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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의결권 강화보다 지배구조 개선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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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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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규모는 2010년 말을 기준으로 324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 데 국내 주식 투자금액이 55조 원이며,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장기업의 수가 139개나 된다. 앞으로 기금의 적립액은 2020년 924조 원, 2043년 2,500조 원으로 늘어날 것이며, 국민연금 기금운용 계획에 따라 기금의 국내 주식투자 비중 도 2010년 16.6%에서, 2014년에는 20% 이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2020년에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924조 원이고, 국내 주식 투자비중은 20%로 유지된다고 하면 주식 보유액이 277조 원가량 된다. 주식시장을 매우 낙관 적으로 보아 현재 1,200조 원의 시가총액이 매년 10%씩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2020년에는 2,830조 원이 될 것이고 이 중 10% 이상을 국민연금이 소유하게 된 다. 특히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원칙이 안정성과 수익성, 유동성이기 때문에 국민연 금의 투자대상은 대부분 대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기업에 대한 국민연 금의 주식 보유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즉 2020년이면 국민연금은 대한민국 모 든 대기업의 대주주가 될 것이다.

국민연금 지배구조는 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어

하지만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는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혹자는 기 금운용과 관련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20명 위원 중 정부위원과 국책연구소장 등 정부 관계자는 8명밖에 안 된다며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대표 의 의사에 반하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단 한 주의 의결권도 갖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조차도 낙하산 인사가 이루어지거나

“대기업이 국민의 고통에 동참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가격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국민연금이 대기업들의 대주주가 되고,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된다면 정 부는 합법적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통하여 대기업의 CEO를 친정부 인사로 선택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보다 지배구조 개선이 먼저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1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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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을 활용하여 정부 정책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지난 정권 같았더라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데 대기업이 동원되었을 것 이고, 이번 정권에서라면 초과이익공유제와 같은 대ㆍ중소기업 상생을 하는 데 대 기업이 동원될 것이다. 바로 거대 연기금이 기업의 목표인 기업가치 극대화를 무시 하고 정권의 목표와 연장에 기업을 동원하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주식에는 의결권이 있는데, 국민연금이 그 의 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혹자는 국민연금이 미 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캘퍼스(CalPERS)’나 미국 최대 사학연 금인 ‘티아 크레프(TIAA-CREF)’ 등의 연기금을 본받아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기금은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같이 국민 전체를 대상 으로 하는 사회보장성 기금이 아니며, 정부 정책에 좌지우지될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 규모 또한 미국 자본시장의 크기에 비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도 아 니다. 따라서 그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어느 정권 의 목표를 위해 이용되거나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활용되지는 않 을 것이다. 또한 국가경제의 성패를 좌지우지 할 규모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벌써 전 세계 4위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몇 년 후에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는 정부의 입 김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든 구조이다. 그런 구조 하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 화한다는 것은 단지 국민연금의 운용목표를 잘 달성하기 위한 순수한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데 대하여 재계를 대표하는 여러 기관과 언론, 학자 등이 반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곽위원장은 예상했던 반발이라며, 그래도 대한민국 자본주의를 진화시키기 위 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추진될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곽위원장은 경제단체나 언론, 학자가 모두 국민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를 경청해 보기 바란다.

국민연금 투자는 철저히 수익성ㆍ안정성을 목표로 해야

곽위원장은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가지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정부 정책을 수행하거나 중소기 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을 견제할 목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 또한 그렇 게 해서도 안 된다. 국민연금의 투자 목적은 철저히 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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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로 해야 하며, 이를 이루기 위해 기금운용의 원칙에는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이 해관계자로부터의 독립성이 포함되어 있다.

곽위원장이 언급한 삼성, KT, 포스코는 한국경제의 기둥이며 전 세계가 부러워하 며,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할 대기업들이다. 그런 기업들을 왜 국민연금이 견 제해야 한다고 하는지 의문스럽다. 경영투명성과 성과가 문제가 된다면 주식가격이 이를 반영할 것이고, 국민연금 외에도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투 자자들도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주식을 매도하여 경영자를 견제하였을 것이다. 하지 만 포스코와 같은 기업은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과 같 은 사람도 4.5%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좋은 기업이다. 자본과 인력이 대기업에 집중되는 문제를 해소하거나 중소기업에게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투자 목적에 부합한 의결권 행사만을 해야 할 것이며,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고위층이 대기업을 견제하는 데 국민연금 의 의결권을 사용해 달라는 요청을 하여도 이를 무시할 수 있을 때 국민연금의 의 결권 행사에 대해서 누구도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구조와 지배구조가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보다도 국민연금의 투자정책이 국가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정권과 이해관계자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기 이전에 국민연금에게 한국은행 수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운영원칙에 맞는 의결권 행사만을 할 수 있는 독립성을 보장할 자신이 없으면 의결권 행사를 강요해선 안 될 것이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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