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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품격 제고를 위한

문화국토 조성전략과 과제

문화의 시대인 21세기에는 경제적 부뿐만 아니라 국가의 문화와 품격이 중요시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의 품격, 즉 국격을 높이자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국격을 결정짓는 국민의식과 국가정신은 국토공간과 밀접한 영향관계를 형성한다. 국토의 문화적 품격을 높이는 노력은 궁극적으로 문화국토를 조성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이번 호 특집에서는 우리 국토의 문화적 품격제고를 위한 문화국토 조성전략을 여러 정책적인 측면과 해외사례 등을 통해 살펴보았다. 국토의 문화적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토 자체가 가진 역사성과 장소정신을 살리고, 이를 공간계획적으로 연계하여 역사문화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국토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의식수준을 문화지향적으로 유도하여 국토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형태의 공간이용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

특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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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 의식주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예술, 문화 등 정신적 놀이에도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문화생활은 개인의 정서를 순화시킬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켜 개인의 품격을 높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새로 운 문화와 접촉을 통해‘우리 문화’만큼‘당신들의 문화’도 중요하다는 문화다양 성(Cultural Diversity)을 인식하게 되고, 이는 공감과 소통의 출발점이 된다. 나아 가 축적된 문화역량은 개인의 창의성을 자극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모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문화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순기능이 많기 때문에 유네스코는 2005년 10월 전 세계 148개국이 체결한‘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와 증진 협약(Universal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을 위한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문화권(Cultural Right)을 든 바 있다.

나라 밖의 조류와 상관없이 지금 우리에게도 문화는 고민하여야 할 정책 화두 다. 우리는 1960년대의 산업화 이후 급속한 압축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최단기간 내에 G20의 일원으로 부상할 정도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제부터는 성 장의 결실에 걸맞는 문화적 역량을 배양하여 대한민국의 국격과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우리 고유의 문화적 경험과 가치를 오늘에 맞게 되살려 생활과 국가 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물론 다가오는 지식창조사회에 대비하여 새로운 성장동력 을 창출하기 위해서도 문화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공간적인 측면에서도 문화는 큰 영향을 끼친다. 문화적 콘텐츠가 제 기능을 발

국토의 역사문화 역량과 국토정책 방향

윤성원|국토해양부 국토정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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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하기 위해서는 공간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우 리가 일상에서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은 자 기 집에서부터 박물관, 도서관, 전시관, 공연장, 공원 등에 이르기까지 공간과 결부되어 있다. 문 화적 경험이 특정공간에 축적되어 장소로 인식 될 때 문화정체성(Cultural Identity)이 형성된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적 문화정체성이 전 국토에 확산될 때 우리 국토의 품격 또한 자연히 높아질 것이다.

그 동안 국토공간정책에서 문화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였다. 과거의 국토정책이 산업∙

주거단지, 도로, 철도 등 물적 인프라를 제공하 여 국토를 경제활동과 생활의 장소로 만드는 데 집중하여 왔다면, 앞으로는 우리 국토를 역사문 화 역량과 품격을 발현하기 위한 무대(Platform) 로 만드는 데도 노력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글 에서는 국토정책의 맥락에서 역사∙문화역량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 국토가 품격을 가지기 위한 정책방향은 무엇인지 해외사례를 바탕으로 모색해보고자 한다.

국토정책에서 역사・문화역량의 중요성

1. 삶의 질 향상

문화는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그 자체로 서 중요하다. 문화재, 박물관, 전시장 등 문화 인 프라의 공간적 활용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여가 생활의 품격을 높일 수 있고 주민들이 같이 향유 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적 유대감 또한 강화할 수 있다. 우리 국토에 산재해 있는 문화재를 공원과 연계시켜 보존∙개발하면 일상생활에서 지역 문

화유산을 즐기고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문화시설 또한 개별 시설 관점 에서 배치하기보다는 도시계획 관점에서 공간적 인 연계를 통해 시설 설치의 효과를 광역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2. 장소 매력도 증진을 통한 지역의 브랜드 가치 제고

지역의 경쟁력은 유형의 상품이나 산업에 국한 되지 않는다. 지금은 지역이 가지는 문화적 가치 나 스토리, 역사자원 등이 또 다른 경쟁력의 원 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에 축적된 문화자산 을 잘 활용하여 장소가 가지는 매력이 높아지면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이는 특히 지역정책 차 원에서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인구 감소와 초고 령화가 진행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지역의 생존 문제가 절실한 정책과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역들이 무조건 산업시설 유치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그러므로 지역이 가지는 문화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지역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렇 게 각 지역들이 문화정체성을 나타내 전국적으 로 한국적 국토의 진정한 가치가 발현될 때 우리 국토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중심 문화국토로 거 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바로 국가의 브랜드 가치와 직결된다.

