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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어떻게 시작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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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EP Original Article 精 神 分 析 :第 17 卷 第 1 號 2 0 0 6

J Korean Psychoanalytic Society Vol. 17, No. 1, page 12~20, 2 0 0 6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위한 초기면담 어떻게 하는가?

- 정신분석적 정신치료 어떻게 시작하는가? -

李 武 石

*

How Can We Start Psychoanalytic Psychotherapy?

Moo-Suk Lee, M.D., Ph.D.

*

서 론

정신치료자는 전문가이다. 전문가란 전문적인 지식과 능 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정신치료자는 정신적 괴로움 때 문에 도움이 필요하여 찾아온 환자를 돕는 능력과 기술을 가 진 사람이다. 정신과적 면담은 이런 전문가와 환자 사이에 서 일어나는 면담이다. 환자를 잘 돕기 위해서 환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면담의 중 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치료를 계속 진행하여 성공하기 위해서도 치료적 관계형성 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치료적 관계를 형성할 때 첫 만 남이 중요하다. 그래서 정신치료는 첫 만남부터 치료적이다.

정보를 얻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다.

초기면담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심리와 치료자의 태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론

1. 초기면담에서 나타나는 환자의 심리

초기면담에서 환자들은 낯선 치료자 앞에서 부끄럽지만 자신의 내적 고통을 털어놓는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 용기를 내는 것이다.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갈등의 해결 이고 고통으로부터 해방 되는 것이다. 그래서 치료자가 자 신을 이해하고 자기 고통에 공감해 주는 전문가이기를 바란 다. 그것도 그럴 만한 능력 있고 경험 있는 전문가이기를 바 란다. 이런 환자의 바람이 어느 정도 충족 되어야 치료적 관

계가 형성된다. 치료자가 너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고 자 신감 없는 말만하면 환자는 실망할 것이다.

예컨대“치료는 해봐야 압니다. 이런 치료는 어렵고 중 도에 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전공의라 경험도 별 로 많지 않습니다. 당신 문제에 대해서 실은 나도 잘 모르 겠습니다.”라고 너무 겸손하게 말한다면 환자는 치료에 의 욕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너무 자신감에 차서“당 신의 문제는 여차여차한 갈등 때문입니다. 내가 많이 치료 해 보았습니다. 안심하고 내게 맡기십시오.” 하고 장담을 해도 환자는 달아날 수가 있다. 왜냐하면 환자의 증상은 하 나의 절충형성(compromise formation)으로서 환자에게 부 분적이긴 하지만 욕구의 만족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 는 한편으로 증상 때문에 괴로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증 상을 통하여 맛보던 만족을 계속 즐기고 싶어서 증상을 버 리고 싶지 않은 것이 환자의 본심이다. 그런데 치료자가 증 상을 치료해 버리겠다고 장담하면 환자는 증상을 통해서 얻 는 만족을 빼앗길 위험에 놓이게 된다. 환자는 자신도 모르 게 위험을 느끼고 달아나고 싶어진다. 이런 이유로 치료자는 너무 소극적이지도 않고 너무 적극적이지도 않은 태도를 보 여야 한다. 예컨대 환자가 초기 면담 후에 치료자에게“내 문제를 치료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을 때 치료자는“오늘 말씀을 듣고 당신이 얼마나 이 문제로 고생하시는지 이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마음의 문제이고 **씨도 아시다시피 인간의 마음이란 복잡하고 그 깊이도 아주 깊 은 것이어서 문제의 해결도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정신치료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고 있고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이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문제를 이해하고 푸는 노력을 해보는 게 어떻 겠습니까?”라고 말할 수 있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한국 정신분석학회 교육연구 위원장) Department of Psychiatry, Chonnam National University Hos- pital, Gwangju,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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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武 石

13 2. 면담의 규칙에 대하여

“면담은 기술(art)이다. 그래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 고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많이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면담 상황이 순간마다 달 라지고 환자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등 매우 역동적인 것 이기 때문에 어떤 일정한 규칙을 제시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기도 하다. 규칙에 얽매이는 면담자는 자신이나 환자의 자 연스러운 연상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기계적이고 상동 적인 이론을 적용하면서 만족할 것이다. 규칙은 선배들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기본적인 한계를 그어 주는 것일 뿐 이다. 규칙은 위험을 예고해 주기 위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런데 규칙에 얽매이면 오히려 환자가 보여 주는 많은 정 보를 잃게 된다. 치료적 관계가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것 으로 전락하고 만다. 규칙을 알되 그것을 지배해야 한다.

초보자는 규칙을 따라가면서 배운다. 규칙이 익숙해지고 자신의 경험으로 수정되고 동화 되면 융통성이 생기고 자 연스러워 진다. 마치 테니스를 배우는 초보자에 비유할 수 있다. 코치의 지시대로 폼을 따라 하다 보면 기본 폼이 익 숙해지고 필요한 근육이 발달한다. 이렇게 기본이 되어 있 는 선수는 게임을 거듭하면서 자기 폼이 나오고 게임 중에 순발력 있는 반응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경력이 쌓여 도 언제까지나 자신의 폼에만 신경을 쓰고‘폼이 잘못되면 안 되는데…’ 하는 선수는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면담의 기본규칙을 배울 필요는 있지만 익숙해질 필요가 있고 어 느 시점에서는 환자를 대할 때 규칙이 생각나지 않고 자연 스럽게 잊혀져야 한다.

