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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특강
네덜란드 국토계획의 최근 동향
박정은|국토연구원 연구원(정리)
지난 8월 6일(수) 국토연구원 3층 중회의실에서‘네덜란드 국토계획의 최근동향’을 주제로 전문가 특강 이 개최되었다. 이날 특강은 네덜란드 바게닝엔대학교(Dept. of Landscape Architecture, Wageningen Univ.) 경관 및 환경계획학과 고주석 교수가 네덜란드 국토계획의 특징과 현안 이슈를 중심으로 발표하 였다. 고주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박사를 취득하였으며, 건 축사 및 조경사로 활동한 바 있다. 1990년 OIKOS 사무소를 서울에 개설하였고, 1978년부터는 Univ. of Georgia, Texas Tech Univ.교수를 역임하였다. 고주석 교수의 발표 후, 박양호 국토연구원장의 진행으로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다음은 이번 특강에서 발표된 내용 및 질의응답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1. 네덜란드 국가 개요
네덜란드는 4만 1,528km2에 인구 1,600만 명이 거 주하며, 육지부 인구밀도가 482명/km2에 달하는 세계적인 고밀국가다. 또한, 국토의 2/3가 해수면 보다 낮아 국토의 1/3을 바다를 메워 사용하고 있 다. 하지만 라인강의 델타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다 양한 생물종이 있으며 풍부한 농업과 서비스산업 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상하이와 같은 교통·물류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처럼 네덜란드는 작은 나라이면서도 선택 적 집중을 통해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는 대 표적인 나라다.
특징적인 점은 정부정책 입안과정이 매우 투명 하다는 것이다. 이는 경관·환경계획 등이 체계적 이고 장기간에 걸쳐 수행가능하도록 하는 근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이 자산증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회구조로 되어 있으며 교육은 평준화 되어 교육 때문에 거주지를 이전하는 일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지리적·사회적 배경 속에 타협과 협력 을 핵심으로 하는 폴더모델(Polder Model)은 네덜 란드의 전형적 모델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는 의사 결정 체계에도 영향을 미쳐 과거부터 지금까지 네 덜란드의 의사결정은 콘센서스 방식(consensus system)으로 이루어져 왔다. 또한, 계획과 관리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방이 무너지는 문제 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계획과 관리가 함께 이루 어지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과정은 시민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역시 지리적 특성을 극복
2. 네덜란드 공간계획의 특징
네덜란드 공간계획의 첫 번째 특징은 전략적 계획 (strategic plan) 특성을 띤다는 것이다. 모든 계획이 유연성과 연계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불필요한 상세 계획 포함을 지양한다. 이러한 전략적 계획은 지역 디자인(regional design)과 함께 이루어진다. 전략적 계획을 기본바탕으로 계획의 큰 틀을 세운 뒤, 토지 이용 유형에 따라 토지이용 패턴변화 속도가 다르다 는 점을 고려하여 최종 토지이용을 결정한다. 그러 나 빠른 변화속도를 보이는 토지이용 유형의 경우는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서서히 변화하는 토지이용의 유형에 초점을 맞추어 개발해오고 있다. 즉, 녹지지 역, 자연환경, 강과 산맥의 패턴 등을 정해주어 반드 시 지켜야 할 자원 계획에 중점을 둔다.
두 번째 특징은 계획의 과정에서 top-down 방식 과 bottom-up 방식을 융합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것 이다. 주택공급을 예로 들면, 정부는 큰 틀에서 기 준을 제시하고 민간은 그 틀을 받아들이되 여건에 맞도록 응용하여 주택을 공급하는 형태다. 네덜란 드는 일찍이 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 던 나라 중 하나다. 그러한 배경하에 지식공유 (knowledge sharing)를 기본으로 하는 bottom-up 방식은 꽤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보다 원활하고 올바른 시민참여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 용어와 프로세스를 다양화했다. 예를 들면, 보고서 를 talking paper와 같이 만화형식을 빌어 시민이 읽기 편한 형태로 구성한다. 이는 계획용 언어를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앞서 언급한 특징적 형태인 지역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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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 암시하듯이 융복합된 개념의 연구와 디자인 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과학분야, 계 획분야, 디자인분야가 별도로 여겨졌을 뿐 아니라, 디자인분야보다는 계획분야에서, 계획분야보다는 과학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던 것이 사실 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 분야를 별도의 것으로 구 분하지 않는다. 디자인 자체를 하나의 리서치 툴로 활용하며 이를‘design research’라 칭한다. 연구 자 체 내에 디자인 프로세스가 포함되어 융복합 개념 의 연구가 이루어진다. 이는 디자인 분야가 가진 창조성과 우수한 시각적 표현력 등의 강점을 과학 자들의 연구에 활용하여 연구의 질을 제고할 수 있 으며, 나아가 정책가 역시 정책입안 시 활용 가능 하다.
