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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크란츠와 보들레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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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0)임명규*

목 차 1. 들어가며

2. 로젠크란츠의 추 3. 로젠크란츠의 캐리커처 4. 보들레르의 웃음의 본질 5. 보들레르의 캐리커처와 현대 6. 나가며

<국문초록>

본 논문은 로젠크란츠와 보들레르가 캐리커처라는 새로운 예술장르를 ‘추의 미’

로 포착하고 있음을 밝히고, 그 미적 가치를 이론화 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분석한 다. 로젠크란츠는 추의 미적 정당화를 시도하면서, 일반 추와 아름다운 추를 구분 하고 캐리커처를 ‘아름다운 추’로 규정한다. 일반 추가 부자유를 자신의 근거로 삼 는다면, 아름다운 추는 ‘부자유의 자발성’을 자신의 근거로 삼는다. 캐리커처의 과 장과 비틀림, 비교와 지시의 과정이 완벽하게 창조된다면, 캐리커처는 무한한 자 유의 가상으로 현상된다. 로젠크란츠는 추의 최상급이 질적인 도약을 통해 미의 최상급인 절대미와 같은 무한한 아름다움을 획득한다면서, 추의 미적가치를 변증 법적으로 정당화한다. 한편, 보들레르는 웃음의 본질과 캐리커처의 구성요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추의 미’의 관점에서 캐리커처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다. 그는 웃음의 이중성이 인간의 이중성에서 기인한다고 말하는데, 이런 웃음의 이중성은 문명화된 도시인이 경험하는 현대적 삶의 이중성과 긴밀한 내적 연관관계를 갖는 다. 보들레르는 이 같은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술이 바로 캐리커처라고 분 석한다. 이와 같은 보들레르의 분석은 그의 이중성의 미학에 근거한다.

* 전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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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어 : 로젠크란츠, 보들레르, 캐리커처, 추의 미, 웃음, 현대성

1. 들어가며

추(Häßlichen)는 전통적으로 미의 결핍 또는 무형으로, 미의 부차적이고 상대적인 현상으로 이해되었다. 존재론적 지평에서 진․선․미는 영원한 존재로, 그 부정인 위․악․추는 소멸되어야 할 비존재(Nichsein)로 인식된 것이다. 특히 추는 선의 기준에서 제압되어야 할 악으로, 또는 미를 치장하 고 긴장을 강화하기 위한 부차적 수단으로 이해되었다. 이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를 대표하는 주요 개념이 그리스어 ‘완전함(Kalokagathia)’이다. 미 (Kalos)와 선(Agathos)이 결합된 완전함의 이상은 미의 이상이었으며, 따 라서 미의 반대인 추는 자연스럽게 악, 전체적인 불완전함으로 인식되었 다.1)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나은 ‘추한 현실’의 영향으로, 또한 프랑스혁명과 낭만주의의 등장으로 인해 예술에서의 추는 점차 외면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예술작품에서 전면화 된다.2) 헤겔은 이 같은 시대의 징후를 ‘예술의 끝(Ende der Kunst)’과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은 예술(Die nicht mehr schönen Kunste)’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하는데, 이는 현대예술에서 추가 필연적인 요소로 전면에 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 다.3) 과거에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과거의 미

1) 에코는 고대 그리스가 ‘완전함’이라는 이상의 관점에서 육체적 추함과 도덕적 추함의 관계를 다룬 많은 문헌을 남겨주었다고 말하면서, 이런 이상의 관점이 신고전주의 시기 까지 이어진다고 말한다. 진․선․미의 존재론적 지위를 잘 드러내는 개념이 ‘완전함’인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이어지는 미와 추의 관계에 대해서는 움베르트 에코, 추의 역사, 오숙은 옮김, 열린책들, 2008, 23면 이하 참고.

2) 열악한 노동계급의 상태와 도시생활의 비참함과 같은 ‘추한 현실’에 대한 심미적 반응 이 예술적 추의 등장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이에 대해서는 조경식, 「‘추한 현실’의 대두와 추의 심미적 범주화」, 독일언어문학 48집, 2010, 231~236면 참조.

3) 헤겔 예술철학에서 추의 범주를 중심으로 한 연구에 대해서는 권정임, 「헤겔의 ‘예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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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기준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미적 현상을 나았고, 체계적인 학문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추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 따라 추의 미적 가치를 규명하기 위한 학문적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이라 할 수 있다.

예술에서 추라는 혼란스럽고 복잡한 개념을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추 개 념과 미와 추의 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무엇보다 추의 독자적인 미적 가치를 정당화해야 한다. 이 같은 작업은 추의 관점에서 전체 예술사를 반 성하는 새로운 자기인식과 이해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존재, 무형 또는 미를 치장하는 장신구로 취급되어 왔던 추의 미적가치를 정당화 하는 문제는 현재까지도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작업이라 할 수 있다.4)

움베르트 에코가 올바르게 평가하고 있듯이, 카를 로젠크란츠(K.

Rosenkranz, 1805~1879)는 최초로 체계적인 추의 미학을 완성한 학자이 다. 그의 책 뺷추의 미학뺸(1853)5)은 예술에서 추의 현상을 분석하고 이론을 체계화한다. 추의 현상학을 구축하는 로젠크란츠는 미의 부정인 추 일반과 구별되는 ‘아름다운 추(schönen Hässlichen)’를 주장한다. 추의 미적가치를 포착하고 이를 아름다운 추로 규정하는 작업은 뺷추의 미학뺸의 정점이라 할 수 있으며, 기존의 추에 대한 연구와 구별되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로젠크란츠가 말하는 아름다운 추는 캐리커처(Karikatur)이다.6) 이렇게

개념에 기초한 근대 부조화적 미(추)의 성립원리에 관하여」, 미학·예술학 연구 27집, 한국미학예술학회, 2008 참고.

4) 19세기를 전후하여 추를 둘러싼 미학담론은 필연적으로 추, 미, 숭고, 비극과 코믹 등 다양한 범주들과의 관계정립에 관한 담론으로 이어진다. 추 개념은 추의 대상, 체계성, 방법론적인 층위에 있어서 복잡한 이론적 어려움을 갖는데, 이는 현대미학도 마찬가지 라 할 수 있다. 김충남 외, 추와 문학, 동문선, 2010, 25~27면 참고.

5) K. Rosenkranz, Ästhetik des Häßlichen, Leibzig: Reclam, 2007. 이 책의 번역서로는 카를 로젠크란츠, 추의 미학, 조경식 옮김, 나남, 2008. 이하 ÄH로 약하고 원문의 면수 와 함께 괄호 안에 번역본의 면수를 함께 표기함.

