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HS가 만난 사람 • 29 KRIHS가 만난 사람 • 34
“단기적 관점에서 벗어나
한반도 공동의 경제개발계획이 새롭게 나와야 할 시점입니다”
강영식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장
제465호 2020 July
김민아(이하 ‘김’)
회장님은 현재 협회뿐 아니라 ‘우리민
족서로돕기운동’에서 23년간 활동하시는 등 대북 인도적 지원 방면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해 실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입장에서 지금까지 진행 된 남북교류협력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강영식(이하 ‘강’) 올해가 6.15 남북공동선언이 20주년 되는 해입니다. 마침 북한과의 상황이 다시 악화되어 다시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 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6.15 선언 이전에는 아주 제한적인 이산가족 형태의 교류만 있었지만, 선 언 이후에 당국 간의 교류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교류, 인적 교류, 지자체 교류 등이 활발해졌고 특히 인도적 지원을 통한 북한 주민 돕기 운동이 크게 증가했습니 다. 지난 20년 동안 이런 사업들이 꾸준히 진행된 덕 분에 기존의 남북 간 적대적 긴장관계가 비적대적 공 존관계로 바뀔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남북 간의 정치 · 군사적인 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교 류협력의 지속가능성,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었 고 사업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던 점은 한계점으로 남 습니다. 따라서 향후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을 정치 · 군 사 문제와 구분하여 어떻게 제도화, 안정화시킬 것인 가에 대한 집중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긴장을 고조시켰다가 최근 6월 24일 김 정은 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 선언으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호 인터뷰는 강영식 남북교류 협력지원협회장을 만나 남북 긴장 국면이 가져올 파장과 앞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을 들어본다.
김 2016년 초 북한의 잇따른 핵·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된 이후 현재까지도 대북제재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교류가 크게 위축되었고, 당 시 참여했던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의 역할 이 무엇이고, 어떤 사업들을 수행하고 있는지 말씀 부탁드 립니다.
강 저희 협회는 2007년도에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 발 협력업무에 대한 남측 이행기구로 출발했습니다.
2009년 이후 남북관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본 래 저희의 고유한 영역이었던 해당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이후 저희 협회는 현재 크게 두 가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부 측, 주 로 통일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실무적 지원입니다. 둘 째는 남북교류협력시스템을 통해 북한 주민 접촉, 방 북방남, 물품 반출입 등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특히 올 해 1월부터는 대북반출입 물자의 관세통계통합품목분 류표(HSK) 적합성 여부에 대한 사전 검토를 저희 협 회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이처럼 지자체, 민간단체, 기 업체 등을 직접 상담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원하 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북사업을 수행하는 각 주체들이 서로 연대하 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여 정부와 민간 사 인터뷰│김민아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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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대북사업 콘텐츠를 발굴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김 남북경협이 활성화되었던 20년 전과 비교해 현재는 대내외적인 여건에서 많은 차이가 생겼고, 이에 따라 이전 경협 방식을 고수할 수 없다는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회장 님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 초기 남북경협은 남북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졌 습니다. 북한은 외화획득의 수단, 남한은 값싼 노동력 을 활용한 기업이익 창출이었죠. 그리고 당시 남한 같 은 경우는 북한의 체제전환이라는 다소 이념적인 목 표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각 자의 어려움은 있지만 남북 모두 근본적인 경제체제 는 흔들리지 않았죠. 저는 앞으로의 남북경협이 9.19 평양 공동선언의 입장에 따라 이제는 남북한의 공동
강영식
번영을 목표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 남북경 협이 남한에게는 새로운 신성장동력을 제공하는 역할 을 하고, 북한에게는 그들 경제개발 전략의 핵심 수단 으로 기능하여 서로 상호 발전하는 그런 구도로 이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도 변 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이익을 좇는 값싼 노동력이나 단순 경공업 위주의 개발 방식을 벗어나서 중장기적인 경제개발 계획 속에서 실질적인 남북경협 사업들을 발 굴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국 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이 올해로 끝나는데, 북한 의 경제개발계획이 융합된 한반도 공동의 경제개발계 획이 새롭게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앞선 문제제기에 대한 대안 중 하나로 장기적인 관점 에서 북한의 경제성장을 위해 스마트시티 조성 등 4차 산 업기술을 활용한 발전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강 현재 북한은 ICT를 포함한 과학기술 전반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전당을 크게 건설할 뿐 아니라, 관련 분야의 인력 양성을 중요하게 생각 해서 과학교육에 대한 투자나 타 국가와의 인적교류 협력 등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 술력을 바탕으로 북한에 스마트시티를 곧바로 도입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 는 앞서 말씀드린 남북한 공동번영의 입장에서 기술이 나 편리성보다는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는 스마트시티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 니다. 즉, ICT 기술 개발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를 보 급하더라도 북한 주민의 삶의 향상이 먼저 담보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입니다. 현재 북한은 평양교 원대에서 ICT 기술을 활용한 원격교육을 시도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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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습니다. 우리처럼 쌍방향 소통이 되는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이러한 기술들을 발전시켜서 북한의 미래 세대 모두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의료입니다. 북한은 사회주 의 의료체계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지방의 의료시스템 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특히 돈주라는 상업자본가들 이 등장하면서 이들이 시장정보를 독점하여 현재 북 한은 엄청난 빈부격차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ICT 기술을 활용해서 의료시스템만큼은 북한 주민들 모두 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 합니다. 그런 점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북한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남북 공동이 시너지 효 과를 낼 수 있는 창의적인 제안들을 많이 제공했으면 합니다.
