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Future Horizon
들어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경 우가 훨씬 많다. 사실 해결책은 단순한 수학 능력이나 실험 능력의 문 제다. 새로운 질문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고 오래된 문제를 새로 운 시각에서 바라보려면 창의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과 학이 진정으로 발전하게 된다.”1)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려면 무척 상식적인 말이지만 새로운 질문을 해 야 한다. 우리사회가 선진국 추격을 넘어 다른 국가들을 리드하려면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풀어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야 한다. 이른바 글로벌 의제를 제기하고 국제사회에서 논의와 논쟁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질문을 잘 해야 한다. 좋은 질문은 새로운 방향을 제 시하며, 이전의 사고를 뛰어넘는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인 용한 것은 아인슈타인이 1938년 물리학의 진화라는 책에서 한 말이 다. 여기서 그는 문제 제기의 중요성을 간결하게 강조하고 있다.
자, 여기서 질문. 우리사회는 질문하는 사회인가. 질문이 존중받는 사 회인가. 많은 사람들이 아마 아니라고 답할 것 같다. 자신의 학창 시 절을 떠올리면 질문 한 번 했다가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던 기억도 있 을 것이고, 부모마저도 아이들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주는 경우도 많지 않다.2) 질문을 격려하는 분위기는 예전보다야 나아졌다고 하지 만 우리사회는 여전히 질문보다는 해답을 찾는데 익숙하다. 심지어 질문을 업으로 삼고 있는 기자들도 질문하지 않아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3) 연구가설을 세우고 이를 증명해서 논문을 쓰는 교수 라고 질문을 잘 하는가. 질문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자문해볼 일이다. 학생들이 질문하지 않는 것을 누구에게 배웠 겠는가.
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하고 X프로젝트 위원회(12명 민간위원)가 추 진하는 X프로젝트는 지난 6월 10일부터 대중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7월 28일 현재 4,500여개의 질문이 제기됐다. 우리사회 구성원
들이 어떤 아픔, 고통, 불안, 불편, 불확실을 경험하고 있는지 질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한국사회의 속살을 본 듯한 느낌도 들고, 앞으로 한국사회가 헤쳐 나가야 할 숙제를 받은 기분도 든다.
앞으로 X프로젝트가 해야 할 일은 대중에게 받은 질문을 연구 가능한 질문으로, 질문(Question)을 연구개발이 가능한 문제(Problem)로 전 환, 숙성,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그래야 질문을 풀어낼 연구자(그룹) 를 공모할 수 있고, 연구비 집행이 가능하다. 어쩌면 X프로젝트는 “질 문 수준 향상 연구”로 명명해도 될 듯싶다.
질문 수준 향상 연구의 필요
어떻게 하면 질문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어떤 조건을 제공해 야 할까. 어떻게 하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연결해 하나의 근사한 질문 을 만들 수 있을까. 질문에 질문을 거듭해 아하(!)할 수 있는 최종 질 문을 만들 수 있을까. 이런 문제를 풀기위해 X프로젝트는 몇 가지 방 법을 구상하고 이를 실현하고 있다.
우선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평소 갖고 있던 질문을 연구질문으로 만 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카이스트 전효리 교수는 이런 문 제의식을 공유, 카이스트 대학원생들을 포함, 전국 30여개 대학생 을 대상으로 X문제 도출 워크숍을 열고 있다. 아래 <표1>을 보면 우 리사회에 꼭 필요한 X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풀어낼 학생조직으로 X-NEXT 리더십 포럼을 만들고, 3차례에 걸쳐 이들이 좋은 연구문제 를 제기하는 과정이 설명돼 있다. [그림1]은 새로운 문제를 찾고 정의
X프로젝트, 대중 참여 방식의 과학기술발전 모색
글 박성원(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X프로젝트 PM)
미래연구 포커스 미래지식창출 패러다임의 전환
〔표 1〕 대학(원)생 X질문 도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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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한다. 예컨대 쓰레기 처리와 미생물 활용을 연결시키든지, 기차와 편리함이란 단어를 연결할 수도 있다. 질문의 주제가 엉뚱한 단어를 붙이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질문을 다시 써보고, 이 질문이 사회에 절실한 이유까지 기술해본다. 최종 질문의 핵심단어나 질문이 해결 될 때 만들게 될 발명품이 무엇일지도 예상하게 한다. 이 작업까지 끝 나면 <표2>에서 제시된 자기평가서를 들고 스스로 자신의 질문 활동 에 어떤 평가를 줄 수 있는지 생각게 한다. 만약 총점이 23점 이하일 경우, 청소년들은 앞서 했던 질문 활동을 반복한다. <표2>에서 제시된 자기평가서는 아이들의 관점에서 좋은 질문의 기준이 된다.