6) 캐리커처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났으나 18세기 말경부터 하나의 장르가 되었으며, 19세기에는 훌륭한 예술가들에 의해 제작되었다. 따라서 19세기에 캐리커처가 처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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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의 정점인 캐리커처의 미적가치를 포착하고 수용하는 로젠크란츠의 연 구는 시기적으로 매우 빠를 뿐 아니라 미학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7) 19세 기 새로운 예술장르로 등장하기 시작하는 캐리커처에 관한 로젠크란츠의 연구는 광범위한 실증적 자료가 보여주듯 매우 진지한 학문적 연구의 일환 이었다. 이런 캐리커처에 대한 연구는 그 혼자만의 관심이 아니었다. 로젠 크란츠가 독일에서 캐리커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면, 프랑스에 서는 보들레르가 캐리커처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샤를 보 들레르(C. Baudelaire, 1821~1867) 역시, 유럽의 캐리커처 작품을 수집하고 당대의 여러 작품을 비평하면서, 캐리커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보들레르의 캐리커처에 대한 연구는 그의 대표작인 뺷악의 꽃뺸(1857), 뺷파 리의 우울뺸(1869)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시작되었다.8) 현대성에 관한 보들 레르 미학의 주요 테제들이 구체적으로 전개된 「현대생활의 화가」(1863년) 보다 캐리커처에 대한 연구가 앞선다는 점 뿐 아니라, 보들레르 미학의 주 요 개념인 ‘이중성’, ‘정신성’, ‘이상성’,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등이 캐

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그 위상이 높아지고 중요한 예술로 자리 잡았다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현대예술에서 캐리커처가 갖는 성격에 대해서는 한스 제들마이어, 중 심의 상실, 박래경 옮김, 문예출판사, 2002, 220면 이하 참고.

7) 나는 로젠크란츠가 19세기 중반 등장한 새로운 예술장르인 캐리커처의 미적가치를 이 해하고, 이를 헤겔미학의 낭만적 예술형식의 특징인 “참된 희극”과 “아름답지 않음” 개 념을 아름다운 추로 종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임명규, 「로젠크란츠의

‘캐리커처’와 헤겔의 ‘참된 희극’ 비교를 통한 ‘아름다운 추’ 해명」, 인문학연구 50집, 조선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5 참고.

8) 실제 보들레르가 이 논문을 준비한 것은 1845년 즈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원제 목을 「캐리커처에 대해서, 그리고 예술 속의 보편적 희극성에 관해」라고 붙였으나 이후,

「웃음의 본질」로 변경한다. 애초의 계획에서 알 수 있듯이 보들레르는 온전히 캐리커처 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 소논문 외에도 「1846년 캐리커처 살롱」, 「몇몇 프랑스 캐리커처 작가들」, 「몇몇 외국 캐리커처」 등의 글을 남긴다. 보들레르가 다루는 대표적 인 프랑스 캐리커처 작가로는 도미에, 가바르니, 그랑빌, 트라비에 등이 있고, 해외 캐리 커처 작가로는 호가스, 고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브뢰겔 등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도 윤정, 「보들레르의 반개념적 글쓰기-미술비평문을 중심으로」, 철학사상 27호, 서울대 학교 철학사상연구소, 2008, 36면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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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처 연구에서도 등장하기 시작하는 점에서 캐리커처 연구는 보들레르 미학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9) 보들레르는 캐리커처에 대한 연구를 총 4편의 글로 정리하는데, 특히 그 중 캐리커처에 대한 일반론에 해당하는 것 이 「웃음의 본질에 관해, 그리고 조형예술 속의 보편적 코믹성에 관해」

(1855년)이다.10)뺷추의 미학뺸이 1853년에 출간된 것과 비교할 때 로젠크란 츠와 비슷한 시기 혹은 더 이른 시기에 보들레르도 캐리커처에 대한 연구 를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보들레르 역시, 로젠크란츠와 마찬가지로 ‘추의 미’ 관점에서 캐리커처를 분석한다. 그는 캐리커처를 웃음의 본질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 것으로 이해하고 웃음과 캐리커처를 현대적 삶의 특징을 극명 하게 보여주는 고유한 미적 현상으로 판단한다.

본 논문은 1850년대를 전후한 시기에 캐리커처라는 새로운 예술장르를

‘추의 미’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분석한 로젠크란츠와 보들레르의 연구를 상 세히 분석한다. 이들은 캐리커처를 추의 범주에 속한 것으로 인식하고, 그 미적가치를 정당화하려는 목적에서 이론적 해명을 시도한다.

2. 로젠크란츠의 추

로젠크란츠는 뺷추의 미학뺸(1853년)에서 추를 미의 부정성(Negativität des schönen), 또는 부정적 미(Negativschöne)라고 규정하고 고대 그리스

9) 같은 글, 36면.

10) 이 글의 국내 번역본은 샤를 보들레르, 화장예찬, 도윤정 옮김, 평사리클래식, 2014.

본 논문에서 원문으로 삼은 것은 Charles Baudelaire, The essence of laughter : and other essays, journals, and letters, New York: Meridian Books, 1956. 필요한 경우 필자가 번역을 수정함. 보들레르는 애초에 캐리커처의 역사를 포함시키려 했으나, 샹플 러리와의 상의 하에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샹플러리는 고대 캐리커처의 역사, 현대 캐리커처의 역사를 발간하는데 이 책에 보들레르의 글 상당 부분을 인용한다.

샤를 보들레르, 화장예찬, 도윤정 옮김, 평사리클래식, 2014, 120면 각주 1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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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낭만주의시대까지 이르는 예술작품에서 나타나는 추의 현상을 분석, 독자적인 추의 체계를 구축한다. “추의 연관관계에 대한 완벽한 설명과 추 의 구성에 대한 보다 확실한 인식은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다”11)는 로젠 크란츠의 이해는 뺷추의 미학뺸을 통해 자신이 밝히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를 보여준다. 로젠크란츠는 예술에서 추의 형상화는 이념의 본질에 놓인 부 정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밝히고, “이념을 단순히 일면적으로 만 표현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추는 피해갈 수 없는 것”12)이라고 말한다.

마치 윤리학이 악을 연구하고 생물학이 질병을 연구하듯이, 미학에서 추에 대한 연구는 필연적인 것이다. 그에게 추 개념에 대한 연구가 가능한 학문 은 미학뿐이며, 추는 미학의 일부를 이룬다.

로젠크란츠는 뺷추의 미학뺸을 ‘형태 없음13)’, ‘부정확성’, ‘형태의 파괴 혹 은 기형화’로 구분한다. ‘형태 없음’과 ‘부정확성’은 그 전체 내용에 있어서 비례와 질서, 조화와 통일 개념을 기준으로 한 형식미학적 관점에서 추를 분석하는 반면, ‘형태의 파괴 혹은 기형화’는 미의 이념인 자유와 필연성을 중심으로 한 내용미학적인 분석에 해당한다. 특히, 뺷추의 미학뺸에서 캐리커 처를 가장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분석을 시도하는 부분이 ‘형태의 파괴 혹은 기형화’이다.

로젠크란츠는 미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통일성과 규칙성, 질서 등의 형식적 접근보다, 미의 최후의 근거가 자유인 까닭에 미의 영혼인 자 유를 중심으로 한 내용적 접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14) 로젠크란츠의

11) ÄH, 12(20)면.

12) ÄH, 41(48)면.

13) 형태 없음은 몰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칸트는 무관심한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것, 예를 들어 목적에 반하는 것(zweckwidrig), 규칙성이 없는 것(regellos), 형태가 없는 것 (ungestalt)들을 몰형식의 하위개념으로 포함시킨다. 김충남 외, 앞의 책, 30면 참조.

