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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능력시험의 듣기 영역 실제성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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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임태운*․조경순**․이유교***

목 차 1. 서론

2.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영역의 연구 동향 3. 듣기 영역의 분석 도구

4.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문항의 제시 대화문 분석 5. 결론 및 제언

<국문초록>

한국어교육의 목적은 한국어 학습자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최 근 한국어교육에서는 학습자의 실제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한국어 능력 평가에서도 응시자의 실제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의사소통 실제성의 문항 반영 방안에 대한 기초 연구로서 듣기 영역에서 제시하는 대화문에 주목한다. 한국어능력시험 문항은 구어적 특성 반영과 함께 대화의 실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대화 원형이 반영되고 적절한 대화이동 연속체 속에서 화행 또는 기능이 적합하게 나타난 대화가 한국어 능력시험 문항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위한 기초 연구로서 본고에서 는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영역 대화문의 실제성을 대화분석 방법으로 분석한다. 대 화분석은 대화의 구조적 측면과 내용적 측면, 분석 단위 간의 상호적인 분석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본고는 한국어능력시험의 대화 구조와 내용의 실제적 인 부분 및 대화의 화용적 요소까지 포함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영역 대화문에서 난이도 수준 통일을 위한 발화순서 교체 횟수 제한이 실제성

* 제1저자, 전남대학교 언어교육원 강사 ** 교신저자,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 공동저자, 전남대학교 언어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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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떨어뜨리는 측면, 장황하게 명사를 수식하거나 구정보의 신정보화로 대화의 결 속을 흐리게 하여 혼란이 발생되는 측면, 대화의 장소를 고려하지 않은 고정적인 문형이 발화에 나타남으로써 발생하는 비현실적인 측면 등이 나타남을 밝혔다.

주제어 : 한국어교육, 한국어능력시험, 의사소통 능력, 실제성, 대화문, 대화분석, 대화 원 형, 대화이동 연속체, 화행

1. 서론

한국어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한국어 학습자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 키는 데 있다. 최근 한국어교육에서는 의사소통 중심 교수법 등을 적극적으 로 활용하며 학습자의 실제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에 못지않게 한국어 능력 평가에서도 응시자의 실제적인 의사소 통 능력을 평가할 수 있게 구성되어야 한다. 실제성을 갖춘 의사소통 양상 을 문항에 반영하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본고에서는 듣기 영역 에서 제시하는 여러 유형의 대화문에 주목한다. 결국 한국어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은 어휘 수준이나 한 문장 단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화로 이 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어 능력 평가의 대표적인 제도는 한국어능력시험이다. 한국어능력시 험이 응시자의 실제적인 한국어 능력 수준을 평가하는 것이라면, 한국어능 력시험의 문제 또한 실제적인 한국어를 반영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지현숙 (2015 : 99)에서는 상호작용 능력 이론을 한국어 구어 능력 평가의 접근법으 로 보며 한국어 구어 능력 평가에서 외국인의 실제 상호작용적 수행을 평 가해야 한다고 보았다.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아직 인터뷰와 같은 방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문항의 대화문부터 실제성을 갖추 고 있어야 할 것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초 연구로서 현재의 한국어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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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시험 문항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희정(2017 : 342)에서 지적 한 바와 같이, 한국어능력시험에서 타당도, 신뢰도, 실용도 관련 연구는 활 발하게 이루어졌으나 실제성 관련 연구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평가 요건 관련 연구에서도 실제성이 다른 평가 요건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되다 보니 실제성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며 교재에서의 실제성을 검 토하는 연구 위주로 이루어졌다.

한국어 교육의 실제성을 다룬 연구로 이민아 외(2015 : 200-201)에서는 학습자들이 실제 상황에서 적절하고 유의미한 담화를 이해하고 생성하기 위해, 학습자들이 교재 대화를 통해 실제적인 대화를 접하게 하고 이해하도 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교재 안에 반영된 대화의 실제성을 담보해야 한다 고 보았다. 임칠성(2016 : 210)에서도 교재의 실제성을 비교하였는데, 실제 적 구어 상황을 장면으로 제시하였고 구어 문법을 교육한 교재의 대화문 제시 목적이 역동적인 실제 대화 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으로 보았다. 본고에 서는 이러한 구어적 특성 반영과 함께 대화의 실제성은 교재뿐만 아니라 평가에서도 확보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하림․양재승(2014)에서는 듣기 영 역은 읽기나 쓰기 영역과 달리 대화 참여자 간의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 는 평가 영역이라고 하며 특히 한국어능력시험은 실제 의사소통 환경에서 의 언어 사용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숙달도 평가이므로, 듣기 영역에서는 학습자들이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 접할 수 있는 담화들이 제시되어야 한 다고 하였다. 이 논의에서는 듣기 담화의 실제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담화의 상황 맥락이라고 보았다.1)

이상의 논의를 통해 한국어능력시험 문항에 반영된 대화는 실제성을 띄어

1)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듣기 대화문의 실제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04)에서는 듣기 말하기 문항 제작의 공통조건으로 대화나 담화가 실제적이어야 한다 고 밝히고 있다. 또한 시험 문제를 위한 대화나 담화처럼 보여서는 안 되며 내용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슬기(2017)는 듣기 평가를 구성하는 대화 및 담화는 언어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인 맥락과 화용적 측면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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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다고 볼 수 있다.2)백승주(2015 : 78)에 따르면, 대화에 표면적으로 드러 나는 양상을 가르치는 것은 한국어에 대한 직관이 없는 학습자가 이해하는 데 불가능할 것이며, 교육은 그 안에 내재된 보편적인 원리를 가르쳐야 한다 는 점에서 날 것 그대로의 대화문은 교육적으로도 의미가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실제적이면서도 교육적인 대화를 가르치기 위한 방안으로 대화 원형 과 대화이동 연속체원형을 제안하였다.3)따라서 한국어교육의 목적이 실제 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대화 원형이 반영되고 적절한 대화이동 연속체 속에서 화행 또는 기능이 적절하게 나타난 대화가 한국어 교재뿐만 아니라 한국어능력시험 문항으로도 제시되어야 한다.4)

본고에서는 이상의 문제의식을 안고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영역 제시 대 화문의 구성을 실제성 측면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먼저 2장에서는 한국어 능력시험을 분석한 선행 연구를 살펴 실제성 측면에서의 한국어능력시험 검토의 필요성을 도출한다. 3장에서는 한국어능력시험 대화의 구조 및 양 상에 반영되어야 하는 대화 원형과 대화이동 연속체원형에 대한 이론적 배 경을 살핀다. 4장에서는 한국어능력시험 대화를 3장의 논의를 바탕으로 분

2) 본 연구에서의 실제성 있는 대화문은 현실 대화를 반영하되 교육적 가치를 포함하여 가공한 자료를 말한다. 이는 실제 대화와 큰 괴리감이 나타나지 않아야 하며, 대화의 필수적인 요소들이 정돈되어 간결하게나마 나타나야 한다.