네 번째는 열린 설계(open design process) 형태 를 띤다. 지금까지는 시간계획(time planning), 프 로세스계획(process planning) 부분이 취약했기 때 문에 기후변화, 종 다양성 확보, 홍수관리 등의 문 제를 다루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공간계획이 잘 이루어져 있어도 계획과정(process planning), 모델 링 구축(product modelling)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 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린 디자인 과정 (open design process)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다섯 번째로 네덜란드는 주택건축분야에서 최 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는 일반시민의 거주공간인 일반 주택의 경우, 수 준 높은 건축이 이루어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 다. 그에 비해, 네덜란드를 포함하여 노르웨이, 덴 마크 등의 나라는 일반 서민 주택을 유명 건축가 가 설계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 네 덜란드와 같은 작은 나라에서 그러한 최고의 건축 수준을 이루게 되었을까? 그것은 램브란트, 고흐
등과 같은 세기의 화가를 배출해낸 문화적 전통과 Modern Movement, 그리고 투명한 정치구조가 어 우러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은 소모품적 특성을 띠지 않으며, 자원절약적 이다. 즉, 문화 정체성이 금새 사라지고 마는 현대 의 일반 서민 주택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을 가능 하게 한 것은 정부의 건설부서 내에‘government architect’, ‘landscape architect’, ‘infrastructure designer’가 4년 임기 동안 전문가로 활약하도록 하여 국토계획 및 경관계획에 실질적으로 관여하 는 시스템이다.
여섯 번째로 도시와 농촌이 연계된 네트워크 시 티(network city) 형성을 눈여겨 볼 만하다. 네덜란 드는 대표적인 토지부족 국가이며 인구고밀 국가 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토지이용 복합화와 기능 향상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네트워크 시티는 그것 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생산녹지를 계획할 때에도 도시근교 30분 거리에 두도록 하여 생산 기 능을 토대로 레크리에이션 자원, 환경 자원, 생물 종 서식처 등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 이다. 생산녹지가 도시 속으로 들어와 도시공원 역 할을 담당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환경의 질을 높이 는 동시에 수자원관리, 경관 다양성 확보와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즉, 과거의 공원 개념이 퇴색하 고 이제는‘productive open space’개념으로 변모 해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덜란드의 공간계획은‘cross scale design’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들 수 있다. ‘up- scale design’을 다룬 뒤‘down-scale design’을 검토 하는 복합형태의 디자인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첫째, 기후변화에 대비한 홍수관리 문제와 농지문 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다. 네덜란드는 대부분이 바 다를 메워 농지 등의 토지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 상승과 육지 하강이 진행 되고 있다. 따라서 물을 퍼내는 데 막대한 에너지 가 소비될 뿐만 아니라 농업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의 불예측성으로 인해 생태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처하자 더 이상은 물을 빼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오히려 제방을 허 물고 이를 습지로 돌려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즉, 홍수관리를 에너지에 의존한 기존 방식에서 벗 어나 국토 자체를 물관리체계(water management machine) 또는 기후완화체계(climate mitigation machine) 개념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둘째, 에너지의 질과 양관리는 또 다른 관심사 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단순개념에서 벗어나 에너 지를 적재적소에 알맞게 활용한다는‘Exergy’개념 이 제시되었다. 열역학 제2의 법칙에 의하면 에너 지는 형태를 바꿀수록 질이 저하됨을 알 수 있다.
즉, 주거생활에, 30~60℃, 100℃ 정도의 열공급이 필요하다면 굳이 석유류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는 것이다. 3천℃까지 올라갈 수 있는 천연가스 에 너지를 20℃의 난방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해오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이는 에너지 비효율적 일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이지 못하다. 낭비가 없 어야 할 나라에서 이와 같은 에너지 낭비가 이루어 지는 것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 채널화된 조성과 이와 관련한 대응체계 (defence mechanism) 구축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부터 도시를 보호하고 그대신 이러한 피해를 농지 에서 일어나도록 하는 국가 위기관리시스템을 구 축 중에 있다. 이는 공간이 하나의 재난·재해 관 리 기능을 하도록 전환하는 것이다. 홍수관리를 위 해 펌프만을 사용하는 시대는 끝났으며, 국토 전체 가 효율적인 물관리, 위기관리를 통해 같은 강도의 홍수범람으로부터 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패러다 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넷째, 토지이용의 효율성 추구를 위한 다목적화 를 꾀할 수 있다. 생산이라는 단순목적에서 발전하 여 농지는 농원, 도시공원, 레크리에이션 공간 등 으로 활용가능하다. 이 경우, 관리비용이 절감되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보다 많은 체험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주거만족도가 향상 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다섯째, 도시근교에 생산녹지를 조성하는 것이 있다. 도시지역에서 야채와 과일을 생산할 경우 운 송비가 절감되어 경제적이다. 또한 야채와 과일의 특성상 신선도 유지는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장거 리 운송 시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들은 곧 쓰레기 가 되지만 운송거리가 짧아지면서 쓰레기의 양이 줄어들어 친환경적이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 한 것과 같이 주민들에게 환경녹지를 제공하는 효 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여섯째, ‘design for the poor’개념이 있다. 우리 나라에선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글로벌한 차 원에서 지속가능한 사회구현을 위해 선진국의 발 전된 공간계획 등의 기술과 노하우를 개발도상국 에 전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선진국에서 발전된 기술을 구현한다 하더라도 개발도상국에서
이루어지는 도시화를 컨트롤하지 않는다면 지구온 난화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취지에서 네덜란드는 케냐, 방글라데시 등에 지속적으로 공 간계획 노하우를 전수해오고 있다.