14) “미의 최후의 근거는 상술하자면 자유에 의해서 비로소 마련된다. (…) 통일성, 규칙성, 대칭, 질서, 자연의 진실성, 심리적이고 역사적인 올바름은 아직 미의 개념을 완전히 충 족시킬 수 없다. 이 충족은 미에서 흘러나오는 생명과 자유를 통해서 혼이 불어넣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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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커처에 대한 분석이 ‘형태의 파괴 혹은 기형화’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 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유의 관점에서 살펴보 는 미의 세계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미는 첫째 긍정적으로는 감각적 형식에서 조화롭게 나타나는 정신의 자유이 다. 둘째 부정적으로는 감각적 형식에서 조화롭지 않게 나타나는 정신의 분열과 부자유이다. 셋째 이러한 기형을 정신의 자유의 유희로 하강시킴으로써 지양하 는 것이다. 따라서 미는 단순 미, 추, 또는 코믹적인 것이다.15)

로젠크란츠의 미에 대한 이런 변증법적 규정은 뺷추의 미학뺸 전체에 적용 된다. 특히 “추는 미의 부정성으로서 코믹 내에 함께 설정되어 있으며, 코믹 은 이런 부정성을 다시금 부정한다”16)는 그의 말은, ‘미의 부정인 추는 코 믹에서 지양되고 미로 복귀 한다’는 핵심테제로서 뺷추의 미학뺸 전체에 적용 된다.

로젠크란츠에 따르면, 미의 최종적 근거인 자유가 자기 개념의 한계를 뛰 어넘어 무한성을 향하면 숭고함이 되고, 유한한 한계에서 만족하면 유쾌함 이 된다. 절대미는 무한한 고요함 속에 머물며 대립하는 숭고함과 유쾌함의 범주를 조화롭게 통일하고 미의 세계를 완벽한 조화로 현상한다. 최상의 미 가 절대미인 것이다. 반면, 미의 부정인 추의 최종적 근거는 ‘부자유’이다.

부자유는 자유로운 존재가 “자신의 자유를 부자유로 반박하고 스스로 갇혀 서는 안 되는 한계 속으로 내몰거나 넘어서는 안 되는 한계”17)를 넘어서는 힘이다. 여기서 부자유가 한계를 두어서는 안 되는 곳에 한계를 설정하면

기를 요구한다.” ÄH, 174(181)면.

15) K. Rosenkranz, System der Wissenschaft, Königsberg: Bornträger, 1850, p.562. 김은 정, 「추의 현대성에 대한 철학적 담론」, 뷔히너와 현대문학 23호, 한국뷔히너학회, 2004. 231면 재인용.

16) ÄH, 67(73)면.

17) ÄH, 158(16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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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함(Das Gemeine)’이 되고, 있어야 할 한계를 지양하면 ‘역겨움(Das Widrige)’이 된다. 추는 미의 부정이자 역전인 까닭에, 미의 범주인 숭고함 을 역전시키는 추의 범주에는 천박함이, 유쾌함을 역전시키는 추의 범주에 는 역겨움이 자리한다. 그리고 이제 미의 조화로운 통일인 절대미를 역전시 키는 추, ‘최상의 추’가 등장한다.

2. 로젠크란츠의 캐리커처

로젠크란츠가 절대미에 마주선 최상의 추로 상정하는 것이 바로 캐리커 처(Karikatur)이다. 천박함과 역겨움을 제압하는 추의 최상급인 캐리커처 는 추의 모든 색조를 거치면서 추의 형상화에서 선두주자의 자리를 갖는다.

로젠크란츠는 진·위, 선·악, 미·추처럼 ‘극단적인 것은 서로 넘나들 수 있다’

고 말하면서, 절대미가 미적 범주를 성숙한 화해로 이끌며 독자적인 미의 완성을 이룬다면 캐리커처는 절대미의 위상과 동일한 힘을 가지면서, 동시 에 더 자유분방하게 미와 추의 세계 사이를 넘나든다고 말한다. 특히, “추가 미적 총체성 내에서 올바른 작업을 통해 미의 의미를, 추한 미의 의미가 아 니라 아름다운 추(das schöne Häßliche)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18)고 주 장한다. 캐리커처의 과밀화된 추는 자기 파괴를 통해 ‘아름다운 추’로 탄생 한다. 이렇게 캐리커처는 “유한한 매체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즉자 적, 대자적으로 이념의 무한성 자체로, 즉 진과 선과 미로” 현상한다.19)이 부분이 로젠크란츠의 추에 대한 연구가 이전의 헤겔주의자들에 의해서 진 행된 추에 대한 연구와 구분되는 결정적인 지점이다.20)이전의 헤겔주의자 들이 추와 관련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이해에 머물고 있다면, 로젠크란츠

18) ÄH, 279(298)면.

19) ÄH, 415(427)면.

20) 조경식, 앞의 글, 220면 이하 참조.

(9)

는 아름다운 추를 절대미와 동등한 것으로 ‘절대적 자유’와 ‘이념의 무한성’

을 갖는다고 평가하면서, 당시의 새로운 예술장르인 캐리커처의 미적가치 를 미학적으로 정당화한다. 추 일반과 구별되는 아름다운 추는 로젠크란츠 가 구축한 추의 체계에서 독창적이며 핵심적인 개념이다.

우리가 여기서 묘사하고자 하는 자유는 자신 속에 함몰되어 있는 부자유의 자발성(Spontaneität)이다. 이런 자유로운 부자유는 특징적인 것을 개성의 유한 한 측면으로 절대화하고 그럼으로써 이상과 분열되지만 가상적 실재와는 화해 를 이룬 상태로 있고 이런 모순을 통해서 관찰자에게 웃음거리를 제공한다.

위에서 살폈듯이, 추가 부자유를 자신의 최종근거로 삼는다면, 일반적 추 와 구분되는 아름다운 추, 곧 캐리커처는 부자유의 자발성을 자신의 토대로 삼는다. 여기서 자발성(Spontaneität)이란 윤리적으로 제한된 개념이 아니 다. 자발성은 자신의 절대적 완성을 윤리적 결정에서도 찾지만, 삶의 유희 라는 측면에서, 역동적이고 유기적인 진행과정을 통해 미적 대상이 되는 자 발성인 ‘자유로운 부자유’이다.21) 아름다운 추의 최종적 토대는 자유로운 부자유이다. 이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이해는 캐리커처가 일반 추 와 구분되는 측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특징적인 것을 개성의 유한함으로 절대화 혹은 과장’한다는 것과 이는 ‘이상과 분열’된다는 것, 하지만 ‘가상적 실재와는 화해’를 이룬 것이라 는 로젠크란츠의 설명이다. 그가 설명하는 캐리커처의 작동방식은 다음과 같이 요약 가능하다.

캐리커처는 ‘추의 자기파괴’를 통해 코믹으로 넘어가는 추의 독특한 형태 로서 ①과장과 비틀기를 통해 생산되는 ‘개체적 형상’, ②개체적 형상과 본 래형상 사이의 ‘비교’와 ‘지시’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먼저, 캐리커처의

21) ÄH, 173(181)면.

(10)

과장은 개체적인 것의 특성을 강화함에 따라 대상이 갖는 보편적 특성을 사라지게 하는 과장이다. 형상을 ‘무형’으로까지 몰아가는 이 극단적 과장 은 대상의 ‘질적 파괴’를 자신의 목적으로 삼고, 형상 전체로 파고든다. 극단 적 과장이 전체의 비례관계를 왜곡하여 발생하는 비틀기는 ‘형상의 요소와 형상의 총체성 간의 불균형’을 의미한다. 한 부분은 과장으로 인해 그것이 전체와 맺는 정상적 관계에서 벗어나고, 다른 부분은 그것이 전체와 맺는 비례관계인 통일성을 지속하기 때문에, 전체에는 추한 변위와 비틀림이 발 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은 위에서 말한, ‘특징적인 것의 절대화 혹은 과장’이다.