3) 박용익(2001 : 46, 145)에 따르면, 대화 원형이란 특정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어떤 행위로 구성되는지에 대한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모형으로, 말할이의 의사소통 능력 은 대화 원형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의사소통 상황에 서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대화이동 연속체원형이란 의사소통의 최소단위로서 대화 참가자들의 특정한 의사소통 목적 실현과 관계있는 대화이동으로만 이루어진 구성체이다. 이 대화이동 연속체원형에 대해 백승주(2015 : 81)에서는 실제 대화 가 어떻게 전개 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하였다.

4) 목정수(2013 : 44)에서는 더 나아가, 구어 문법의 틀에서 운율 구조의 중요성과 더불어 이에 대한 교육이 갖는 중요성을 재인식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평가 문항 개발 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예로, 완전한 문장 구조가 아닌 실제로 구어 자료로 나타 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자연 발화체를 있는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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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하고 그 고찰 내용을 정리하겠다. 본고에서는 실제성 차원에서 한국어능 력시험 듣기 영역을 본격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2.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영역의 연구 동향

한국어교육에서 의사소통 중심 교수법이 주를 이루면서 한국어 교재 속 대화문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한국 어능력시험에서의 대화문은 실제성 측면에서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한국 어능력시험의 대화문을 다룬 선행 연구는 한국어능력시험의 대화문을 화 행 측면에서 분석한 것, 대화문의 구성 측면에서 분석한 것, 문항의 신뢰도 나 타당도 등의 측면에서 분석한 것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먼저,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제시된 대화문을 화행 측면에서 분석한 선행 연구들에서는 특정 화행 양상을 분석하거나 통계적으로 어떤 화행이 두드러 지는지 등을 검토하였다. 황성은․심혜령(2013)에서는 한국어능력시험 제28 회부터 제31회까지의 중급 듣기 문항을 상황 맥락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한 국어 학습자가 접할 수 있는 해당 수준의 실제성과 문항 사이의 괴리 여부를 분석하고자 하였는데, 담화 유형의 고착화로 담화 목적까지 그 영향을 받아 정보 전달 위주의 상황 맥락이 주를 이룬다고 보았다. 또한 담화 화제는 다 양했던 반면, 담화 장면은 듣기 텍스트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상당 수 존재한다고 하였다.

강동읍(2013)은 Searle(1969)의 발화수반행위의 분류 기준에 따라 듣기 영역 텍스트에 대해 화행 분석을 실시하였다. 말하기 평가가 없는 한국어능 력시험이 학습자의 화행 사용 능력을 적절히 평가하고 있는지를 알아보았 는데, 특정 화행이 지나치게 편중되었음을 밝혔다. 즉, 제11회에서 제28회 까지의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선언 화행 유형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나 단 언 화행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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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하림․양재승(2014)에서도 상황 맥락이 담화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담화의 실제성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하였다. 제22회부 터 제31회까지 분석한 결과,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대화는 대체로 한국어능 력시험 평가 기준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상황 맥락의 구성 요소 중 일부는 특정 하위 유목에 편중된 경향이 나타나 상황 맥락이 다채롭게 구 현되지 못했다고 하였다. 이에 대화 영역과 참여자 관계를 중심으로 상황 맥락 설계를 위한 기본 틀을 제시하고 활용 방안을 제안하였다.

최혜민(2013)은 제10회부터 제30회까지의 한국어능력시험 대화문에 나타 난 거절 화행 양상을 분석하였는데, 요청 상황과 제안 상황이 주를 이루는 반면에 다양한 거절 전략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이는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의 대화문이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고 보지만, 이러한 거절 상황의 제시가 학습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은희(2016)에서는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지시 화행 반영 양상5)을 중심 으로 살펴보았다. 지시 화행에서 수반되는 체면 위협의 강도는 상하관계, 특히 화자보다 청자가 사회적 지위가 높을 경우에 보다 전략적인 언어 사 용이 필요한데 이러한 상황은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대화문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하였다. 또한 한국어능력시험Ⅰ과 한국어능력시험Ⅱ는 학습자 의 수준에 따라 구분된 것이기에 지시 화행의 실현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 타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언어적 실현 방식에서 특징적인 차이가 거의 없었 다고 하였다. 최혜민(2013)과 이은희(2016)는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영역의 대화문을 화행적 측면에서 분석하였으나 종합적인 분석이 제시되지 않았 다는 점과 특정 화행 양상에 그친 점이 한계로 남는다.6)

다음으로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영역 대화문의 구성 양상을 살핀 선행 연

5) 이은희(2016)에서는 한국어능력시험 체제가 개편된 35~37회 및 41회의 총 4회분 한국 어능력시험Ⅰ과 한국어능력시험Ⅱ에 실현된 대화문을 검토 대상으로 하였다.

6) 이외에도 최해향(2016)은 한국어능력시험Ⅱ 듣기 대화문에 나타난 요청 화행의 표현 양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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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로, 반소연(2010)은 듣기 평가 텍스트에 상황 변수 및 이와 관련된 언 어적 자질들을 분석함으로써 상황 맥락 정보가 적절히 제공되었는지를 알 아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에 사용된 평가 자료가 2014년 한국어능력 시험이 개편7)되기 이전의 것이므로 개편 이후의 한국어능력시험Ⅱ 듣기 문항의 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이은진(2012)은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영역 지문의 유형과 높임법의 사용 양상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 결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일 상적 대화문에서는 높임법 요소가 초급, 중급, 고급을 통틀어 비슷한 빈도 로 사용되었지만, 뉴스나 안내 방송, 인터뷰와 같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루어지는 발화로 구성된 텍스트에서는 낮은 등급일수록 높임법 요소가 많 이 사용되었다고 하였다. 초급 듣기 대화문 중 전달문의 텍스트에서 높임법 이 가장 많이 실현된 이유는 한국어 초급 학습자들에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의 높임법 사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의도된 것이라고 하였 다. 본고에서도 이은진(2012)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어 초급 학습자의 의도된 높임법 사용은 실제적인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교실에서의 지나친 강조로 인해 연습상의 전이8)가 일어나는 것처럼 실제성이 떨어진 평가 문항을 접한 한국어 학습자 역시 그와 유사 한 형식의 발화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유경(2015)에서는 2014 개편안에 따른 한국어능력시험 이해 영역(듣 기․읽기) 대화문에 나타난 어휘의 적절성에 대해 연구하였다. 각 평가 어휘 가 읽기와 듣기 문항의 주제와 관련된 주요 어휘인지 여부를 분석한 결과,

7) 2014년 7월 20일 개편된 한국어능력시험에서는 초급, 중급, 고급 시험이 한국어능력시험

Ⅰ(초급), 한국어능력시험Ⅱ(중급, 고급)으로 바뀌었다. 평가 영역에서도 기존의 어휘문 법 영역이 사라지고 읽기, 듣기, 쓰기 영역으로 통합되면서 총 세 영역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8) ‘연습상의 전이’란 교실에서 교사의 지도와 연습이 학습자의 화석화를 만든다고 보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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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문항의 평가 어휘가 주요 어휘를 평가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급과 고급 수준의 시험인 한국어능력시험Ⅱ 평가 어휘에 초급 수준 의 어휘가 포함된 것은 개선할 부분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중․고급 수준 의 학습자일지라도 대화 유형에 따라 초급 수준의 기초적인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으며,9) 대화의 상황과 맥락이 고려되지 않고 어휘의 일치도만으로 대화를 분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Brown(2004 : 34)에 따르면 효과적인 시험이 되기 위해서는 실용성, 신뢰 도, 타당도, 진정성, 역류 효과라는 다섯 가지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하 였다. 한국어능력시험의 듣기 영역 대화문에 대해서도 이러한 기준 충족 여 부를 검토하는 선행 연구들이 있었다. 한국어 듣기 평가에 대한 연구 중 듣 기 텍스트의 진정성(authenticity)10)을 분석한 연구로는 박민신(2008) 등이 있는데 이에 김진만(2016)은 듣기 텍스트의 진정성에만 관심을 두었을 뿐 음성 자료의 진정성에는 주목하지 않았음을 지적하였다.