일곱째, 식수 문제는 에너지 위기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 수면 상승 등으로 수질이 염기화되어 식수확보가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는 수돗물을 바로 받아 마시고 있으나 이러한 염기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질관리(water quality), 물공급(water supply) 관점에서 예측이 어려워진다. 지금까지는 물관리(water management)를 홍수관리를 위한 목 적으로만 여겨 왔으나 이제는 식수관리 차원에서 도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여덟째,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도시문제에 경관 도입을 접목시킨 것으로 도시 속에 생겨난 많은 산 업시설들을 어떻게 재생할 것인가하는 문제다. 이 것은 도시수축(shrinking city) 문제해결을 위한 하 나의 대안이기도 하다. 인구 고령화, 이민 증가 등 으로 인해 유럽인구는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렇다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주택, 산업시설 등을 어떻게 재생·재활용할 것인가. 이제까지의 도시 계획은 도시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산업도 시 축소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이 필요하다.
아홉째, 제품의 질과 함께 과정의 질 확보의 중 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많은 계획사례에서 보면 제 품의 질은 높지만 과정의 질이 확보되지 않을 경 우,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계획이 되고 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따라서 계획의 질을 제고
하고 실천가능한 계획이 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질의 및 응답
■이동우(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네덜란드 답사 시 도시 근교에서 많은 농지를 볼 수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당시 토지이용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 고 생각했었는데 고 교수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반드시 규제가 강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 다. 실제로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 고주석(바게닝엔대학교 경관 및 환경계획학과 교수):
네덜란드의 토지이용 규제는 실제로 엄격하다. 그 러나 유연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마스터플랜은 상 세하면서도 실제 계획 적용 시에는 불분명한 부분 이 많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마스터플랜은 장기간 에 걸쳐 이루어졌기 때문에 명확하며 예측가능하 다는 특징이 있다. 단, 계획수립에 있어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역시 또 하나의 특징이다.
■ 박형서(국토연구원 국토·지역연구실장): 에너지 양 과 질관리를 말씀하셨는데, 네덜란드에서는 난방 등에서 에너지의 질적인 차별화를 한 사례가 있는 지 궁금하다.
■고주석: 이는 가장 최근의 이슈로 아직 보편화되 지 않은 개념이다. 네덜란드 정부에서 energy transition에서 앞서는 국가가 되겠다는 미션 수행을 위한 여러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는데 이는 그중 하 나다. 풍력에너지, 태양에너지, 매립가스 등 에너지 를 다양화하여 각각의 특성과 목적에 맞게 활용해 K R I H S F O C U S
Exergy개념이 나오게 된 것이다.
■ 이순자(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product quality와 process quality가 함께 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참여의 중요성을 언급하셨는데, 네덜란드에서는 참여를 위해 어떠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 하다.
■고주석: 이는 곧 process quality 확보를 어떻게 하 는가에 관한 것이며 결국 대화의 문제라고 생각한 다. open planning, communicative planning이 중요 하며 그러한 측면에서 워크숍은 매우 효율적인 수 단이 될 수 있다. 워크숍을 개최하기 위해서는 많 은 준비가 선행되어야 하고, 전문가는 워크숍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겸허한 자세와 열린 자세를 가 져야 한다. 워크숍을 통해 전문가와 커뮤니티 리더 가 서로 많은 것을 배웠다는 느낌을 가지고, 신뢰 감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는 예상되 는 결과에 치중하지 말고 과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주 민이 핸들가능한 수단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고민 해보아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전문가가 가지 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시민이 직접 느낄 수 있도 록 해야 하며 시민들이 가진 지역에 대한 지식을 전문가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없 다면 계획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은 그 계 획에 애착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