Freud도 그의 나이 72세인 1928년 Ferenczi에게 보낸 축하 편지에 정신분석의 규칙에 대해서 썼다. 프로이트는 그 가 1912년에 쓴 정신분석의 기법에 대한 논문을 읽은 후 학들이 규칙에 너무 문자적으로 얽매이고 맹종하는데 실망 했다고 쓰고 있다.

친애하는 친구여(*산도르 페렌치를 지칭함) (초반부 생략)

오래전에 내가 썼던‘The recommendation on tech- nique(1912)’는 분석가가 해서는 안 될 것들을 써놓 은 부정적인 내용(negative nature)을 주로 써 놓은 논문이었습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분 석의사가 해서는 안 되는 것(should not do)이 무엇 인지를 알려 주고, 분석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유혹 을 알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긍정적인 말 즉,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sho- uld do)는 말이나‘기법tact’에 대해서는 쓰지 않고

남겨두었습니다. 그랬더니, 성격이 복종적인 분석가(do- cile analyst)들이 내가 말하고 싶었던 규칙의 융통성 (elasticity)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지적한‘해서 는 안 된다’는 것들 만 절대 금기(taboo)로 알고 피 하기만 했습니다.

(중략)

요령이나 기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나 당신이 쓴, 제 마음 먹은 데로 해도 됨(justification for arbitrariness) 즉 주관성(subjectivity)이라는 말을 이해할 것입니다. 그리고 극복되지 못한 자신들의 콤 플렉스가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 대부분이 전의식 단계 에 있는 것이지만 - 우리 치료자의 개입과 이에 대한 환자의 여러 가지 반응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섬세한 균 형(delicate balancing)의 산물입니다. 그러하기 때문 에 여기에다 어떤 원칙(rule)을 정해서 적용할 수가 없 는 것입니다.:분석가의 경험과 정상적인 마음(the ex- perience and normality of analyst)이 그때그때 상 황에 맞게 결정을 내릴 일입니다. 그러므로 초심자들 에게서 마술적인‘기법’에 대한 생각이나 기대(idea of‘tact’ of its mystical character)를 제거할 필요 가 있습니다.

당신의 신실한 프로이트 (Jones 1955)

남이 정해 놓은 원칙이나 이론에 얽매이게 되면 치료의 자연성이 깨지고 치료를 망치게 되므로 치료현장에서는 이 론이나 규칙을 떠나서 주관적이 되라는 말이다. 이것이 자 유연상의 심경이기도 하다.

3. 치료자의 불안과 역전이 문제

면담할 때는 환자에게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치료자가 불안하면 환자에게 집중할 수가 없다. 면담 중에

환자의 말을 들으면서 치료규칙이 생각나고 지도감독자가

생각나서 위축된다. 다음에 만날 환자 생각이 떠오르거나

집안 일 같은 잡념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을 환자

에게 집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환자의 말을 들으면

서 지금 환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에 관심을 주어

야한다(stay at patient’ s affect). 환자는 지금 슬픈가, 화

났는가, 기쁜가, 외로운가, 두려운가? 그리고 환자가 치료

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관심을 주어야 한다. 환자는 자

기도 모르게 치료자를 전이의 대상(transference object)

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치료자를 기쁘게 하려는가, 혼날까

봐 무서워하고 있는가, 치료자를 무시 하는가, 치료자를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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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위한 초기면담 어떻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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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 주려 하는가, 치료자에게 의지하려 하는가?

초보자들은 흔히 면담 시에 불안을 느낀다. 이 불안 때문 에 면담에 집중하기 어렵다. 초보자들은 윗분들이나 교수 에게 무능한 사람이라고 비판당할 것 같아서 두렵다. 인정 받지 못할까봐 두렵다. 그리고 환자가 자기를‘배우는 입 장에 있는 전공의’ 라고 무시할 것을 걱정한다. 뿐만 아니라

‘이 환자를 경험 있는 선배나 교수님들이 치료한다면 훨씬 잘 치료 받을 텐데 경험도 없고 미숙한 내가 치료하는 것 이 미안하다.’ 이런 초보자들의 불안과 죄책감 밑에는 치료 자 자신의 갈등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위 역전이(coun- tertransference reaction)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입장에 대 한 두려움은 거절불안(fear of rejection)이 높은 사람에게 서 심하다. 처벌적 초자아를 가진 초보자들도 자학적이고 죄 책감을 많이 느낀다. 다른 유능한 치료자에 대한 질투는 형 제간의 경쟁(sibling rivalry)이 비의식에서 작용하고 있을 수 있다.‘교수님이 이 환자를 치료한다면 완벽하고 빠른 치료를 하실텐데…’ 라고 교수를 이상화 하는 초보자는 자기 가 비의식에 가지고 있는 전능한 대상(omnipotent internal object)을 교수님에게 투사하고 있다. 불안을 피하기 위해 서 면담을 의학적 진찰로 몰고 가는 치료자도 있다. 기질적 요인을 캐고 강박적으로 진단에 매달린다. 정신치료는 불편 하고 자신이 없지만 의학 쪽은 편하기 때문이다.

