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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과제

서민 주거안정은 어느 시대 어느 정부에서나 중요한 정책목표로 다루어온 오래된 과제다. 그러나 복지국가로 자주 회자되는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반 서민은 여전히 주거안정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시장에서의 불균형 문제와 저소득층의 주거빈곤이 국가적인 문제가 되고 있지만 단기간의 정책적 노력만으로는 풀기 어렵다.

그렇다고 시장에만 맡겨놓으면 더욱 어려운 목표가 될 것이다.

이번호 특집은 우리나라의 서민 주거정책 현황과 당면 문제를 짚어보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로 마련한다.

정부의 다양한 노력에 힘입어 서민 주거문제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실적적인 서민 주거안정을 이루기 위한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과 함께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특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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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서민 주거안정’은 어느 시대 어느 정부에서나 중요한 정책목표로 다루어 온 오래 된 과제다. 그것은 또한 역설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목표라는 사실을 반증하기도 한다. 복지국가로 자주 회자되는 북유럽국가들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몇 개 국가 를 빼면,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반 서민은 여전히 주거안정을 충분히 달성하 고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서민 주거안정 정책은‘국민의 정부’이후 더욱 강조되어 왔으며, 주로 공공주택(분양과 임대) 공급과 민간공급에 대한 가격통제를 통해 달성하고 자 노력해왔다. 현 정부 또한 소위‘보금자리주택’공급을 통해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서민 주거문제는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서민 주거안정에 대한 정부 정책의 중요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과 거 정부의 잦은 정책변화는 서민들의 장기적인 주택마련계획을 어렵게 하고, 안 정적인 주거생활에 역작용을 초래한 부분도 있다. 또한, 공급 위주의 서민 주거안 정 정책은 적절하고 다양한 서민 주거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를 노정하였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서민 주거의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보고, 향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서민 주거문제와 정책과제

김진유|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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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주거문제의 양상

1. 서민의 정의

서민 주거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 선‘서민’의 의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 립국어원의「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서민(庶 民)’이라 함은‘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 지 못한 일반사람’또는‘경제적으로 중류 이하 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다. 다시 말해, 특별한 지위나 권력을 갖지 못 하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한 평범한 보통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한편‘중산층’은‘재산의 소유 정도가 유산계 급과 무산계급의 중간에 놓인 계급. 중소 상공업 자, 소지주, 봉급생활자 따위가 이에 속한다(≒

중산계급)’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므로 서민과 중산층은 엄밀히 다른 계층이다. 즉, 중산층은 서민에 비해서 형편이 나은 사람인데, 무산계급 인 서민과 대비하여 유산계급을 나타내기도 한 다. 일례로 홍석표 외(2003)의 연구를 보면, 중 위소득 이상의 계층을 중산층과 고소득층으로 구분하고, 중위소득 이하는 서민층과 한계계층 으로 분류하고 있다. 2006년 한 연봉정보 사이트 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중산층은 연봉 5천만

~7천만 원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프라임경제, 2006. 2. 28). 이상을 종합해 보면, 서민은 분명 중산층보다 낮은 소득을 가진 평범 하지만 풍족하지 못한 계층을 말하는 것인데, 그 렇다고 한계계층, 극빈층을 일컫는 말은 아니다.

주거문제에 있어서도 우리가 흔히‘무주택 서 민’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때의 서민도 다름 아 닌 소득이 평균 이하면서 주택(자산)을 보유하 지 못한 보통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 다. 그러나 사회학에서 다루고 있는 서민에 비하 여 주거문제를 논할 때 등장하는 서민은 보다 폭 넓은 계층을 의미하는 것 같다. 최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한 월세 5만 원짜리 영구임대주택을 말할 때나 신도시의 3억~4억 원짜리(서초우면 보금자리주택 84m2 추정분양가 4억 350만 원)1) 공공분양주택을 말할 때 모두 서민 주거안정 정 책의 일환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도 서민의 범위를 중위소 득 이하 모든 계층으로 넓게 보고 그들의 주거문 제와 해소방향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2. 서민 주거문제의 본질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해치는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자력으 로 적절한 주거서비스를 누리기가 어렵다는 사 실일 것이다. 즉, 지속적으로 부담 가능한 저렴 주택(Affordable Housing)이 부족하다는 것이 다. 다시 말하면, 설령 주택의 절대적인 재고가 충분하다 하더라도 서민의 입장에서 각자의 능 력과 요구에 맞는 주택이 적절하게 확보되어 있 지 않다는 뜻이다.

