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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저작권이후의문화산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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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문화·관광 인사이트 제109호 2017. 11. 09 발행처-한국문화관광연구원 www.kcti.re.kr

1 귀걸이 소송, 그 후

■ 귀걸이 사진을 둘러싼 소송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크게 성공한 후 여 주인공 송혜교의 사진 한 장을 두고 송사(訟事)가 벌어 졌다. 드라마 협찬사가 자사의 귀걸이를 착용한 여주인 공의 극중 장면을 제품 홍보에 활용한 것이 사건의 발 단이었다. 배우 측은 사전 동의 없이 자신의 이미지를 사용했으므로 초상권 침해를, 제작사는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 협찬사는 해당 장면의 이용이 정당한 권한 행사이므로 추가 동의가 불필요한 사안이라 맞섰다. 법 원은 판결을 내리기보다 당사자 간 합의를 권했다. 결 국 사건은 협찬사가 배우 측에 소정의 합의금을 지급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송혜교 측은 합의금 전액을 신진 주얼리 디자이너 지원 사업에 기부하였다고 한다.

■ 퍼블리시티권과 저작권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

[email protected], 02-2669-9842

이 있다. 바로 초상권과 저작권에 대한 법원과 업계의 인식이다. 첫째, 여기서 배우의 초상권은 사실상 퍼블 리시티권으로 유명인의 얼굴이나 이름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한국은 물론 상당수 성문법 국가에서 퍼블리시티권은 아직 법적으로 완전 히 성립된 권한이 아니다. 유명인의 범주나 창의적 노 력 차원에서 배타적 권한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산업재산권의 일부인 상표권과 유사하게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업계 관행을 고려하여 종종 퍼블리시 티권을 인정한다. 이 사건에서 지급된 합의금은 해당 배우를 광고 모델로 정식 기용했을 때 지불해야 할 금 액을 기준으로 했을 것이다.

둘째, 드라마 제작사의 저작권 침해 여부는 법원이 나 업계에서 크게 인식되지 않았다. 합의로 인해 판결 문이 존재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는 없으나, 추정컨대 저작권 침해 정도가 심하지 않으니 제작사가 소송을 중도에 취하했을 가능성이 높다. ‘귀걸이 소송’

은 법적으로 명백히 존재하는 저작권의 엄격한 적용은 약화되고 저작권 이외의 권한이 강화되는 추세를 상징 적으로 보여주었다.

저작권 이후의 문화산업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가설적 고찰

김규찬│콘텐츠산업경제연구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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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귀걸이 소송의 발단

2 넷플릭스의 <옥자>

2017년 우리나라에서 문화산업의 상식을 흔드는 두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는 대형 영화가 극장 아닌 집에서 첫 개봉을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음악 없는 앨범이 발매된 것이다.

■ 집에서 개봉하는 영화

첫 번째 사례는 영화 <옥자>이다. 미국 동영상 스트 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비 5,000만 달러 전액을 투 자해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당초 제작 목적에 맞게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6월 29일 공개되었다.

앞서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옥자>는 극장에서 개봉하 지 않는 영화를 영화로 볼 수 있는지 논쟁을 불러일으 켰다. 그래서인지 영화제 첫 상영 시 몇 분간 화면이 나오지 않는 사고도 있었고, 넷플릭스 타이틀이 올라가 자 객석에서 야유와 박수가 동시에 터져 나오기도 했 다. 실제로 프랑스 법에서는 극장 개봉에서 온라인 스 트리밍까지 3년의 홀드백을 두기 때문에 <옥자>와 같 은 개봉방식은 상당한 충격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란이 이어졌다. 넷플릭스 는 온오프라인 동시개봉도 괜찮다는 입장이었으나, 국 내 스크린의 90% 이상을 차지한 3대 극장 체인이 이 를 거부했다. 칸 영화제에서 나온 바로 그 논리, 영화 산업의 질서를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옥 자>는 넷플릭스를 통해 집에서 TV나 컴퓨터, 모바일로 보거나, 몇 개 남지 않은 단관 극장을 찾아야만 했다.

그림 2│칸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옥자>

■ 극장을 떠난 영화

‘기술적으로’ 영화는 얼마든지 극장을 떠날 수 있다.