3. 장소 마케팅을 통한 관광객 유치

우리 국토의 잠재 고객이 되는 국제관광객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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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ism 2020 Vision’에서 국제관광객수가 1995년 5억 6천만 명에서 2010년에 는 10억 명, 2020년에는 15억 6천만 명으로 증가하고, 특히 중국은 2010년 6천만 명에서 2020년 1억 명에 달해 세계 4위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을 방 문하는 중국인수 또한 연간 백만 명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국토를 무대화하여 감동을 줄 수 있는 디자인 능력을 극대화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다른 나라와 차별되는 우리의 문화자산과 역량을 가로 와 공원, 주거단지 등 특정장소에서 보고 만지고 맛보는 즐거움으로 재현한다면 그 효과가 클 것이다. 결국 지역의 역사∙문화역량과 이를 활용할 줄 아는 노하우 자체가 지역 마케팅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된다.

4.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 도시재생

그간 우리의 도시재생은 도심재개발이나 노후불량 주거지 정비 등 업무용 빌딩과 아파트를 건설하는 데 치우쳐왔으나, 이제부터라도 지역의 역사∙문화자산을 활 용하여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경험을 되살려 도시 내 노후화된 공장이나 발전소를 새로운 문화시설로 탈바꿈하거나 유휴공간 을 주민들의 문화생활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5. 창조산업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문화역량이 축적되면 이를 창조역량으로 승화시켜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각 도시들마다‘창조’라는 타이틀을 도시명 앞에 붙일 정도 로 창조도시나 창조산업 담론이 일상화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우리 생활과 정책 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은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창조산업은 요소 투입에 의존하는 산업생산 양식과 달리 문화적 생산양식에 따라 창조적 인재들이 문화와 예술의 창의성을 미디어, 패션, 음악, 광고, 디자인, 건축, 미술, 공연예술, 출판 등의 분야에서 발휘하여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한다(사사 키 마사유키, 2008). 문제는 아무리 산업생산 능력이 우수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쉽게 창조성을 보유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을 지속적 으로 체험하는 가운데 예술적 경험이 누적되어 문화역량이 고도화될 때 창조성이 발현된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문화자산을 쉽게 접하고,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창조적 행복사회로 거듭나도록 국토공간이 형성되어야 한다. 또한 창조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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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서로 연계되어야 상상력의 폭이 커져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앞으로 우리 도시가 창조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또 이들을 어 떻게 유기적으로 연계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정 책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간의 국토정책 흐름과 평가

1. 국토・도시계획 측면

이렇게 역사∙문화적 가치가 국토공간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정책 차원에서 크게 부각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국토종합계획과 도시종합 계획,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할 때‘문화의 개발과 진흥에 관한 사항’을 한 항목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문화라는 개념이 국토정책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63년「국토건설종합계획법」이 제정되면 서 제2조에‘문화∙후생 및 관광에 대한 자원과 기타 자원의 보호∙시설의 배치 및 규모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면서부터다. 제1차 국토종합개발 계획(1972~1981년)에서는 부문별 계획인‘국 토보전’편에서‘자연 및 문화재 보존’의 필요성 을 제시하고, ‘역사적 환경의 보호보존’을 위해

‘문화재 및 역사적 환경을 광범위하게 지정하여 자연파괴를 억제하고 적극적으로 개발 보전’한 다는 방향을 제시하였다. 국토개발에 몰두하던 시기에 역사적 환경이라는 문화를 보전하자는 원칙을 계획에 포함하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82~1991년)에서 는 역사∙문화 측면을 휴양 및 위락공간의 개발 의 일환으로 다루었다.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자

