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국토 제453호(2019. 7)
인구감소와 지역 간 연대-협력:
국토 순환형 연계 생활권 구축을 제안하며
소진광
가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2019년 우리나라 통계청이 공표한 자료에 의하면 세계 인구는 77억 1500만 명 정도이고, 우리나라 인구는 5181만 명 수준이다. 또 어느 예측에 의하면 2050년 세계 인구가 100억 명을 넘을 거란다. 인간이 자연생태계를 떠나 생 활할 수 없음은 누구나 인정한다. 동시에 인간은 자연생태계를 가장 크게 변 화시킨 생명체이다. 자연생태계가 잘 유지되어야 인간도 이 지구상에서 지 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인구규모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 작용 때문이다. 인간도 자연생태계의 일부로서 오랫동안 자연에 순응하면서 세대를 이어왔다. 원시 인간에게 자연은 곧 창조주였고, 인간생활을 결정짓 는 심판자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 만해진 인간은 자연에 도전하고 인간 중심의 문명을 가꾸기 시작하였다. 인 류문명은 자연을 정복하고, 변형한 정도로 인식되어오고 있었다. 즉, 자연은 야만의 상징공간이고 인류문명은 반자연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세계 인구의 증가는 곧 지구 자연생태계의 추가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기 술 발달이 인간생활과 자연생태계의 균형을 유지, 관리할 수 있으리라는 낙 관적 견해도 있지만 기술의 사용이 또 다른 과정을 통해 자연생태계 부하를 늘릴 것이라는 추측은 이미 사실로 드러났다. 인구의 증가는 곧 자연환경의 파괴적 변화를 더욱 빠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몇몇 나라에서는 인구 감소 조짐이 나타나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인간과 자 연생태계의 상호 작용 관점에서 인구 감소를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즉, 인구 감소는 자연환경 부하를 저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와 관련되어 있다. 이 러한 관점에서 인구 감소로 인한 자연환경 회복 방식을 검토하고, 인구가 감 국토시론
3 소하더라도 종전과 같은 수준의 문명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보다는 인구가 특정지역으로 쏠리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더욱 심각 하다. 인구가 특정지역에 집중하게 되면 국지적 환경부하가 늘어나서 결국 전체 자연생태계 의 회복력이 떨어질 것이다. 물론 특정지역에서 인구가 감소하거나, 아예 특정지역에 사람 이 살지 않아 나타나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주민과 지역은 같은 운명체로서 주민 없는 지역 은 존재할 명분이 없고, 유지되지도 않는다. 일본에서 ‘주민이 살지 않는 지방’의 문제를 소위
‘지방소멸’로 표현하고, 이러한 지방소멸 문제의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민 없는 지역’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향후 대책이 현안문제로 떠오르 고 있다.
주민이 살지 않는 지역은 인간의 모듬살이에 필요한 각종 기반시설을 설치 및 유지, 관리 하기가 어렵다. 인구규모에 따라 주민이 필요
로 하는 기반시설의 공급 가능성도 달라진다.
특정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러한 시장규모(모든 인간이 동일한 소비행태를 보 인다는 가정에서)에 어울리는 고급 재화 및 서 비스의 공급시설 입지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인구 1천 명이 살고 있는 지역과 인구 10만 명 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공급 가능한 공공재 및 공공서비스의 유형과 질은 다르다. 그렇다고 인구가 적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과 인구규
모가 큰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공공재 및 서비스가 다르다고는 할 수 없다.
결국 인구규모가 100만 명에 이르는 지역은 인구가 10만 명 정도인 지역보다 고차위 재화 및 서비스 공급시설을 설치,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인구규모가 1만 명인 지역주민들은 해당 지역에서 구할 수 없는 고차위 재화 및 서비스를 얻기 위해 사람이 더 많이 몰려 사는 인접 한 다른 지역을 이용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특정 재화 및 서비스 공급시설은 입지한 해당 지 역의 인구규모에 더하여 주변 영향권에 있는 지역으로부터의 이용인구를 합한 시장규모에서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고립된 상태의 인구 100만 명 지역에서 불가능한 재화 및 서비스가, 접근도가 높고 주변에 열려 있는 인구 50만 명 지역에서는 가능하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이 러한 가설은 지역 간 연대 및 협력을 통하여 검증될 수 있다.
인구규모 50만 명 지역과 인구규모 20만 명 지역이 연대한다면 인구규모 70만 명 지역에 서나 가능한 공공재 및 서비스 공급이 가능하다. 즉, 인구규모가 적은 지역끼리 연대하고 협 력한다면 해당 지역주민들은 인구규모가 큰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못지않은 문명의 혜택을
특정 재화 및 서비스 공급시설은
입지한 해당 지역의 인구규모에
더하여 주변 영향권에 있는
지역으로부터의 이용인구를 합한
시장규모에서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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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릴 수 있다. 즉, 사람이 적은 지역끼리 연대하고 협력한다면 해당 주민들에게 고차위 공공 재 및 서비스를 공급하더라도 비용은 줄이고, 문명의 혜택은 늘릴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나 타날 수 있는 문제는 연대 및 협력의 방식이다. 모든 주민이 필요로 하지만 지역마다 선호 혹 은 기피하는 시설과 기관이 다를 수 있다. 또한 연대 및 협력의 공간범위를 무리하게 확대할 경우 결국 필요한 공공재 및 서비스를 소비하기 위해 개별 주민들이 이동해야 하는 거리는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지역끼리의 공공재 공급, 전달을 위한 연대 및 협력의 적정 공간범위 설정은 공공재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문제를 종합하면 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지역이 환경부하를 줄이고, 종래와 같은 활력을 유지하며, 해당 지역주민들이 동일한 수준 이상의 문명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은 ‘지역 끼리의 연대와 협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끼리의 연대와 협력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요인을 극복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끼리 주민이 필요로 하는 공공재 및 서비스를 정의 하고 이를 인접 지역끼리 분담하는 소극적 방 식보다는 생활권 수준에 따라 필요한 고차위 공공재 및 서비스를 특화하고 주민들이 생애 주기에 따라 생활권을 이동하면서 거주하는
‘순환형 공간기능 연계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활동이 왕성하고 자녀교육이 필요한 연령대와 은퇴한 연령대는 각기 다른 재화 및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청 · 장년층이 필요한 생활권과 노년층이 필요한 생활권을 구분하고 각 생활권별로 필요한 공공재 및 서비 스를 특화하여 생산, 전달한다면 비용을 줄이면서도 문명의 혜택을 늘려갈 수 있다. 좋은 환 경의 질을 유지한다면 인구가 늘지 않더라도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인구가 과도하게 늘어나거나 일부 지역으로 사람이 몰리는 현상은 지역의 환 경부하를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도 많은 문 제가 발생한다. 사람의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재화 및 서비스 공급을 특화시킨 중 · 소생활권 을 가꾸고, 이들을 연계하여 대생활권별로 거주 순환체계를 형성한다면 국토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국토환경 보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전 국토를 몇 개의 대생활권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대생활권별로 특화된 중 · 소생활권을 만든다면 사람이 생애주기별로 이동하면서 거 주할 수 있는 ‘국토 순환형 연계생활권’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지역이 환경부하를 줄이고,
종래와 같은 활력을 유지하며, 해당 지역 주민들이
동일한 수준 이상의 문명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은
‘지역끼리의 연대와 협력’이다.
국토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