홀드백이라는 개념 자체가 영화 콘텐츠가 극장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유통 가능함을 의미한다. 다만 과거에 는 극장, 홈비디오/DVD, 온라인으로 창구가 명확히 구 분되어 있었고 각 단계를 넘어가는 시간도 길었다. 하 지만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콘텐츠 이용행태가 변하 면서 영화의 후속 유통창구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단일 화되고 홀드백 시간도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극 장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오는데 평균 2주 정도가 걸린 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극장과 거의 동일한 가격 으로 온오프라인 동시개봉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번 <옥자> 사태의 핵심은 극장이 영화를 만나는 첫째 창구로서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상실했다는데 있 다. 유명 감독이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만든 대형 영 화가 극장에 걸리지 않는다? 이 말은 이제 영화가 ‘문 화적으로도’ 극장을 떠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사실 영화는 극장 관람이라는 정형화된 소비 형식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라이브 공연도 아니면서 특정 장 소로 이동해서, 정해진 시간에 입장한 후, 여러 사람이 함께, 몇 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소비하는 콘텐츠 가 요즘 어디에 있는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극장 방문 비율은 증가하는 반면 10~20대 비율은 다소 하락하는 추세가 관찰된다고도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이들은 영화를 TV나 휴 대폰으로 보는데 거부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영화 상 영 시간 동안 휴대폰을 끄고 있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 란 분석이 농담으로만 들리진 않는다. 영화 <옥자>의 유통 방식 변화는 단순한 플랫폼 경쟁을 넘어 영화 소 비 형식의 변화라는 중요한 함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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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산업에서 저작권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보자. 영화가 극장에서 첫 개봉을 하고 이후 창구들과 시간차를 두었던 근본적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저작권에 기반한 영화 콘텐츠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극장은 영화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였다. 극장 은 복제의 우려 없이 시간과 공간을 분리하여 이용자 개인 단위로 과금이 가능하다. 반면 홈비디오나 DVD 는 복제 가능할 뿐 아니라 과금 단위가 가구 이용자로 단순해진다. 인터넷 스트리밍에 이르면 사실 개별 콘텐 츠를 통한 저작권 수입은 상당히 낮아진다.

물론 영화의 특성과 규모에 따라 다양한 개봉 방식 은 존재해왔다. 극장 개봉 수익이 배급 비용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될 경우 바로 DVD나 스트리밍으로 직행하 기도 한다. 후속 창구로 갈수록 단위 수익은 낮지만 비 용 또한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옥자>의 경우 유명 감독이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대형 영화라는 점에서, 곧바로 스트리밍으로 가는 것은 어느정도 보장 된 저작권 수익을 포기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옥자>에 왜 5,0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이를 어떻게 회수할까? 저작권이 아닌 다른 수익모델 을 염두에 두고 있으리란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일단 다음 사례를 살핀 뒤 다시 논의해보자.

3 GD의 USB 앨범

■ 음악 없는 앨범

그룹 빅뱅의 멤버 GD(지드래곤)는 지난 6월 8일 미 니앨범 <권지용>을 발표했다. 수록된 음원 5곡은 유튜 브 등 온라인으로 모두 공개하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로 일반화된 방식이다. 예상대로 GD의 신곡은 각 종 음원차트와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얻었다. 6월 19일 GD는 해당 앨범을 USB 형태의 오 프라인으로도 발매했는데 이것이 상당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사실 LP나 CD가 아닌 USB로 앨범이 발매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김장훈 등 이미 여러 가수가 그랬고 팝 스타 레이디가가도 USB 앨범을 낸 바 있다. 다른 점이 라면 이번 앨범에는 음악이 한곡도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구매한 USB를 컴퓨터에 꽂으면 곧장 웹페이지 로 연결되고 케이스에 적힌 시리얼넘버를 넣어 음원과 뮤직비디오, 사진 등을 다운받는 방식이다.

자, 이 USB는 음반인가 아닌가? 이미 온라인 음원 이용에 익숙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저작권법에서는 음반을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으로 정의한다. 시장에서는 음반으로 거래되지만, 법 적으로는 소리가 매체에 고정되지 않았으므로 음반으 로 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가온차트에서 GD의 개별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은 집계하지만 음반 판매량 은 집계하지 않는 희한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림 3│GD의 신작 앨범 <권지용>

■ 음악앨범은 무엇인가

하지만 이 사안의 핵심은 GD의 USB를 앨범으로 볼 것인가의 여부가 아니다. 무료 또는 매우 적은 비용으 로 자유로운 음악 감상이 가능해진 시대에, 음악 앨범 은 과연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이미 나왔고 이번 사안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되었을 뿐 이다. 음악 앨범은 더 이상 음악을 듣기 위한 매체가 아니다. 앨범은 음악 감상이란 경험을 추억하는 매체로 그 성격이 바뀐 지 오래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오프라인 앨범이 LP든 CD든 USB 든 상관없고 심지어 책이나 신발이어도 상관없다. 좋아 하는 스타나 아티스트와 관련된 물건을 굿즈(goods) 라는 용어로 흔히 표현하는데, 그것의 기능은 사실상 기념품에 가깝다. 앨범은 아티스트가 생산하는 공식 굿 즈이다. 최근 CD와 같은 오프라인 앨범 판매량이 다시 증가하고, 소량이지만 LP 생산이 다시 이루어지는 현 상은 이렇게 해석해야 한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들었던 경험을 추억하기 위해 CD 플레이어가 없어도 CD를 사고 컴퓨터가 없어도 USB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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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산업에서 저작권

그렇다면 다시 저작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2000 년 이후로 우리나라 음악시장은 급격히 디지털화되었 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 행 사는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매우 합리적인 진화의 과 정을 거쳐 음악산업은 저작권을 주된 수익 모델로 하 지 않는 식으로 발전해 왔다.

