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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르네상스 시기의 천재 예술가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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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르네상스 시기의 천재 예술가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주요 수업 내용 수업자료 및 방법

- 레오나드로 다 빈치의 작품 세계 - 미켈란젤로의 작품 세계

PPT 강의 토의/토론

1. 신플라톤주의의 천재예찬 - 예술가, 신과 소통하다

16세기 초반이 되면, 예술가를 장인으로 바라보던 종래의 시각에 변화가 생긴다.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으로 예술가는 주체성을 지닌 천재로 간주되기에 이르는데, 플라 톤에 의해면 천재성이란 시인으로 하여금 ‘성스러운 열광’의 상태 속에서 시를 쓰게 만 드는 영혼의 상태로 설명되는 것이었다. 천재성을 지닌 인간들은 그들의 창조활동을 인도하는 신성한 영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죽을 운명에 놓인 평범한 인간들과 구분되 며, 따라서 그들은 ‘성스럽고’, ‘불멸하며’, ‘창조적’인 존재로 불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12) 천재 예술가는 장인처럼 ‘제작(making)'에만 전념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 의 ’창조(creating)'능력을 전해 받은 사람이다.

신플라톤주의의 천재예찬은 전성기 르네상스 예술가들로 하여금 거대하고 야심찬 목적을 끊임없이 추구하도록 자극하였고, 예술후원자들의 지지 역시 예술가들을 고무 하였다. 예술작품은 천재의 창조물로서 유일무이한 특수성을 갖게 되며, 따라서 아무나 모방할 수 없는 것이 되며, 누구라도 쉽게 흉내 낼 수 있는 ‘시대양식’이라는 보편적인 개념은 사라지게 된다.

이 장에서는, 무엇보다도 두드러지게 뛰어난 창조적 개인인 동시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두 아이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2.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인류의 역사가 낳은 천재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전성기 르네상스 대가로 인정받은 최초의 인물이다. 그의 천재성은 철학적 성찰,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과학적 관

12) H. W. 잰슨 & A. F. 잰슨, 『서양미술사』, 최기득 옮김, 미진사, 2008, pp. 274-275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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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 독창적인 공학이론, 그리고 예술 이론과 작품 활동 등 실로 다방면에 걸쳐 발휘되 었으며, 그를 지식의 최고 수준을 달성한 천재의 전형으로 만들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 치에게 있어 회화는 모든 예술 가운데 가장 고귀한 것이었는데, 세상의 모든 가시적인 측면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회화이기 때문이었다. 레오나르도의 예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인간과 자연, 예술 세계와 과학의 세계 간에 나타나는 대립을 해 소시키고 조화를 구하는 데 있었다.13)

레오나르도는 토스카나 지방의 빈치라는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바자리 (Giorgio Vasari, 1511-1574)14)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어릴 때 수학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학문을 배웠고, 음악에도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었으나 그림 그리기를 유독 즐겨하여, 그의 부친은 친구이자 당대 화단의 거장인 베로키오에게 배우도록 해주었다고 한다.

1) <바위산의 성모>, 1485 경, 유채, 루브르 박물관(파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바위산의 성모>라는 제목의 매우 독창적인 그림을 두 점 제 작했다. 원래 밀라노의 성 프란치스코 성당을 위해 제작되었던 작품 하나(1483-1486)는

현재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 그리고 다른 하나는 (1495-1508)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소장되어 있다.

두 작품 모두, 바위굴을 배경으로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어린 세례자 요한, 그리고 한 명의 천사를 그린 작품이다. 마태오 복음(2. 13-15)에 의하면, 동방 박사들로부터 새로운 왕이 탄생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헤로데 왕은 자신의 지위가 위태롭게 되지나 않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꿈에 천사로부터 피신하라 는 지시를 들은 요셉은 마리아와 아기를 데리고 이집 트로 떠나게 된다. 그런데 중세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예수와 사촌지간인 세례자 요한도 무 죄한 아기들의 학살을 피해 대천사 우리엘의 인도로 피난길에 올랐다가, 도중에 성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바로 이 장면을 그리 고 있는 것이다.