김진만(2016)은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영역의 음성 자료를 분석하여 시험 에 사용된 음성 자료가 실제 발화 속도를 반영하고 있는지 그리고 시험마 다 발화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그 결과 음성 자 료의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서 발화 속도 면에서 진정성이 없다는 점, 대화 유형과 문항의 난도가 같다면 시험마다 비슷한 속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회 차가 달라질 때마다 속도에서 차이를 보여 일관성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므 로 진정성 있는 듣기 시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상황에서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자료를 바탕으로 듣기 텍스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 았다. 나아가 한국어 구어의 실제적 요소인 억양, 휴지, 발화 속도 등을 듣

9) 관계 중심의 대화와 업무 처리 대화를 비교하면 업무 처리 대화가 더 격식성을 가지며, 이는 어휘 수준에도 영향을 준다. 반면 관계 중심의 대화에서는 대화자 간의 관계 형성을 위한 대화로 업무 처리 대화보다 덜 격식성을 보이며, 이 역시 어휘 수준에 영향을 준다.

10) 선행 연구에서 ‘진정성’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도 있으나 본고에서는 ‘실제성’이라는 용어로 통일하여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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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텍스트에 반영하여 음성 자료로 만들어야 한다고 보았다.11)

이상과 같이 선행 연구 검토를 통해 한국어교육의 목적이 궁극적으로 한 국어 학습자의 실제적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는 것을 공통적 으로 견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선행 연구 대부분이 대화의 실제 성을 파악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 외부적 형식에만 치중하고 있으며, 이 러한 분석은 대화의 단편적 측면만을 들여다보게 될 우려가 있다. 대화를 더 구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대화자 간의 관계와 대화 유형의 격식성과 비격식성 파악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발화 교체에 나 타난 현상을 전체 대화의 맥락과 부분 대화의 맥락을 고려하여 분석되어야 한다. 대화 유형과 대화자 간의 사회적 관계, 대화 상황, 대화 목적 등에 따 라 대화 방법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러한 양상은 대화의 구조와 내용, 화용 적 측면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를 위해 대화분석 단위를 통해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제시 대화문을 분석하고자 한다. 임태운(2017 : 14)에 따르면, 대화분석 단위로 전체 대화의 전개 흐름, 대화의 구성적인 측면, 억양단위12)의 기능적인 부 분을 분석하는 화행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대화의 단편적인 부분 만의 분석에 그치지 않고 분석 단위 간의 상호적 심층 분석이 가능하다.

11) 이외에 음성 자료를 분석한 연구로는 등성신(2013)이 있는데 음향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지문의 발화 길이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듣기 문항의 발화 속도가 실제 한국어 평균 발화 속도보다 느려서 시험 등급별의 평가 기준을 이루 지 못하고 실제성과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하였다. 듣기 이해 과정을 중심으로 한국어 교재와 한국어능력시험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이해인(2013)에서는 교재와 더불어 한국 어능력시험 중급과 고급 단계에서의 상호작용식 과정의 비중이 초급 단계에서의 비중 보다 작게 나타났다고 하였다. 강소산(2009)에서는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문항을 기능, 맥락, 내용, 텍스트 형태 범주의 내용 타당도 분석으로 접근하였다.

12) 억양단위는 화자가 그 순간에 떠오른 생각을 하나의 통일된 억양 곡선으로 실현한 단 위이다. 절이나 명사구의 형식으로 주로 정보를 전달하고, 부사구나 감탄사로 정보를 조절한다. 또한 하나의 문장이 한 사람의 화자에 의해 하나의 억양단위에서 실현되기도 하지만, 여러 번의 억양단위에 걸쳐 실현되기도 한다. 또한 다른 화자에 의해 공동으로 하나의 억양단위가 구성되기도 한다(전영옥, 2003 :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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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듣기 영역의 분석 도구

3.1. 대화분석의 개념과 유형

본고에서 분석할 연구 대상은 한국어 학습자의 숙달도를 평가하기 위한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영역의 제시 대화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란 일상적 으로 ‘회화, 담화, 담소, 대담’ 등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 개념을 말하며, 언어학에서는 주로 담화나 대화라는 용어로 사용된다. 구조주의 입장에서의 담화는 텍스트 내에서의 구성단위를 말하는 것이며, 기능주의 입장에서의 담화는 맥락을 강조한 개념으로 일정한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 보편적이면서도 포괄적인 개념인 담화라는 용어가 언어학에 적합해 보이지만, 본고에서는 좀 더 명확하고 의미 영역이 좁은 대화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자 한다.13)

대화분석은 크게 귀납적 대화분석과 연역적 대화분석으로 나눌 수 있 다.14) 귀납적 대화분석은 연구자의 선행 지식과 분석 대상에 선입견을 완 전히 배제하고 그 실제 대상만을 분석하는 것이다. 귀납적 대화분석은 사회 학의 연구 방법 중 민족방법론에서 출발한 것으로 여러 대화를 관찰하여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형식이나 규칙을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화 는 대화자 간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며 상황과 맥락에 따라 내용이 달 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대화를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본다. 주로 분 석하는 대상은 인접쌍(adjacency pair)과 발화순서 교체(turn-taking), 대화 이동 연속체(move sequence) 등이다.

반면 연역적 대화분석은 생성문법의 기본 이론을 적용하여 대화에서도

13) 이 연구가 분석할 연구 대상은 대화자 간의 상호작용이 동반된 텍스트이며, 담화라는 용어가 가진 공적 발화라는 느낌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본고에서 사용될 대화분석 이론을 일컫는 용어도 ‘담화분석론’, ‘회화분석론’, ‘대화분석론’ 등 여러 용어를 사용하지 만 대체로 대화분석론이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14) 본 연구의 대화분석 이론과 개념은 박용익(2014)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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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을 찾아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분석은 대화의 이상적인 대화 원형 (dialog pattern)을 먼저 구성하고, 실제 대화와 비교하여 더욱 이상적인 대 화 원형을 구성한다. 그리고 대화 유형별로 대화 원형을 비교하고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는다. 이러한 요소들은 개별 대화의 특성이 될 수 있다.