연공원, 휴양∙위락지구, 도시공원∙녹지에 대 한 개발∙보존 방향을 제시하면서 역사∙문화적 관광자원의 정화∙관리를 포함하고 있다. 제1차 계획에서는 국토보전이라는 목표하에 문화재와 역사적 환경의 보전이 중시되었으나, 2차 계획 에서는 관광자원을 이루는 요소의 하나로 역 사∙문화가 다루어져 관광정책의 하위분야로 인 식되었다.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92~2001년)에서 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되었다. ‘국민 여가 공간의 조성’을 위해 지방문화를 육성하고‘관 광산업 육성여건 조성’을 위해 문화자원을 관광 자원화하는 내용으로 계획이 수립되었다.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0~2020년)에서는 단순한 관광자원 개발 차원을 벗어나‘지역의 경 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문화∙관광분야를 다루 었다. 지역의 문화관광 특성을 감안하여 7대 문 화관광권을 지정하고, 문화재∙전통시장 등과 연 계한 문화축제 상설화, 문화예술 상설공연장 건 설, 문화유적지역 정비 등 지역개발수단의 하나 로 문화관광 분야가 활용되었다. 관광 영역에서 탈피하여 문화 그 자체가 지역의 상품 또는 산업 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06~2020년)이 처음이다. 백제문화 권, 가야문화권 등 전국에 문화관광 특정지역을 개발하는 것과 함께 지역별로 특색 있는 문화상 품과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되었 다. 이를 위해 문화인프라 최소기준 설정과 중장 기적 문화환경 조성계획 수립, 지역별 영상스토 리∙인물∙축제∙노래 등 무형적인 콘텐츠 발굴, 지역별 문화산업 클러스트 육성 및 클러스트 간 협력 촉진 등 문화분야에 특화된 내용이 포함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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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문화가 단순한 보전의 대상이나 관광의 하위자원에서 벗어나 독립된 산업이나 상품의 역할로 인식되는 데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국토정책의 테두리에서 역사∙문화∙예술 분야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각 지역 에 산재한 역사∙문화∙예술 역량을 국토정책 차원에서 결집∙연계시켜 삶의 질 향상과 장소 매력도 증진은 물론 공간구조 개편과 새로운 성장동력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여야 한다.

2. 지역개발사업 측면

박물관, 도서관 등 문화시설의 경우 현재에도 정부가 수립한 분야별 중장기 계획 에 따라 예산 지원하에 건축사업이 실시되고 있으나, 지역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의 역사∙문화자산이 활용된 경우는 다음 세 가지 사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관광분야에 종속되어 관광지 개발형태로 추진된 경우인데 이는

1960~1980년대에 활발하였다. 정부는 관광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1969년부터

지정관광지제도 도입, 10대 관광권 지정, 8대 관광이용권 설정, 5대 관광권역 설 정 및 관광특구제 도입 등 전국을 대상으로 관광지 개발제도를 시행하였다. 특히

1975년에는「관광기본법」

을 제정하고 국토종합개발계획과 연계하여 관광종합개 발계획을 수립하였으며, 경주 보문, 설악동, 제주 중문 등의 지역에 정부 주도하 에 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각 관광단지 개발사업마다 숙박∙위락 시설과 연계 교통망 확충사업이 시행되었고, 지역의 문화유적을 보전하고 정비하 는 사업도 병행하여 추진되었다.

둘째, 2000년대 들어서는 특정지역제도가 시행되면서 역사∙문화자원이 사업 의 중요 요소로 활용되었다. 특정지역제도는 지역의 문화유적을 정비하고 관광 휴양시설을 확충함과 아울러 진입도로 등 인프라 시설을 정비하는 사업으로 백 제문화권, 내포문화권, 영산강고대문화권 등이 지정되어 현재까지 추진되고 있 다. 역사∙문화 유적의 정비에 초점을 두고 관광시설과 인프라를 연계 확충하는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자원의 보전과 발굴에 끼친 기여도가 크지만, 낙후지 역을 대상으로 한 지역균형개발 성격이 강하여 전국적으로 일반화되지 못한 아 쉬움이 있다.