〔표 2〕 발명영재들의 X질문 도출 후 자기평가서
X프로젝트, 대중 참여 방식의 과학기술발전 모색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은 편이다
보통 그런
편이다 매우 그렇다
1) 과학기술(정보, 생명, 수송, 제조,
건설 등) 관련 질문인가? 1점 2점 3점 4점 5점
2) 질문을 해결하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나? 1점 2점 3점 4점 5점
3) 과학기술자가 당황할 정도로
예전에 없던 질문인가? 1점 2점 3점 4점 5점
4) 과학자들이 나의 질문에 관심을
보일 것인가? 1점 2점 3점 4점 5점
5) 과학기술자가 힘을 모으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나? 1점 2점 3점 4점 5점
하는 과정에서 집단지성을 모으는 과정을 보여준다. 문제 발견 단계 에서 다양한 사회적 의제(물 에너지 빈곤 도시화 인구변화 기후 등)를 논의하는 과정이 있는데 이는 <표1>에서 2차 모임, 사회 공감에 해당 된다.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무박 2일 동안 합숙하면서 새로운 문제 를 도출하게 된다.
초등학교 학생이라고 우리사회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지 못하리란 법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순진한 질문이 사회 발전에 중요한 계기 가 사례는 많다. 아이들의 눈에만 비치는,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초등학생들, 중고교학생들에게 X문제를 도출하는 계획도 실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워낙 광범위하 기 때문에 우선 발명영재들을 대상으로 문제를 연구문제화 하는 프로 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강경균 박사는 전국 발명영재 학생들을 대상 으로 X질문 도출 활동지를 고안해 이를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다. 강 박사는 청소년들이 생활 속에서 궁금한 점이나 불편했던 것을 묻고 이를 학생들이 쓰도록 한다. 미래를 위협할 문제나, 어른들이 볼 수 없는, 사회에서 불편해 보이는 문제를 찾아내도록 한다. 그런 다음 정 보 검색이나 마인드 맵을 이용해 앞서 제기한 문제를 확장하도록 격
e.g.
〔그림 1〕 문제 정의를 위해 집단지성을 모으는 과정
Problem Defining Strategy
Interviews Urbanization
Energy
Trash Climate Water Poverty
Population
leads to
leads to begins with
obtained by followed by
set the stage for team learns
e.g.
evaluate Break the ICE
DiscussionTeam
Concept Ideation
Well-defined Problem Creativity Methods
Total Problem Immersion Diverse Team Development
Brainstorming TRIZ
Problem Definition
팀별 토론과 전문가 인터뷰 를 통해 주요 문제 도출
도출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 논의 및 개발 미래이슈와 다양한 팀구성 으로 문제의 발견
f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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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xproject.kr을 통해 들어온 대중의 질문을 요리해 좋은 질문 으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한다. <표3>에서 제시하듯 대중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통해 그간 올라온 질문을 재구성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가 참여해 복지 관련 10대사업을 선정한 ‘서울시민복지기준 1000인의 원탁회의’를 예로 들 수 있다. 웹사이트에 많은 질문을 올리고 열심히 활동한 시민을 초청, 해당 전문가들과 함께 질문을 융합, 수정, 발전시 키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X프로젝트 추진위원회와 외부 전문가가 함께 모여 질문을 재구성하는 작업도 계획 중이다. 웹사이트에 올라온 질문 중 공익성, 참신성, 연구 가능성 측면에서 국민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던 질문, X추진위원회가 좋은 질문으로 추천한 질문, X-Communicator(X활동가)들이 선정한 좋은 질문, 청소년과 대학(원)생들이 제기한 질문 등을 바탕으로 좋은 질문을 다시 엄선해 최종 연구과제형 질문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질문 재조합 프로그램 개발
이번 X프로젝트에서 기대하고 있는 또 다른 방법은 텍스트마이닝을 통 한 질문의 재구성이다. 국민이 올린 모든 질문의 텍스트를 분석해서 질 문을 재조합, 재구성한다. <표3>에서 보면, 새로운 가설 형성의 사례로 생물정보학 분야가 언급돼 있다. 높은 혈액점도는 레이노병을 악화시 킨다는 문장이 있다. 또 다른 문장을 보면 어유(魚油)가 혈액점도를 감 소시킨다는 내용이 있다. 이 두 문장은 각기 다른 출처에서 나온 것인
미래연구 포커스 I 미래지식창출 패러다임의 전환
〔표 3〕 질문을 연구질문으로 전환하는 작업 과정들
국민 ㆍ대중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통한 질문의 재구성
텍스트 마이닝
ㆍ국민이 올린 모든 질문 텍스트를 분석하여 질문의 재조합 및 재구성 ※ 텍스트마이닝을 사용한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분야
새로운 가설 생성 방법
A문장: High Blood viscosity exasperate Raynaud Disease (높은 혈액점도는 레이노병을 악화시킨다)
B문장: Fish oil reduces the viscosity of blood (어유는 혈액점도를 감소시킨다)
⇓
Fish oil may have an effect on the treatment Raynaud Disease (어유는 레이노병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 ㆍX연구위원회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 풀 구성
※ 국민이 등록한 질문을 그룹화, 융합하여 구체적인 질문으로 재구성
데, 두 문장을 합치면 어유는 레이노병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 설이 생성된다. 이렇듯 전혀 연결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문장과 문장, 단 어와 단어를 연결하면 새로운 질문이 탄생할 수 있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송민 교수는 X프로젝트에 올라온 질문을 갖고 텍스트마이닝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도출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쉽게 설명하면 질문 데이터를 텍스트마이닝 분석에 맞게 쪼개, 단어 들의 유사도, 동시출현 빈도를 고려해 이를 연결하는 맵을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유사한 집단끼리 묶기도 한다. 예컨대 방법이나 활용을 내용으로 하는 단어를 묶거나, 에너지나 전기 같은 자원 관련 단어, 지구나 식물, 바이러스처럼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단어를 하나의 카 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 이런 맵을 보면서 자원이라는 키워드에 방법 론이 연결될 수도 있고, 포괄적인 단어군에서 빈번하게 연결되는 단 어끼리 연결해 새로운 단어의 조합을 만들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단 어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단어의 확장과 구체화를 꾀할 수 있다. 새 로운 단어의 조합 후보군을 기반으로 최종 연구질문 형성에 기여할 수도 있다.