<그림 1>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매 분기 발표 하는 지역별 주택구입능력지수(K-HAI)2)의 추이 를 나타낸 것이다. 이 지수는 기본적으로 중간소

1)뉴시스통신사 2009년 9월 29일자(http://iss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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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득가구가 시장에 존재하는 중위가격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를 나타내 는데, K-HAI의 경우 100보다 클수록 구매력이 감소하는 구조를 지닌다.3)그러므 로 2006년 3/4분기 이후 급격하게 주택구매력이 감소하였으며, 서울이나 경기도 와 같은 수도권이 지방에 비해 구매력이 더욱 약해진 것을 알 수 있다. K-HAI 지 수가 중위소득가구에 대한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중위소 득 이하 계층인 서민의 경우에는 구매력이 더욱 악화되었을 것임을 충분히 짐작 할 수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는 사실은 그 지역에 있는 총주택수가 총가구수 보다 많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는 다시 말해, 개별 가구의 소요(needs)와 개별 주 택의 환경이 서로 잘 맞아떨어진다면 아주 이상적인 수급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물론, 이사 등에 필요한 공가가 필요하므로 100% 완벽하지는 않 다. 그런데 무상으로 주어지지 않는 이상 주택의 위치나 질에 따라 다양한 가격이 존재하고 이러한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각 가구의 주택소요는 경합을 벌이게

2) K-HAI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주택담보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의 신규취급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중간주 택가격은 국민은행의‘KB아파트 시세’를, 중간가구소득은 통계청‘가계조사’의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계소득 의 5∙6분위 소득과 노동부‘매월 노동통계조사’의 5인 이상 사업체 상용근로자 월 급여 총액의 지역별 환산지 수를 이용하였다.

3) 이와 비교하여 국민은행이 발표하고 있는 HAI는 분자와 분모가 바뀌어, 100보다 작을수록 구매력이 감소하는 구조다.

<그림 1> 주택구매력의 변화(K-HAI)

200 180 160 140 120 100 80 60 40 20

0 1/4 2/4 3/4 4/4 1/4 2/4 3/4 4/4 1/4 2/4 3/4 4/4 1/4 2/4 3/4 4/4 1/4 2/4 3/4 4/4 1/4 2/4 3/4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주: 1) 주택구입능력지수(K-HAI)=대출상환가능소득 / 중간가구소득(월) X 100

=(원리금 상환액 / DTI) / 중간가구소득(월) X 100

2) 원리금 상환액은 LTV 50%, DTI 25%, 만기 20년 원리금균등상환대출의 매월 상환액, DTI = 25%

3) K-HAI는 100보다 클수록 대출상환이 어렵고, 100보다 작을수록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의미함 전국

서울 경기 인천 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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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며 상대적으로 부담능력이 약한 가구는 원하 는 주택에 거주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서민 주거문제의 본질은 부담능력 (Affordability)의 부족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 다. 충분한 경제력을 갖지 못한 서민들이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질의 주택을 적절한 양으로 소비 할 수 없는 것, 거기서부터 서민 주거문제는 시 작되고 있다. 최근 미분양의 증가도 절대적인 주 택소요에 비해 초과 공급한 것이라기보다는 경 제후퇴와 맞물려 부담능력이 향상되지 않은 상 태에서 타깃을 선정하지 않은 채 중대형 위주로 공급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의 자료에 따르 면, 2009년 12월 현재 미분양 중 전용 60m2이하 는 4.7%(5,851/12만 3,297채)에 불과하고,

56.5%가 전용 85m

2 이상의 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다.

3. 중요한 서민 주거문제들

‘무주택, 전세대란, 가격폭등, 홈리스’, 이러한 단어들은 우리로 하여금 서민 주거문제가 무엇 인지를 환기시켜준다. ‘무주택’이란 원론적으로 는‘주택이 없다’는 뜻이다. 살 집이 없는 것이 아니라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못한 것을 무주택 이라고 일컫는다는 사실은 주택소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그렇다면 주택을 소유하 지 못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수상의 말을 통해 주택소유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나의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는 모든 시민에게 국가

와 국가의 미래에 대한 일정 지분을 주는 것이었다.