시장에서 음악이 자유롭게 유통되며 인기를 얻으면 뮤지션에게는 명성이 생긴다. 유명 뮤지션의 주 수입원 은 공연이다. 유명 가수의 공연티켓 한 장 가격은 대략 10만원 수준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회당 만 장만 판매한다 해도 당일 매출이 10억원에 이른다. 더 불어 공연장에서 판매하는 굿즈도 중요 수입원이다. 공 연 관람을 기념하는 수건 한 장 컵 하나가 3~5만원에 이르지만 곧 매진된다. 유튜브 등에서 돌아오는 광고수 입도 있다. 모두 저작권 수입이 아니다.

4 문화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 저작권 이후의 수익

음악이 공짜인 세상에 사람들은 왜 공연을 가고 앨 범을 살까? 단순히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공연 은 나의 음악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는 장이며, 앨범과 굿즈는 그 경험을 추억하는 매개체이다. 그 경험을 추 억하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굿즈는 공 산품 일반으로 확장되기 때문에 산업재산권의 영역이 다. 저작권을 잠시 내려놓으면서 더 큰 수익을 얻게 된 경우이다. GD의 USB는 CD처럼 포장했지만 내용물은 저장소이다. 추억의 저장소를 상징하듯이.

이를 영화에 적용해보자. 넷플릭스의 <옥자>는 영화 를 공짜로 만들기 위한 시도로도 볼 수 있다. 넷플릭스 가 이번 케이스만으로는 당장 5,000만 달러의 제작비 를 회수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영화 를 만나는 첫 관문이 극장이 아닌 TV나 모바일이 되어 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이를 통한 장기적 수익은 상당할 수 있다. 극장을 매개 로한 영화에 대한 경험과 관심을 자신의 플랫폼으로

가져올 수 있다. 여기서 넷플릭스는 네트워크 기업이라 는 특성과 만나게 된다. 가설적 추측이지만 만일 이러 한 경향이 정착된다면, 극장은 영화를 만나는 첫 공간 이 아니라 지금의 공연장처럼 영화의 추억을 되새기는 공간으로 성격이 바뀔 수도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을 만나고 그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공연장 을 찾듯 영화 또한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만나고 그 경험을 나중에 공유하기 위해 극장을 찾을 수도 있다.

극장은 영화 콘텐츠의 롱테일 소비 공간으로 그 역할 을 달리하게 된다.

■ 진정한 경험의 가치

노상규(2015)가 Osterwalder & Pigneur(2010)와 Berman(2011)의 논의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비즈니 스모델은 서비스모델과 수익모델로 구분된다. 전통 기 업은 제공하는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했지만, 네트워크 기업은 제공하는 서비스모델과 수익모델이 일치하지 않는다. 구글의 서비스모델은 검색이지만 수익모델은 광고이다. 이용자는 공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듯 하지 만 결국 광고주를 통해 대가를 지불한다. 수익 극대화 를 위해 payer, packaging, pricing을 고려한 결과이 다. 넷플릭스 또한 영화를 서비스하지만 수익은 영화가 아닐 수 있다. 지금은 가입자에게 돈을 받는 형식이라 서비스모델과 수익모델이 일부 일치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 그 연결고리는 영화를 통한 사람 의 주목(attention)과 경험(experience)이다.

Pine II & Gilmore(1999)는 유명한 경험경제(The Experience Economy)를 통해 경험의 중요성을 이야 기한 바 있다. 최근에는 그 경험의 핵심이 진정성이라 는 추가 해석을 내어놓았다(Gilmore & Pine II, 2007). 음악, 영화, 드라마와 같은 문화산업은 인간에 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경험의 가치와 수 준은 다양해서 특정한 경험이 진정한 경험이 되는 순 간 사람들은 지갑을 연다. 저작권은 경험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단계에서 가치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진정한 경험만이 지불 가치가 있다. 최근의 두 사례는 문화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저작권이 아닌 다 른 것일 수도 있으며, 그로 인한 경제적 문화적 혜택이 더 커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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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Alexander Osterwalder & Yves Pigneur (2010).

Business Model Generation : A Handbook for Visionaries, Game Changers, and Challengers.

John Wiley & Sons.

Saul J. Berman (2011). Not For Free: Revenue Strategies for a New World.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James H. Gilmore & Joseph Pine II (2007).

Authenticity: What Consumers Really Want.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노상규(2015).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 서비스 모델 과 수익 모델의 분리가 가져올 새로운 기회, 오 가닉 미디어랩.

https://organicmedialab.com/2015/08/25/3 ps-of-revenue-models-payer-packaging -and-pricing/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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