미술은 과학이라는 당대의 사고방식은, 원근법과 해부학을 통한 충실한 자연의 재현 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에서도, 각각의 식물들은 실제 관찰 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졌으며, 배경에 그려진 기암괴석 역시 사실적으

13) 이경성, 『레오나르도』, 서문당, 1982, p. 102 참고.

14) 최초의 미술사학자라고 평가할 수 있는 바자리는 1550년,『가장 훌륭한 화가, 조각가, 그리고 건축가의 생애』(Le Vite de' più eccellenti pittori, scultori, ed architettori)를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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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그려진 것이다.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 전에 레오나르도는 수많은 데생을 하였는데, 수천 점에 달하는 데생작품이 남아있을 정도이며, 이는 제작을 위한 준비이자 동시에 생명의 신비에 대해 탐구하는 자연과학자로서의 실험적인 성과이기도 하다.15) 여기에 덧붙여, 윤곽선을 뚜렷하게 만들지 않는 스푸마토(Sfumato) 기법과, 먼 저편으로 아스 라이 사라지는 배경을 흐릿하고 푸르스름하기 그려내는 대기원근법을 사용함으로써, 시적 환상성과 신비로운 생명력으로 충만한 인물들은 삼차원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자 리 잡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인물들의 손이다. 손은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작고도 강력한 의사소통의 도구이다. 예컨대, 손을 호주머니에 쑥 집어넣거나, 또는 허리춤에 엉거주춤하게 걸쳐놓는 것은, 비록 무심코 하는 행동일지라도, 그 사람 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중요한 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위산의 성모>에는 등장인물들의 손이 중앙에 몰려있다. 각각 다른 크기와 형태로 그려진 이 손들은 인물 들의 역할과 심리를 밝혀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아기 예수의 머리 위에 그려진 성모의 왼손은 모성적 보호, 사랑과 자애를 나타내며, 요한을 예수에게로 살며시 떠미는 오른 손은 성모가 지닌 인도자와 중재자의 역할을 상징한다. 예수의 축복하는 손은 그의 신 성(神性)을, 그리고 땅을 짚은 다른 손은 그의 인성(人性)을 의미하며, 신이자 인간인 예수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기 예수가 곧 구세주임을 깨닫고 기쁨에 찬 마 음으로 무릎을 꿇은 요한의 모아 쥔 두 손은 기도와 경배, 그리고 신에게로 향하는 인 간을 표현하고, 검지를 들어 요한을 가리키는 천사의 손은 인간과 신의 중개 역할을 나타낸다. 천사는 이 작품에서 관중을 쳐다보는 유일한 존재로서, 인간을 영원의 세계 에로 초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16)

2) <최후의 만찬>, 1495~1498, 템페라 벽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 성당(밀라노)

이 작품은 전성기 르네상스 회화의 이상을 구현한 최초의 고전적 예로 꼽힌다. 하지 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작품 보존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한데, 이 그림은 완성된 지 불과 몇 해 지나지 않아 손상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젖은 석회반죽 위에 그림 을 그리는 프레스코 기법의 한계를 극복해보고자 레오나르도가 템페라에 기름을 섞은 물감으로 작업을 했는데 이 실험적 시도가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그림이 완성되었을 당시의 색감과 감동을 아직도 충분히 상상해 볼 수는 있다.

전체적인 구성이 보여주는 안정된 균형감은 어떤 화가에 의해서도 시도된 적이 없 던 것이다. 초기 르네상스 화가들이 추구하던 합리적인 삼차원 공간을 추구하는 대신, 레오나르도는 일직선의 테이블에 인물들을 주욱 배치한다. 단순하고 단조로운 구성에 깊이를 더하는 것은 바로 배경이다. 선원근법의 소실점을 예수 그리스도의 머리 위에 설정함으로써 시선은 그리스도에게로 집중되고, 단순했던 구도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

15) 위의 책, pp. 26, 98 참고.