셋째, 최근 지역축제가 부각되면서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함평 나비축제, 보성 녹차축제, 횡성 한우축제 등 지역마다 특색 있는 역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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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연유산을 지역경쟁력 창출의 일환으로 적 극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지역축제들은 지역산 업과 관광을 활성화하고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 하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 면이 크다. 다만,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지자체 들이 축제를 할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 서 지역적 차별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여 지 역의 문화운동으로 정착시키고 연계산업을 함께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해외 동향과 시사점

1. 해외 동향

최근 국내에서는 산업유산을 문화시설로 재활용 하거나 도시 전체를 문화공동체로 탈바꿈시키는 해외 사례들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대 해 좁게는 사회 디자인이나 지역커뮤니티 형성 차원에서 도시재생, 창조도시 논의에 이르기까 지 긍정적 효과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사례들을 보면, 유럽에서 는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런던의 테이트모던미 술관, 독일의 미디어아트센터(ZKM), 영국 뉴캐 슬의 발틱미술관 등이 철도역, 화력발전소, 탄약 공장, 밀가루공장 등 낡은 교통∙산업시설을 재 활용한 사례이며, 일본의 경우 가나자와 시민예 술촌이 도심의 현청 건물과 유휴공간을 문화공 간으로 재탄생시킨 사례다. 이들 사례들은 개별 적인 문화시설 건축을 통해 공간을 재활용한 경 우다.

이에 반해, 도시 전체 차원에서 역사∙문화역 량을 활용하여 도시재생 기법으로 활용하거나

창조산업과 접목하여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 는 도시로 영국의 글래스고와 미국의 뉴욕을 예 로 들 수 있다.

영국의 글래스고는 과거 담배무역을 주도한 상업도시로 출발하여 산업혁명의 진원지 중 하 나이자 대영제국의 선도적인 산업도시로 발달하 였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황 폐화되고 산업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범죄와 알 코올 중독이 급증하는 등 도시가 쇠퇴되었다. 그 러나 1980년대 들어 글래스고 시민들은 유럽의 문화도시로 거듭나기로 의견을 모아 주민단체 주도하에 문화활동을 확산시키고 주민참여를 활 성화하는 방향으로 도시 이미지 개선에 착수하 였다. 그 결과 1990년 한 해 동안 900만 명의 사 람들이 참석한 1만 3천여 개의 문화 이벤트가 개 최되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축구 경기보다 파 바로티(Luciano Pavarotti)의 콘서트에 참여할 정도로(Short, 1996) 밝고 유쾌한 문화도시로 재 탄생하였다. 물론 문화산업 자체만으로 풍족한 일자리가 창출되어 지역경제가 완벽하게 갱생하 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 이벤트라는 상징적 활동 을 통해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도시 이미지를 개선한 측면은 도시정책 차원에서 중요하다.

미국 뉴욕은 세계 최대의 문화도시이자 창조 도시다. 세계도시로서 뉴욕의 번영을 이끄는 두 축은 월스트리트에서 비롯된 금융산업과 소호 (Soho) 등의 지역에서 약동하고 있는 창조산업 이다. 2005년 뉴욕시에서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비영리 문화∙예술단체는 1,412개로 이들 단체 들이 창출한 경제적 효과는 29억 달러에 달한다 고 한다. 특히 문화산업을 창조적으로 활용한 영 화, 상업극장, 미술관, 패션 등 예술산업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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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120억 달러에 달하며(김동영, 2009), 관광 등

간접적인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212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유발되었다. 이에 따라 4만 5,850개의 문화∙예술 관련 산업체에서 총 33만 8천 명을 고용하고 있 으며, 2007년 뉴욕시를 찾은 관광객은 4,400만 명으로 지역경제에 창출한 부가가 치 효과는 라스베이거스나 로스앤젤레스를 앞섰다.