나는 모든 국민이 집을 소유한 사회를 원했다. 나는 잘못 이용되고 소홀히 관리되는 저소득층 임대주택지 구와 주택을 소유하고 자기들의 주거지에 자긍심을 느끼는 주택지구의 대조적인 모습을 목격하였다.

그래서 만약 모든 가구가 주택을 소유한다면 국가 가 보다 더 안정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한, 나는 수도의 어떠한 시민들이 정부에 반대표를 던 지는 경향이 있는지를 보았으며, 우리 국민들 모두가 주택소유자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정치적 안정을 얻지 못할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동기는 모든 부모들에게 그들의 아들이 지켜내야 할 싱가포르의 일부를 준다는 것이 었다. 병사의 부모들이 그들의 집을 가지고 있지 못하 다면 병사는 곧 자기가 부자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소 유의식이 공유할 수 있는 역사적 경험이 부족한 우리 의 새로운 사회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 믿었다.”4)

싱가포르와 우리의 처지가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계급사회와 일제 식 민시대를 무산계급으로 살아오는 동안 서민들에 게 각인된 소유의 중요성은 주거문제에도 그대 로 투영되었을 것이다. 변변한 집 한 채, 땅 한 평 가져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내집이란 존재 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로 다가오는 것 이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서 내집의 의미는 단순한 재산으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의 표 상이자 부의 원천이다. 여전히 많은 금융거래에 서‘자가’와‘차가’를 구분하여 표기하도록 되어

4) Lee, Kuan Yew. 2000. From Third World to First: The Singapore Story 1965-2000. Singapore Press Holdings. p117.필자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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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전상인(2009)의 말을 빌면, 주택은 소비영역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불평등 의 대표적인 요소이며, 주택(아파트)의 소유 여부는 인생성공의 증빙이다. 렉스와 무어(1967)에 의하면 계급형성에 있어 임금과 소득불평등뿐만 아니라 주택불평 등도 중요하게 보고 주택계급(Housing Class)을 구분하였는데, 주택소유자, 공영 주택 임차인, 개인주택 임차인, 민간임대주택(Lodging House) 소유자, 하숙집 임 차인 등 5개의 계급으로 분류한 바 있다(천현숙, 1997).

한편으로 주택의 소유는 미래의 불안정한 소득이나 화폐가치에 대한 보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주택가격은 인플레이션을 따라 적절히 상승하거 나 상황에 따라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산가치 상승에 의한 자본이득을 안 겨다준다. 주택소유는 주택시장의 격변기에도 최소한 이사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보험의 역할을 한다. 역모기지의 등장은 주택을 소유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됨으로써 주택소유의 의미를 더욱 공고히 해준다. 주택의 소유와 비소유를 하나의 선택사항으로 볼 수도 있으나(이창무, 2009), 그것은 자 본력이 충분하여 언제나 비소유에서 소유로 전환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에 의미 를 가지는 것이지 자본력이 불충분한 서민들에게는 설령 필요에 따라 세 들어 살 지라도 자기 소유의 집 한 채가 절실한 것이다.

이사철만 되면‘전세대란’이란 말을 헤드라인으로 뽑는 매우 상습적인 매체들 이 있다. 우리 국민 모두가 부동산 전문가라는 세간의 말이 맞다면 이 같은 침소 봉대는 금방 들통이 날 터인데도 매년 반복해서 소기의 성과(대중의 주목)를 올리 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전세 값’이 서민가계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위치 때문일 것이다. 라면 값이 좀 올랐다고 큰 일이 나지는 않는다. 좀 덜 먹으면 된다. 그런데 전세 값이 오르면 당장 재계약 시점에 더 좋지 않은 주택 또는 더 먼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 더군다나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실 질소득은 고사하고 명목소득도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세대란을 막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원론적으로 보면, 전세공급량 을 늘리면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이나 민간에 의한 임대주택이 많 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것은 정책이 세밀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앞서도 언급하였듯이,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가격으로 충분한 양을 공급해야만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전세 5천만 원 전후의 세입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를 철거하고, 1억~2억 원짜리 임대주택이 들어선들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중요한 건 총량이 아니라 부담 가능 한 주택의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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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폭등’은 무주택 서민에게는 절망의 한 숨을, 집을 가진 중산층에게는 안도의 기쁨을 선 사하는 양면성을 가진다. 내집 장만의 시기가 늦 어지는 서민의 뒤에는 자산가치가 올라감으로써 부가 축적되는 중산층이 있다. 어느 지방공사가 주장하듯이 집에 대한 생각이‘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바뀌려면 우선 가격이 안정되어야 한다.