16) 조수정 외 공저, 『예술적 사고와 표현』, 대구가톨릭대학교 출판부, 2013, pp. 85-8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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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갖게 된다. 또한 그리스도의 머리 뒤로 뚫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마치 후광 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레오나르도가 채택한 선원근법적 구도는 단순히 삼차 원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인위적 조작으로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부각시키려는 목적을 가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형을 당하기 전,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저녁식사 를 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성경에 따르면 이때 예수가 “너희들 중의 하나가 나를 배반할 것이다”라는 말을 하자 놀란 제자들은 “주님, 그것이 저입니까?”하고 물으며 어리둥절해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성경의 이야기를 그대로 묘사하는 차원을 넘 어서 어떤 상징적 의미를 작품에 부여하고 있다. 두 팔을 벌린 예수의 자세는 하느님 의 뜻에 대한 순종과 헌신을 상징하며, 그리스도교 미사의 기원이 된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행했던 중요한 행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들이 음식을 먹을 때 예수는 빵을 들어 사도들에게 나누어 주며 이렇게 말했다.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그리고 잔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받아마셔라, 이는 내 피, 곧 계약의 피다.” 그러나 사도들을 미사 제정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채, 각자의 성격에 따라 반응하는 모습으로 그려졌 다. 사도들의 무리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음험하고 반항적인 기질을 보여 주는 얼굴을 한 유다는 다른 사도들과는 분명 다른 운명의 길을 가고 있는 자임이 시각적으로 드러 난다. 한편 예수의 곁에 자리잡은 요한은 사랑에 찬 제자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회화에 있어서 가장 숭고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점은 인물의 표정과 동작을 통해 ‘인간의 영혼 에 내포된 심성’을 묘사하는 일이라고 레오나르도는 고백하였다.17)

3) <모나리자>, 1503~1505, 패널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파리)

<모나리자>의 명성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기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바위산

17) H. W. 잰슨 & A. F. 잰슨, 『서양미술사』, 최기득 옮김, 미진사, 2008, pp. 276-27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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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성모>에서 시도되었던 섬세한 스푸마토가 <모나 리자>에 이르러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구사되었기 때문에 이 그림은 당시 하나의 기적처럼 여겨졌다. 기름을 많이 섞어 매우 묽고 투명한 물감을 겹으로 칠했기 때문에 전체 화면은 그림 속에서 비치는 부드 러운 빛으로 물든 것처럼 느껴지며, 이전의 작품과는 다른 세련미를 풍긴다.

그러나 <모나리자>의 진정한 매력은 인물의 성격 을 다루는 심리적인 측면에 있다. 왜 모나리자의 미 소를 ‘신비롭다’고 하는 것일까? 레오나르도는 기량이 뛰어난 유명한 류트 연주자였고, 바사리에 따르면 그 가 모델을 앉히고 초상화를 그릴 때면 음악가들에게 옆에서 악기를 연주하게 했는데 이 음악 반주가 ‘라 조콘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고 한다.18) 그 녀의 미소를 신비롭게 만드는 이유는 이 그림이 실제 초상이 아닌 이상적 초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나리자의 개성적 면모를 강조하는 대 신 레오나르도는 시간을 초월한 상징적 표현에 무게를 두었던 것이다. 이 두 가지 상 반되는 요소를 조절함으로써 서로 균형을 취하도록 처리한 결과 모나리자의 미소는 영 원성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레오나르도가 여성의 본질이라 생각했던 모성애가 암시되어 있으며, 배경의 풍경과 강물 역시 원초적 생명력을 담고 있다.19)

3.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

시대가 낳은 천재 미켈란젤로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미술가이자 건축가, 그리고 조 각가이다. 그는 몰락한 귀족 가문을 일으켜주기 바라는 아버지의 소망을 저버리고 예 술의 길을 선택한 반항아였지만, 결국 당대 최고의 예술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명성과 부를 한 몸에 얻게 된 그는 생전에 이미 전설적 인물이 될 정도였으며, 현재도 그는 천재 예술가의 원형으로 간주되고 있다. <미켈란젤로 평전>을 쓴 로맹 롤랑은 ‘천재를 믿지 않는 사람, 혹은 천재란 어떤 것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를 보라’라고 말 한다. 천재성을 성스러운 영감이라고 파악하는 관점, 즉 소수의 예외적인 개인에게 부 여된 초인간적인 능력이라는 천재개념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켈란젤로의 삶과 작품을 그 전형적인 예로 간주한다. 신플라톤주의에 경도되었던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하느님이 주신 특별한 축복으로 받아들였으며, 자신의 창조물에 스스로 정당성 을 부여하는 주체적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전통과 규범, 인습은 열등한 영혼들을 얽매