2. 시사점

해외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역 사∙문화 역량은 중앙정부 주도로 배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테이트모던재단은

10년 이상 지역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미술관 건립사업을 시작하였으며, 글래스고

나 뉴욕 또한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문화예술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경제적 효율 성을 기준으로 경제적 과정에 따라 추진되는 인프라나 개발사업과 달리 문화예술 분야는 지역주민들의 참여하에 추진되는 문화적 형평성과 문화적 과정이 수반되 어야 한다. 이는 바로 지역의 거버넌스와 직결되는 문제로 지역 차원의 자발적인 협력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문화를 빙자한 또 하나의 개발사업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둘째, 역사∙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과 콘텐츠 제공 능력이다.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경우 일부 기획전을 제외한 모든 전시가 무료로 제공되며, 일본 가나자 와시의 문화예술공간은 365일 24시간 시민들에게 개방되고 사용료 또한 대부분 무료다.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면서 문화가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깨닫게 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창조의식이 싹트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 구비 능력이다. 테이트모던재단의 진정한 능 력은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재생시킨 것보다 매일, 매주, 매년 바꾸어가며 무언가 를 보여줄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콘텐츠 제공 능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문화시설 은 비어 있는 건축물에 불과하다.

셋째, 문화예술정책과 공간정책의 결합이다. 유럽 도시들의 사례를 보면 문화 시설로 재생하는 과정에 도시계획이나 지역계획 전문가들이 활발히 참여하고 있 다. 과거처럼 땅값, 건축비를 감안하여 문화시설의 입지를 개별적으로 정하기보 다는 지역 또는 도시의 발전방향을 염두에 두고 연계될 수 있도록 광역적인 측면 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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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품격제고를 위한 정책 과제

미래 사회는 고속성장시대의 양적 발전보다는 마음의 풍요로움이 중시되어 문화∙사회자본 형 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증대할 것으로 전망 된다. 이에 따라 개인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로 우리 동네, 우리 도시, 우리 지역의 품격 이 관심사로 등장할 것이다. 장소의 매력도는 개 인적 차원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인터넷의 발 달과 FTA 등에 힘입어 공간적 장벽은 갈수록 줄 어들고 있으나, 자본과 인재 유치를 위한 글로벌 장소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우리 개개인의 장소, 나아가 우리 국토의 품격과 개성이 없다면 장소 경쟁에서 이겨나갈 수 없다. 그러므로 앞으 로 우리 국토가 특색 있는 품격과 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나가야 한다.

1. 시각문화의 개선과 활용

모든 장소는 처음 시각적으로 느끼는 이미지가 전체 이미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아 름답고 보기 좋은 장소가 되어야 사람이 모여든 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무질서한 가로와 간 판, 청결하지 못한 뒷골목 등 시각문화가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 우리 문화를 나타낼 수 있는 거리조차 없다. 따라서 우리 국 토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하여 야 할 과제는 시각문화를 개선하여 아름다운, 보 기 좋은 국토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로나 간판, 광고물 등을 정 비하여 산뜻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공공 디자인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우리의 역사∙문

화 역량을 표출할 수 있는 상징적인 거리나 장소 를 만들어 우리 모두가 역사∙문화적 가치를 공 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유의 문화가치와 압축 성장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이 장소마다 특색 있 는 주제를 가지면서 연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 다. 한옥과 같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면서 현대화하여 보여주는 것도 바람직하다. 교량, 도 로, 철도, 항만 등의 인프라도 값싸고 안전하게 만 만들면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인프라의 양과 질만큼 풍기는 멋 또한 중요하다. 설계 단계부터 디자인에 관심을 기울여 매력도를 높여나가야 한다.

2. 역사문화유산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광역적 활용

지역에 산재해 있는 유∙무형의 문화자산을 보 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주민들이 일상에 서 자주 접하고 문화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공 간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개별 문화재를 점 (點)적으로 보전하는 것에서 나아가 면(面) 단 위로 활용하여 다면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 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 보전 계획과 도시계획 간의 연계성을 높임과 아울러 도시공원의 기능을 대폭 확대하여야 한다. 녹지 를 보전하는 소극적 의미의 공원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지역의 문화재 또는 문화예술 공연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제 우 리도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이 다채로운 이벤 트가 개최되는 공원을 가질 때가 되었다. 각 도 시에 있는 공원을 연결하여 광역생태축과 같은 역사문화축을 만들어보자. 역사와 문화가 공원 을 따라 흐를 때 우리 국토의 품격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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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사람과 생태와 문화가 교류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3. 문화 인프라의 광역적 배치와 연계