본고의 연구 대상은 한국어 학습자의 듣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듣기 영역 대화문이다. 시험 출제자는 듣기 문항의 대화문 구성 시 과거 기출 문 항의 숙달도 수준과 문제 양식을 지키면서, 최대한 실제성을 반영하고자 노 력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 속에는 학습자의 전략적 듣기 능력을 파 악하기 위한 적절한 문법 요소와 화행 요소를 배치했을 것이다.15)선행 연 구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한국어능력시험 문항의 대화를 분석하였 으나, 주로 대화의 종류나 개별 화행의 구분 그리고 이에 나타난 양상의 빈 도를 분석하다보니 본고에서 주목하는 화자와 청자 간 대화의 구성적 측면 과 이를 구성하는 내용적 측면까지의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본고의 목적은 한국어능력시험의 듣기 영역 대화문을 심층적이고 유기 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본고에서는 대화분석 단위의 개념 중 발화순서 교체와 대화이동 연속체에 집중하고자 한다.16) 발화순서 교체와 대화이동 연속체는 대화의 내적인 구성 측면과 외적인 구성 측면 모두를 분석할 수 있으며, 대화이동 연속체 분석의 경우 화자의 화행 양상까지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 본고의 분석 대상인 한국어능력시험(TOPIK)은 한국어를 모어로 하지 않은 재외동 포․외국인의 한국어 사용능력을 측정하고 평가한다. 초급에 해당하는 ‘한국어능력시험

Ⅰ’은 듣기와 읽기 영역만으로 구성되며, 중급과 고급에 해당되는 ‘한국어능력시험Ⅱ’는 듣기와 읽기, 쓰기로 구성된다. 본고에서 제시된 대화는 2014년 7월 마지막 개편 후에 출제된 듣기 텍스트이다.

16) 여기서 다루지 않는 대화분석의 단위 개념에는 대화 유형과 기능 단계가 있다. 박용익 (2014)에서는 대화 유형은 대화 참가자들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대화를 하는 가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며, 기능 단계는 대화자 간의 어떠한 대화를 수행하는 동안 겪는 대화의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단계의 흐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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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듣기 대화문의 분석 요소 3.2.1. 발화순서 교체

발화순서 교체는 대화에 있어서 화자와 청자 간의 말이 교환되는 순서를 말한다. 즉, 한 화자의 발화 시작부터 다음 화자가 발화를 시작하기 전까지 를 한 번의 발화순서로 본다. 내용적인 측면보다는 시각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형식적인 부분이기에 분석이 용이하며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 점이 있다.

연구 대상인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대화는 한 명 혹은 두 명이 참가하여 대화를 구성하고 있다. 한 명의 대화자로 구성된 대화는 한 번의 발화순서만을 가지며, 두 명 이상의 대화는 최소 두 번 이상의 발화순서 교체가 나타난다.17)

<표 1> 한국어능력시험Ⅰ 35회 20번

대화자 발화 순서 대화 내용

여자 (1)

1) (전화벨) 여보세요.

2) 민우 씨, 밤늦게 죄송한데요.

3) 회의 자료 좀 이메일로 보내 줄 수 있어요?

남자 (2) 1) 아, 제가 지금 밖에 있는데요.

2) 집에 가서 바로 보내 드릴게요.

여자 (3) 바쁘시면 다른 분께 부탁해 볼게요.

남자 (4) 1) 아니에요.

2) 지금 집에 가고 있어요.

위 대화는 여자와 남자가 두 번씩의 발화순서를 가지며 총 네 번의 발화 순서 교체가 나타난다. 이와 더불어 대화 내용에 있는 ‘1), 2), 3) ……’은 한 번의 발화순서에서 나타나는 억양단위이다. ‘여자(1)’은 세 번의 억양단위로 구성된 발화순서이다. 억양단위는 음성적으로는 억양의 변화, 내용적으로

17) 연구 대상의 대화에서는 세 명 이상의 발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두 명의 대화자 는 반드시 이성 간의 대화로 구성된다. 본고는 안내 방송이나 강연과 같은 한 명으로 구성된 텍스트는 분석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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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독립된 의미 역할을 가지는 것으로 설명된다. 분석할 대화의 경우 마침 표나 쉼표가 그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는 시험 듣기 대화가 실제 자료가 아 닌 실제성을 추구하는 정제된 인위적인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대화는 <표 1>의 대화와 같이 발화순서 교체나 억양단위가 분명하고 명확하게 구분되기 어렵다. 실제 대화에서는 화자의 발화순서 중 에 청자가 끼어들어 발화권을 가져오기도 하며, 대화가 오고가는 가운데 말 겹침 현상도 종종 나타난다.18)

3.2.2. 대화이동 연속체

대화이동 연속체는 발화순서 교체로 구성된 하나의 덩어리를 의미한다.

하나의 대화는 한 개 혹은 그 이상의 대화이동 연속체로 구성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대화이동의 개념을 언급한 후 대화이동 연속 체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대화이동은 한 번의 발화순서에서 수행한 기능적 의미의 변화를 말 한다. 따라서 하나의 발화순서에는 한 번 이상의 대화이동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표 1> ‘여자(1)’의 발화에서 억양단위 ‘1) 2)’는 ‘의례적 대화’이 며, ‘3)’은 ‘부탁’이라는 기능을 보인다. 즉 ‘여자(1)’은 ‘1) 2)의례적 인사-3) 부탁’이라는 대화이동을 보이는 것이다.

대화이동 연속체의 설명을 위해서는 인접쌍(adjacency pair)의 개념이 필 요하다. 인접쌍은 대화이동에서 핵심이 되는 기능과 그와 내용적으로 연결 되는 다른 핵심 대화이동을 말한다. 이는 발화순서 간에 바로 인접해 있는 경우도 있으며,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여자(1)의 주된 기능은

‘(1) 3)부탁’이며, ‘남자(2)’는 ‘(2) 2)수락’이다. 즉 핵심 대화이동은 ‘(1) 3)부 탁-(2) 2)수락’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1) 3)부탁’ 앞에 의례적 대화인 ‘(1)

18) 임태운(2017 : 94)에서도 한국어 모어 화자는 대화 목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부분 대화에서, 매우 활발한 발화순서 교체가 이루어지며 대화 참여자 발화의 말겹침, 청자 발화 끼어들기, 발화순서 속에서의 급격한 어조 변화가 나타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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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 선행되어 있으며, ‘(2) 2)수락’ 앞에는 ‘(2) 1)통보’가 삽입되어 있다.

이처럼 핵심 대화이동에 선행이나 후행, 또는 삽입하는 대화이동까지 모두 포함한 연속적인 흐름을 대화이동 연속체라고 한다.

