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4, 2015 ⅩⅤ-33
한국과 호주의 외교국방장관 회의가 주는 지정학적 의미
김 봉 현
지난 9월 11일 시드니에서 제2차 한·호주 외교국방장 관 회의(이하 2+2 회의)가 개최되었다. 2013년 제1차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고 매 2년 마다 개최하기로 합의 함에 따라 이번에 개최된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미국 이외에는 호주와 유일하게 2+2를 개최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 호주는 한국전 에 연 인원 17,000여 명이 참전하여 339명의 병사가 전사하였다. 1950년 6월 유엔 안보리가 한국전 참전을 위한 결의를 통과시킨 직후, 호주는 미국에 이어 서 두 번째로 참전을 결정하였다. 호주의 참전 결정은 다른 14개국의 참전 결 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호주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항상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다.
한국과 호주는 군사적으로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으며, 인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이슈들에 있어서 공동의 입장 을 가지고 있다. 양국은 1989년 APEC 출범 시에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였으며 양국 모두 G20, EAS, ARF 회원국이다. 또한 2013~14년간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함께 활동하면서 협력하여 왔다. 경제, 통상 측면에서도 한국이 호주의 세 번째로 큰 해외 시장이며 최근에 한·호FTA(KAFTA)가 체결, 발효되
었다는 점에서 한국과 호주는 최상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양국 이 외교국방장관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1차 한·호 2+2 회의에서 양국은 한·호주 전략적 파 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비전성명을 작성하기로 하였으며 2+2 회의 정례화에 합의하였고, 2014년 4월 호주 토니 애벗 총리의 방한시에 양국 정상간 비전성 명이 채택되었다. 금년 9월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된 제2차 2+2에서는 동 비전 성명 이행의 일환으로 공동성명과 안보국방협력 청사진을 채택하였다. 양국은 앞으로 외교국방 당국 간은 물론 경찰, 출입국, 세관, 사이버, 재난관리, 해양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범정부 차원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호주는 한국과 2+2 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미국, 영국, 일본, 인도네시아 및 싱가포르에 이어 아·태지역의 주요 국가들과 모두 2+2 회의를 개최하게 되었 다. 호주는 경제, 통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하여 아·태지역 모든 국가들과 전방 위적인 협력 관계 구축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통상 관계는 압도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 중국과 FTA를 체결하였다. 그러나 호주는 안보측면에서는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 강화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 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호주는 미국과 동맹 관계를 굳건히 유지해 나가고 있 으며 일본과도 동맹에 준하는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의 부상과 남중국해에 있어서 군사, 외교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호주 는 뚜렷하게 미국 및 일본에 경사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토니 애벗 전 총리는 일본을 호주의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언급함으로써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 을 받았지만 호주의 속내를 드러낸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9 월 새로이 취임한 맬컴 턴불 총리가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지 아직 분명치 않지만 턴불 총리도 아시아 국가 중에는 뉴질랜드를 제외하고는 일본을 가장 먼저 방문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금년 12월 방문 가능)가 나오고 있으며 200억 불 규모의 일본 잠수함을 호주가 구매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호주의 대일본 관계는 여전히 긴밀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호주는 인도와의 협력 관계도 계속 강화해 나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역시 호주, 인도와 함께 아·태지역에서 4개국 방위 협력 체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다만, 인도는 이러한 4개국 협력체 제가 중국을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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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지만 미국, 일본, 호주 모두가 적극적인 입장이므로 앞으로 4개국 협력체 제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신뢰 구축 이니셔티브’, ‘동북아 평화 협력 체제’를 구현하는 외교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하여 미국과의 동맹 관계 발전, 중국과의 협력 관계 유지, 한·중·일 3국 관계 개선, 한·일 관 계 개선 및 아·태지역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한국이 아·태지역에서 우리의 안보 이익을 공고히 하고 외교 목표를 달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호주와의 외교안보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한국과 호주가 아·태지역에서 서로 이익의 지향점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호 2+2 회의가 앞으로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전, 그리고 공동 번영 을 위하여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며 그만큼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김봉현 대사는 주유엔 차석대사,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등을 역임하고, 현재 주호주대사로 재직하고 있다. (이는 필자의 견해이며 다른 의견을 환영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