교통 인프라나 산업시설의 경우 이해관계가 있는 지역이나 도시들이 서로 협의하 여 입지를 결정하는 것처럼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 문화시설도 광역적인 영향 을 염두에 두고 입지가 결정되어야 한다. 프랑스 브르타뉴(Bretagne) 지역의 사례 와 같이 레지옹(Region), 데파르트망(Department), 코뮌(Commune) 등 도시규모 별로 역할을 분담하여 문화시설을 활용∙연계(이수진, 2009)하는 지혜가 우리에 게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지역문화 에 대한 컨센서스(Consensus)를 형성하고 이를 연계∙확산시킬 수 있는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4. 국토의 브랜드가치 창출을 위한 도시재생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 도시들이 도시다운 골격을 잡기 시작한 지 60 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도시들은 산업∙상업∙주거시설과 도로, 공원, 철도 등 인프라를 공급하는 핵심공간 역할을 하여 압축성장을 견인하여 왔다. 그 결과 전 국토의 16.3%인 도시지역에 전체 인구의 90.5%가 모여 살 정도로 도시 가 급속히 성장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인구감소와 노령화, 산업시설의 외 곽 이전, 교외지역의 신도시 개발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지방도시들을 중심으로 도시기능 쇠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심지는 물론, 산업단지, 철도역사, 관광지 등도 노후화되어 한국적 도시의 품격을 제대로 나타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 까지 우리가 도시를 산업활동과 생활공간으로 인식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산업과 문화, 환경 모든 측면에서 우리 국토의 품격을 나타내는 대표적 브랜드 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재생이 단순한 주거환경 개선과 도심지 정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경쟁력 확보와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주거∙산업∙상업 등 전통적 인 도시기능을 회복시킴과 아울러 도시별로 고유한 문화∙환경 특성을 되살려 문 화적 재생까지 포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태∙환경 측면 또한 중요하다. 그 동 안 산과 바다 중심의 공간전략을 중시하였다면 이제는 강과 산, 바다가 도시에서 함께 만나 어우러지는 통합형 생태도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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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창조산업 육성을 위한 창조공간 형성

우리는 농업, 산업, 정보화 사회에 이어 조만간 뇌의 능력이 생존을 좌우하는 지식창조사회를 맞이하게 된다. 농업시대에는 토지의 양과 질이, 산업화시대에는 투입할 수 있는 자본 및 노동의 양과 질이 경쟁력을 좌우하였다면, 정보화시대 에는 정보의 양과 질이 중요하고, 지식창조사회 에서는 문화역량과 창조성이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문화역량이 문화예술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패션, 미디어, 디자인, IT 등 관련 산업들과 접목되어 창조산업 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 해서는 창의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환경이 형성 되고 문화정책 차원에서 독립적 예술가들의 활 동을 장려하는 등 지원책이 있어야 하지만, 공간 측면의 정책도 필요하다. 우선 각 지역의 전통산 업이나 문화예술산업 중 글로벌 또는 아시아 경 쟁력을 갖춘 분야는 무엇인지 선별하고, 이들 산 업이 창조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창조공간 조 건과 지원전략을 모색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존 산업을 창조산업으로 탈바꿈 시키는 창조인재들의 공간적 욕구를 파악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창조 인재의 유형은 무엇이며, 얼마나 활동하고 있는 지, 이들은 도심지를 선호하는지 아니면 뉴욕 소 호처럼 외곽지역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지 창조 인재들의 공간 선호도를 파악하여야 한다. 아울 러 각 지역의 창조공간들을 어떻게 연계시켜 창 의성과 부가가치 창출능력을 극대화할 것인지도 고려하여야 한다.

결국 글로벌 장소 경쟁에서 우리가 우위를 차

지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세계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국토의 역 사∙문화역량이 넘쳐 창조국토로 이어질 때 우 리 국토의 품격은 완성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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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2009. 도시, 인간과 공간의 커뮤니케이션.

서울 : 커뮤니케이션북스(주).

박세훈. 2008. “이슈와 사람, 창조적 문화에 도시의 미래가 있습니다 - 사사키 마사유키 일본 오사카시립대학교 교수”. 국토 제322호.

국토연구원

박소연. 2006.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지역마케팅 - 지역문화 가버넌스 를 중심으로”. 문화정책논총 제18집. 서울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수진. 2009. “프랑스의 도시규모별 문화정책 - 브르타뉴(Bretagne) 지역을 중심으로”. 국토 제329호. 국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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