대화이동 연속체를 구성하는 대화이동은 화행(speech act)과 유사한 측면 이 있어 같은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 차이점을 찾는다면 대화이동에 붙이는 명명은 연속체 내에서의 핵심 대화이동 기능의 구성과 연관성이 깊으며, 화행 의 경우는 발화를 대화 내에서의 하나의 특정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대화이 동 연속체를 화행의 입장에서 접근하면 핵심 대화이동은 주화행(primary speech act)의 기능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며, 핵심 대화이동을 제외한 대화이 동은 보조화행(subsidiary speech act)의 기능을 한다. 주화행과 보조화행에 는 대화의 상황과 맥락을 통한 화자의 사회문화적 지식이 동반될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규범과 체계를 따르고자 하는 의도이다.

3.2.3. 화용적 요소

발화순서 교체나 대화이동 연속체, 대화이동은 대화의 구조적인 측면에 서의 대화분석 요소이다. 이는 대화의 구성적인 측면을 거시적인 관점으로 부터 미시적인 관점까지 분석 층위 상호 간에 관계적이며 심층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대화에는 구조적 측면에서의 분석에서 나타나지 않 는 화용적인 요소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담화표지이다.

담화표지의 의미와 범주는 연구자의 견해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대화 내에서의 화제를 다루는 기능과 화자의 발화에 대한 청자의 태도를 보이는 기능에 대한 것은 공통적이다. 담화표지의 적절한 사용은 대화 내에서의 화자와 청자 간의 유대감을 높이며, 대화자 간의 공손성(politeness) 측면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화자가 청자에게 행위를 지시할 때,

‘저, 그, 저기, 다른 게 아니라’ 등과 같은 표지가 포함된다면 상대방의 체면 (face)을 고려한 적절한 대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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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화용적 요소에는 화자의 어조, 성량, 웃음, 한숨 등이 있다. 대화 내 에서 대화자는 대화의 격식성과 비격식성, 대화의 목적, 화자의 의도 등을 파악하고 이를 적절하게 사용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요소를 통한 대화분석 은 대화의 실제적 측면을 분석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실제성 있는 대화 구성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4.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문항의 제시 대화문 분석

앞에서 발화순서 교체와 대화이동 연속체의 개념을 중심으로, 발화순서, 대화이동, 화행과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러한 개념들을 통해 화자 발화의 의미와 기능을 통사․의미적으로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 맥락 에서 대화자 간의 발화 목적과 의도를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즉, 화자 의 발화가 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실제 대화와 비교했을 때 어떠한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이 장에서는 한국어능 력시험의 듣기 영역 대화문의 구조적 측면과 내용적 측면의 실제성을 발화 순서 교체와 대화이동 연속체 등의 대화분석 방법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 대상 자료인 한국어능력시험은 2014년 7월(제35회)부터 시험 체 제가 개편되어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재외 동포 및 외국인에게 한 국어 학습 방향을 제시하고 한국어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 되고 있다. 그리고 이 평가 결과는 국내 대학에 입학하거나 국내 취업에도 활용된다. 이 시험의 주목적이 한국에서의 학업이나 취업 능력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면 실제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실제성을 갖춘 문항들 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능력시험이 개편된 이후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의 듣기 영역 총 6회분을 분석하였다. 총 6회 분량(35회, 36회, 37회, 41회, 47회, 52회)으로 한국어능력시험Ⅰ는 각 회 30문항 총 180문항, 한국어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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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Ⅱ는 각 회 50문항 총 300문항 합계 480문항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제시 대화문 분석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진행하였다. 먼저 연 구 대상 자료를 1차적으로 전체 문항을 분석하며 선행 연구 검토 등을 통해 분석 기준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적절하지 않은 대화 내용이 포함된 대화문 을 선별한 후 분석 기준을 토대로 2차 분석을 실시하였고, 분석 결과를 유 형별로 구분하였다.

4.1. 듣기 영역의 구조적 실제성

한국어능력시험에서는 한국어 학습자의 숙달도를 측정하기 위한 시험이 기에 난이도를 고려해 문항을 배치한다. 그리고 과거에 치러진 형식과 수준 을 유지해야 하므로 동일한 문항에서는 유사한 대화 유형과 동일한 대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도로 인해 실제 대화와의 괴리감이 나타날 수 있으며, 그 구체적인 양상을 아래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표 2> 한국어능력시험Ⅱ 52회 17번

문제

17. 다음을 듣고 남자의 중심 생각을 고르십시오.

① 결혼식을 하는 데 너무 많은 돈을 쓰면 안 된다.

② 결혼은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해야 한다.

③ 결혼식 장소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편한 곳이 좋다.

④ 결혼을 결정할 때 가족들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

대화자 발화 순서 대화 내용

남자 (1)

1) 내 친구 민수 알지?

2) 다음 달에 결혼하는데 가족들하고 친한 친구들 몇명만 부른다고 하더라고.

3) 결혼식은 사람들을 많이 초대하는 게 좋은 거 아냐?

여자 (2)

1) 아니.

2)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하는 거, 나는 좋은 것 같은데.

3) 비용 부담도 적을 거고.

4) 요즘 그런 작은 결혼식이 유행이거든.

남자 (3) 그래도 평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너무 작게 하면 서운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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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항은 남자의 중심 생각을 파악하는 문항으로, 과거 모든 17번 문항 은 모두 세 번의 발화순서 교체를 보인다. 이는 동일 문항의 형식적 통일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화순서 교체 횟수를 유지하기 위한 의 도가 실제 대화와의 차이를 보이는 요소가 된다.

‘남자(1)’의 발화순서는 세 번의 억양단위가 포함되어 있다. ‘(1) 1)’은 대 화의 소재를 가지고 오기 위한 질문이다. 그리고 ‘(1) 3)’도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질문 형식의 발화를 보인다. 그러나 ‘여자(2)’에서는 ‘남자(1) 1)’에 대한 반응은 보이지 않으며 ‘여자(2) 1)’은 ‘남자(1) 3)’에 대한 반응이다. ‘남 자(1) 1)’의 기능이 실제 대답을 원하는 질문이 아닌 시작 대화라고 하더라 도 ‘남자(1) 1)’에 대한 여자의 청자신호19)는 필요하다. 화계(speech level) 를 통한 대화자 간의 사회적 지위를 유추한다면 청자신호를 동반한 더욱 활발한 발화순서 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청자신호는 발화순서 교체의 횟 수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실제 난이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듣기 영역에 실제성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양상은 앞선 <표 1>의 대화에서도 나타난다. 대화자의 사회적 관계 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 혹은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이다. 두 사람은 전화를 통한 네 번의 발화순서 교체를 통해 대화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여자(1) 1)’이 전화 통화에서의 ‘의례적 대화’이고, 여자가 남자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위치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부탁 혹은 지시를 하는 입장이라면 청자의 반응 없이 ‘(1) 2)3)’이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역시 시험 이라는 형식의 구조 일관성을 위한 것으로 현실 대화와의 차이를 보이게 하는 요소이다. 청자 반응이 없는 대화는 대화자 간의 상호 작용이 드러나

19) 청자신호는 화자의 발화에 청자가 반응하는 것으로 언어적 행위 또는 비언어적 행위를 말한다. 언어적 행위에는 ‘응, 네, 예, 아, 그래?’ 등이 있다. 그리고 비언어적 행위에는

‘화자와 눈을 마주치는 것, 고개를 끄덕이는 것’ 등이 있다. 청자신호에 따라 대화자 간 의 상호작용에서 ‘화자가 말을 이어가야 하는 순간, 화자가 말을 끊어야 하는 순간, 청자 가 대화에 끼어들어야 하는 순간’ 등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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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으며, 이는 오히려 숙달도가 높은 수험자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는 요 소이다.20)그러한 이유는 대화 속에 포함된 대화이동 연속체가 유기적으로 구성되지 않아, 하나의 발화순서 교체에서 두 개 이상의 대화이동이 나타날 경우 청자의 반응이 어떠한 대화이동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 표면적으로 드 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대화이동 연속체 구성에서 나타난 특징을 분석하고자 한다. <표 3>은 초급에 해당하는 문제로, 하나의 대화를 듣고 두 개의 문항을 푸는 형식이다. 여자가 아이에게 통장을 만들어 주고 싶은 이유를 고르는 문제와 제시된 대화와 같은 내용의 보기를 고르는 문제이다.