개체적 형상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불균형은 다시금 정상적인 비례를 갖 춘 형상을 계속해서 생각하도록 추동하는 강요를 낳는다.22)이런 캐리커처 의 비교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원형상(Urbild)’과 그것의 내용과 형태를 역 전된 방식으로 자기 안에 반영시킨 ‘개체적 형상’에 대한 비교라고 할 수 있다.23)캐리커처의 개체적 형상은 과도한 개체화, 전체와 부분의 부조화를 포함한다. 그것은 정상적 형상의 내용과 형태 모두를 역전된 반사로 자기 안에 만들어냄과 동시에 파괴시켜 즉각적으로 본래의 형상을 떠올리게 하 는 비교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캐리커처는 이런 ‘개체화의 기술’을 통해 자 신 너머를 ‘지시’하는 것이다. 미가 자신의 독자적 형태 안에서 스스로 만족 하는 유희라면, 캐리커처는 비이념, 비본질의 형상을 통해 자기 너머의 이 념과 본질의 형상을 지시하는 긴장 속에 있다. 곧, 캐리커처 자체가 극단적 기형화의 결과물로 추의 과밀한 현상들을 포함하지만, 그 목적에 따라 비틀

22) “추 전체를 미의 비틀기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더라도 한 부분을 과도하게 크게 하는 특별한 요소는 캐리커처라고 불러 마땅한 분열을 그 형상에 만들어놓는다.” ÄH, 164(173)면.

23) “반성적 개념들인 모든 추의 규정들은 자신들에 의해서 부정적으로 정립된 미의 긍정 적 개념들과의 비교를 자체에 포함하고 있다. (…) 반면에 캐리커처는 자신의 척도를 더 이상 보편적 개념에만 두지 않는다.” ÄH, 380(387)면.

(11)

린 형상과 본래형상 사이의 지시 관계가 정확하게 이루어진다면 ‘심미적 조 화’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것은 위의 인용문에서 말한, ‘이상과 분열’된 형상 이지만 ‘가상적 실재와는 화해’를 이룬 상태를 뜻한다.

이처럼, 로젠크란츠는 추의 미적 정당화를 시도하면서, 일반 추와 아름다 운 추를 구분하고 캐리커처를 아름다운 추로 규정한다. 일반 추가 부자유를 자신의 근거로 삼는다면, 아름다운 추는 ‘부자유의 자발성’을 자신의 근거 로 삼는다. 과장과 비틀림, 비교와 지시의 과정이 완벽하게 창조된다면, 아 름다운 추인 캐리커처는 무한한 자유의 가상으로 현상되면서, 그 미적가치 의 정당화가 이뤄진다.

로젠크란츠와 같은 시기에 캐리커처의 미적 가치를 포착한 보들레르 역 시, 캐리커처를 ‘추의 미’의 관점에서 분석하면서 그 미적 가치를 이론으로 체계화 한다. 그러나 보들레르는 로젠크란츠처럼 캐리커처 자체의 원리에 집중해서 분석하지 않는다. 그의 캐리커처 분석은 웃음과 인간, 예술과 현 대성의 ‘이중성’ 특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보들레르는 캐리커처를 현대적 삶의 이중적 성격과 가장 적합한 예술장르로 파악한다.

4. 보들레르의 웃음의 본질

보들레르는 「웃음의 본질에 관해, 그리고 조형예술 속의 보편적 코믹성 에 관해」(이하, 「웃음의 본질」)를 통해 지금까지 어떤 철학도 깊이 있게 분 석하지 못한 신비로운 요소인 ‘웃음의 본질과 캐리커처의 구성요소’를 분석 할 것이라고 말하고, 캐리커처에 대한 연구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내가 특별히 몰두하고자 하는 다른 작품들은 신비하고 지속적이며 영원한 어 떤 요소를 지니고 있어서 예술가들이 주의를 기울일 만한 것들이다. 인간에게 그 자신의 윤리적, 육체적 추함을 보여 주도록 예정돼 있는 작품에까지도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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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움의 이런 붙잡기 힘든 요소를 도입하는 것은 얼마나 흥미롭고 주의를 기울일 만한 일인가?24)

보들레르는 캐리커처를 추로 규정한다.25)그러나 그는 캐리커처가 이런 윤리적, 육체적 추를 보여주면서도 ‘신비로우면서도 지속적이며 영원한 요 소’를 지니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캐리커처는 추함 속의 아 름다움, 곧 ‘추의 미’를 갖는다. 이 캐리커처의 미적 가치를 분석하는 것이 보들레르가 웃음의 본질과 캐리커처를 연구하는 목적이다.

보들레르에게서 이런 추의 범주는 캐리커처뿐 아니라 그의 전체 작품에 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은 추로부터 새로운 마력을 일깨운다”는 유 명한 문구와 “너는 내게 진흙탕을 주었고, 나는 그것으로 황금을 빚었다"는 시구를 통해 더욱 잘 드러나듯, ‘추의 미’는 사탄과 악마적인 것, 시체와 구 토, 폭력과 충격, 기형과 경악 등과 같은 테마를 통해 그의 전체 작품에서 고유한 미적 가치를 생산한다.26)보들레르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뺷악 의 꽃뺸 역시 ‘추의 미’인 것이다. 보들레르 작품 전체에 녹아있는 추한 예술 적 소재와 심미적으로 추한 경험, 그리고 추한 표현과 같은 추의 범주는 그 의 초기작인 캐리커처에 대한 연구에서도 그 단초를 드러낸다.27) 전체 예

24) 샤를 보들레르, 앞의 책, 121~122면.

25) 보들레르의 캐리커처에 대한 국내 연구 역시 없으며, 이에 대한 대표적인 국외 연구로 는 Michele Hannoosh, Baudelaire and caricature - from the comic to an art of modernity, Pennsylvania: 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Press, 1992 참고. 이 책은 보들레르의 미학을 ‘캐리커처의 미학’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그러나 캐리커처의 추 에 관한 성격을 다루지 않는 한계를 갖는다.

26) 후고 프리드리히, 현대시의 구조: 보들레르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장희창 옮김, 지만 지, 2008, 70면.

27) 보들레르 작품들의 순서상, 「현대생활의 화가」는 파리의 우울로 연결되고 웃음의 본질은 악의 꽃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생활의 화 가’가 보들레르의 미학의 두 측면인 현대성과 정신성을 화려하게 펼쳐 보인다면, 후자 (웃음의 본질)는 그 미학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도윤정의 평가는 타당 한다. 같은 책, 17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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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작품에서 변주되어 나타나는 추의 아름다움, 곧 ‘추의 미’는 그의 초창기 저작인 캐리커처에 대한 연구와도 긴밀한 연관관계를 갖는 것이다. 이렇게 보들레르는 ‘추의 미’의 관점에서 당시 새롭게 등장한 예술장르인 캐리커처 를 연구한다.

보들레르는 「웃음의 본질」에서 캐리커처를 독자적인 예술장르로 규정하 고, 코믹과 웃음의 본질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캐리커처가 코믹예술에 속 하고, 코믹예술은 웃음을 자신의 본질로 삼기 때문에, 캐리커처에 대한 이 해를 위해서는 먼저 웃음의 본질에 대한 해명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보 들레르는 웃음의 본질을 ‘현자는 두려움에 떨면서만 웃는다’는 테제를 중심 으로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현자는 세속적 욕망을 멀리하듯이 웃음을 멀리 하고, 웃을 때조차도 죄를 짓는 듯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보들레르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현자로서의 성격과 웃음의 원초적 특성’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 때문이라고 지적하는데, 이 모순은 웃음의 본질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웃음의 이중성’을 의미한다.