18) 제임스 홀, 『왼쪽-오른쪽의 서양미술사』, 김영선 옮김, 뿌리와이파리, 2008, p. 547 참고.

19) H. W. 잰슨 & A. F. 잰슨, 『서양미술사』, 최기득 옮김, 미진사, 2008, pp. 277-278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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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자신의 천재성을 억누르는 권위에 도전하였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조각가라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하였는데, 편지 말미에는 ‘조각 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라고 서명할 정도였으며, 조각가로서의 자질은 특히 대리석 조각상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에게 있어 예술이란 자연을 탐구하는 과학이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이어나가는 신성한 것이었다. 물질의 구속으로부터 그 속에 존재 하는 생명력을 해방시키는 것이 바로 조각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 미켈란젤로는 자신 이 만든 조각상을 대리석의 감옥에서 해방된 인간의 육체라고 보았다. 이는 인간의 육 체란 영혼을 가두는 감옥이라는 신플라톤주의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20)

미켈란젤로는 독특한 창조자였다. 조각가로서의 재능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림, 건축, 그리고 도시 설계의 각 분야에 있어서도 탁월했다.21) 화가로서의 천재성은 바티 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와 벽화에 유감없이 발휘되었는데, 회화란 조각적 형태의 입체감을 모방해야 하며 건축 또한 인간 형상이 지닌 유기적인 특징을 도입해야 한다 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를 천재의 반열에 들게 한 것은 그의 타고난 재능만이 전부는 아 니었다. 그는 당대의 위대한 예술가 기를란다요의 제자로서 도제수업을 받았고, 예술후 원가로서 그를 눈여겨 본 메디치가의 로렌초 공의 배려로 피렌체의 뛰어난 학자와 미 술 수집품을 보고 읽어내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을 완성시킨 것 은 철저한 교육과 고된 훈련,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이었던 것이다.

1)<다윗상>, 1501~1504, 대리석, 아카데미아 미술관(피렌체)

미켈란젤로는 26세가 되던 해에 높이 4미터의 대형 조각

<다윗상>을 주문받는다. 전성기 르네상스 최초의 대형 조각상 인 이 작품에서 미켈란젤로는 조각가로서의 자질을 마음껏 발휘하였고 자신의 독특한 예술적 기질을 세상에 드러내었다. 원래 이 거대한 인물상은 피렌체 성당의 부벽 위 높은 곳에 설치될 계획이었으나, 피렌체 공국에 대한 애국심의 상징으로 해석되어 결국 도시 중심부에 세워진 메디치가의 베키오 궁 앞에 설치되었다.22)

성경에 등장하는 다윗은 ‘볼이 불그레하고 용모가 아름다 운’ 소년으로서 적장 골리앗의 목을 벤 인물이다. 조각가들은 승리의 청년상으로서 다윗을 즐겨 다루었는데, 발아래 골리앗 의 목을 누르고 검을 가지고 서 있는 부드러운 소년상이 일 반적인 다윗상의 모습이었다.23)

20) 위의 책, pp. 280-281 참고.

21) 박래경,『미켈란젤로』, 서문당, 1982, p. 98 참고.

22) 앤소니 휴스,『미켈란젤로』, 남경태 옮김, 한길아트, 2003, pp. 69-7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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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이전 작가들이 추구하던 미소년의 호리호리한 몸매와는 전혀 다른 이상미를 제시한다. 미켈란젤로가 추구했던 양식은 영웅적인 크기, 초인간적인 힘 과 아름다움, 충만한 근육질의 신체, 그리고 역동적인 형태 등 헬레니즘 조각의 특징들 에서 비롯한 것이며, 이는 르네상스 미술 전체를 대표하는 양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한 편 미켈란젤로의 <다윗상>은 ‘정지된 상태에서의 동작(action-in-repose)’을 보여주는데 이것이야말로 그의 예술작품을 특징짓는 본질적 성격이다.