<표 3> 한국어능력시험Ⅰ 36회 29~30번

문제

29. 여자는 왜 아이에게 통장을 만들어 줍니까?

① 아이가 돈을 모으고 싶어해서

② 아이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③ 아이가 통장을 바꿀 때가 되어서

④ 아이가 자기 통장을 갖고 싶어해서 30. 들은 내용과 같은 것을 고르십시오.

① 여자는 지금 도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② 여자는 내일 은행에 다시 오려고 합니다.

③ 여자는 아이에게 입학 선물을 주었습니다.

④ 여자는 오늘 어린이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대화자 발화 순서 대화 내용

여자 (1) 아이 통장을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요.

남자 (2) 1) 아, 어린이 통장요?

2) 요즘 입학 때라 많이들 만드시네요.

여자 (3) 1) 네.

2) 우리 아이도 자기 통장을 갖고 싶어 해서 선물하려고요.

20) 임태운(2017)에서는 동일한 조건에서의 역할극을 통해 한국어 모어 화자와 한국어 학 습자의 대화 양상을 비교 분석하였다. 그 특징 중 하나가 한국어 모어 화자의 경우 청자 신호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반면 한국어 학습자의 경우 그러한 양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19)

남자 (4)

1) 좋은 생각이세요.

2) 자기 통장이 생기면 돈을 모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3) 참, 아이 도장은 가져오셨죠?

여자 (5) 1) 도장이 필요해요? 안 가져왔는데…….

2) 그냥 내일 다시 와야겠네요.

남자 (6) 1) 그럼 내일 아이도 데리고 오세요.

2) 은행에 와서 직접 통장을 만들면 더 좋아할 거예요.

위 문항은 여자의 행동 목적을 파악하는 문항과 사실 확인하는 문항으로 구성된다. 대화의 장소는 은행이며 두 사람은 처음 만나는 관계로 보인다.

여자는 아이의 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에 방문했으며, 남자는 여자가 원하 는 행위를 처리해야 하는 것이 대화의 목적이다.

위 대화의 첫 번째 대화이동 연속체는 ‘요구-수락’ 형식을 보이고 있는

‘(1)~(4) 2)’이다. 이 대화이동 연속체에서의 핵심 대화이동은 방문 목적을 말하는 (1)이고, 이에 대응하는 인접쌍은 수락의 기능인 ‘(4) 1)’이다. 핵심 대화이동을 제외한 나머지 대화이동은 선행, 후행 혹은 삽입 대화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 대화이동 연속체는 핵심 대화이동만으로 구성된 ‘(4) 3)질문 -(5) 1)대답’이다. 그리고 마지막 대화이동 연속체는 ‘(5) 2)~(6) 2)’이다.

시작 대화에서 나타난 대화이동 연속체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표 4> 한국어능력시험Ⅰ 36회 29~30번 시작 대화이동 연속체 분석 (1)

(1) (1) (1)요구요구요구요구

(1)요구 - {(2) 1)확인질문 - {(2) 2)통보} - (3) 1)대답}

- {(3) 2)통보} - (4) (4) (4) (4) 1)(4) 1)수락 - {(4) 2)통보}1)1)1)수락수락수락수락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은 공적 장소인 은행이 다. 공적 장소의 대화는 일반적으로 업무 처리적 기능(transactional function) 을 가진다.21)그러나 위 대화이동 연속체에는 업무 처리 기능을 하는 핵심

21) 업무 처리 기능의 언어활동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실생활과 관련된 일의 해결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고, 명료성과 정확성이 요구된다. 그리고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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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이동 외에 상호작용적 기능(interactional function)으로 보이는 삽입 대 화이동이 여러 차례 나타난다. 이런 양상은 마지막 대화이동 연속체에서도 나타난다. ‘정리 인사’ 기능을 가진 ‘여자(5)’의 대화에 남자(6)은 상황과 맥락 에 어울리지 않는 관계 중심의 발화로 대화를 마무리한다. 이러한 결과는 대화의 실제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공인된 시험에 대한 신뢰도 문제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표 5> 한국어능력시험Ⅱ 37회 2번 문제 2. 다음을 듣고 알맞은 그림을 고르십시오.

대화자 발화 순서 대화 내용

남자 (1) 1) 정말 축하해요. 준비하느라 고생했죠?

2) 이거 받으세요.

여자 (2) 1) 뭘 이런 거까지 준비했어요.

2) 바쁘신데 와 줘서 고마워요.

남자 (3) 와, 손님이 많네요. 가게도 꽤 크고요.

위 문항은 대화를 듣고 내용과 일치하는 그림을 고르는 문제이다. 위 대 화를 대화이동 연속체 단위로 구분하는 것은 다소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정표 화행22)기능을 지닌 ‘(2) 2)’의 대화이동에 대한 인접쌍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화자 간의 사회적 관계와 한국 사회라는 사회문화적 맥락 을 고려해 보면 감사에 대한 남자의 반응이 (3)에 제시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살핀 듣기 영역 대화문의 문제점은 평가라는 형식적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생기는 것으로 판단된다. 동일한 문항에서 동일한 발화순서 교체와 비슷한 대화 길이로 제시하는 것을 고려하다 보니 한 번의 발화순

호작용적 언어활동에서는 주로 주위 환경에 대한 화제가 사용될 뿐 아니라 화제가 빈번 하게 바뀐다는 특징이 나타난다. 그리고 상대방의 관심과 일치시키려하거나 상대의 체 면을 유지시키려는 대화 원리가 적용된다(강현화 외 2011 : 62).

22) 정표 화행(expressives)은 화자의 심리적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과, 축하, 칭찬, 감사 등을 나타내는 것이다.

(21)

서에서 청자신호 없이 많은 대화이동을 보인다. 그리하여 대화의 사회적 맥 락과 관계없는 대화이동 연속체가 나타나거나, 화자의 발화에 대응하는 또 다른 화자의 반응이 보이지 않아 대화이동 간의 단절감도 드러난다.