보들레르의 웃음에 대한 연구는 웃음의 ‘우월성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 다.28) 그는 당시의 생리학자들의 웃음에 관한 연구를 받아들이고, ‘웃음은 자기 자신의 우월성을 의식할 때’ 생긴다고 말한다. 웃음은 웃는 자가 느끼 는 ‘우월함의 의식’에서 비롯하기에 그 뿌리에서 ‘무의식적인 자만심’을 발 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타인이 급작스럽게 인도에서 넘어지거나 우스꽝스 러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저 어리석음을 겪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다!”는 무의식적인 자만이 작동하기에 웃음이 터진다는 것이다.29) 따라서 보들레

28) 웃음의 우월성 이론은 토마스 홉스에 의해서 제기된 이론으로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 고 있다. 토마스 홉스는 웃음이 “다른 사람들의 결함이나 우리 자신의 이전의 결함과 비교하여, 우리 자신 내에서 그 어떤 우월함에 대한 그 어떤 갑작스러운 착상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런 홉스의 웃음이론은 웃음을 지식 습득과 관계된 것으로 이해 하는 플라톤의 ‘무지의 우스꽝스러움’, 아리스토텔레스가 ‘무해한 실수와 결점’이라 말하 는 이론들과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 이에 대해서는 류종영, 웃음의 미학, 유로, 2005, 56~79면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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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에게 웃음은 인간의 ‘유례없는 사악한 의식’에서 발생하는 악마적 속성이 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들레르는 이 우월함의 표식이 한편으로는, 절대자의 시선에서 는 한 없이 열등한 인간의 상태를 증명하는 표식이 된다고 말한다. 모든 것 을 알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시선 앞에서는 희극적인 것이 존재하 지 않기에, 절대적 존재에게 웃음은 존재할 수 없다. 보들레르는 웃음이 눈 물과 함께 인간의 고유한 표식이 된다고 말하면서 특히, 기독교인의 특성으 로 파악한다. 그는 “희극적인 것이 존재하는 곳은 바로 기독교인, 우리들 내부이다”라고 말하고, 웃음의 본질을 기독교적인 원죄와 속죄의 원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30)절대자는 고통을 모르기에 웃지 않으며 그에 게는 오로지 기쁨만이 있을 뿐이기에, 웃음은 추방당한 인간이 겪는 원죄 표식이자 속죄의 수단이 된다. 다만 웃음은 우월함이라는 사악한 의식을 바 탕으로 ‘상대를 물어뜯는’ 인간의 고유한 무기31)가 된다. 이렇게 웃음은 ‘가 장 인간적인 것이며 동시에 가장 악마적인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32)요컨 대, 보들레르에게 웃음은 자기 자신의 우월함에 대한 인식인 동시에 상대적 으로 열등한 자신에 대한 인식의 결과이다. 보들레르는 이런 웃음의 모순과 이중성을 인간 자체의 모순과 이중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보들레르는 웃음의 본질에 놓인 인간의 이중성을 ‘멜모트’라는 소설 속 인물을 통해 더욱 구체화한다. 마튀렝(C. Maturin)이 지은 뺷방랑자 멜모트뺸 의 주인공 멜모트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악마인 존재이다. 그는 인간보다 뛰어난 지식과 힘을 얻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 지만, 곧장 후회하고 자

29) 같은 책, 132면.

30) 보들레르가 우월성의 이론을 수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독교적 관점에서 재해석하 고 있는 것은 홉스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같은 책, 307면 참고.

31) “자신의 이미지를 증식시키기 원했던 존재자가 인간의 입에 사자의 이를 넣지 않았지 만 인간은 웃음으로써 물어뜯는다.” 샤를 보들레르, 앞의 책, 126면.

32) 같은 책, 1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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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자리를 대신할 인간을 찾아 세계를 떠돈다. 인간이며 동시에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식과 힘을 가진 멜모트는 온갖 불행에 처해있는 다른 인간을 유혹하고 덫을 놓지만, 누구도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위대한 힘 을 가졌으나 또한 육체의 법칙에 메여있는 멜모트는 연속하는 실패의 순간 마다 끊임없이 웃는다. 끊임없는 분노와 고통으로 터져 나오는 이 멜모트의 웃음은 때론 하찮은 인간을 유혹하는 얼굴에서, 때론 비천한 계략이 실패한 얼굴에서 피어오른다.

그 웃음은 인간에 비해서는 한없이 위대하고, 절대적인 진리와 정의에 비해서 는 한없이 비열하고 천하다는 멜모트 자신의 모순적인 본성의 필연적 결과이다.

멜모트는 살아 있는 모순이다. (…) 자존심의 가장 드높은 표현인 멜모트의 웃음은 면죄되지 않는 웃는 자의 입술을 불태우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기능을 수행한다.33)

악마이며 동시에 인간인 멜모트는 정신의 위대함과 육체의 비천함이라 는 두 힘 사이에 놓인 ‘살아 있는 모순’ 자체이다. 멜모트가 처해있는 이런 존재의 상태는 인간 처한 존재의 상태와 다르지 않다. 멜모트의 웃음처럼 인간의 웃음은 “동물에 비해서는 무한한 위대함의 표시인 동시에 절대존재 에 비해서는 무한한 비천함의 표시”이기 때문이다.34)이렇게 멜모트의 웃 음은 자신이 다른 인간보다 더 우월하다는 인식과 자신보다 더 우월한 존 재에 대한 열등함의 인식이라는 이중성에서 야기되는 멈추지 않는 ‘쇼크’인 것이다.

한편, 보들레르는 멜모트의 웃음을 지식과 문명, 도시화와 세속화를 특징 으로 하는 ‘현대성’ 개념과 연결시킨다. 그는 “국가들이 조금씩 지능의 불분 명한 정점으로 다가갈 때거나 아니면 형이상학의 침울한 격전장으로 몸을 기울일 때 그 국가들은 지독하게 멜모트의 웃음으로 웃기 시작한다”고 말

33) 같은 책, 135면.

34) 같은 책, 1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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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웃음을 지식의 향상과 문명의 진보에 관한 것으로 파악한다. 웃음 의 본질이 우월성의 의식이기에 ‘정신의 진보’는 점증하는 우월성의 의식을 낳는다는 것이다. 보들레르는 멜모트의 웃음을 “인간세의 마지막 경계선과 고차원적 세계의 경계사이에 위치한 개인의 웃음”이라고 말하면서, 현대인 의 표상으로 묘사한다. 자기 인식과 자각, 반성과 성찰의 능력을 가진 뛰어 난 지식과 힘을 가진 멜모트는 ‘경계에 선 개인’으로서 현대인의 특성과 관 계 맺는데, 이런 웃음과 지식, 문명의 진보의 연관관계는 캐리커처에 대한 분석에서 더 구체화 된다.