가격이 안정되면 장기적인 저축을 통해 차분하 게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가격 이 소득에 비해 급격하게 오르게 되면 차분하게 저축할수록 매수 타이밍을 놓친 바보가 될 가능 성이 높다. 이는 주거안정성뿐만 아니라 서민생 활 전반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한다.

2년 동안 뼈 빠지게 모은 돈이 오른 전세금으로

모두 집주인 주머니로 들어가거나, 최악에는 대 출을 더 받아야 한다.

‘홈리스(Homeless)’는 아직 서민 주거안정 측면에서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에서 홈리스의 문 제는 서민 주거 문제의 하나로 봐야 할 것이다.

영국의 경우, 1996년 처음으로 홈리스에 대한 정 부보조 및 지원에 대한 조항이「주택법(Housing

Act)」제7장에 명시되었으며, 2002년 잉글랜드

와 웨일즈에「홈리스법(Homeless Act)」이 제정 되었다. 이 법에서는 홈리스에 대한 지속적인 관 찰과 이들에게 적절한 주택을 제공하는 것에 대 한 지방정부와 주택정책당국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숙인을 위한 지원정책을 펴고 있으나, 주로 자활 쪽에 초점을 맞추어 지 원하고 있으며, ‘자유의 집’등 임시거처를 제공 하는 데 그치고 있다. 결국 이들이 자활을 하게

되어 노숙인의 처지에서 벗어난다면 어떤 식으 로든 주거공간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대 책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과제

1. 보통도시의 필요성

수도권 신도시에서 표방하고 있는‘명품 신도 시’, ‘u-City’, ‘국제도시’도 필요하다. 세계도시 서울에 걸 맞는‘뉴타운’도 필요하다. 그러나 정 작 더 필요한 것은‘보통도시’다. 보통사람이 마 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도시, 그게 바로 서민을 위 한 도시개발의 모토가 되어야 할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세계의 명품 브랜드 들이 즐비한 거리를 걸어 다니는 세계인들 중 명 품 핸드백이나 명품 옷을 입은 사람은 쉽게 찾기 어렵다. 벤츠의 본고장 독일에서도 벤츠는 고급 차로서 대우받는다. ‘명품’은 그것을 즐길 수 있 는 소수에게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사치에 다름 아니다.

서울시의 뉴타운은 기존의 불편하지만 저렴 한 주택에 거주하던 서민들을 편리하지만 비싼 주택의 임차자로 변화시킬 개연성이 높다. 뉴타 운의 개발은 서울시에서 저렴한 단독, 다가구, 다세대 주택의 재고를 감소시킴과 동시에 중산 층 이상의 거주에 적합한 아파트의 재고를 증가 시킨다. <그림 2>는 수도권의 최근 3년간 멸실 주택의 세대수(다가구는 가구수)를 주택유형별 로 나타낸 것이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서울은 서민주택인 다가구, 다세대, 단독의 멸실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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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을 비롯한 소위 불 량주거지를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비아파트의 대량 멸실 은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중산층의 보금자리로 전 환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 다. 서울시의 서민들이 일 련의 뉴타운 개발로 인하 여 서울 외곽이나 인천, 경기도의 중소도시로 이사를 가게 된다. 이는 곧 서울과 비서울 주민 간의 격차를 크게 할 것이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에 더하여 갈등의 복합구조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국민임대주택의 경기도 개발에 대해 경기도가 서울시의 저소 득층을 경기도에 수용하도록 만든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거지의 계층적 분화는 단순한 공간분포의 변화를 넘어 정치적인 문제 로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뉴타운 개발이 확대되어 서울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서민 주거지가 아 파트단지로 바뀌게 된다면 이제 더 이상 서울은 서민이 살기 어려운 도시가 될 것 이다. 이것은 바람직한 것인가. 과거 미국에서는 저소득층과 흑인들이 자기 동네 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최소대지면적을 일정규모 이상으로 제한한 경우 가 있었다. 그로 인해 부자들만 살게 되자 가정부와 같은 허드렛일을 도와줄 인력 을 동네에서 구할 수 없었고, 버스도 안 다니기 때문에 외부인을 구하기도 힘들었 다. 결국 저소득층을 배격한 결과 불편한 생활을 감수해야 했다. 사회적 통합 (Social Mix)은 단지 내에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을 섞어놓기만 해서는 달성하기 힘들다. 오히려 생활권 정도의 보다 광역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계층의 주거지를 형성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사회적 통합도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향후에는 서민을 위한 보통뉴타운과 보통신도시가 필요하다. 모든 뉴타운과 신도시가 최첨단의 시설을 갖추고, 최신의 공법을 모두 동원하여 u-City가 될 필 요는 없다. 누구라도 벤츠를 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모든 국민이 다 벤츠를 살 수는 없다. 자기 능력에 맞는 소형차, 국산차가 훨씬 더 편리하고 행복감을 주는 것이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비용이 많이 드는 비싼 주택은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불편한 존재다. 주차장도 없고, 길도 좁지만 저렴하고 부담 없는 주거지가 서민에

