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 미래를 향한
새로운 국토종합계획의 세 가지 난제
권원용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email protected])
국토연구원이 창립된 지 꼭 40년이 되는 새해가 밝아 왔다. 지난해 9차에 걸 친 ‘국토포럼’에 참석해 제5차 국토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예비작업을 눈여겨 보았다. 토론주제는 국토종합계획 환경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여건변화 전망 부터 정책적 · 제도적 개선 방안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이를 통 해 국토종합계획은 바람직한 국토 미래상 추구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확 신이 들었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 20년을 좌우할 새로운 국토종합계획의 난제는 ① 미래예측, ② 인구감소, ③ 주민참여 3가지 핵심 키워드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스마트 국토의 모습은 기존 이론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 20세기 개발연대처럼 과거 추세를 단순 연장시키는 회귀분석이 감당할 수 있는 선형적 변동이 아니다. 융복합된 수많은 독립변수가 작용되 고, 때로는 인과관계도 불분명한 복잡계이다. 이른바 ‘메가트렌드’라고 일컫 는 거시적 변화의 흐름과 방향은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지만, 빅데이터 수 집과 분석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국토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화(예: 기후 변화에 따른 북극항로 개설)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미래와의 끊임없는 대화 가 주특기인 계획가 처지로는 답답할 노릇이다. 예컨대 KTX와 같은 지역 간 교통수단의 혁신적 도입은 국민생활에 미치는 효과 측정이 비교적 용이하다.
이와 달리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모바일혁명은 20여 년 전에는 예측하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GPS 기반 첨단공간정보의 활용이 오늘날처럼 일상화 될지 상상하지 못하였다.
100년 전인 1918년 미국에서는 자동차 보급의 대중화와 중산층의 교외화
2 국토 제435호(2018. 1) 국토시론
로 광역도시권을 촉발시킨 2가지 변인이 등장한다. 대량 식품저장을 가능하게 한 가정용 냉 장고의 보급이며, 다른 하나는 적 · 녹 · 황 전기교통 신호기의 설치이다. 그러나 IT와 접목된 21세기 기술혁신의 확산속도는 단기적 전망조차도 S곡선을 닮아 예상을 벗어나며, 변곡점 의 이동이 너무 빨라 사후적으로 인지하기 십상이다. 계획가는 변화 방향보다 속도 예측에 훨씬 무력하다.
뉴노멀시대의 가장 어려운 예측은 차세대 주류세력의 가치관과 의식, 행태변화이다. 소위 2030 N포세대는 취업난과 주택난의 중압에서 벗어나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삶을 영위할 것인 가? 향후 국토 이용과 변혁의 주역이 바로 이들인 까닭에 유별난 시선과 애정을 가지고 살 피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와 같은 사회변화까지 꿰뚫어 보아야 하 기 때문에 시나리오 기법은 물론 다양한 접근방법을 동원한 조사 · 연구가 필수적이다.
둘째, 현재의 초저출산 추이가 지속된다면 계획기간 동안 총인구의 절대적 감소는 불가 피해 보인다. 역피라미드 인구구조와 불임사 회 도래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래 인구와 산업 의 지리적 분포를 결정짓는 국토공간구조 형 성은 초미의 관심사이다. 우선 제4차 산업혁 명은 대도시로 인구집중을 촉진시켜 양극화를 부추기게 된다. 따라서 오랜 가뭄 끝에 저수지 가 주변부터 점차 말라가듯이 위축되는 국토 공간을 슬기롭게 관리(Smart Shrink)해야 한
다. 국토 전체는 수도권을 필두로 몇 개의 광역대도시권으로 재편성되고, 기성시가지는 노 후 인프라에 대한 대체, 주거지 업그레이드 등 도시재생 수요가 늘어난다. 대도시권 내부에 서도 도심회귀 현상이 나타나 차츰 빈집이나 유휴시설 발생 문제가 대두된다.
인구절벽이 가져올 충격은 비도시지역에서 더욱 강하게 느껴질 것이다. 완벽한 ‘지방중 소도시의 소멸’을 방지하도록 지역생활권 서비스 중심은 활발한 이동성을 갖춘 압축도시 (Compact City)로 구조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산어촌은 주 민의 고령화로 인해 공동화 마을이 증가할 전망이다. 청정자원이 풍부한 농촌이 재생하려 면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일어나야 한다. 도시 주민과의 제휴로 휴양, 체험관광, 스마트팜 (Smart Farm), 6차 산업화가 활발해지고 유휴농지가 기업농으로 되살아나는 새 농촌에 정 주할 젊은이의 귀농 · 귀촌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이다.
셋째, 본격적인 분권화 시대를 여는 주민참여의 강화이다. 지금까지 국토종합계획에서는 계획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은 소외되었다. 중앙정부와 전문가가 주도해 완성한 계획 초안을
뉴노멀시대의 가장 어려운 예측은 차세대 주류세력의 가치관과 의식, 행태변화이다.
소위 2030 N포세대는 취업난과 주택난의 중압에서 벗어나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삶을 영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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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고 형식적인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이제는 이러한 하향적인 계획방식에서 탈피해 수립과 정 초기부터 적극적인 주민참여가 진행되어야 한다. 게다가 초고속 인터넷과 초연결사회 진 입은 분권화 · 자치화를 추동하는 직접민주주의의 기술적 토대가 되고 있다.
제5차 국토종합계획은 무엇보다도 주민과 함께하는 계획(Planning with People)이 되어 야 한다. 계획가는 주민참여가 전문가의 고유영역을 침해한다는 편협한 태도보다는 오히려 계획활동의 권한기반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정권교체마다 겪는
‘계획의 정치화’ 문제를 피할 수 없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민참여에 의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라는 계획가의 원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루어진다면, 각종 계획 이슈에 대한 실시간 ‘공론의 장’
이 얼마든지 열릴 수 있다. 이 경우 계획(안) 자체가 폭넓은 주민참여를 위한 효율적인 의사 소통의 도구이기도 하다. 국토 미래상의 도출 도 일반국민(특히, 청소년)이 참여해 각자의 바람을 표출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회 적 합의에 이른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소수 전 문가가 장기 비전을 독점하고 일방적으로 강 요하는 방식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그 러나 참여 주민들이 의사결정과정을 공유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집행 · 모니터링까지 책임지 는 민관 ‘콜라보’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주민참여는 계획(안)의 공동생산 행위이다.
분권화시대의 주민은 결코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자치의 주체이며 협치의 파트너이다. 계획 가는 겸허하게 ‘눈높이 대화’에 임하고 상호 학습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삶의 현장에서 빚어 지는 이야기(교육, 의료, 육아, 복지, 환경 등)를 경청하고 계획과정의 비공식 요소로 과감하 게 투입해야 한다. 흔히 계획가의 역할은 의사의 사회적 직능과 비견되기도 한다. 전문의가 환자의 병세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듯이 주민참여는 의사의 과학적 진료 못지않게 환자 스 스로의 힐링이 조화되어 치유되는 이치와 같다.
주민참여는 계획(안)의 공동생산 행위이다.
분권화시대의 주민은 결코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자치의 주체이며
협치의 파트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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