4.2. 듣기 영역의 내용적 실제성

본 절에서는 듣기 대화에서 나타난 실제적이지 않은 정보 전달 과정의 예를 살피고자 한다. <표 3>의 대화이동 연속체 분석이 대화 구조적인 측 면에서 실제성이 부족하다고 인식되는 것이라면, 여기에서는 전체적인 대 화의 흐름 속에서 내용적인 접근을 시도하고자 한다.

<표 6> 한국어능력시험Ⅰ 37회 27~28번

문제

27. 두 사람이 무엇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고르십시오.

① 가구를 사는 곳

② 회사의 퇴근 시간

③ 퇴근 후에 하는 일

④ 가구를 고르는 방법

28. 들은 내용과 같은 것을 고르십시오.

① 여자는 집에서 책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② 남자는 책상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③ 여자는 퇴근 후에 가구 만드는 곳에 갑니다.

④ 남자는 여자에게 식탁을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대화자 발화 순서 대화 내용

남자 (1) 1) 요즘 퇴근 후에 뭐 해요?

2) 매일 일찍 나가는 것 같아요.

여자 (2) 1) 아, 집 집 근처 집 근처 가구 만드는 곳에 가서 책상을 만들고 있어요.근처 근처 근처 가구 가구 가구 가구 만드는 만드는 만드는 만드는 곳 남자 (3) 책상요? 책상을 사지 않고 만들어요?

여자 (4) 1) 네. 좀 큰 책상을 갖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아주 재미있어요.

2) 그래서 다음에는 식탁도 만들어 보려고요.

남자 (5) 그런 걸 할 줄 알아요? 나는 작은 상자도 못 만드는데…….

여자 (6) 1) 가구 가구 가구 가구 만드는 가구 만드는 곳에 가면 다 가르쳐 줘요. 만드는 만드는 만드는 곳 2) 하고 싶으면 같이 가요.

(22)

<표 6>은 여자의 취미 생활에 대한 대화이다. 퇴근 후에 무엇을 하느냐 는 남자의 질문에, 여자는 책상을 만들고 있다는 대답 외에 ‘집 근처 가구 만드는 곳’이라는 장소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한다. 그리고 ‘남자(3)’의 질문 에도 ‘(4) 1)’과 같이 과잉 정보를 제공한다. 대화자 간의 관계 형성 대화라 고 해도 ‘(4) 2)’나 ‘(6) 2)’의 경우 좀 지나쳐 보인다. 또한 앞에서 제시된

‘집 근처 가구 만드는 곳’이라는 신정보가 ‘(6) 1)’에서 구정보로 다시 제시 됨에도 불구하고 ‘가구 만드는 곳’으로 다시 출현한다.23)

<표 7> 한국어능력시험Ⅱ 41회 23~24번

문제

23. 남자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맞는 것을 고르십시오.

① 회의 장소를 추천하고 있다.

② 회의장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③ 호텔 위치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④ 회의장을 빌리려고 문의하고 있다.

24. 들은 내용으로 맞는 것을 고르십시오.

① 회의장을 이용하면 음료가 할인된다.

② 대규모 회의장에만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다.

③ 10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회의장은 없다.

④ 직접 방문하면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대화자 발화 순서 대화 내용

남자 (1) (전화벨 소리) 거기 서울호텔이죠? 회의장 좀 예약하려고 하는데요.

여자 (2) 네, 고객님. 어떤 회의장을 찾으세요?

남자 (3) 10명 정도 들어갈 수 있으면 되는데요. 회의장에는 발표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와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지요?

여자 (4)

그럼요. 150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대규모 회의장이 마련되어 있습니 다. 그리고 모든 회의장에는 발표에 필요한 시설이 갖춰져 있습니다.

회의장을 이용하시면 음료는 무료로 제공해 드립니다. 장소를 둘러보 실 겸 직접 방문해 주시면 자세하게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23) 더불어 한국어능력시험 듣기 대화에서는 ‘명사’가 ‘전성어미’의 수식을 받는 구조가 많 이 나타난다. 앞 대화의 ‘집 근처 가구 만드는 곳, 좀 큰 책상, 작은 상자, 가구 만드는 곳’이 그 예이다. 또 다른 예로 한국어능력시험Ⅰ 41회 듣기가 있는데, 주요 내용은 선물 교환 방법이다. 대화 내에 ‘친구가 선물로 준 것, 다른 물건으로 바꿀 수 있는 교환권, 가까운 백화점에 선물 받은 물건’과 같은 수식 구조가 포함된다.

(23)

위 대화문은 남자의 대화 목적을 확인하는 문항과 일치하는 내용 고르는 문항으로 구성된다. 남자는 회의장을 예약하고 싶으며 자신이 원하는 규모 와 시설에 대해 질문한다. 여자는 발화순서 (4)를 통해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남자가 원하는 정보 외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대화 맥락에서 여자는 시설에 대한 장점을 말하는 것이 역할에 충실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어를 기반으로 하는 듣기 대화임에도 문 어적인 느낌이 강하며, 남자의 청자신호도 찾을 수 없다.

앞선 두 대화를 보면 듣기 대화가 화자가 요구하는 정보 이상의 것을 청 자가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 필요 한 정보만을 간결하게 제시하지 않고 장황하게 나열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실제 한국어 모어 화자의 발화와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24)

4.3. 듣기 영역의 화용적 실제성

본 절에서는 화용론적인 요소와 관련된 부분을 살핀다. 다음 제시될 문항 은 대화를 통한 알맞은 장소를 고르기 위한 것이다.

<표 8> 한국어능력시험Ⅰ 35회 7번

문제 7. 여기는 어디입니까? <보기>와 같이 알맞은 것을 고르십시오.

대화자 발화 순서 대화 내용

남자 (1) 뭘 드릴까요?

여자 (2) 아침부터 머리가 아파요. 약 좀 주세요.

① 꽃집 ② 약국② 약국약국약국약국 ③ 문구점 ④ 커피숍

24) 이와 같은 특징은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임태운(2017: 166) 에서는 한국어 모어 화자의 경우 가방 외형에 대한 설명에서 색깔, 용도 등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한국어 학습자의 경우 ‘관형사+명사+가방’, ‘전성어미+명사+가방’의 문형 빈도가 높다.

(24)

시험에서 위 대화가 발생하는 곳으로 제시한 장소는 ‘약국’이다. 수험자 의 입장에서 정답의 직접적인 단서가 되는 요소는 ‘여자(2)’의 발화에서 나 타난 ‘머리, 아프다, 약’이라고 볼 수 있다. ‘남자(1)’은 정답을 고르는 것에 있어서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발화이다. 그러나 정답이 약국이라고 생각하고

‘남자(1)’의 발화를 고려한다면 다소 어색한 면이 없지 않다. 만약 보기에

‘식당’이 있다고 한다면 수험자의 높은 듣기 숙달도를 확인할 수 있는 문항 이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좀 더 현실적인 ‘(1) 어떻게 오셨어요?’가 실제적 일 것이라 보인다.25)

<표 9> 한국어능력시험Ⅰ 41회 8번

문제 8. 여기는 어디입니까? <보기>와 같이 알맞은 것을 고르십시오..