면담의 실제적인 문제를 이야기해 보자.

1) 면담의 기법

면담의 기법은 주로 개방형 질문(open ended question) 을 사용한다. 예컨대“가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 까?”하는 식의 질문이다.“결혼은 하셨습니까?”하는 질문 은 예-아니요 질문(yes-no question)이다. 한 개의 질문 으로 한 개의 답만을 얻을 수 있고 면담이 단절된다. 이에 비해서 개방형 질문은 한 개의 질문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환자의 연상을 촉진해 준다. 개방형 질문은 “***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에 대해서 설명해 주 시겠습니까?” 혹은“지금 뭔가를 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요…?”같은 것이다. 정신분석가들은 환자를 존중하는 어조 로 개방형 질문을 한다.

면담에서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동맹(therapeutic alliance)을 형성하는 것이다. 환자에게 편한 느낌과 존중 받는 느낌을 주고 이해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유 능하고 믿을 수 있는 치료자라는 신뢰감을 줘야 한다. 그러 기 위해서는 치료자가 먼저 편한 마음이어야 하고 동요되 지 않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초기 면담의 분위기

는 다음에 소개하는 프로이트의 증례와 그린슨의 증례를 통 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치료자가 환자에게 무 시당하거나 거절당할까 봐 초조하고 인정받으려고 애타하 면 환자가 그것을 먼저 안다. 치료자의 역할은 환자를‘나 의 도움이 필요해서 나를 찾아 온 고통 받고 있는 사람’ 으 로 보고 도울 방법을 함께 찾는 역할이다.

2) 첫 시간

초기면담에서 의사는‘환자가 자기 인생을 오늘까지 어 떻게 살아왔는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환자가 마음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처음 만났을 때 첫인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환자에게 자기 소개를 하고 의자를 권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입니다. 앉으시죠.” 악수는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환자가 자리를 잡고 앉으면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

“어떤 어려움 때문에 오셨는지 말씀해 주실까요(?)”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환자가“무슨 이야기부터 하죠?”라고 물을 때도 있다.

“**씨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죠.” 하거나“저 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라도 좋습니다.”라고 답한다.

나의 분석가(Dr. Ronald Baker)는 나를 처음 만났을 때

“당신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너무나 큰 주제를 갑자기 다루어야 하는 당황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어떤 분석가는“여기에 오신 이유가 있을 텐 데요(?)”라고 묻기도 한다.

환자를 소개 받은 경우에는“*** 선생에게 말씀 들었습 니다. 요즈음 불안하시고 잠을 못 이루신다고요?”라고 소 개해준 의사에게 들은 말을 간단히 요약해 준다. 환자는 의 사가 자기 문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데 안도 한다.

환자가“그분이 다 이야기해 주지 않았나요?”라고 물으 면“그분에게 이야기 들었지만 나는 당신에게 직접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환자가 말하기 힘들어 하면“말씀하기 어려우신 듯합니

다. 말씀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을 수 있지요.”라고 하면

환자는 의사가 자기를 이해해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empa-

thic response).‘덜 고통스러운 이야기’ 부터 말해도 된다

는 말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런 질문은 치료관계 형성에 도

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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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武 石

15 환자가“선생님도 프로이트 학파세요?”라고 물을 때는

학파나 학설에 대한 질문이 아닌 경우가 많다. 환자가 왜 이 의문을 갖게 되었는지 의미를 탐색해 봐야 한다.“저도 여 기서 섹스 얘기를 해야 되나요?”라는 질문일 수가 있기 때 문이다.

초기면담에서 결혼 상태나 직업 등에 대해서 알아두는 게 좋다.“가정이나 직장 생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 까?”라고 묻는다.

첫 시간에 다음 예비면담에 대해서 상의하는 것이 좋다.“오 늘 말씀 듣고 ***씨에 대해서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런데 정신분석적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 정신과 의사들 은 보통 2~3번의 예비면담을 합니다. 이 치료가 ***씨의 문제를 푸는데 정말 도움이 되는 치료인가 알아 보기 위한 것입니다. 예비면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환자 가 동의하면 시간 약속을 한다.

면담의 끝 무렵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그런데 혹시 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라고 물어 주는 것 이 좋다. 환자들은 자기 병이 나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묻는다.

3) 두 번째 만남

두 번째 만남도 환자가 말을 시작하기를 기다렸다가 별말 이 없으면 전번 만남에 대해서 묻는 것으로 시작하기도 한 다. 치료나 치료자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알 수 있다.“우 리가 지난 번 만났을 때 이야기한 내용에 대해서 생각해 보 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생각을 해 보셨나요? 혹 마음에 걸 리는 내용이나 미진한 부분이 있었나요?”, 또는“종종 사 람들은 첫 만남 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어 떠셨어요?”라고 묻는다. 환자가 면담에 대해서 좋은 감정 을 느꼈고 자신의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반응 이면 치료가 잘 되고 있는 것이다. 환자의 반응이 부정적이 고 면담 후에 우울 했다고 할 때는 누군가를 비난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 수도 있고 자신을 너무 노출한 것을 후 회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 면담에 오기 전에 꿈을 꾸었는지 물어 보는 것 도 좋다. 이 초기 꿈(initial dream)은 환자의 전이반응을 보 여 주는 꿈이고 환자의 중심 갈등을 보여 주는 꿈이기 때 문이다.