글을 마치며
정리하자면 X프로젝트는 기존 연구개발 방법을 대체하는 방안을 모 색하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단기간 내에 새로운 연구개발 방법을 찾 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대중의 다이내믹한 참여가 사회발전뿐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는 흐름을 활용 하는 것은 필요하다(대중 참여를 통한 과학기술의 발전 사례는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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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98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대중이 과학적 발전에 기여한다는 새로운 인식이 생겨난다. 윈(Wynne)이 조사한 1986년 영국 컴브리아 지방의 목양농가에 일어난 사건이 좋은 사례다. 당시 체르노빌의 방사성 물질이 바람에 실려 영국까지 날아왔는데 고원지대인 컴브 리아에 방사성 세슘까지 비에 섞여 내리자 조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기존 과학자들이 제기한 가정들, 예컨대 방사성 세슘이 고원지대의 토양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나 토양이 방사능 수준이 해 를 거듭해도 떨어지지 않는 원인 등이 실제 발견한 사실과 달랐다는 점이었다. 목양농가들은 고원지대 토양의 특성이 저지대의 토양 과 다르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았다. 또 토양의 방사능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원인도 체르노빌 때문이 아니었다. 컴브리아 인근에 영 국 최대의 핵발전소가 밀집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② 대중 참여 과학의 발전이라는 흐름은 최근 IT기술이 발달하면서 확대되고 있다. 예컨대 이노센티브(Innocentive)는 대중으로부터 과 학기술의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인데, 알라스카 기름유출 사고 이후 잔여 기름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유명해졌 다. 미국의 벤처기업 쿼키(Quirky)는 대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서 상품화하는 기업이다. 한 고등학교 학생이 쿼키에 아이디어를 낸 파워탭, 피봇 파워는 160만개가 팔린 히트상품이 됐다. 이 파워탭(전원연결장치)은 자유자재로 굴곡이 져서 다양한 크기의 플러그 를 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③ 과학적 문제 관련 게임을 만드는 폴딧(Foldit)의 사례도 재미있다. 대중이 게임에 참여하면서 과학자들도 풀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를 풀어 내기 때문이다. 실례로 HIV(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가 증식하는 방식과 관련된 에이즈 레트로바이러스 효소의 크리스탈 구조는 수년 동 안 과학자들이 씨름해온 난제였다. 이 문제를 Foldit에 의뢰한 결과, 불과 며칠 만에 해결되었다. 과학자들은 “폴딧 게이머들은 과학자 수 준의 모델을 생성, 분자 구조를 성공으로 밝혀냈다”며 “새롭게 정의된 구조는 신약 개발에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출처 : xproject.kr의 X-뉴스)
〔그림 2〕 X프로젝트 소개 웹사이트 주소
X프로젝트, 대중 참여 방식의 과학기술발전 모색
출처 : http://www.xproject.kr
난제해결도 문제없네!
1) A. Einstein and L. Infeld. The Evolution of Physics: From Early Concepts to Relativity and Quanta.
New York: Simon & Schuster. 1938.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013. No. 130. 117쪽에서 재인용.
2) 김동연 월간조선 기자. (2014년 11월호) 질문도 안 하고 교수와 눈도 안 맞추고... 학생은 교수 탓, 교수는 학생 탓 한다는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1/08/2014110801069.
html
3) 2010년 서울에서 열렸던 G20 폐막식장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주최국인 한국 기자들에게 마 지막 질문 기회를 줬다. 그러나 질문하겠다고 손드는 기자들은 없었다. 재차 질문을 요청했지만 어색 한 침묵만 흘렀다.
“ ”
기사 참조). 해당 분야에서 고도로 훈련된 최고급 전문가 그룹도 놓치 고 있거나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대중의 참여는 이 부분 을 보완할 수 있다. 여기서 대중은 일반인뿐 아니라 관련 분야가 아닌 전문가 그룹도 포함한다. 이종간 융합일 수도 있고, 우연을 앞세운 결 합일 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개방형 집단지성의 활용이든, 대중 참여적 연구개발이든, 기존의 노력에 2%
의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보태는 것, 이런 시도를 허용하는 연구계 와 사회분위기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