5. 보들레르의 캐리커처와 현대

보들레르는 웃음의 본질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캐리커처에 대한 분석 을 진행한다. 그는 ‘비르지니’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웃음의 이중성과 캐 리커처의 본질적 특징을 설명한다. 보들레르는 인도에서 파리로 이제 갓 도 착한 비르지니라는 여인을 상정한다. 완전한 원시성과 자연성을 상징하는 비르지니가 ‘소란스럽고 바글거리고 악취를 풍기는’ 문명화된 도시 파리의 한복판에 서 있다. 여전히 가족과 신(원시종교)의 사랑으로 자연의 감수성과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비르지니는 우연히 파리의 복잡한 거리에서 “악의와 앙심을 가득 품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한 편의 캐리커처”를 보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 보들레르는 이 순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갑작스럽게 날개가 접히는 것이, 자신을 감추고 물러서고자 하는 한 영혼이 떠는 것이 보이는가? 거기에 바로 치욕스러운 일이 있음을 천사는 느꼈다. 그리 고 여러분에게 말하건대 사실 비르지니가 이해했든 이해 못했든 그 느낌은 비르 지니에게 공포와 닮은, 정체 모를 불안감을 남길 것이다. 아마도 비르지니가 파 리에 계속 머물고 지식을 쌓는다면 비르지니는 웃게 되리라. ( …) 우리는 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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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 지금으로서는, 캐리커처 앞에서 순결한 천사가 느끼는 근심과 고통을 목격한 다.35)

순수한 영혼인 비르지니는 캐리커처에서 공포와 고통을 느끼지만, 보들 레르는 만약 그녀가 오랜 도시 생활을 통해 권태와 악의를 익히며 더욱 문 명화 되고 세속화된다면, 비르지니는 더 이상 캐리커처를 보며 공포에 질리 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녀는 웃을 것이다.

이렇게 보들레르는 웃음을 인간의 지식과 문명과 같은 ‘정신적 진보’와 긴밀한 연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이해한다. 문명화된 도시인의 진보한 정신 만이 캐리커처를 보고 그 매력을 느끼며 웃을 수 있다. 따라서 추한 캐리커 처를 보면서 진정으로 웃을 수 있는 자만이 현대인이다. 원시적이고 자연적 이며 순수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영혼은 웃지 못한다. 그래서 원시국가에서 는 웃음 그 자체를 겨냥한 캐리커처나 코믹이 생산되지 못했으며, 남겨진 것들에서는 웃음이 아닌, 오직 진지한 존경심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 는 “한 국가 내에 우월성이 증가함에 따라 코믹의 소재도 늘어나며 코믹의 성격도 바뀐다”고 하면서, 이런 변화가 ‘천사 같은 요소와 악마적인 요소’의 동시적 작용이라는 특징을 갖는다고 말한다.36)문명화됨에 따라 선을 성취 하는 능력이 비례해서 발전하는 만큼, 악을 성취하는 능력 역시 비례해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웃음의 이중성은 현대성(modernity)에 비 례하여 그 성격이 더 극명하게 강화되는 것이다. 보들레르는 이처럼 웃음의 이중성이 ‘정신의 진보’와 ‘문명화된 시대’, ‘믿음이 축소된 시대’라는 상황 속에서 그 본질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고 특히, 캐리커처를 현대적 삶의 고유

35) 같은 책, 130면.

36) 보들레르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처럼 고대 희극에서의 웃음은 그 시대가 문명화된 시대라는 것과 믿음이 상당히 축소되었다는 점에서 현대 코믹의 웃음과 유사하다고 말 한다. 그러나 고대 희극은 단순한 모방(pastiche)에 가까우며 결정적으로 진지함의 산물 인 점에서 현대의 웃음과 다르다. 같은 책, 137면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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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특징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르로 이해한다.

현대적 삶의 특성과 캐리커처 장르가 가진 독특하고 고유한 특징에 관한 보들레르의 연구는 캐리커처의 구성요소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보들 레르는 프랑스의 라블레(F. Rabelais)와 독일의 호프만(T. Hoffmann), 영국 의 판토마임과 같이 훌륭한 캐리커처와 코미디를 비평하면서, 코미디를 일 반 코미디와 절대 코미디로 구분한다. 그는 일반 코미디가 ‘의미를 담은 코 미디’로서 ‘인간의 인간에 대한 우월성의 의식을 담은 모방’이라면, 절대 코 미디는 그로테스크로서 ‘인간의 자연에 대한 우월성의 의식을 담은 창조’라 고 말한다. 일반 코미디가 풍속의 코미디로 발생되며 윤리적인 사고를 담고 있는 반면에 절대 코미디인 그로테스크는 격렬하고 자명하며 원시적인 성 격을 갖는다. 절대 코미디는 자연에 가깝기 때문에 단일한 하나의 모습을 띠며 직관으로 포착되는 ‘급작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는 특징을 갖는다. 그 는 절대 코미디의 대표적 작품들이 ‘잔인한 것’, ‘기괴한 환상’, ‘음울한 어떤 것’을 띠고 있고, 그 특징적 표식은 ‘폭력’이라고 말하면서 이 작품들이 사람 들의 허파를 채우고 심실의 피를 새롭게 바꾸는 ‘취기(le vertige)’를 품어낸 다고 말한다.

한편, 보들레르는 절대 코미디가 갖는 이런 특징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은 ‘무지의 법칙’을 지키는 것이라 말한다. 무지의 법칙이란 웃음의 대상 자 체가 자신의 행위나 상황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를 모르는 상태로서, ‘자 기 자신이 절대 코미디인 줄 모른다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이는 오직 관객 이나 독자가 ‘그들 자신의 우월성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으로 기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들레르는 이 무지의 법칙을 근거로 예술 일반이 갖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의 이중성을 도출한다.

예술가는 웃음의 본질과 그 요소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웃음의 대상을 창조한다. 그러나 예술가는 이 웃음의 대상이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본성과 상태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게 하는 지식 또한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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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는 절대 코미디의 예술가가 갖춰야 하는 이 이중성이 “자신이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보여주는 모든 예술적 현상”이 기에 “예술가는 이중적일 때에만, 자신의 이중적 본성 중에 어느 것 하나에 도 무지하지 않을 때에만 예술가인 것이다”라고 말한다.37)이렇게 절대 코 미디의 이중성은 예술 일반의 이중성으로 확대된다. 이중성으로 연결되는 캐리커처, 예술과 현대성의 상관관계는 「현대생활의 화가」로 이어진다.

「현대생활의 화가」는 현대성과 예술에 대한 보들레르의 미학을 이론적 으로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글에서도 보들 레르의 ‘추의 미’의 관점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보들레르는 거듭되는 외부 세계의 변화 속에서 현대적 삶의 매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 예술적 필요에 적합한 매체를 판화라고 보고, 이 작품들에 대한 비평을 진행하면서 현대성 과 예술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상술한다. 그는 혁명기 판화작품에 대해 “이 판화들은 아름답게도 또 추하게도 해석될 수 있다. 추하게라면 이 판화들은 캐리커처가 되고 아름답게 라면 고대 조각상들이 된다”38)고 말한다. 보들 레르는 흔히 사람들이 과거의 의상과 유행을 추한 것으로 섣부르게 판단하 는데, 실제 그 판화가 보여주는 과거는 당시 예술가들 자신에게는 ‘현재’였 을, 그 시대로부터 추출해 낸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한다. 추함 속의 아름다 움이라 할 수 있는 ‘추의 미’가 그 판화작품 속에 각인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 같은 이해는 ‘현대성’에 관한 정의로 이어진다.

어느 한 시대의 옷[의상]을 입은 모든 것이 전적으로 추하다고 선언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기 때문이다. 현대성이란 일시적인 것, 사라지는 것, 우연한 것이다.

37) 같은 책, 160면.