4) 치료약속하기(Contract)(이무석 2003)

초기 면담을 3~4번 만난 후에는 치료에 대해서 설명하고 치료 계획을 말해 준다. 그리고 치료 약속을 한다.

“말씀을 듣고 보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해할 수 없이 불안이 엄습하니 난감하실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치료하 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생각으로 는 정신치료가 가장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신치 료에 대해서 들어 보셨습니까?” 정신치료에 대해서 설명해 주기 전에 환자가 정신치료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있 는지 먼저 물어보는 게 좋다.

환자의 대답을 듣고 이렇게 보충해 준다.“말씀 잘 들었 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보충한다면 우리 마음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과 우리가 모르는 비의식이란 부분이 있습 니다. 비의식에서 일으키는 불안은 이해가 안 되고 손쓰기 도 어렵지요. 그래서 비의식을 탐구하는 치료가 있는데 그 것이 정신분석입니다. 어떻습니까. 한번 시도해 보시겠습니 까? 방법은 차차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치료약속은 딱딱한 형식을 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치료 합의가 이루어져야 치료적 모험을 위한 출발 지점이 설정 된다. 먼저 정신치료자와 환자 사이에 치료 목표에 대한 합 의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목표가 서로 다를 때는 치료가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어떤 정신치료자는 치료약속을 신성한 것(sacred)이라고 한다. 치료 약속이 중요한 이유는 정신분석 치료 중 치료관 계를 안정되게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치료비 액 수를 이랬다, 저랬다 하면 치료관계를 꾸준히 유지하기가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치료약속이라는 안정된 틀이 정해 지기 때문에 치료 중 환자의 행동이 달라질 때 곧 표가 난 다. 예컨대 45분의 치료시간을 약속했는데 환자가 자꾸 시 간을 넘기거나 카우치에서 일찍 일어나 버린다면 정해진 약속 시간에 비추어서 달라진 점이 드러난다. 달라진 행동 은 분석의 좋은 재료가 된다.? 또 다른 이유는 환자가 퇴행 할 때 유치한 요구를 스스로 극복하도록 막아주는 틀이 되 기도 한다. 예컨대 정신치료자에게 전이가 생기면 시도 때 도 없이 전화를 하고 싶고, 치료 시간도 연장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약속이 확실하면 이런 것들이 예방된다. 그러나 치 료약속이 애매모호하면 치료 중에 큰 어려움을 당하기 십상 이다.

치료약속은 시간, 치료비, 불참 시 치료비 지불문제, 그리 고 다른 현실적 요인들에 대한 약속들이다.

“정신치료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보

통 몇 가지 약속을 합니다. 서로 상의해서 정하는 것

이 좋습니다. 기탄없이 형편을 말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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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위한 초기면담 어떻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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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로 시작하고 꼭 환자의 형편을 물어주는 것이 좋 다. 약속 과정에서도 환자는 정신치료자에게 존중받고 있 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치료약속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비를 정하는 일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돈 얘기는 모두 말하기 껄끄러 운 내용이다. 특히 한국은 인술을 강조하는 문화이고 언어 를 통한 치료에 치료비를 지불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풍 토이다.‘약도 안 주고 돈을 받는다.’는 미안함을 의사가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신치료자가 되기 위해서 많은 투 자를 했고, 환자에게 시간을 주는 만큼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피아노 레슨이나, 대학교육 모두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하물며 인생의 가장 큰 아픔인 마음을 치료하는 인 생대학에서 치료비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적절한 치 료비의 결정은 치료의 성패에 매우 중요하다.

정신치료자는 치료비를 정할 때도 환자의 비의식이 잘 드 러나도록 하고, 환자에게 이것을 보여 주려고 노력한다. 정 신분석이란 갈등을 동원하고 전이관계를 발생시켜서, 궁극 적으로는 자아성숙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치료비 결 정에 있어서도 환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 하다.? 환자에게 치료비 약속을 할 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좋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돈 문제는 말하기 어색한 내용 입니다. 그러나 분석에서 치료비는 치료성패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분명히 정하는 것이 좋습니 다. 우리는 보통 8만원에서 15만원을 받습니다. 그것 은 환자의 형편에 따라 결정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 십니까?”

치료약속에서 시간약속도 환자의 비의식이 드러나도록 역 동적으로 접근 한다.? 시간 약속은 전체 치료기간, 면담 횟 수, 일회 면담시간의 길이를 정한다.? 치료기간을 너무 확 실하게 잡아주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왜냐하면 정확한 치 료기간을 얘기해두면,‘그 기간까지만 기다리면 저절로 치 료가 되겠지’ 하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확정 된 기간을 알려주면, 그 보다 일찍 일어나는 변화는 환자가 놓치기 쉽다.? 그리고 치료가 정해준 기간보다 오래 걸리면 다른 전이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치료 빈도도 중요한 문제이다.? 치료 빈도 약속에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며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정신분석은 일주일에 4~5회를 만난다. 정신치 료의 경우는 주 2~3회를 만나는 것이 보통이다.?

