖고 있는 난해성에 있었다. 당시 협상의 의장은 최종적으로 협상 실패를 인 정하면서 이 협상은 단지 투자협정의 난해성을 확인시켜준 협상이었다는 언급을 했 던 것이 기억난다. 필자는 OECD, WTO 등 국제기구에서의 투자협정에 관한 논의, 그리고 우리나라의 주요 양자간 투자협정 체결 과정 등을 계속 밀접히 지켜볼 수 있었고, 나름대로 이 분야의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아직도 상당히 조심스럽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뜨겁게 이슈화되었던 사안인 만큼, ISD 논쟁 에 대한 두 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사법주권의 침해인가?

국내법을 위반한 국내의 위법행위에 대해 우리나라 사법부가 관할해야 한다는 것 이 사법주권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협정과 같은 국제법도 국내법과 동등한 지위를

한미 FTA ISD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김관호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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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있으니 사법주권의 논리를 따지면 협정 위배도 우리나라 사법부가 관할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부가 WTO협정을 위반한 사항도 우리나라 사법부가 다루어야 하고, WTO의 분쟁해결절차는 우리의 사법주권을 침해한 것인 가? 우리나라는 많은 국제기구와 국제협정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의 상당수는 별도 의 분쟁해결절차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투자협정의 ISD만이 사법주권 침해의 비난을 받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는 아마도 FTA하의 분쟁이 정부 대 정부 간의 분쟁이 아니고, 외국인 투자자 라는 개인 내지 기업이 우리나라 정부의 투자협정 위반을 이유로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한다는 분쟁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외국정부가 우리나라 정부 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요구하는 것과,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국 제중재를 요구하는 것, 전자는 사법주권의 침해가 아니고 후자는 사법주권의 침해 인가?

ISD가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은 맞는 말이다. 아니 보다 정확 하게 표현하면 우리가 자발적으로 투자분쟁과 관련된 사항에 관해 사법주권을 국제 협정에 이양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한미FTA 때문에 마지못해 그렇게 한 것이 아 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전에 세계은행의 산하기구인 ICSID(국가와 타국 국민간 의 투자분쟁 해결에 관한 국제센터)에 가입하였다. 우리나라가 이 기구에 가입할 때 이미 우리는 투자분쟁에 관한 사법주권을 자발적으로 이양한 것이다. 세계 대부 분의 국가들이 이 기구에 가입하고 있고, 이 기구의 중재규칙을 통한 투자분쟁의 해결을 투자협정에 규정하고 있다. 즉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투자분쟁에 관한 사 법주권을 자발적으로 협정과 국제기구에 이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투자분쟁에 관한 사법주권을 이양해서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한 가 상적인 예를 들어보자. 론스타처럼 국내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외국투자자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우리 정부가 투자협정에 위배되는 행위를 통해 이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하자. 국제중재를 통한 해결방법이 없다면, 이 투자자는 피해를 보 전받기 위해 국내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그리고 이 소송은 국내와 외국에 서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물론 우리 사법부는 공정한 판결을 할 것이다.

그 결과 투자자가 승소한다면? 국내 여론은 사법부가 외국자본의 압력에 굴복했다 는 비난을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승소한다면? 해외 언론은 외국자본에 대한 한국 의 배타적인 풍토가 확인되었다는 식의 조롱을 할 것이다. 사법부는 사법주권을 지 켰다는 만족감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국가 전체적으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외국자본에 대한 국민인식이 악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환경에 대한 외국기업의 인식이 나빠지는 계기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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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그러나 국제중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이러한 부담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결정권자라면 사법주권을 완전히 지킨다는 명분보다는 사 법주권이 좀 훼손되더라도 실리를 얻는 선택을 하고 싶다.

모든 국제협정은 이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주권을 부분적으로 포기한 결과이다.

관세협정은 관세주권을 부분적으로 협정에 이양한 것이고, WTO의 다자간협정, 한 미FTA 등과 같은 포괄적인 통상협정은 우리의 정책주권을 부분적으로 협정에 이양 한 것이다. 주권을 완벽히 지키려한다면 그 어떠한 국제협정에도 참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공공정책의 추진이 어려워진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투자협정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공공정책이 전면 무력화된다는 주장을 했다. 아마 이들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국민들에게 충격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과장해서 표현했다는 사실은 인 정하지 않을까 한다. 하여튼 투자협정으로 인해 공공정책 추진이 제약된다는 주장 은 올바른 주장인가? 아마도 가장 적절한 답은 ‘투자협정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공 공정책이라면 이는 취지는 좋을지 모르지만 방법이 잘못된 공공정책이다’가 아닐까 한다.

투자협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어떤 공공정책을 추진하든 전혀 문제 가 되지 않는다. 단지 투자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에 합치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리가 외국투자자와 국내투자자를 차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분야에서 차별해서는 안된다 는 것이다 (내국민대우). 또 하나는,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공공정책 추진으 로 외국투자자의 재산권이 심하게 침해되어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적절한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접적 수용에 대한 보상).

역시 가상적인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우리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좋은 취지하에 중소기업들만이 해야 하는 고유업종을 설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런 업 종에서 이미 사업을 하고 있던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들은 사업을 철수하도록 했다 고 하자. 어떤 외국인 투자기업이 있는데, 이 기업은 중소기업이라는 모든 기준을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기업이라는 이유로 역시 사업을 못하게 했다면 이는 내국민대우 위반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 된다.

또 다른 외국인투자기업이 있는데, 이 기업은 중소기업이라는 기준을 만족하지 못 한다. 그래서 이 기업은 이제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수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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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제 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완전히 국내 사업을 철수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하자. 이 기업은 재산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했고 이로 인해 큰 금전적 피해 를 입은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피해를 본 기업에게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우리의 공익을 위해 너희의 사익을 무조건 희생하라고 처우하는 것 이 올바른 것일까? 아닐 것이다. 사적 희생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올 바른 처우일 것이다.

우리의 헌법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재산권 의 물리적 박탈에 이르는 명시적인 수용조치 뿐만 아니라 사용과 제한을 통한 재산 권의 침해 역시 행정상 손실보상의 대상이 된다. 정부가 이러한 우리의 헌법 정신 을 염두하고 공공정책을 추진한다면, 투자협정은 공공정책 추진의 결코 새로운 제 약이 되지 않을 것이다.

투자협정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분쟁은 사실 재산권과 관련된 분쟁이다. 공공정 책을 추진하다 보면 사인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어느 정도 의 사적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인, 특정 집단에 과도한 사적 희생이 강 요된다면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한미FTA로 인해 투자분쟁이 발생할 것인가? 발생한다면 얼마나 많은 분쟁이 발 생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에 대해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그저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이다.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재산권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그렇게 높 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산권의 보호는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초석이다. 모 든 사회 구성원의 재산권은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공공정책이 아무리 취지가 정당하다고 해도 관련된 개인이나 기업에게 과도한 재산권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감 수하도록 한다면 이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각종 정책을 추진할 때 재산권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 재산권에 미치는 피해를 줄일 수 방법 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재산권에 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과도한 피해 에 대한 보상이 검토되어야 한다. 이것이 정책추진의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재산 권의 존중과 보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높이자” 이것이 한미FTA의 투자협정이 던 져주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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