1

<그림 2> 최근 3년간(2007~2009) 멸실주택수(채) 비율 60%

50%

40%

30%

20%

10%

0%

다가구 다세대 단독 아파트 연립

경기도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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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는 오히려 필요할 수 있다.

2. 징검다리로서의 임대주택정책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의 인식전환은 너무 이상적인 구호다. 경제력과 충분한 주택재고를 갖춘 선진국 국민들이 주택을 대부분‘사는 곳’

으로만 인식했다면, 왜 서브프라임(Sub Prime) 사태가 발생했으며, 과반수가 넘는 국민들이 무 엇 하러 주택을 소유하고 있겠는가. 서브프라임 사태는 부실한 대출을 해준 데서 비롯되었지만, 그 기저에는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보편적인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 주택소유를 통해 안정된 주거생활을 영위하고, 한편으로 자산증식을 통 해 근로소득 이외의 자본이득을 얻고자 했던 것 이다.

최근‘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

Theory)’

5)이 인구에 많이 회자되는데, 이것은 사 회무질서에 관한 이론이지만 주택정책에서도 시 사하는 바가 있다. 임대주택은 대부분 소유주택 에 비해 관리 부실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임 차인들은 주택의 부분적인 파손을 원상 복구하 는 데 소극적인데, 그 이유는 그 행위로 인해 본 인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한, 종종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음으로써 - 알리 면 본인이 수리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그 후에 들어오는 다른 임차인 은 전 임차인에 의해 집에 다소 망가진 부분이

있으므로 더욱 소홀히 사용하게 되며, 이러한 과 정을 통해 소유주가 거주하는 주택에 비해 더 빨 리 노후화가 진행된다. 바로 이런 경우에‘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주택시장에 적용된다.

임대주택은 어디까지나 주택소유로 가는 징 검다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서민 주거 안정에서 임대주택은 차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 다.6)그러므로 공공임대를 확대함으로써 서민 주 거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단기적인 목표로서 는 적합하나 장기적인 목표로서는 부족하다. 20 년 장기전세도 결국 남의 집일 뿐이다. 기대수명 이 80세를 넘는 시점에 20년이 얼마나 장기이겠 는가. 20년 후에는 결국 새로운 거처를 찾아야 할 것인데, 그 동안 저렴한 임대료를 내다가 민 간임대시장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할 경 우 더 큰 주거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

3. 다주택보유의 활용

씨름의 기술에는‘되치기’라는 것이 있다. 상대 방이 걸어오는 기술에 실린 힘을 이용하여 상대 를 제압하는 것이다. 사실 씨름이나 레슬링, 유 도 같이 살을 맞대고 1대 1로 싸우는 경기에서의 기술이란 본인의 힘과 상대의 힘의 역학관계 속 에서 상대의 힘을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는 것이 기본 메커니즘이다.