또 다른 약속은 치료시간의 길이이다.? 정신분석은 저항 과 방어의 감소, 전이 관계의 수립을 위해서 일정한 길이의

치료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치료시간은 45 분 아니면 50분이다.? 45분이나 아니면 50분 둘 중 하나 를 정하는 것이 좋다. 45분에서 50분으로 애매하게 정해 놓 으면 곤란한 일이 생긴다. 정신치료자가 환자의 증상에 따 라 치료시간을 단축하거나 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 다. 그렇게 하면, 정신치료자의 의지대로 치료시간이 조종 되기 때문에 저항과 전이현상을 밝히기가 어렵게 된다.

치료에 결석하는 것도 치료약속에서 상의해 두는 것이 좋 다.? 정신분석 중에 강한 저항에 부딪치면? 치료시간을 피 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적당한 구실을 붙인다.? 그러나 치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치료시간에 참석하는 방향으로 약속을 정해 놓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참 석하든 않든 모든 약속된 시간에 대해서는 치료비를 지불 하게 하는 것이다. 치료시간에 결석해도 그 시간에 대한 치 료비를 지불한다고 약속해 놓으면 치료비가 아까워서 결석 을 못하게 될 것이다. 천재지변처럼 부득이한 경우는 물론 지불하지 않는다. 하루나 이틀 전에 전화하면 지불을 면해 주는 방법도 좋지 않다. 부득이했는지 환자와 상의한 후에 부득이 했다고 환자가 수긍할 때 지불을 면해 준다. 치료 중 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환자가 자기 행동의 동기를 생각하 고 이해하게 하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정신치료의 목표는 자기마음을 돌아 보고(self reflect) 자기이해(self aware) 의 지경을 넓히는 것이다.

5) 초기 면담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들

초기 면담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 중 하나가 면담 중 환 자의 말을 기록하는 문제이다. 만약 정신치료자가 치료시 간에 환자의 말을 들으며 기록(note taking)을 하면, 어떤 환자들은 정신치료자가 자신에게 관심을 충분히 주지 않는 다고 느낀다. 치료 중에 적는 것은 좋지 않다. 프로이트는 분석을 마친 다음에 회상해서 적었다.“내가 이렇게 적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

초기 면담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 중 다른 하나는 호칭의 문제다.‘**씨’,‘선생님’이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 등 여러 가지 호칭을 사용할 수 있다. 환자에게 편한 호칭을 물어 보고 그렇게 부르는 것이 좋다.

치료시간 중에 걸려오는 전화(telephone interruption)

도 다양한 영향을 준다.? 환자는 방해 받는다는 사실 자체

때문에 여러 가지 반응을 할 것이며, 특히 전이관계가 강해

지면서 더욱 불쾌한 반응이 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정신치료

자를 독점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정신치료자가 다른 사

람과 전화로 대화하는 내용을 환자가 엿들으면서, 전이에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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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武 石

17 초를 두고 있으나 현실적 상황에 전치되는, 다양한 왜곡을

하게 된다.?‘저렇게 다정한 사이인 걸로 보아서 아마도 선 생님의 숨겨둔 연인인가 봐’ 이런 식으로 전화내용을 자신 의 판타지에 맞추어 해석해 버린다.

6) 환자의 역할과 치료자 역할에 대한 설명

환자로서는 정신치료나 자유연상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생소하고 어색하다. 그래서 치료초기에는 기회 있을 때마다 환자의 역할과 치료자의 역할을 설명해 주는 게 좋다.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기탄없이 말씀하시면 됩니다.

때때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 떠오를 때도 있을 것입니다만 되도록 솔직하게 다 말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 시면 비의식이 잘 드러납니다.”

“나는 주로 듣고 있을 것이고 말을 많이 하지 않을 것입 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에게 관심이 없어서라고 생각하 실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더 충분히 생각하고 말할 기회 를 가지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꿈을 가져오시면 비의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7) 첫 만남의 임상 실례

(1) Sigmund Freud의 증례(Blanton 1999)

스밀리 블랜튼(Smiley Blanton, 1882~1966)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로서 47세인 1929년에 73세인 프로이트에게 개인분석을 받기 시작하여 프로이트가 사망하기 1년 전인 1938년 까지 4차례에 걸쳐 개인분석을 받았다. 그가 프로 이트를 처음 만난 경험을 그는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써 놓 았다.

프로이트 교수는 소나무 숲속에 있는 작은 빌라에 살고 있었다. 현관 입구에는 벨이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쇠고리 같은 것이 없었다. 현관문이 열려 있었 지만 나는 망설이면서 유리창을 톡톡 두드렸다. 2. 3 분을 기다리자 현관 저쪽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 가 났다. 잠시 후 수염과 머리카락이 모두 백발인 남 자가 거실을 지나 내게로 다가왔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긴 했지만, 그가 프로이트 교수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는 손에 시가를 들고 있었으며 내게 말을 거는 그의 태도에는 수줍음 에 가까운 뭔가가 배어 있었다.

