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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칼럼] 노자, 자연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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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 News, Volume 21, No. 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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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자연에서 길을 찾다

이 상 은 교수 (상지대학교)

유가(儒家)사상을 집대성한 인물이 공자(孔子)이고, 이를 계승하여 발전시킨 이들이 맹자(孟子)와 순자(荀子) 이다. 도가(道家)사상의 확고한 기초를 마련한 사람이 노자(老子)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신세계를 연 사 람이 바로 장자(莊子)이다. 유가사상을 공맹사상 또는 공맹철학이라고도 하듯이, 도가사상을 흔히 노장사상 내 지는 노장철학이라고 칭한다.

도가사상의 핵심인물인 노자를 만나기 전에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전공자들에게는 별문제가 없지만, 전공이 아닌 분들에게는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명칭이 유교(儒敎), 유학(儒學), 유가(儒家) 등 다양하게 얘기되기 때문이다. 유교에 종교적 성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유교라고 할 때는 종교적 의 미보다는 교육 내지는 교화의 의미가 강조되는 것이다. 유학은 학문적인 부분을 강조한 개념이며, 유가란 학파 를 일컫는 말이다. 유교나 유학을 영어로는 모두 Confucianism이라고 하는데 이는 Confucius(공자)에서 파생 된 말이다. 유가는 Confucian school이라고 하면 된다. 유교, 유학, 유가사상이라고 하면 명칭은 달라도 그 내 용은 대략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부르든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도가(道家)사상 즉, 노장철학과 도교(道敎)사상은 엄격히 말하자면 분명히 다른 것으로 혼동해서는 안된다. 영문으로는 모두 Taoism (따오이즘; 道의 웨이드식 중국어 발음인 ‘따오’에서 나온 명칭. 이를 타오이 즘이라고 읽는 것은 실은 틀린 것이다. T’ao를 ‘타오’로 읽는다)이라고 쓴다. 도가사상은 노자가 창시하고 장 자가 발전시킨 하나의 철학사상이다. 그 학파를 도가(Taoist school)라고 하는 것이다. 도교는 보다 후기에 중 국의 민간신앙에서 발전한 종교이다. 도교의 사원을 도관(道觀)이라 하고, 거기서 도교의 사제(司祭)인 도사(道 士)들이 종교의식을 주관한다. 도교에서도 노자를 들먹이긴 하지만 그들이 얘기하는 사상내용은 실제의 노장 철학과는 많이 다르다. 도교가 성립되기 이전에 성행한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신선사상도 일종의 도가사상으로 알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노장철학에서는 자연을 따라 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지, 결코 장생불 사를 추구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히려 자연을 어기는 일이다. 결국 신선사상이나 도교사상은 도가사상의 영향 을 받은 것이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불교(佛敎)나 불학(佛學), 불가(佛家) 라는 말은 뉘앙스는 달라도 그 내용은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노자는 정확히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사람인지가 불분명한 다소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전통적인 견해에 따르 면, 노자는 현 후난성(湖南省) 남부인 초(楚)나라 고현(苦縣) 사람이고 공자와 동시대 또는 공자보다 연장자라 고 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공자가 노자에게 예(禮)를 물었으며, 노자를 극찬하였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노자라는 인물과 ≪노자(老子)≫라는 책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 의문이 존재한다. 첫째는 노자의 생 존년대이며, 둘째는 ≪노자(老子)≫라는 책이 언제 쓰였는가 하는 문제이다. 노자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대개 노자가 주나라 궁정도서관의 관리였던 이이(李耳)라는 설과 노담(老聃)이라는 설이 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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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화학 전망, 제21권 제4호, 2018

이다. 노자라는 인물의 생애와 행적은 묘연하지만, ≪노자(老子)≫라는 책(이를 흔히 ≪도덕경(道德經)≫이라 고 부른다)이 전해지고 있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이나 노담이 바로 이 책의 저자라고 할 어떤 확실한 근거도 없다. 상당수 학자들은 노자의 사상은 형이상학적인 논의를 많이 하고 있어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 에 중점을 두는 공자사상과 동시대 혹은 먼저 일 수 없다고 본다. 사상의 발전 순서에서 보면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형이하학적인 것에서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는 ≪노자(老子)≫ 즉, ≪도덕경(道德經)≫이라는 책에 나타난 것을 노자의 사상으로 보고 얘기 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도덕경(道德經)≫이라는 책은 도경(道經)과 덕경(德經)을 합쳐서 이르는 말이다. 동 양철학에 있어서의 도(道)는 간단히 말하자면 ‘진리’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인간이 존재하든 안하든, 우리가 그 것을 알든 모르든 존재하는 ‘그 무엇’이다. 그러나 덕(德)이란 도(道)를 깨달아 내게 얻어진 즉, ‘체득된 것’을 말 한다. 분명 인간적인 개념이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은 상경(上經)인 1장에서 37장까지는 자연의 법칙이라 할 수 있는 도(道)에 관해 말한다. 38장에서 81장까지는 자연의 도를 본받아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덕(德)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노자의 사상의 핵심개념이 도(道)임에 틀림없다. 도란 본디 우리가 걸어 다니는 길이라는 의미에서, 어떤 일 을 하는 올바른 방법 혹은 요령이라는 의미로, 나아가서 모든 사물에 내재된 원리나 법칙,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이 거기서부터 나오고 거기로 돌아가는 최고최종의 원리를 가리키는 것으로 쓰이게 되었다. 동양철학에서 추구하는 진리를 통칭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으나, 유가나 도가 그리고 불가에서 말하는 도의 의미와 내용이 조금씩은 다르다 하겠다.