이상하게도 미켈란젤로는 다윗의 발치에 골리앗의 머리를 조각해 넣지 않았는데, 이 점은 다윗상의 성격을 바꿔버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제 다윗은 단순한 승리의 영웅이 아니라 불변하는 정의의 화신이 되었으며, 성경의 테두리를 벗어나 세 상으로 나온 생명력 있는 존재가 되었다.24)

2)시스티나 성당(Cappella Sistina), 1508~1512, 프레스코화, 바티칸

<다윗상>을 완성하고 난 뒤, 미켈란젤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부름을 받아 로마 로 가게 되었다. 율리우스 2세는 자신의 묘소 설계를 미켈란젤로에게 의뢰하였으나, 얼

마 지나지 않아 묘소의 설계대신 바티칸 교황청 내 자리잡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를 부탁하였다. 교황의 재촉 때문이기도 했지만 묘소 작업을 다시 시작하고픈 열망에 서 미켈란젤로는 ‘창조와 심판’이라는 주제를 역동적으로 표현한 거대한 천장화를 4년 만에 완성시켰다. 이렇게 제작된 천장화가 바로 역사의 걸작이 된 것이며, 미켈란젤로 의 화가로서의 숨은 재능이 비로소 드러나게 되었다.

시스티나 성당에는 이미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으나,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는 수백 명 의 인물이 등장하는 거대한 유기체로서의 압도적인 규모와 구성의 내적 조화로 이전의

23) 박래경,『미켈란젤로』, 서문당, 1982, p. 12 참고.

24) H. W. 잰슨 & A. F. 잰슨, 『서양미술사』, 최기득 옮김, 미진사, 2008, pp. 281-28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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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창조 - 구도분석>

창세기편을 읽은 사람은 누구나 로마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미 켈란젤로가 그린 <아담의 창조>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 나 이 이야기 자체도 그림에서는 내용이 더욱 알기 쉽고 감명 깊게 보이도 록 일부 수정되었다. 즉 창조주 하느님은 흙으로 빚어진 인간에게 살아 있

모든 그림을 압도해 버렸다. 다섯 쌍의 대들보로 구분된 가운데 부분에는 <창세기>에 나오는 아홉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들은 천지창조, 아담과 이브, 그리고 노아 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신학적인 체계에 따라 구성된 이런 장면들은 나체의 젊은이 들, 예언자들, 둥근 그림, 삼각 그림 등이 나열됨으로써 한층 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 중 가장 뛰어난 창의력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담의 창조>이다. 미켈란젤로는 창 조주와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손이 맞닿기 직전의 순간을 보여주는데, 하늘로부터 돌 진하는 창조주의 강렬한 모습은 정지된 순간이 아니라 그 다음 동작이 이어질 것만 같 은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따라서 그림 안에 시간성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침투하게 된 다.

이 그림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이유는 두려우면서도 매력적으로 표현된 절대적 존 재, 즉 신의 모습이 서양미술의 역사상 비교할 데 없이 완벽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 다. 로마네스크 미술은 초월성과 두려움이 강조된 성스러운 신을 보여주었고, 15세기 르네상스기의 만테냐는 사실성이 강조된 신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어느 편도 ‘두려운 신비(mysterium tremendum)’라는 신의 속성을 온전하게 나타내지는 못하였다. 이제 미켈란젤로는 거부하고 싶으면서도 묘한 끌림이 있는 존재로서의 신을 우리에게 제시 한다.25)

25) 조수정 외 공저, 『예술적 사고와 표현』, 대구가톨릭대학교 출판부, 2013, pp. 8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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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영혼을 불어넣는 – 이것은 표현적인 형상으로 쉽게 옮기기 어려운 주 제로 – 대신에 아담의 팔을 향해 손을 뻗어서 마치 생명을 건네주는 불꽃 이 손가락 끝으로 전달되듯이 창조자로부터 피조물에게 전달되었다.

