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토 시 론
비전2030과 국토정책
최병선|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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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8월(2006. 8) 「함께가는 희망한국: 비전2030」을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중장기 미래전략 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60여 명의 각 분야 별 전문가가 일 년여에 걸친 연구와 국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비전2030을 작 성했다.
따지고 보면 정부가 우리 경제∙사회가 나아가야 할 큰 그림을 그리고 이 것을 정책수행의 길잡이로 삼았던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런 종류의 큰 그림 중 우리에게 가장 낯익은 것은 경제개발5개년계획이다. 이것은 우리 경제가 발전의 첫발을 내딛던 1962년에 시작해서 매 5년마다 1991년까지 6차 례에 걸쳐 계획이 수립∙집행됐었다. 그러다가 문민정부 시절인 1993년 신경 제5개년계획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수립한 것을 마지막으로 경제∙사회전반을 포괄하는 정부계획은 끝을 맺었다. 그후에는 5개년 단위의 국가재정운용계획 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비전2030은 20~30년 앞을 내다보는 초장기적인 종합적 국가운용전략이 다. 따라서 5년 앞을 전망한 과거의 경제개발계획 또는 국가재정운용계획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것은 초장기적 계획이 갖는 특성상 현안문제보다는 장 기적인 경제∙사회의 흐름에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이를테면 우리 사회가 앞 으로 닥칠 가능성이 큰 애로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여기에 대처하는 전략적 방 안을 마련하는 데 이 계획의 목적이 있다. 불확실한 장기적 미래를 다루는 계 획이라는 점에서 또한, 이 계획은 이 시대의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미래를 향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 가는 과정적 계획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지금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과도기적 상황에 놓여 있다. 정
치 분야에서는 민주화∙탈권위화가 급속하게 진행 되고 있고, 경제는 요소투입형에서 지식기반형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개방화에 따라 국제사회의 경 쟁도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저출산∙고령화∙저성 장∙양극화 등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 전을 가로막는 장기적∙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 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를 우리 국민이 직시하고 적 기에 지혜롭게 풀어나가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은 물 론 현상유지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배경 아래 비전2030이 마련됐다. 이 계획 은 우리 사회가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를▲혁 신적이고 활력 있는 경제, ▲안전하고 기회가 보장되 는 사회, ▲안정되고 품격 있는 국가로 설정했다. 그 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성장동력 확충,
▲인적자원 고도화, ▲사회복지 선진화, ▲사회적 자 본 확충, ▲능동적 세계화를 꼽았다. 이어서 이를 실 천하기 위한 수단으로 50개의 핵심과제를 추출하고 이를 관련제도의 혁신과 선제적 투자를 통해 현실화 하겠다고 했다.
국토는 국민, 정체와 함께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다. 따라서 국토문제는 나라의 먼 장래를 내다 보는 비전2030의 핵심적 고려대상이 될 수밖에 없 다. 국토의 바른 이용을 전제하지 않고는 비전2030 의 목표가 달성될 수 없고 전략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전2030이 추출한 50대 핵 심과제의 상당부분이 국토의 바른 이용과 직∙간접 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고 하겠다. 더욱이 경제성장과 여가시간의 증대, 민 주화∙지방화의 진전 등에 따라 우리 국민의 삶의 질과 환경의 지속가능성은 우리 사회의 최우선적 가 치로 떠오르고 있다. 이것 역시 국토문제가 해가 갈 수록 우리 사회의 핵심적 의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
는 이유다.
비전2030에서 제시한 50대 핵심과제 중에는 국 토문제와 직결된 과제가 최소한 9가지에 이른다. 성 장동력 확충을 위한 행정중심복합도시 및 혁신도시 건설이 그 하나다. 사회복지선진화전략의 실천을 위 한 과제 중에는 ▲부동산가격 안정화, ▲주거복지 확충, ▲쾌적한 생활환경과 환경보건강화, ▲농어촌 활력증진의 4가지 과제가 핵심과제로 꼽혀 있다. 사 회적 자본 확충과 관련해서는 갈등관리시스템의 구 축이 시급한 과제로 적시되어 있다. 그리고 능동적 세계화 전략에선▲경제자유구역활성화, ▲동북아 금융∙물류허브구축, ▲통일인프라구축이 국토와 직결된 핵심과제다.
물론 이들 9개 과제만 해결하면 향후 20~30년간 에 나타날 국토문제가 모두 해소된다고 하긴 어렵 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 과제를 제쳐놓고 우 리 국토의 바른 미래상을 추구하기는 더더욱 어렵 다. 이런 점에서 비전2030이 제시하는 국토관련 핵 심과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되, 이것이 놓치고 있 는 국토분야의 주요과제를 부단히 발굴, 해소해 나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등의 과제가 바로 그런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앞으로 20년 은 우리 국토가 생산적이면서도 쾌적하고 안전하고 아름다운, 한마디로 삶의 질이 높은 국토로 재탄생 되어야 하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따라서 비전
2030이 다루는 시기는 국토분야 전문가가 특별한 관
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시기와도 맞닿아 있다. 전문 가 모두의 무한한 책임감과 부단한 노력이 참으로 필요한 시점이다.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