그러면 노자가 말하는 도(道)란 무엇인가? 노자는 ≪도덕경(道德經)≫ 1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도 라고 말할 수 있는 도는 영원불변의 도가 아니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영원불변의 이름이 아니다. 이름 이 없는 것은 천지의 시초요, 이름이 있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다.”(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無名 天地 之始, 有名 萬物之母) 여기서 노자는 도(道)란 이름 붙일 수 없는 것(無名)이라고 말한다. 언어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을 천지의 시초라고 말한다. 노자의 도는 오관(五官)의 인식범위를 초월 하여 있다는 것이지 결코 아무것도 없는 공무(空無)는 아닌 것이다. 도는 만물이 생겨나오는 원천이며 우주의 본체를 가리킨다. 이 세상에 만물이 존재하므로 만물을 생성하게 하는 ‘그 무엇’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노자의 도는 무차별의 절대로서 일원론적인 것이며 유출론적 성격을 갖는다. 노자는 “도가 1을 낳고, 2가 3 을 낳고, 3이 만물을 낳는다.”(≪도덕경(道德經)≫ 42장)고 했다. 여기서 1, 2, 3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일종 의 비유이며 상징이다. 1이란 개별사물이 아니라 ‘존재’ 즉 ‘있음’라는 통일적 개념이다. 2는 분화와 대립의 의 미로 볼 수도 있다. 3은 조화와 통일의 의미로 볼 수 있다. 근원적인 도(道) 즉, 무(無)에서 유(有)가 생겨나고, 이것이 분화와 대립, 조화와 통일의 과정을 통해서 만물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가변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지만, 그 변화를 지배하는 법칙 그 자체는 불 변적이라는 것이다. 사물의 변화를 다스리는 법칙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것은 극단에 이르면 반드시 되돌아온 다는 것이다. 노자는 “되돌아오는 것이 도의 작용이다.”(反者 道之動)(≪도덕경(道德經)≫ 40장)라고 했고 또

“커지면 가고, 가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돌아온다.”(大曰逝 逝曰遠 遠曰反)(≪도덕경(道德經)≫ 25장)이라고도 했다. 이 사상은 어떤 사물이든지 극단에 다다르면 반대로 언제나 돌아온다는 말이다. 위상기하학(Topology) 의 이론에 따르면, “우주상의 한 점에서 계속 앞으로 전진시키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한다. 노자는 계 산해 보지 않고도 이런 원리를 안 모양이다.

노자는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따라가는 것이 현명한 일인데(知常曰明)(≪도덕경(道德經)≫ 16장), 사람들이 이 법칙을 모르고 망령되이 흉한 일을 한다고 하였다. 노자가 추구하는 도는 결국 자연 즉, 자연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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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인간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도덕경(道德經)≫ 40장)고 하였다. 결국 노자가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는 자연이다.

하지만 노자가 말하는 자연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상적 자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저절로 그러함’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의미한다고나 할까. 노자 사상의 본령을 무위자 연(無爲自然)이라 할 수 있는데, 무위는 문자 그대로 ‘함이 없음’(none action) 혹은 ‘하지 않음’(having no action)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지런히 열심히 하지만, 억지로 인위적으로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 이다. 아마도 우리가 가장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호흡일 것이다. 몸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는 자신이 호흡을 하 고 있다는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자나 깨나 밤낮으로 숨을 쉬면서도 말이다.

노자는 자연물 가운데서도 물의 덕을 가장 높이 평가하여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도덕경(道 德經)≫ 8장)고 하였다. 부드럽고 겸허하며 다투지 않는 물의 덕을 배우라고 하는 것이다. 노자는 또한 “만족 할 줄 알면 욕되지 아니하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아니하다.”(知足不辱 知止不殆)(≪도덕경(道德經)≫ 제44 장)고 하여 욕망을 줄이고 만족할 아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임을 말한다.

노자는 장자와 달리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철학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국과민(小國寡民)과 약팽소선(若烹小鮮)이다.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어야 이상적인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소국과민의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점이 많다. 그보다는 마치 작은 생선을 굽듯이 정치를 하라는 약팽소선의 교훈이 더 와 닿는다. 너무 자주 뒤집으면 다 부스러지고, 반대로 그냥 내버려두면 다 타버린다. 정치는 마치 작은 생 선을 굽듯이 규제와 자율을 적절히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노자의 사상과 공자사상의 가장 큰 차이는 문화나 문명에 대한 관점에 있다. 공자를 중심으로 한 유가철학은 문화와 문명을 긍정하는 입장이다. 문화를 통하여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학습과 교육, 그리고 윤리와 제도, 예술과 문화를 매우 중시한다. 그러나 노자나 장자의 사상 즉, 도가철학에서 는 문화나 문명에 대하여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 지식을 가지고, 문화와 문명이 발달할 수록 욕망과 갈등이 많아져 서로 다투게 되고, 자연한 본성을 잃게 되고 세상이 어지러워진다는 것이다. 노자 는 심지어 예술이나 취미 같은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오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오음 은 사람의 귀를 멀게 하고, 오미는 사람의 입을 버리게 하고, 승마와 수렵은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한다.”(五色 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田獵 令人心發狂)(≪도덕경(道德經)≫ 제44장)고 하였다. 질박하고 자연스런 삶을 살라는 얘기일 것이다.

도가사상은 윤리도덕과 예의제도 등 인간문화적인 것에 너무 치중하는 유가사상에 대한 반동으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연의 법칙을 따라 자연스럽게 행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날과 같은 과학기술문명시대에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데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고 보여 진다. 우리가 이미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자의 철학에서 현 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신선하고 청량한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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