“블랜튼 박사신가요?”

낮은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발음이 다소 불분명했 는데, 틀림없이 우측 상악골에 생긴 암으로 인해 받 은 수술의 후유증인 것 같았다. 내가 그렇다고 대답 하자, 그는 덧붙여 말했다.

“약속이 3시라고 알고 있었습니다만.”(*블랜튼 박 사는 20분 지각했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짜증스러움은 느낄 수 없었다. 내 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를 기다리게 했는지 곰곰이 생 각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러는 사이 그는 거실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나는 택시 기사가 집을 찾지 못한 사연을 다소 허겁지겁 설명했 다. 동시에 나를 프로이트 교수에게 소개한 맥코드 박사가 프로이트 교수를 만나는 즉시 전하라고 했던 편지를 그에게 건넸다.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을 한 뒤 프로이트 교수가 말했다.

“당신 이름이 여기 언급되어 있으니, 지금 편지를 읽겠습니다.” 편지를 읽는 동안 프로이트 교수는 의 치 때문에 통증이 오는 듯 시가를 입에서 떼고 이빨 을 우물거려 씹으면서 잠깐 잠깐 담배를 태웠다.

나는 방을 둘러보았다. 방은 매우 소박했는데, 조그 마한 양탄자를 제외하고는 바닥이 그냥 드러나 있었 다. 창문 앞에 책상이 하나 있었고, 그 책상 우측으로 벽에 연하여 안락한 카우치(분석용 장의자)가 놓여 있 었다. 카우치 위에는 담요가 깔려 있었는데, 머리 쪽 끝에는 부드러운 양모 담요가 접혀져 놓여 있었다.

그리고 카우치의 머리 쪽으로 등받이가 곧은, 가죽 커버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편지를 다 읽은 뒤, 프로이트 교수는 내게 카우치에 눕도록 손짓했고, 자 신은 카우치 머리 쪽 의자에 앉았다.

“정신 분석에 대한 책을 쓰거나 강연을 해보신 적 이 있나요.”

그가 질문하듯이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서 아니라 고 대답했다.

“그래도 그것에 대해 읽으신 적은 있으시죠?”

“아, 예.”

“그럼 분석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아시겠군요?”

나는 환자는 카우치에 눕고, 분석가는 환자의 머리 쪽에 앉은 상태로. 환자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무 엇이든지 자유롭게 말해 나간다고 대답했다. 환자가 완전히 긴장을 풀고 있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 나 정작 그렇게 말하는 나는 카우치에 반쯤은 앉고 반쯤은 누운 상태로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예, 그런데, 긴장을 풀지 못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요.” 하고 프로이트 교수가 말했다. 나는 몸을 쭉 뻗

어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7)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위한 초기면담 어떻게 하는가?

18

내가 긴장을 풀자 프로이트 교수가 말했다.

“제가 별로 말을 하지 않거나, 당신이 말하는 것을 도 와주지 않아서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프로이트 교수에 게 말하기 시작했다.?

<중략>

프로이트 교수는 이야기 중간에 끼어들어 궁금한 부 분에 대해서 질문하기도 했다. 내내 그는 내가 말하 고 있는 것을 열심히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관 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내가 말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석가가 취하리라고 상상했 던 다소 거리를 둔 냉담한 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 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프로이트 교수가 보여준 소박한 태도 때문에 나는 편안했고 든든하다는 기분 까지도 들었다. 또한 거기에는 배타적이라기보다는 상 쾌한 느낌을 주는 초연함도 있었다.

이야기 하는 중에 나는 괘종시계가 네 번 울리는 것 을 들었다. 나는 하던 말을 도중에 그만두고 즉시 일 어섰다.

거실로 따라 나오면서 프로이트 교수가 말했다. “시 간이 너무 짧아 유감스럽군요.” 역으로 가는 길을 아 는지 그가 물었고, 나는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중략>

이 첫 만남에서 내가 느낀 두드러진 인상은 프로이 트 교수의 키가 작다는 것(내 판단으로는 약 1백60센 티미터 정도)과 그의 부드럽다 못해 애원조에 가까운 태도 였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의 이러한 태도 는 상대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초연함 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다. 또 쇠약해 보인 다는 인상도 받았다. 그다지 큰 편이 아닌 머리는 부 분적으로 대머리였는데, 이마가 벗겨지긴 했지만 나 만큼 벗겨지지는 안했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그의 영어 구사가 뛰어나서 독일어를 거의 모르는 미국인 인 나로선 여간 다행스러운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스밀리 박사가 만난 프로이트는 다정하고 자연스럽다.‘부 드럽다 못해 애원조에 가까운 태도’ 가 인상적이다. 상대를 압도하는 권위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스밀리 박사는 프로이 트가 자기를 존중해 주고 자기 이야기를 경청해 준다는 느

낌을 받았다. 중립성을 주장하거나 거리감을 느끼게 하지 않 았다. 차가운 거울 이미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 리는 프로이트의 어조와 목소리의 크고 작음을 들을 수 없 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후학들이 프로이트의 기법에 대한 이론을 지나치게 문자 적으로 적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이트의 중립성과 절제를 마치 교리처럼 분석의 실제에 적용한다면 분석은 실 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프로이트 자 신도 노년에 후학들이 자기의 기법을 너무 문자적으로 받 아들여 적용하는 것을 안타까워했었다(Jones 1955).