38) 이 같은 보들레르의 생각은 그의 작품에서 확인된다. 보들레르의 「어릿광대와 비너스」

는 추와 미의 관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시라고 할 수 있는데, 어릿광대는 추를 상징하 는 캐리커처와 함께 코믹예술에 속한 것으로, 비너스는 고전적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조각상으로 해석된다. 샤를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황현산 옮김, 문학동네, 2015, 21면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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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예술의 절반이다. 나머지 반은 영원한 것, 불변의 것이다. 고대의 각 화가 에게도 현대성이 있었다.39)

영원불변하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고대의 예술작품에도 일시적이고 우연 적이며 쉽게 사라지는 요소들인 ‘현대성’이 간직되어 있다. 보들레르는 이 런 현대성을 쉽게 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예술을 ‘오직 추상적이고 정의할 수 없는 허망한 아름다움으로 이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40)영 원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과거의 예술 속에서 일시적인 현대성을 포착하는 시선, 일시적이고 우연한 것으로 보이는 현재의 예술 속에서 영원한 아름다 움의 요소를 붙잡는 시선이 바로 예술을 보는 보들레르의 눈이다. 보들레르 는 ‘일시적 유행 속에서 시적인 것(영원한 것)을 추출하고, 변하는 것에서 영원한 것’을 이끌어내는 눈을 가진 뛰어난 예술가로 콩스탕틴 기스(C.

Guys)를 꼽는다.41) 보들레르는 풍속화가 콩스탕틴 기스를 ‘상황의 화가’,

‘진정한 예술가’로 평가하고 그의 작품과 작업방식을 상세하게 설명하는데, 이 설명에는 「웃음의 본질」에서 보여준 캐리커처의 특징을 어렵지 않게 발 견할 수 있다.42)

보들레르는 「몇몇 프랑스 캐리커처 작가들」에서 훌륭한 캐리커처 작가 로 분류한 도미에, 가르바니를 콩스탕틴 기스와 함께 뛰어난 풍속화가에 포 함시킨다.43)또한 기스의 데생을 설명하면서, 현재의 상황이 제공하는 가치

39) 샤를 보들레르, 앞의 책, 40면.

40) 같은 책, 41면.

41) “한 마디로 현대적인 것이 고대 유물이 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인간의 삶의 무의식적으 로 그 속에 담아 놓은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그 현대적인 것에서 추출되어야 한다. 바로 그 작업이 G씨가 특히 몰두하는 바이다.” 같은 책, 42면.

42) “웃음의 이중성은 「현대 생활의 화가」에서 인간의 이중성과 미와 예술의 이중성에 대 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조희원, 「보들레르와 “모더니티”(modernite)개념」, 미학 68 호, 한국미학회, 2011, 241면.

43) 도윤정, 앞의 글, 36면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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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특권을 ‘현재의 기억’으로 포착하기 위해서 그리고, 거리와 군중의 순간 적 인상의 주요한 특성들을 쉽게 기억하게하기 위해 ‘과장’을 섞어 사용한 다고 말하는데, 이런 부분은 정확하게 캐리커처의 특징을 지시하고 있다.

또한 보들레르가 “종합하고 요약하는 시선을 지닌 화가의 데생”이 그림 속 인물과 대상의 세부묘사에 치중하지 않고,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각 사물 에게 적합한 특질과 성질”을 띠게 만들어내며 이를 통해 오직 감상자의 상 상력을 통해서만 완벽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하는 부분44)은 정확하게 캐리커처적 특징을 가리킨다. 보들레르는 「현대생활의 화가」를 “오로지 순 수한 예술만, 다시 말해 악의 특별한 아름다움, 끔찍한 것 속의 아름다움만 을 만날 것이다”는 선언으로 마무리한다.45)이처럼, ‘추의 미’와 캐리커처에 대한 보들레르의 사유는, 현대성과 예술에 관한 그의 주요한 저작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생활의 화가」로 전개된다. 따라서 「현대 생활의 화가」에서 형 식화 되고 있는 현대미의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보들레르의 이론들이 웃음 과 캐리커처에 관한 연구에서 직접적으로 얻어졌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위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현자는 두려움에 떨면서만 웃는다”는 테제는 더 분명하게 이해된다. 보들레르가 ‘모든 인간’이 두려움에 떨면서만 웃는 다고 말하지 않고, ‘현자’가 두려워하며 웃는다고 말하는 이유는 웃음과 예 술, 현대성이 맺고 있는 긴밀한 연관성 때문이다. 웃음의 본질은 공격하고 물어뜯는 사탄적이고 악마적인 ‘현대인’의 본성과 일치한다. 현대인 스스로 가 악마처럼 되어감에 따른 무의식적인 자기 인식의 표식이 웃음이기에, 캐 리커처는 인간의 악마성을 드러내는 가장 뚜렷한 표지중 하나인 것이다.46) 이처럼 캐리커처와 관련한 보들레르의 논의는 문명과 기술, 정신과 교양의 상태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보들레르에게 캐리커처는 문명화된 도시 생

44) 샤를 보들레르, 앞의 책, 47~53면 참고.

45) 같은 책, 110면.

46) 같은 책, 1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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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에 적합한 가장 현대적인 예술장르이며 ‘현대적 삶’의 특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캐리커처는 그 자체로 추하지만, 현대 생 활의 경험과 감각에 의해서 비로소 미로 포착되는 새로운 예술장르인 ‘추의 미’인 것이다.

6. 나가며

로젠크란츠는 ‘추의 미’의 관점에서 캐리커처의 작동원리를 변증법적으 로 분석한다. 로젠크란츠의 추에 대한 미적 정당화는 캐리커처 자체의 작동 원리를 근거로 전개된다. 미 자체가 진․선의 관계맺음을 통해 ‘긍정적인 방식’으로 최상의 미적 자유를 현상한다면, 아름다운 추인 캐리커처는 진․

선의 관계 속에서 ‘부정적인 방식’으로 미의 최종적 완성을 이루며 이념의 무한성을 획득한다.47)이렇게 로젠크란츠는 캐리커처를 부정적 형상을 통 해 부정적인 방식의 조화를, 곧 ‘부조화의 조화’48)를 생산하며 ‘자유의 가상’

을 얻는 새로운 예술장르로 파악한다. 추의 최상급이 질적인 도약을 통해 미의 최상급인 절대미와 같은 무한한 아름다움을 획득한다는 로젠크란츠 의 변증법적 분석은 기존의 미적 규범으로 분석하지 못하는 추의 미적 가 치를 새롭게 정당화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반면, ‘추의 미’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보들레르의 웃음의 본질과 캐리커

47) “[상상적 캐리커처로] 인해서 아주 특별한 자유와 과감함이 가능해지지만 작업의 우아 함도 가능해져서 캐리커처들은 유한한 매체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즉자적, 대자 적 이념의 무한성 자체로, 곧 진과 선과 미로 나타난다.” ÄH, 416(422)면.

48) 권정임은 헤겔의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음’과 ‘부조화’ 개념을 근거로 헤겔의 추의 규정 이 로젠크란츠의 추의 규정보다 앞설 뿐 아니라, 더 독립적인 범주로 확인된다고 평가한 다. 그러나 필자는 ‘아름다운 추’와 ‘부조화의 조화’ 개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로젠크란 츠가 헤겔의 추에 대한 포착을 계승할 뿐 아니라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생각한 다. 권정임, 앞의 글, 30면 이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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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에 대한 연구는 현대성에 대한 보들레르의 사유와 긴밀하게 연관관계를 맺는다. 그는 캐리커처를 추의 미로 파악하고 인간의 이중성과 웃음의 이중 성, 현대적 삶의 이중성을 자연스럽게 예술 자체의 이중성으로 확장한다.