이렇게 이어진 두 팔은 서로 떨어진 두 개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이어준 다. 즉, 하느님을 둘러싸면서 (독자적으로) 꽉 들어찬 망토는 대각선으로 그 려진 그의 몸체로 인해 앞으로 움직이는 듯한 동세로 표현되었고, 불완전하 고 평평한 단면으로 보이는 지구의 수동성은 뒤로 물러나듯이 기울어진 윤 곽선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이러한 수동성은 아담의 몸체가 형성하는 휘어 진 요면의 곡선에서도 보인다. 아담의 육신은 지면에 누워 있는데 그에게로 다가오는 창조주의 잡아 이끄는 힘에 의하여 일어나려고 한다. 일어나서 걸 으려는 욕구와 잠재적인 능력은 왼쪽 다리의 모습에서 부차적인 주제로 제 시되었는데, 이 다리는 에너지로 가득 찬 하느님의 팔처럼 혼자 힘으로는 자유자재로 지탱하지 못하는 아담의 팔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루돌프 아른하임 Rudolf Arnheim,

미술과 시지각

Art and Visual Perception

, 1974, pp. 458-460.

3)최후의 심판, 1534~1541, 프레스코화, 시스티나 성당(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은 바티칸에서 가장 중요 한 곳이었으므로 장식작업도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고, ‘사말(四末)’, 즉 죽음, 천국, 지옥, 심판이라는 최후의 네 가지가 그림의 주제로 선택되었다. 하느님께로 향 하고자 하는 평생의 그의 노력, 그리고 육 체로부터 지성을 해방시키고 최종적으로 하느님의 자비에 가치가 있는 존재가 되 려는 노력이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 다.

이 그림은 심판자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천상과 지옥의 세계가 함께 하는 거대한 공간 안에 구원받은 자들과 저주받은 자 들이 한데 뒤섞인 채 신 앞에서 애원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자그마치 2백 평 방의 벽에 391인의 인물이 그려진, 이전의 어느 심판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구상과 거대한 규모의 작품이다.26) 화법과 색채의 사용에서 이전보다도 더 모험적이고 대담하 게 변해갔다. 심판자 그리스도의 바로 아래, 구름에 걸터앉은 사도 바르톨로메오는 살

26) 박래경,『미켈란젤로』, 서문당, 1982, p. 68, 10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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갗을 벗겨 내는 순교형을 당했다는 사실을 암시하기 위해 사람의 가죽을 들고 있다. 교황 바오로 3세는 이 프레스코화를 처음 보았을 때 무릎을 꿇고 이렇게 감탄했다고 한다. “주님, 심판의 날에 저의 죄를 묻지 말아주소서.” 이 작품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냉혹한 비관주의보다는 희망이 섞인 유익한 두려움을 안겨주었다고 볼 수 있다.27)

27) 앤소니 휴스,『미켈란젤로』, 남경태 옮김, 한길아트, 2003, p. 245, 253-254 참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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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 동양 사상에서는 궁극적인 경지를 이론이나 체계적으로 논술하기보 다 그러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수양 방법을 중요한 과제로 삼는다.. 이러한 점에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 것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 다 가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인생에서 다

동물은 둥지를 서식지로 하여 그 둥지로부터 일정한 행동 반경에 있는 지역에서 활동하며, 그 지역을 벗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예지한다. 즉, 둥지를 중심으로

enable ~할 수 있게 하다 unable ~할 수 없는. genius 천재

르네상스 부흥기 이후 그

 제15조(거래보호) ① 법률행위를 행한 자와 상대방 이 법률행위의 성립 당시 동일한 국가안에 있는 경 우에 그 행위자가 그의 본국법에 의하면 무능력자

어떤

그리고 운명이 현실화되면 될수록 그의 약속된 미래는 점점 그에게 다 가오지만, 여전히 지금의 그는 자신의 행복으로부터 떨어져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