김 회장님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과거의 북한이 아닌 새로운 북한을 마주하고 있고, 새로운 상상력으로 남북교 류협력사업을 디자인해야 할 시기에 직면해 있다”라고 강 조하셨습니다.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새로운 남북교류협 력의 방향’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또 이것을 추진하기 위 해 우리 내부에서 어떤 것들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강 단기적으로는 본격적인 경제협력 전이라 하더 라도 경제제재와 같이 가는 남북협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일단 유엔제재는 남쪽의 행위들이 북한 의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에 궁극적으로 도움 이 된다는 것을 입증하면 제재 면제를 해줍니다. 따라 서 코로나19 방역과 같은 보건의료나 농업개발 같은 분야에서 제재 면제를 받으면서 남북협력을 할 수 있 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되기 위해서는 아까 말씀드린 4차 산업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제재 해제가 선행되어야 하겠죠. 따라서 단기적인 협 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 외에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별 도의 노력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간에 우리는 내부적으로 크게 두 가지 측면을 준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남북협력에 대한 방 향성을 재설정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는 북한정권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생각에서 어려움에 처한 동포는 도와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관 점이 강했죠. 하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서면서 북한정 부는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인민에 대한 복지 증진 노 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즉, 앞으로의 대북지원 관점 은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북한 당국의 노 력을 지지하고 협력한다는 입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남북협력은 일방으로 가 는 게 아니라 모든 행위가 남북 쌍방으로 이뤄져야 한 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목적을 설정하고, 공동의 기구
를 만들어서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남북협력의 안정화를 위한 관련 내용의 법제 화입니다. 소위 다방면의 교류협력 활성화에 대한 내 용이 2년 전 4.27 선언, 9.19 선언에 포함되었지만 남 북교류협력이 정치· 군사적 문제에 좌우되지 않고 진 행될 수 있게 하는 관련 내용의 법제화는 이뤄지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남북협력 을 추진할 수 있는 하나의 안정적인 공적기구의 존재 입니다. 향후 남북협력 재개 시 엄청난 규모의 자금 투입과 행정력 집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 재 관련 기구들은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어서 신속한 사업 추진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독자적인 기획력과 추진력이 확보되어 강력하게 대북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일원화된 공적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마지막 질문입니다. 국토연구원은 1998년 동북아연 구팀이 창설된 이래 현재까지 한반도· 동북아지역을 아우 르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는 현 시기에 말 그대로 ‘담대한 발상의 전 환’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셔 감 사드리며, 마지막으로 국토연구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 지금까지 한반도신경제구상, 신북방정책, 신남 방정책 등 한반도를 중심으로 여러 프로젝트들이 있 었는데 지금까지 이들이 분절적으로 이뤄졌다는 측면 이 아쉽습니다. 이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포괄적 이고 종합적인 남북 공동의 개발전략이 필요하다고 생 각합니다. 우리는 북한을 유라시아 진출을 위해 거쳐 가는 지역 정도로만 생각하는데, 북한의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이나 최근의 만리마 운동 등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고, 이것을 우리의 한반도 평화계획과 합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국토연구원이 남북한 통합 개발계획을 수 립하는 데 앞장서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