그의 작품 전체에서 나타나는 악마적인 것과 신성한 것, 현실과 이상, 추와 미, 일시성과 영원성, 열등성과 우월성, 타락과 구원과 같은 개념적 대립은 보들레르의 이중성(dualism)의 미학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49)

후고 프리드리히는 보들레르 미학에서 추의 범주가 첫째, 미의 규범성을 공격하는 비규범성으로 둘째, 이상성으로의 상승을 위한 돌파점으로 셋째, 부조리의 효과와 충격을 위한 의도로써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추의 미’가 보들레르의 미학 전체에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특히, 범속한 미를 기이하고 추한 것으로 변형 시키는 보들레르 의 작품들이 ‘경악스러움을 익살스러움과 결합시키고, 유혈 낭자한 광대극 에 찬동하면서 절대적 희극성의 형이상학을 전개’하고 있다는 후고의 분석 은, 전적으로 보들레르의 ‘추의 미’와 ‘캐리커처’ 연구에 근거하고 있다. 또 한 ‘추의 미’는 보들레르의 ‘부조리 법칙’을 구성하는 주요한 계기로써 작용 한다.50)요컨대, 보들레르는 추라는 새로운 미적 범주를 전통적인 미의 기 준에 대한 거부와 반발이라는 맥락에서 새로운 예술의 영토로 이해하고, 이 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가장 적합한 예술장르로 캐리커처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보들레르가 캐리커처에서 웃음의 특징이 점차 사 라지기 시작하는 경향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들레르가 가장 뛰어난 절대 코미디를 그로테스크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그는 캐리커처를 전적으로 웃음을 본질로 하는 장르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49) 조희원은 보들레르의 이중성 미학이 「웃음의 본질」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하며 특히, 일시적인 것과 영원한 것으로 구성되는 ‘현대성(modernity)’개념으로까지 전개된다고 말한다. 조희원, 앞의 글, 241면 이하 참조.

50) 후고 프리드리히, 앞의 책, 73~75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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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의 “재빠르게 잔인한 것에 도달하고 그들의 가장 기괴한 환상들은 종종 음울한 어떤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호프만에 대한 평가나 여인과 창녀를 그린 기스의 작품이 “익살스러움보다는 슬픔을 더 담고 있다”고 평 가에서도 이 같은 징후는 확인된다. 그에게 캐리커처는 웃음에 가깝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웃음과 분리된 그로테스크에 가깝다. 실제, 곰브리치(C.

Gombrich)는 보들레르의 이런 이해를 적절하게 평가한다. 곰브리치는 캐 리커처를 ‘재현에서 표현으로 넘어가는 지점’에 놓인 예술장르로 파악하면 서 도미에가 유머의 특징에서 캐리커처를 벗어나게 함에 따라 ‘캐리커처와 위대한 예술 사이에 놓인 장애물’을 깨뜨렸다고 말한다. 그는 “도미에와 함 께 관상학적 실험의 전통이 유머의 전통에서 해방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 면서, “훨씬 이전부터 보들레르는 도미에가 그린 변호사, 판사, 혹은 목신들 이 해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평가한다.51)

한편, 제들마이어(H. Sedlmayr)는 캐리커처 속에는 인간과 아름다움에 대한 절망과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의식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보고, 위 와 같은 캐리커처와 웃음의 분리 현상을 절망과 위대함의 균형이 깨어진 것으로 평가한다. 그는 캐리커처의 이런 변화가 현대예술에서 왜곡된 인간 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었다고 말하는데,52)이는 웃음과 우스꽝스 러움이 배제된 캐리커처가 현대예술에서 추한 형상으로 전면화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들마이어의 이 같은 입장은 웃음 없는 캐리커처가 독일 표현주의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곰브리치의 평가와 같은 맥락에 놓 여있다.53)

보들레르의 이러한 이해는 추와 캐리커처의 관계 대한 연구에 있어 주요 한 의미를 갖는다. 로젠크란츠가 보여주듯, 그동안 캐리커처를 통해 코믹예

51) E. H. 곰브리치, 예술과 환영, 차미례 옮김, 열화당, 2003, 330면 이하 참조.

52) 한스 제들마이어, 앞의 책, 224면.

53) E. H. 곰브리치, 앞의 책, 3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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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관계된 것으로 논의되었던 추의 범주가 웃음의 배제 현상을 통해, 점 차 독자적인 자신의 자율성을 확장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웃음 없는 캐리커처가 갖는 특징과 현대예술에서 나타나는 추의 범주 와의 상관성을 살펴볼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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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Caricature and beautiful ugliness of Rosenkranz and Baudelaire

54)Lim, Myung-gyu*

Viewed from the perspective of ‘beautiful ugly', Rosenkranz's and Baudelaire's caricatures represent an ugliness worthy of their very subjects. In comparison, caricature study is important to comprehending modern art.

J. K. F. Rosenkranz tried to change the point of view in the Aesthetics of Ugliness, which is understanding Ugliness in an aesthetic category. To him, ugliness had its own value to be investigated as equivalent to beauty, because Ugliness is thought to be necessary for the purpose of art, namely the 'perfection of world-understanding'. According to Rosenkranz, ugliness arises from the essence of an idea and is based on non-freedom. Supreme ugliness, which responds to absolute beauty, is a caricature, which indicates emphatically the original image with exaggeration and distortion. So, caricature is spontaneous non-freedom, which implies the negation of truthful freedom, but is more of positive freedom as well. With non-freedom, caricature indicates freedom and with ugliness, aesthetic image. Caricature achieves aesthetic completion such as absolute beauty and crosses over not only to the extremes of beauty such as sublimeness and pleasure, but of ugliness such as immodesty and disgust.

In arguing for the centrality of the essays on caricature in Baudelaire’s aesthetic system more important, to submit those ideas, and our understanding of them. In particular, the peculiar oxymoronic nature of laughter, which he treats as a contradiction in terms, represents in boldly exaggerated form, like a good caricature, the dualism of art itself,

* Chonnam National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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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ntradiction inherent in all artistic creation, as in mankind—at once diabolical and divine, real and ideal, ugly and beautiful, temporal and enduring, inferior and superior. These essays, thus, bring out, more than any other, the essential humanity, or in the vast theological metaphor of the essence of laughter. From the essential dualism of caricature, Baudelaire posits that most extreme dualistic example, a paradoxical art of modernity. Indeed, what emerges from a study of the essays on caricature constitutes a central argument of the painter of modern life, treated at length in Chapter 4. The important and influential theory of the modern beautiful, formulated in this book. These essays thus propose not only an aesthetic of caricature, but also a caricatural aesthetic—dual and contradictory, grotesque, ironic, violent, farcical, fantastic and fleeting—which defines the painting of modern life, and in large part, the discourse of modernity as well.

Key Words : Rosenkranz, Baudelaire, Beautiful ugly, Caricature, Laugher, Modernity

<필자 소개>

이름 : 임명규

소속 : 전남대학교 철학과 전자우편 : redmaxand@naver.com

논문투고일: 2017년 6월 30일 심사완료일: 2017년 8월 13일 게재확정일: 2017년 8월 22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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