정신치료자와 환자의 만남도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고 인 간의 만남은 때때로 상황에 따라,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역 동적인 것이다. 다만 환자에게 치료자의 사생활을 노출하는 것이나 환자와 사적인 만남을 갖는 것은 피할 필요가 있지 만 분석의 분위기를 엄하고 딱딱한 것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이것은 프로이트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초기면담 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교육분석가 Ralph Greenson의 예 에서도 볼 수 있다.

(2) Ralph Greenson의 증례

영화배우 마릴린 몬로를 정신분석한 분석가로 알려진 그 린슨은 정신분석의 기법에 대해서 친절한 안내를 해 주었 다. 최근에 출판된 정신분석의 이론과 기법 제3권(Lee 2004) 은 주로 초기 면담에 대한 지침을 주고 있다. 이 책에 소개 된 증례가 우리에게 초기 면담의 기법을 보여 준다.

약 6개월 전,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의뢰된 여자 환 자가 있었다. 재판이 걸린 감정 케이스였다.

그녀는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며 내 진료실로 들어 왔다. 그 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나는 그녀가 편하 게 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앉 았다. 나는 “아무개 의사로 부터 당신을 봐달라는 부 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당신에 대해 들은 것 이 거의 없습니다. 다만 당신이 사고가 나서 약간 다 쳤는데 당신의 상태에 대해서 정신과 의사로서 나의 의견이 필요하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 라고 말했다.

그녀는 “예. 큰 사고를 당했어요.” 라고 말했다. 그리 고 그녀는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경청하다가 그녀가 잠깐 씩 멈출 때만 몇 가 지 질문을 하였다. 그녀는 그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몽 땅 털어 놓았다.

매우 흥미로웠던 사실은 그녀가 남편과 함께 사고를

(8)

李 武 石

19 당했다고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은 사고 당시 남

편은 그녀의 차에 타고 있지 않았다. 사고 후 그녀는 하지 마비가 와서 걸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방광 조절이 안돼서 도뇨관을 차고 있어야 했다.

그녀의 증상은 옛날에나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히 스테리성 마비 같아서 흥미로웠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는 것을 그녀에게 보 여주어야만 했다. 그래서 “저런(my God)! 당신과 같 이 있었던 남편은 다치지 않았군요.” 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래요. 그런데 지금은 그이가 날 돌봐주 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나는 “지금은 남편이 당신 을 돌보고 있군요.” 라고 말했다. 그녀는 “네. 저는 간 호사였어요. 제가 남편을 어떻게 만났는지 아세요?”

라고 물었고, 나는 “모른다.” 고 했다.

그녀가 말하길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 그이가 입원 해 있었어요. 그 때 그이는 한쪽 다리를 절단하고 있 었지요. 제가 그 이를 간호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이도 그때 소변을 볼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도뇨 관으로 소변을 빼주어야 했어요.”

나는‘야! 이거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군! 그녀의 남 편이 소변을 볼 수 없었고, 지금은 그녀가 소변을 볼 수 없다니!’라고 생각했다.

면담이 40분쯤 지났을 때 나는 우연히 “정형외과 의사가 당신이 정신과 의사를 몹시 싫어한다고 하던 데요?” 라고 말했다. 그녀는 “맞아요! 맞아요!” 라고 했다. 나는 “당신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요?” 라고 했더니, 그녀는 “당신은 다른 정신과 의사 들과 달라요” 라고 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더니, 그녀는 “당신은 내 말을 받아 적지 않고 있고, 나를 보고 있어요(you are not writing notes, you are looking at me). ” 라고 말했다. 내가 어리둥절하게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 는 말했다.

“정형외과 의사들이 나를 어떤 정신과 의사에게 보 냈어요. 나는 그 사람을 보러 갔는데, 그는 나를 앉히 고 뭔가 서류(form)를 꺼내더니 질문을 하기 시작했 어요. 그는 나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어요. 그는 그 서류 양식을 채우기에 바빴어요. 나는 그 사람이 나 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어요. 그에게 관심 있는 것은

그 서류 뿐이었어요. 그는 나에게 아무 것도 해 주지 않았어요. 그는 나에게 한 30분 정도를 질문만 해댔 어요. 나는 일어나서 방을 나와 버렸어요!“

나는 그녀가 옳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충 격을 받았다. 이것이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 정신과 의사가 환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정보를 얻어내서 기록하고 그 정보를 기초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역동 정신치료자의 태도가 아니다. 이런 태도는 정신분석이 나오기 이전에 의사들이 하는 면담 방식 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도(*1950년대) 여전히 이런 태 도를 본다.