서민 주거안정에서도 역시 이러한 원리를 이 용할 필요가 있다.‘1가구 1주택주의’7)의 굴레에

5) 미국의 범죄심리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소개한 이론으로서,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두 대 차량의 보닛을 열어놓고 한 대 는 유리창을 깨놓은 상태로, 나머지 한 대는 유리창이 멀쩡한 상태로 놓아두었다. 1주일 후 유리창이 깨친 차량은 배터리와 타이어가 모두 사라졌지만, 유리창이 온전한 차량은 특별히 도난 맞은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6) 다만 쪽방이나 비닐하우스, 지하층에서 거주를 해결하는 정도의 취약계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이나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이러한 징검다리 범주에서 다소 벗어나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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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할 수 있도록 자 유롭게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여러 채 가지면 결국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 이 외의 주택은 민간임대주택으로 시장에 나오게 되고 공급이 늘게 된다. 그것을 통 해 자연스럽게 전세대란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 비해 정부는 조직의 특성 이나 책임의 무게로 인해 느리고 경직될 수밖에 없다. 다주택보유를 열어주면 시 장은 발 빠르게 대처하게 된다. 전세수요가 많은 곳에서는 임대사업을 위해 주택 을 여러 채 보유하는 사람들이 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민간주택임대는 고령화사회 노후생활대책의 역할도 한다. 그러므로 다 주택자는 모두 민간임대주택 사업자의 역할도 하는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투기 목적이었든, 비투기 목적이었든 간에 우리는 다주택자의 힘을 이용해 시장 에 보다 많고 다양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단, 임대사업으로 인한 소득에 대한 투명한 과세, 양도소득에 대한 적절한 과 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다주택자를 모두 투기자로 몰아 중과세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중과세는 다주택보유를 억제함으로써 구매력 있는 사람들이 시장에 나온 주택을 적절히 소화할 수 없도록 만든다. 또한, 여러 개의 소형주택을 소유 하기보다 한 개의 중대형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므로 주택과 소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오히려 서민용 전∙월세 주택의 공급량을 줄 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전세 값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무주택 서민들의 구매 력이 불충분한데, 1가구 1주택만 부르짖으면 주택거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 택거래가 원활하지 못하면 주택여과(Filtering)8)를 통한 서민들의 주거수준 향상 은 기대하기 힘들다.

맺음말

서민 주거안정 문제를 단기간에 정책적 노력만으로 풀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장 에만 맡겨놓으면 더욱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될 것이다. 결국 공공과 민간이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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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변창흠(2009)의 설명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이란 표현이‘1가구 1주택’보다 정확하다. 그러나 소유의 단위와 과세의 단위를 지칭하는‘세대’단위로 1개의 주택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어떤 식(집단가구, 비혈연가구)으로든 하나의 가구를 형성하고 있다면 1개의 주택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측면에서 이 글에서는‘1가구 1주택’을 사용 하였다.

8) 주택여과(Filtering)란 고급주택을 공급하여 기존 상위층이 보다 나은 주택으로 이주하면, 순차적으로 더 좋은 주택으로 이동이 일어나 사회 전반적으로 주거수준이 향상된다는 이론인데, 최근 연구가 거의 없어 우리나라에 서 이러한 긍정적인 연쇄반응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작 동한다면 이론적으로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고 보이므로 언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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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공공은 저렴한 공공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 을 지속적으로 확대 공급할 필요가 있다. 과거 중단되었던 영구임대주택이 많은 대기자들을 양 산한 후 현 정부 들어 공급이 재개된 것은 매우 적절한 대응이다. 공공이 저렴한 가격으로 수용 한 택지에서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주택을 공급 하는 것은 사회 정의적 차원에서나 주거안정, 더 나아가 정치적 안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보 통뉴타운과 보통신도시에서 보통주택이 많이 공 급되어야만 서민 주거안정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

민간영역에 대해서는 공공보다 발 빠르게 다 양한 계층에 맞는 다양한 서민주택을 공급하도 록 길을 터주어야 한다. 1가구 1주택은 소유를 촉진하는 방향으로만 강조되고, 다주택보유를 억제하는 논리로 쓰여서는 안 된다. 즉, 1가구 1 주택 이상의 보유를 권장할 필요가 있다. 정상적 인 임대소득세, 재산세, 양도세를 내면서 다주택 을 자유롭게 보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정비 해야 한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민관협력이 절실 히 필요한 상황이다. 소위 집장사들이 다세대, 다가구를 짓지 않는다면 더 많은 서민이 전세대 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다주택보유를 투기로 만 몰아간다면 충분한 주택재고가 형성되기도 전에 주택공급이 위축되어 서민의 주거선택권이 확대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서민을 중산층으로 만드는 정책목표를 세우고, 풍부한 임대주택을 공급해 주거안정을 꾀한 후, 이를 바탕으로 구매력을 키운 서민들이

결국에는 주택을 보유하여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이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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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관련 문서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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