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憂軒曲(불우헌곡)
1)정극인(丁克仁, 1401~1481)
< 1 장 >
山四回 水重抱一畝儒宮 산사회 수중포일무유궁
向陽明 開南牕 名不憂軒 향양명 개남창 명불우헌
左琴書 右博奕 隨意逍遙 좌금서 우박혁 수의소요
偉 樂以忘憂 景 何叱多 위 낙이망우 경 하질다
平生立志 師友聖賢 (再唱) 평생입지 사우성현
偉 遵道而行 景 何叱多 위 준도이행 경 하질다
사면으로 산이 있고, 물이 거듭 감싸 있는, 아늑한 선비의 집 볕을 향해 남쪽으로 창문을 열었으니, 그 이름은 불우헌이로다.
왼쪽에는 거문고와 서책이요, 오른쪽에 바둑 장기 뜻에 좇아 거니노니, 아, 즐거움에 걱정 잊는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
평생에 뜻 세우기를, 성현을 스승과 벗 삼으려 함이러니 아, 도를 따라 행하려는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
1) 작자가 1472년(성종 3년)에 지은 경기체가.
晩生員 老及第 樂天知命 만생원 노급제 낙천지명
再訓導 三敎授 誨人不倦 재훈도 삼교수 회인부권
家塾三間 鳩聚童蒙 詳說句讀 가숙삼간 구취동몽 상설구독 偉 諄諄善誘 景 何叱多 위 순순선유 경 하질다
不亦樂乎 負笈書生 (再唱) 불역낙호 부급서생
偉 自遠方來 景 何叱多 위 자원방래 경 하질다
늦어서야 생원 되고, 늘그막에 급제하매, 천명이 즐거워라.
훈도 두 번 교수 세 번 지내면서, 가르치기 싫증 내지 않았도다.1) 세 칸짜리 글방에다 어린아이 모아놓고, 점 찍으며 설명하니, 아, 다정하게 타이르는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공부하러 떠나는 서생들이여, 아, 먼 곳에서 찾아오는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
1) ‘훈도’는 조선시대 서울의 4학(四學)과 지방의 향교에서 교육을 담당한 정·종9품의 문관 관리. ‘교수’는 서울 의 4학 및 도호부 이상 각 읍의 향교에서 교육을 담당했던 종6품 문관 관리.
< 3 장 >
再上疏 闢異端 依乎中庸 재상소 벽리단 의호중용
進以禮 退以義 守身爲大 진이례 퇴이의 수신위대
備員霜臺 具臣薇垣 引年致仕 비원상대 구신미원 인년치사 偉 如釋重負 景 何叱多 위 여석중부 경 하질다
一介孤臣 濫承天寵 (再唱) 일개고신 남승천총
偉 再參原從 景 何叱多 위 재참원종1) 경 하질다
거듭거듭 상소하여 이단을 물리치니, 중용에 의지함이라.
예로써 나아가고 의로써 물러남은, 몸 지키는 큰일이라.
사헌부에 들어가고 사간원에서 벼슬하다, 나이 들어 물러나니, 아, 무거운 짐 풀었으니,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
보잘것없는 외로운 신하인데, 임금님의 은총이 넘치느니, 아, 원종공신이다시 되니,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
1) 왕을 수종(隨從)해 공을 세운 사람에게 준 칭호,
< 4 장 >
耕田食 鑿井飮 不知帝力 경전식 착정음 불지제력
賞良辰 設賓筵 兄弟朋友 상량진 설빈연 형제붕우
談笑之間 不遑他及 孝悌忠信 담소지간 불황타급 효제충신 偉 樂且有義 景 何叱多 위 낙차유의 경 하질다
舞之蹈之 歌詠聖德 再唱 무지도지 가영성덕 재창
偉 祈天永命 景 何叱多 위 기천영명 경 하질다
밭 갈아 밥을 먹고 샘을 파서 물 마셔도, 임금님의 힘씀을 몰라 아름다운 날 손님 위해 잔치를 베푸노니, 다 형제요 벗들이로다.
웃으면서 이야기하니 다른 말은 하지 않고, 효도 우애 충성 신의 아, 즐기면서 의리 있는,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
춤추고 춤추면서 임금님의 거룩한 덕 노래하고 읊조리니, 아, 임금님의 장수를 비는,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
< 5 장 >
尹之任 惠之和 我無能焉 윤지임1) 혜지화2) 아무능언
聖之時 顔之樂 乃所願也 성지시 안지락 내소원야
上不怨天 下不尤人 心廣體胖 상불원천 하불우인 심광체반 偉 不懼不憂 景 何叱多 위 불구불우 경 하질다 不忮不求 何用不臧 (再唱) 불기불구 하용부장 재창 偉 古訓是式 景 何叱多 위 고훈시식 경 하질다
이윤은 자임하고, 유하혜는 온화하나, 나는 능히 못 하였어도, 공자는 때를 알고, 안회는 안빈낙도, 원하던 바 이것이로다.
위로 하늘을 원망 않고, 아래로 사람을 탓하지 않아, 넓고도 편안하였으니 아, 두려움과 근심 없는,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
해치지도 탐내지도 않았으니, 어찌 훌륭하지 않았는가.
아, 옛 가르침을 따르려는,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
1) ‘윤’은 이윤(伊尹)으로 중국 은나라의 재상. 가노(家奴) 출신이었으나, 은나라 탕왕에게 등용이 되어 하나라의 걸왕을 토벌함으로써 은이 천하를 평정하는 데 공헌하였음.
2) ‘혜’는 ‘유자혜(柳下惠)’로 중국 춘추시대 노(魯) 나라의 대부로, 밤에 여자가 집 앞에서 떨고 있자, 그녀가 얼 어 죽을까 봐 품에 품고 재워주면서도 여자의 몸을 범하지 않았다고 함.
壬辰歲 四月初 抑有奇事 임진세 사월초 억유기사 降諭書 到衡門 閭里觀光 강유서1) 도형문 여리관광 廉介自守 不求聞達 敎誨童蒙 염개자수 불구문달 교회동몽 偉 過蒙褒獎 景 何叱多 위 과몽포장 경 하질다
特加三品 時致惠養 再唱 특가삼품 시치혜양 재창
偉 聖恩深重 景 何叱多 위 성은심중 경 하질다
임진년 사월 초에 기이한 일 있었으나 드러냄을 억눌렀네.
유서가 내려와서 누추한 문에 이르르니, 사람들이 구경하도다.
스스로 청렴했고, 알려지기 구하지 않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 과분하게 칭찬받으니,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
특별히 세 품계를 높이시고, 때맞추어 보살피라 하셨으니 아, 깊고 무거운 성은이니,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
1) 왕이 내리던 명령서.
< 7 장 >
樂乎伊隱底 不憂軒伊亦 낙호이은저 불우헌이역
樂乎伊隱底 不憂軒伊亦 낙호이은저 불우헌이역
偉 作此好歌 消遣世慮 景 何叱多 위 작차호가 소견세려 경 하질다
즐겁구나, 불우헌이여.
즐겁구나, 불우헌이여.
아, 이 좋은 노래 지어 불러, 근심 걱정 사라지니, 이 모습이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