그린슨의 면담 장면에서 인상적인 것은‘환자가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는 부분이다. 절뚝거리며 들어 오는 환자를 의사가 가만히 앉아서 맞는 것은 환자를 존중 하는 태도가 아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그린슨이 먼저 자기를 소개하는 장면이다. “아무개 의사로 부터 당신을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소개한 의사에게 들 은 내용을 요약해 주었다. 환자가 사고를 당하고 놀란 것을 공감하고 경청하다가 환자의 말이 멈추었을 때 연상을 유도 하는 질문을 한 것도 인상적이다.

끝으로 환자에게 그린슨이“정형외과 의사의 말에 의하 면 당신이 정신과 의사를 몹시 싫어한다고 하던데요?” 라는 질문은 아주 공격적인 질문 같지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 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환자 의 관심을 지금-여기(here-and-now)로 끌어 온 것이다.

그 결과 환자에게서 다른 정신과 의사와 그린슨의 차이를 인식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린슨은 면담 중에 환자에게 관심 을 주었고 노트에 적지 않았다. 환자의 말을 기록하지 않고 환자에게 주의를 집중하는 태도가 좋았다.

환자로부터 정보를 얻어내어 의학적 진단을 내리려고 면 담하는 의사는 환자에게 실망을 주고 관계형성에 실패 한 다. 환자를 존중하고 환자를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달되 어야 정보도 얻기 쉽고 면담에서 성공한다.

요 약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어떻게 시작하는가?’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환자는 자기 갈등을 해결하고 고통에서 해방되

기 위하여 찾아 왔다. 부끄럽지만 낯선 치료자에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 놓는다. 초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치

료적 관계 형성이다. 비난 받지 않고 안심되는 분위기를 만

(9)

정신분석적 정신치료를 위한 초기면담 어떻게 하는가?

20

들어 주어야 한다. 환자는 치료자가 자기를 존중해 준다고 느낄 때 치료 받을 마음이 생긴다. 치료자의 불안이나 역전 이가 치료적 관계 형성을 방해 한다. 치료자가 안정감을 갖 고 환자를 대하면 환자도 안심한다. 여기 소개한 프로이트 와 그린슨의 초기면담 예가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 주었다.

정신분석적 정신치료에서 약속하기(contract)는 아주 중 요하다. 마치 길 만들기와 같다. 비의식을 찾아 가는 길을 만 드는 것이다. 약속을 잘해 놓으면 치료의 과정이 순조롭다.

약속할 때 환자의 의견을 물어 주는 게 좋다.

약속이 끝나면 환자에게 환자의 역할, 자유연상법과 치 료자의 역할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References

이무석(2003):정신분석에로의 초대. 서울:이유 출판사

Freud S(1912):Recommendation to the physician practicing psychoanalysis. SE 12, London:Hogarth Press. pp109-120 Jaffe L(2004):The Technique & Practice of Psychoanalysis 3.

The Training Seminars of Ralph R. Greenson, M.D. Tran- scripts of the Greenson Seminars on Assessment and the In- itial Interviews. Madison:International Universities Press.

pp10-12

Jones E(1955):Sigmund Freud:Life and Work. Vol 2, New York:Basic Books. pp270-271

Mackinnon RA, Michel R(1971):The Psychiatric Interview in Clinical Practice. Philadelphia:Saunders. 박성금, 정인과 역(2002) : 임상실제에서의 정신과적 면담. 서울 : 하 나의학사. pp15-69

Blanton S(1971):Diary of My Analysis with Sigmund Freud.

Glasgow:Hawthorn Books. 이동영 역(1999):프로이트 교수와 나눈 시간들. 서울. 솔 출판사. pp21-25

ABSTRACT

How Can We Start Psychoanalytic Psychotherapy?

Moo-Suk Lee, M.D., Ph.D.

The author described the technique ‘How can we start psychoanalytic psychotherapy?’ Even though the patients may feel strange anxiety or shame by exposing their inner life, they visit the psychotherapist in order to be free from psychological agony by resolving their inner conflicts. The important tasks in the initial interview are to build therapeutic relationship and to get information from the patient. In order to build therapeutic alliance, the therapist should make the interview atmosphere as comfortable as possible. No criticism, no judgment, feelings of being understood and respected are needed. Sometimes the therapist’s anxiety or counter transference makes the interview difficult.

The author introduced the initial interviews of Dr. Sigmund Freud and Dr. Ralph Greenson. They show us beautiful illustrations of natural, comfortable interviews. We can not find cold, aloof mirror-like screens in their interviews. But we can find spontaneous, humble, and friendly interaction between therapist and patient.

The author introduced the technique of making a contract of psychoanalytic psychotherapy. ‘Making a contract’

can also be expressed as ‘making a road,’ a trip to the unconscious. The process of psychotherapy is easy when the contract is well made. In the ‘making of a contract’, the therapist should respect the patient’s opinion and ask about the patient’s circumstances and ideas in terms of time, and session fees.

The therapist should also explain the patient’s role, free association and therapist’s role in the psychotherapy after ‘making the contract’.

KEY WORDS

:Psychoanalytic psychotherapy·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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