대화자 발화 순서 대화 내용

남자 (1) 이 바지 입어 볼 수 있어요?

여자 (2) 네, 이쪽으로 오세요.

① 옷 옷 가게가게가게가게

① 옷 가게 ② 신발 가게 ③ 모자 가게 ④ 안경 가게

이러한 양상은 다른 회차의 같은 유형의 문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정답의 실제적 단서는 ‘남자(1)’의 ‘바지, 입다’이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자(2)’의 발화는 정답의 단서로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문항 역시 ‘(2) 저쪽에 있어요/저쪽으로 가세요/저기 있어요’ 등이 더 잘 어 울릴 것으로 본다.

다음은 한국어교육에서 목표 문법으로 제시되는 형태가 듣기 대화에서 고정적인 의미 기능으로만 사용되는 것을 살피고자 한다. 먼저 한국어교육 에서 목적 의미 기능으로 지도하는 ‘-(으)려고 하다’이다.

25) ‘어떻게 오셨어요?’가 실제적일 것으로 보는 이유는 수험자의 숙달도를 고려하였을 때 가장 적절하게 나타날 수 있는 표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5)

<표 10> 한국어능력시험Ⅰ ‘-(으)려고 하다’ 사용의 예 연번 회차 번호 발화순서/내용/(대화자 상황)

<1> 35 24 (1) 여행 가방 하나 사려고 사려고 사려고 사려고 하는데요.사려고 하는데요하는데요하는데요하는데요 (손님이 가방 가게 점원에게)

<2> 35 27~28 (1) 부산에 소포를 보내려고 보내려고 하는데 지금 보내면 언제 도착해요?보내려고 보내려고 보내려고 하는데하는데하는데하는데 (우체국에 방문한 사람이 우체국 직원에게)

<3> 36 19 (1) 수영을 좀 배우려고 배우려고 배우려고 배우려고 하는데요배우려고 하는데요.하는데요하는데요하는데요

(수영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 수영장 직원에게)

<4> 36 21 (1) 팀장님, 행사 때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가려고 가려고 가려고 가려고 하는데요.가려고 하는데요하는데요하는데요하는데요 (부하직원이 팀장에게)

<5> 36 29~30 (1) 아이 통장을 하나 만들려고 만들려고 만들려고 만들려고 하는데요만들려고 하는데요.하는데요하는데요하는데요 (고객이 은행 직원에게)

<6> 37 20 (1) 부산까지 가려고 가려고 가려고 가려고 하는데요가려고 하는데요. 기차가 몇 시에 있어요?하는데요하는데요하는데요 (열차 이용객이 매표 직원에게)

<7> 47 19 (2) 예약 좀 하려고 하려고 하려고 하려고 하는데요하려고 하는데요.하는데요하는데요하는데요

(식당 예약하고 싶은 사람이 전화로 식당 직원에게)

위 표현은 모두 초급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능력시험Ⅰ 듣기 대화 에서 나타난 것이다. 전화로 식당을 예약하는 마지막 예를 제외하고는 모두 첫 번째 발화순서에서 제시되어 있다. 초급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하기 위해 문법 형태를 제한한 것이더라도, 대화 상황과 맥락을 고려한다면 어색한 부 분이 없지 않다. 또한 같은 문형이 <3~5>처럼 동일한 회차에 같은 의미 영역으로 시작 대화에 사용되는 부분도 시험임을 감안한다면 적절하지 않 다고 본다.

<표 11> 한국어능력시험Ⅰ ‘-는데’ 사용의 예 연번 회차 번호 발화순서/내용/(대화자 상황)

<1> 35 27~28 (1) 부산에 소포를 보내려고 보내려고 하는데 지금 보내면 언제 도착해요?보내려고 보내려고 보내려고 하는데하는데하는데하는데 (4) 오전에 보내셨으면 오늘 안에 도착하는데도착하는데도착하는데도착하는데도착하는데 지금은 너무 늦었어요.

<2> 41 18 (1) 이번 주 토요일까지 장미 축제를 하는데하는데하는데하는데하는데 같이 갈래요?

(2) 장미 축제요? 작년에 가 봤는데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봤는데봤는데봤는데

<3> 47 18 (1) 요즘 테니스를 치고 있는데있는데있는데있는데있는데 재미있어요.

(3) 그래요? 제가 가르쳐 줄 수 있는데있는데있는데있는데있는데 한번 배워 볼래요?

(26)

위 표는 연결어미 ‘-는데’의 사용과 관련된 부분이다. 한국어능력시험Ⅰ 듣기 대화에서의 ‘-는데’는 후행절을 설명하거나 제안하기 위해, 그것과 관 련 있는 상황을 제시하는 의미 기능으로 초급 듣기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연결어미이다. 이 역시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하기 위한 것이라 판단되지만 하나의 대화에 두 차례씩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담화표지 ‘그럼’이 사용된 예를 살피고자 한다. 제시된 대화는 한 국어능력시험Ⅰ 듣기 대화에서 나타난 것으로, 모두 네 번의 발화순서 교체 를 보이고 있다.

<표 12> 담화표지 ‘그럼’이 포함된 대화의 예

연번 회차 번호 대화 내용

<1> 47 21

(1)여자 : 지난 주말에 한옥마을에 처음 가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2)남자 : 저도 작년에 가 봤어요. 한옥에서 차를 마시고 잠도 잤어요.

(3)여자 : 그랬어요? 저는 시간이 없어서 그렇게 못했어요.

(4)남자 : 그럼그럼그럼그럼 다음에 한 번 더 가 보세요.그럼

<2> 52 19

(1)남자 : (걱정하는 목소리로) 미영 씨, 왜 그래요? 어디 안 좋아요?

(2)여자 : 아침부터 머리가 너무 아파요. 지금은 열도 나고요.

(3)남자 : 그럼그럼그럼그럼 일찍 가서 좀 쉬는 게 어때요?그럼

(4)여자 : 감사합니다, 과장님. 이 일만 끝내고 가겠습니다.

<3> 52 22

(1)남자 : 아침밥을 못 먹고 와서 배가 고프네요.

(2)여자 : 이제 곧 수업 시작하는데……. 그럼그럼그럼그럼그럼 이 우유 마실래요?

(3)남자 : 고마워요. 저는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못 먹을 때가 많아요.

(4)여자 : 아침밥을 먹는 게 건강에 좋아요. 그리고 공부도 잘할 수 있고요.

담화표지는 발화의 내용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발화 간의 연결, 화자 의 태도, 발화와 발화 간의 의미 구조 관계 등을 표시하는 기능을 지닌다.26)

<표 12-1>에서의 ‘그럼’은 여자가 ‘시간이 없어서 차를 마시고 잠을 자지

26) 전영옥(2002)는 담화표지의 기능을 화제와 화제 결속, 화자와 화제 결속, 화자와 청자 결속으로 크게 구분하고 이를 다시 세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그럼’은 화제와 화제 결속의 기능이 있으며, 세부 기능으로는 화제 진전의 기능을 가진다고 보았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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